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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10 07:59:30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122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66. 한가할 한(閒)에서 파생된 한자들

가릴 간(柬)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다룰 때, 금문에서 조화롭고 아름다운 종 소리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나오는 난란(䦨䦨)을 《시경》에서는 가로막을 란(䦨) 대신 대쪽/간략할 간(簡)을 써서 간간(簡簡)이라 한다고 했다. 簡의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인 사이 간(間)과 柬의 소리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편에서는 間의 자원과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자.


間은 문 문(門)과 날 일(日)이 합한 회의자로, 문 사이로 해가 보인다는 뜻의 회의자다. 원래는 해가 아니라 달 월(月)을 쓰는 閒로 문 사이로 달이 보인다는 뜻의 회의자인데, 이 한자는 間 외에도 한가할 한(閑)과 통해 '사이 간', '한가할 한' 두 개의 훈음이 존재하는 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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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閒의 금문, 제계 문자, 진(晉)계 금문, 초계 금문 1, 초계 문자 2, 3, 고문, 소전,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閒은 금문부터 출현하며, 다양한 국가의 전국시대 문자에서도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후한 시대의 예서까지도 이 형태라, 지금의 間은 훨씬 더 늦게 출현한 것이다. 한편 月 대신 바깥 외(外)를 써서 문 사이로 밖이 보인다는 뜻의 회의자로 구성된 문자가 초나라 계통 문자에서 출현하며, 《설문해자》에는 이 형태를 고문으로 수록했다.

閒의 본 의미는 틈, 사이로, 나중의 시간의 틈이나 사이에서 여유나 한가함이란 뜻도 인신되었다. 閒의 '틈'과 '한가함'을 연관시킨 학자는 칼그렌과 벡스터로, 후에 쉬슬러는 이 두 의미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대신 '한가하다'를 뜻하는 閒은 태국어 คร้าน (kráan)과 관련이 있는 가차자라 했다. 어쨌든, '사이', '한가하다' 두 뜻으로 쓰이던 閒은 나중에 '사이'로는 月 대신 日을 쓰는 間이 대신했으며, '한가하다'는 원래 난간이나 가로막다는 뜻으로 쓰이던 閑이 대신해 閒 자체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

틈, 사이를 뜻하는 間은 같은 뜻의 틈 극(隙)과 아울러 간극(間隙)이라는 낱말을 만드는데, 왕 리는 《동원자전》에서 이 두 한자와, 산골짜기에서 나오는 물을 뜻하는 산골물 간(澗)과 관련을 지었다. 間의 상고음은 정장상팡 기준으로 /*kreːn/ 또는 /*kreːns/이며, 隙은 /*kʰraɡ/으로 초성이 유사하다. 《설문해자》에서도 閒을 설명할 때 隙의 속자인 隟으로 풀이했다.

정장상팡의 間은 재구음이 2개인데, 전자에 동사형 접사 -s가 붙은 것이 후자로, 현대 중국어에서 間을 명사로는 평성, 동사로는 거성으로 읽는 것과 연관된다.


한가할 한(閒, 어문회 준특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閒→間(사이 간): 간극(間隙), 시간(時間) 등. 어문회 준7급

閒+人(사람 인)=僩(너그러울/노할 한): 어문회 특급

閒+女(계집 녀)=嫺(아담할 한): 한숙(嫺熟: 단련되어 익숙함) 등. 인명용 한자

閒+疒(병들어기댈 녁)=癇(간질 간): 간질(癇疾), 전간(癲癇) 등. 인명용 한자(癎과 동자)

閒+目(눈 목)=瞯(엿볼 간|곁눈질할 한): 어문회 특급

閒+艸(풀 초)=蕑(난초/연밥 간): 어문회 특급

閒+金(쇠 금)=鐗(굴대쇠/금속채찍 간): 간장(鐗匠: 수레바퀴의 쇠 굴대를 만드는 장인) 등. 급수 외 한자

閒+鳥(새 조)=鷳(솔개 한): 백한(白鷳: 꿩과의 새 이름), 백한흉배(白鷳胸背: 조선 시대 삼품관이 달던 백한 모양의 흉배) 등. 인명용 한자

