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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1/14 11:20:34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유권(權)무죄 무권(權)유죄
어제 두산과 동부라는 국내 굴지의 두 기업이 지각 없는 한 인간의 말실수(?)로 인해 지옥을 맛보았습니다.

[쿠키뉴스] 두산·동부,유동성 문제?… 全금융위원장 "자금 흐름 모니터링"
[연합뉴스] <두산.동부 '악몽'의 하루>(종합)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융위원장이 중견 대기업 유동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모니터링 이야기를 하던 도중 두산 및 동부 그룹의 이름이 언급되었고, 심지어 금융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상반기 경기침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동부와 두산그룹은 작년에 유동성 위기설 및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인하여 구조조정 및 계열사 매각 등으로 자구책을 취하고 있는 상황인데, 금융위원장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그 그룹에 근무하고 계신 이들의 충격이 어땠는지는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금융위는 파문이 확산되자,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중견 대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언급했을 뿐 일부 기업을 특정해서 말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쏘아 놓은 살이요 엎질러진 물"입니다. 금융위원장이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하는데 기사에 보면 "중견 대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산업은행 등에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므로 발언의 의미가 전혀 다르며, 이미 금융위원장의 입에서 '두산'과 '동부'라는 그룹 실명이 거론된 이상 저 기업들의 국내외 신인도에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죠. 물론 그것 외에 보이지 않는 피해(임직원들의 사기저하 등등)는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나랏일부터 시작해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까지, 다양한 지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모두 일을 하다가, 말을 하다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실수라 해도 실수한 사람의 권력과 지위, 책임의 정도에 따라 그냥 넘어가거나 용서할 수 있는 실수가 될 수 있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실수가 될 수도 있음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권력과 지위, 책임의 정도에 따라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책임지는 정도 역시 정비례하여야 정상일텐데 오히려 그런 것들이 반비례로 적용되고 있으며, 더 황당한 일은 일부 국민이나 국가 권력 기관에서는 사이버 세계에서 구축된 작은 신뢰와 같은 부분을 실제 권력이나 지위 혹은 공적인 책임과 동일시하거나 그보다 높게 보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방식에 의한 판단기준 혹은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느 머리에 든 삽에서 나온 형편없는 판단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판단기준이 저는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라 권력이라고는 단 1g도 없는 일개 네티즌은 비판이나 전망이나 예측을 해도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거나 공익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소환장이 날아오고 긴급 체포당하고 수갑을 차는 식으로 기본권까지 철저히 유린당하는 반면, 권력자와 위정자들은 냉정한 분석과 긍정의 힘 대신 거품이 잔뜩 낀 장미빛 추정치와 근거 없는 낙관만을 가지고 국민을 대놓고 현혹해도 단순한 전망이나 분석이라는 등의 이유로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비호를 받고 있는 것이 지금 2009년의 대한민국의 상황입니다.


정말로 "유권(權)무죄 무권(權)유죄"인가 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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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14 11:28
수정 아이콘
2mb는 기상청이었으니 금융위원장이면 일기예보 아나운서정도 되겠군요...
요즘들어선 이놈에 비상식적인 세상이 다시 상식적인 곳으로 돌아오긴 할까...하는 회의감마저 듭니다.
노려니
09/01/14 11:33
수정 아이콘
뭐 일기예보일 뿐이라는데요...
기상청이 비온다라는 예보보다 어르신들의 쑤심(?)에 의한 비올것 같다라는 예보가
훨씬 권위 있고 믿어야 하는 정보라고 윗분들이 말씀해주시네요...
물론 전 기상청보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더 신뢰합니다.
星夜舞人
09/01/14 11:36
수정 아이콘
두산하고 동부 주가 왕창 떨어지겠군요..
밀로비
09/01/14 11:37
수정 아이콘
어떤 조직이건 책임과 권한은 동의어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막장이죠.
이 정부는 갈수록 반의어가 되어가는군요.
민주당 이 분들은 주워먹기도 못하고.. 정말..
담배피는씨
09/01/14 11:43
수정 아이콘
신문기사 하나 뜨는 것도 민감한데..
정부 관리가 저러고 있으니..
어찌 해야 합니까..
매너플토
09/01/14 13:50
수정 아이콘
권력이란게 국민한테서 주어지는 것이니...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끔 기도 할 뿐 입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요즘 참 절실히 느껴지네요..
엘케인
09/01/14 14:03
수정 아이콘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나름 생일이라 기분좋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오후부터는 친구들한테
생일축하 전화 반, 괜찮냐는 문안전화 반으로 변하더군요.
(위의 기업 중 하나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서러운데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니...
퍼플레인
09/01/14 14:06
수정 아이콘
엘케인님// 뻘플입니다만... 생일축하드려요:D
09/01/14 15:15
수정 아이콘
Noblesse oblige~
졸린쿠키
09/01/14 15:30
수정 아이콘
좋은말씀이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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