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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2/25 00:27:58
Name Fairy.marie
Subject [일반] 2024년 12월 24일. 사랑하는 우리 첫째 반려견 사랑이가 소풍을 떠났습니다.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시간에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네요.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넘어가 버렸습니다^^)

2012년 겨울, 12월 23일에 유기견 보호소 출신 우리 사랑이가 저희 부부에게 왔습니다.

저희는 12년 5월에 결혼했는데, 결혼 바로 전에 와이프가 오래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었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강아지를 좋아하고 너무 키우고 싶었지만,
헤어짐의 아픔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니고, 아픈 친구들 병원도 데리고 다니면서 살고 있었는데요.
보호소로 들어가야 하는 강아지가 있다는 소리에, 입양처를 알아보고 보호소로 가기 전에 입양을 보내줘야지 하고,
입양처를 찾아서 보내주고는, 입양을 잘 보내줬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하루 만에 다시 파양되어, 이 아이를 다시 보호소로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저희가 입양하게 되었지요.
그 아이가 바로 사랑이에요.

말티즈 치고는 큰 편에(최전성기 몸무게 6.1kg), 다리가 길고 부정교합이 있었던 터라,
두 번의 파양을 거쳐 저희 집에 왔을 때는 발바닥도 안 좋고 귀도 안 좋은 그런 상태였어요.
(밖에서 만나면 슈나우저 아니야? 화이트 슈나우저인가? 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어요!^_^)

와이프가 지극 정성을 다해 치료해서, 사랑만 받고 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고 이름 지었었죠.
무슨 일을 해도 사랑 많이 주고 키우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저희 눈에는 긴 다리도, 부정교합도, 뚱한 표정도 다 너무너무 예쁜 아이였어요.

그러다가 13년도에 둘째 소망이를 입양하고(이 친구는 강아지 공장으로 갈 뻔한 친구를 데려왔구요.)
우리 삶에 두 마리로 끝이다! 라고 할 때쯤 16년도에 막둥이 베베를 길에서 입양해 왔습니다..

그래서 삼둥이 아빠로 룰루랄라 잘 살고 있었어요.

10월~11월쯤부터 사랑이가 부쩍 떼쓰는 게 늘고, 관심을 끄는 행동들을 많이 해서.
병원에 가서 검사도 하고, 문제가 뭘까 많이 고민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12월 초에 갑자기 아이 상태가 나빠지면서, 12월 9일에 재검사했더니 갑작스러운 림프종이라는 검사 결과.
림프종은 예후도 안 좋고, 치료를 해도 최대 1년이라는 소리에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빠랑 20살까지는 살아야 한다~ 하고 얘기한 게 정말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내년 2월에 있을 대전 펫쇼에 가서 또 뭘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뭔가 잘못했던 게 있나. 이건 꿈일 거야. 라는 현실 부정의 시기가 지나고,
아픈 아이를 케어하면서 오늘까지(이제 어제가 되어버렸네요..) 부부가 쪽잠을 자면서 케어해주고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부터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밥도 먹지 못하고,
일요일로 예약해 뒀던 항암치료도 못 받고, 겨우겨우 진통제로 버티다가 오늘 낮 3시 56분에 저희 부부가 보고 있는 앞에서 떠났습니다.

사랑으로 낳아서, 지갑으로 키운 우리 첫째 아이가.
더 아프지 않고 훨훨 날아서 무지개다리 건너간 건 마음이 놓이지만,
엄마 아빠 바라기로 겁도 많고 껌딱지 같던 우리 아들 우리 사랑이가
혼자서 먼 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
마지막에는 아파서 근 3일간 좋아하는 음식도 먹지 못했는데...
엄마 아빠 힘들다고 더 버티지 않고 떠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계속 들구요.
(그래도 이브에 떠나서 기일은 평생 잊지 못하겠네요. 이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라고! ^_^)