間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間+水(물 수)=澗(산골물 간): 간(澗, 구의 만 배, 곧 10의 36제곱), 벽간(碧澗: 푸른 시내) 등. 어문회 1급

間+疒(병들어기댈 녁)=癎(간질 간): 간질(癎疾), 전간(癲癎) 등. 어문회 1급

間+石(돌 석)=磵(시내 간): 곡간(谷澗/谷磵: 산골짜기를 흐르는 시냇물) 등. 어문회 준특급

間+竹(대 죽)=簡(대쪽/간략할 간): 간편(簡便), 죽간(竹簡) 등. 어문회 4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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閒에서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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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簡의 금문, 진(秦) 석고문, 진(晉)계 문자, 초계 문자, 소전,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대쪽/간략할 간(簡)은 금문부터 출현하며, 대 죽(竹)이 뜻을 나타내고 사이 간(間)이나 이의 원형인 한가할 한(閒)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다. 진(晉)계 문자에는 閒의 고자인 ⿵門外에서 門을 생략하고 外만을 竹 아래에 쓴 형태가 있다. 簡 역시 間처럼 후한 예서까지 竹 밑에 閒을 쓰며, 지금처럼 間을 쓰는 형태는 예서 이후에 출현했다.

지금은 종이에 글을 쓰지만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중국에서는 대나무를 길고 잘게 조각낸 대쪽에 글을 썼다. 이 대쪽을 죽간(竹簡)이라 하며, 簡은 원래 이 대쪽을 나타내기 위한 한자였다. 이 대쪽에서 간단하다, 간략하다의 뜻이 인신되었고, 또 편지란 뜻이 인신되었다. 《신약성경》에서 사도 바울이 다른 교회에 보낸 편지들을 묶어서 바울서신이나 바울서간이라 하는데, 이 서간(書簡)이 바로 편지를 뜻하는 다른 표현이다.

한편, 簡은 제갈량의 〈출사표〉에선 가릴 간(揀)을 통가해서 쓰였고, 《춘추좌씨전》에선 《시경》을 인용할 때 원문의 간할 간(諫)을 대신해서 썼다. 두 한자 모두 가릴 간(柬)이 소리를 나타내니, 글 처음에도 말했듯, 가릴 간(柬)과 間은 소리가 비슷해 서로 통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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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癇(癎)의 소전과 전초고문자. 출처: 小學堂

癇(癎)은 현재 공식 의학 용어로는 뇌전증(腦電症)이라고 고쳐 부르게 하는 간질(癎疾)·전간(癲癎)을 뜻하는 한자다. 어문회 급수 시험에서는 소리 부분이 間인 癎이 출제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소리 부분이 閒인 癇으로 올라와 있고, 인명용 한자에서도 癇이 원칙, 癎이 허용으로 되어 있다. 癇이 본자이니만큼 조금씩 한자 사용에서 본자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그런데 누가 사람 이름에 정신질환 이름을 넣나? 옛날 작명 방식에 부정어+나쁜 의미의 한자로 나쁜 것을 겪지 말자는 뜻을 담은 이름이 있기는 하다. '꺼릴 게 없다'는 뜻의 무기(無忌), '질병이 없다'는 뜻의 거질(去疾)·기질(棄疾) 등. 그렇다고 뇌전증을 앓지 말라는 이름을 지어주기에는 그냥 전반적으로 질병이 없다는 이름을 지어줄 것 같고…….

지금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간질이나 전간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정치적 올바름 운동에 따라 간질이나 전간 자체를 비하어로 취급하고 새로운 용어인 뇌전증을 대신 쓰게 했다. 전간의 일본어인 '덴칸'이 지금 한국어의 '뗑깡'의 어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어떤 취지인지 이해는 간다.

