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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2/23 18:33:36
Name 글곰
Subject [일반] [2024년 결산] 내년은 올해보다 나은 해가 되기를
너무나 흔해 빠진 표현입니다만 올해는 특히나 다사다난했습니다. 우선 직장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직속 상사가 반년 간격으로 연달아 바뀌었고, 업무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대외적인 충돌이 두어 차례 있었고 그 결과 부서의 핵심 프로젝트를 빼앗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서원들의 고과 또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말에 직원 한 분이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사망하셨습니다. 그간 간신히 붙들고 있던 멘탈이 단번에 박살났습니다.

집안일도 복잡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교우 관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아내는 새로 옮겨간 부서에서 회사 대표가 바뀌는 격동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다가 결국 또다시 부서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은 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만.

이럭저럭 한동안 끊었던 우울증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제가 지나치게 병원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걱정하곤 합니다. 그리고 저는 아내가 지나치게 병원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요. 어쨌거나 약이 없으면 버티기 어려우니 약을 먹습니다. 불이 나면 물을 뿌리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섭취하듯 말입니다.

그리고 계엄이 터졌습니다. 살면서 계엄이란 걸 현실에서 보게 될 줄이야. 난생처음으로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고작 반백 년도 살지 못한 주제에 웃기는 소리지만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뜻입니다. 다음날 출근하면서 새삼스레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요약하자면 참으로 힘든 한 해였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올 한 해 좋았던 일이 무엇이었나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나는 게 없더군요. 휴대전화 갤러리에서 지난 사진을 찾아본 후에야 좋았던 추억들이 드문드문 떠오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르네요.

공자는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를 드러내고, 도가 없으면 숨어야 한다(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고 가르쳤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천하의 도를 논할 계제는 못 됩니다. 단지 지금은 자신이 움츠리고 삼가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느낄 따름입니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면 풀이 눕는 것처럼.

그저 내년은 올해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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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드리
24/12/23 18:41
수정 아이콘
내년에는 좋은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시드라
24/12/23 19:33
수정 아이콘
코로나 시작 즈음부터 회사 및 미래 관련으로 여러 고민을 하면서 멘탈도 깨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다가
22년도 중순에 회사를 뛰쳐나와서 다시 전임 연구원 신분으로 원래 전공쪽 일하면서 데이터 분석도 공부하고 이리저리 공부했고,
올해 초부터 취업하려고 했는데 영 마음에 드는데가 없고 경력이 꼬이다 보니 제가 가고싶은데에 넣어도 탈락해서 고민하다가
올해 마지막에 크지는 않지만 제가 가고 싶었던 업종과 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곳에 이직 성공했습니다
거의 4년 가까이 방황하다가 이제서야 다시 궤도에 오르는 기분이 들어서 참 여러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직하려고 준비하다 보니 요즘 경기가 너무 안좋은게 실감이 나서 내년에는 피쟐에서도 많은 실업자 분들이 발생할꺼 같아서 마음이 무겁네요
안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모 씨가 설상가상으로 기름을 부워버려서 한국 경제가 정말 힘든 상황이기도 합니다

제가 힘들 때 주저 앉지 않고 뭐라고 하면서 한발짝 한발짝 나아갔듯이
피쟐 형님들께서도 힘든 상황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껍니다

내년에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다들 묵묵히 길을 같이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옆에 같이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잊지말고 힘듬을 나누다보면 충분히 걸어갈만 할껍니다
성야무인
24/12/23 23:37
수정 아이콘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사기 한번 크게 당하고

막막해서 내가 죽으면 생명보험은 가족이 가지고 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한적도 있는데

어떻게 어떻게 버티다 보면 살긴 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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