오늘 밤에는 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내일 오전에 장례를 치르러 가야 하는데..
아직도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사랑이가 그래도 보호소에서 힘든 삶을 살지 않고, 엄마 아빠 품에서(동생들과 경쟁이 있긴 했지만^^) 행복하게 잘 살다 갔겠죠?
엄마 아빠한테는 사랑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엄마 아빠가 매번 잘한 건 아니었겠지만, 사랑이도 행복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딱 저희랑 12년하고 1일 살다 간 우리 사랑이.
엄마 아빠가 갈 때까지 아프지 않고 신나게 뛰어놀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랑이,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사랑이는 정말 최고의 강아지였고, 최고의 아들이었어.
엄마 아빠는 다시는 우리 사랑이 같은 강아지를 만나지 못할 거야.
아빠가 너무너무 사랑한다. 벌써 너무 보고 싶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해 우리 사랑이.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연말연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조금만 더 슬퍼하고, 문득문득 생각나면 많이 울고, 그렇게 또 살아가야겠죠.

반려견/반려묘를 키우시는 모든 분들,
다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해 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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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하루
24/12/25 01:15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랑이도 충분한 행복 느끼며 일생을 보냈을 겁니다. 잘 보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Fairy.marie
24/12/25 13:4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잘 보내줄 수 있겠죠? 힘내볼께요!
어흥어흥
24/12/25 01:48
수정 아이콘
두 분과 함께 해서 최고로 행복한 삶이었을 거예요. 내일 잘 보내주시고 마음도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토닥토닥.. 그동안 최선을 다하신 거예요. 힘내세요.
Fairy.marie
24/12/25 13:45
수정 아이콘
최선을 다했을꺼라 생각해야죠. 그렇게 또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 노력 해야겠습니다. 힘내볼께요^^
如是我聞
24/12/25 04:10
수정 아이콘
곧 꿈에서 찾아올겁니다. 고생하셨어요.
Fairy.marie
24/12/25 13:46
수정 아이콘
어제 밤에는 안오더라구요. 안아프니까 신나서 멀리 가고있나봅니다~^^ 안와도 좋으니 (왔으면 좋겠지만) 잘 갔으면 좋겠어요!
슈퍼너구리
24/12/25 04:26
수정 아이콘
사랑이에게도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이었을꺼에요.
무슨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부디 먼길 편안하게 가길 바라겠습니다.
Fairy.marie
24/12/25 13:46
수정 아이콘
위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정말 행복했던 날들이었어요.
삼둥이 아빠로 사는건 행복 행운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였습니다~^^
24/12/25 09:15
수정 아이콘
따뜻한 부모님과 함께 했기에 사랑이의 생은 행복했을 거라 믿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Fairy.marie
24/12/25 13:47
수정 아이콘
사랑이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면, 더할 나위가 없네요.
꼭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24/12/25 11:43
수정 아이콘
같은 해 9월에 데려온 아이가 약한 심장병에다가 며칠전 십자인대가 끊어져서 회복중인 상태라 남일 같지가 않네요. 노령견에 심장 때문에 수술도 안될 것 같거든요.

사랑이가 정말 너무 많이 사랑 받았다는게 글에서 느껴집니다. 사랑이는 너무 행복했을거에요.
Fairy.marie
24/12/25 13:48
수정 아이콘
저희 아이도 수술은 힘들어서, 수술도 항암치료도 못해준게 너무 속상하긴 해요^^
탱구님 아이도 잘 견뎌내서 앞으로 10년은 거뜬하게 살아줄껍니다. 화이팅 하자구요 우리 멍멍냥냥이들!
24/12/25 12:34
수정 아이콘
삼가 고견의 명복을 빕니다
Fairy.marie
24/12/25 13:49
수정 아이콘
위로 감사드립니다. 좋은곳으로 훨훨 날아가고 있으면 좋겠어요^^
Fairy.marie
24/12/25 13:43
수정 아이콘
사랑이 오늘 화장하면서 많이 울었지만, 잘 보내줬습니다.
여러분의 위로와 추모 댓글이 많은 도움이 되는거 같아요.
조금만 더 슬퍼하고, 조금만 그리워 하면서,
그렇게 또 살아가 봐야겠죠.
남은 아가들도 있으니 힘내서~^^
(회사를 너무 쉬어서 다시 출근하려니 큰일입니다 흑)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의 축복이 모든이들에게 가득하기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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