癇의 전초고문자(명나라 때 전해지는 고문자들을 초록한 것)에서는 소리 부분을 閒 대신 閑으로 썼는데, 閒과 閑의 통용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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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澗의 제계 문자, 소전, 전한 예서 1, 2. 출처: 小學堂

산골물 간(澗)은 소전에서부터 물 수(水)가 뜻을 나타내고 사이 간(閒)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로 나타나는데, 小學堂에서는 그 전에 제나라 계통 전국 문자에서 물 수(水)가 양쪽의 언덕 부(阜)에 싸여 있는 글자를 澗의 전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이 한자는 두 언덕 사이로 지나가는 물이라는 회의자의 짜임을 하고 있다. 예서에도 보다시피 원래는 閒이 들어간 㵎으로 썼고 《강희자전》에도 㵎가 수록되었지 澗은 수록되지 않았으나, 현대에는 㵎 대신 澗으로 쓰고 있다. 한편 이 한자는 10의 32제곱을 뜻하는 말이기도 한데, 공교롭게도 이 아래의 수인 10의 28제곱을 뜻하는 말인 도랑 구(溝)와 짝을 지은 '구간'(溝澗)이라는 말이 《광운》에 올라와 있다.


閒·間은 파생된 한자들에 틈, 사이의 뜻을 부여한다.

澗(산골물 간)은 水(물 수)가 뜻을 나타내고 間이 소리를 나타내며, 間의 뜻에 따라 산 사이를 지나는 산골의 물을 뜻한다(《이아》).

癇·癎(간질 간)은 疒(병들어기댈 녁)이 뜻을 나타내고 閒·間이 소리를 나타내며, 閒·間의 뜻에 따라 간헐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는 간질, 뇌전증을 뜻한다(《한어동원사대전漢語同源詞大典》).

瞯(엿볼 간|곁눈질할 한)은 目(눈 목)이 뜻을 나타내고 閒이 소리를 나타내며, 閒의 뜻에 따라 사이로 엿보는 것, 또는 곁눈질하는 것을 뜻한다(《한어변조구사고변漢語變調構詞考辨》 - 覸).

磵(시내 간)은 石(돌 석)이 뜻을 나타내고 間이 소리를 나타내며, 間의 뜻에 따라 돌 사이를 지나는 시냇물을 뜻한다.

簡(대쪽/간략할 간)은 竹(대 죽)이 뜻을 나타내고 間이 소리를 나타내며, 間의 뜻을 따라 틈이나 사이처럼 얇게 쪼갠 대나무를 뜻한다.

鐗(굴대쇠/금속채찍 간)은 金(쇠 금)이 뜻을 나타내고 閒이 소리를 나타내며, 閒의 뜻을 따라 수레 바퀴 사이를 잇는 굴대쇠를 뜻한다(《한어동원사대전漢語同源詞大典》).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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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閒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間(사이 간)은 閒(한가할 한)이 변형된 것으로, 달빛이나 햇빛이 문 틈으로 비치는 것을 나타내는 회의자다.

閒에서 間(사이 간)·僩(너그러울/노할 한)·嫺(아담할 한)·癇(간질 간)·瞯(엿볼 간|곁눈질할 한)·蕑(난초/연밥 간)·鐗(굴대쇠/금속채찍 간)·鷳(솔개 한)이 파생되었고, 間에서 澗(산골물 간)·癎(간질 간)·磵(시내 간)·簡(대쪽/간략할 간)이 파생되었다.

間·閒은 파생된 한자들에 사이·틈의 뜻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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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是我聞
25/01/10 09:40
수정 아이콘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25/01/10 13:56
수정 아이콘
어디서 본 듯 한데 처음 보는 글자인데 본문을 보니 閑과 間의 원형인가 보네요.
질문이 하나 있는데 閒은 현재 한국에서도 쓰이는 글자인가요? 아니면 間과 閑으로 모두 대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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