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1/22 22:06:34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103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2. 윗입술/웃는모습 갹(⿱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 (수정됨)

범 호(虎)에서 파생된 한자들 중에 순대 갹(臄)이란 한자가 있었다. 고기 육(肉)이 뜻을 나타내고 큰돼지 거(豦)가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인데, 이 한자는 《설문해자》에 표제자로 올라오지 않고 ⿱仌口이라는 한자의 혹체로 제시되어 있다. 이 한자는 '윗입술/웃는모습 갹'이라는 한자로, 골 곡(谷)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한자다. ⿱仌口은 맨 위가 사람 인(人)으로 이어져 있고 谷은 여덟 팔(八)처럼 떨어져 있다.

674034d342b79.png?imgSeq=39025

왼쪽부터 ⿱仌口의 금문, 소전, 혹체 1, 2(臄), 예서. 출처: 小學堂

67403557cf9f5.png?imgSeq=39026

왼쪽부터 谷의 갑골문, 금문, 초계 문자, 소전, 예서 1, 예서 2. 출처: 小學堂

두 한자의 금문을 보면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데, ⿱仌口의 윗부분은 사귈/가로그을 효(爻)와 유사하고 谷의 윗부분은 점 네 개가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 이 爻가 사람 인(人) 두 개가 겹친 얼음 빙(仌)처럼 바뀐 게 ⿱仌口의 소전이고, 예서에서도 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谷은 소전까지도 이 네 점이 분리되어 있으나 예서 2에서 아래 두 점을 이어 쓰는 현재의 형태가 나와 ⿱仌口과 비슷해졌다.

지금 ⿱仌口은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다른 한자의 구성 요소로 쓰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谷과 혼동이 심해졌다. '갹'과 '곡'이란 음도 비슷하기 때문에 ⿱仌口에서 유래한 한자를 谷에서 유래한 한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잦다.


한편, 이 ⿱仌口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한자도 있다. 바로 갈 거(去)다.

674070e060f1b.png?imgSeq=39030

왼쪽부터 去의 갑골문, 금문, 진(晉)계 문자, 초계 문자, 소전, 예서. 출처: 小學堂

지금은 去의 밑이 사사 사(厶)지만, 갑골문이나 금문, 전국시대 문자에서는 입 구(口)로 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 흙 토(土)처럼 쓰는 위는 원래는 큰 대(大)였다. 그런데 이 大를 仌 비슷하게 쓸 수 있고, 이러면 ⿱仌口과 같은 모양이 된다.

去는 다른 방식으로 ⿱仌口과도 관련이 된다. 몇몇 ⿱仌口이 들어가는 한자에서 ⿱仌口를 去로 대신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물리칠 각(却)은 본자가 卻인데, 卻의 ⿱仌口을 去로 대신한 것이 却이다. 그래서 리쉐친은 《자원》에서 ⿱仌口은 去에서 분화한 한자로 풀이했다. 그러나 금문에서 大나 仌 대신 爻를 쓴 것으로 보아, ⿱仌口은 口와 爻가 결합한 한자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仌口은 口 위에 爻가 있어서, 입을 다물 때 윗입술이 아랫입술을 덮는 것을 본따 윗입술이나 입천장을 뜻하는 회의자다. 虎에서 순대 갹(臄)의 소리가 나온 것을 보건대 ⿱仌口도 爻의 소리까지 따온 회의자 겸 형성자로 볼 수도 있으나,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기에 일단은 ⿱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仌口의 소리를 따르는 것으로 정리했다.


⿱仌口(윗입술/웃는모습 갹, 급수 외 한자)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仌口+卩(병부 절)=卻(물리칠 각): 어문회 특급

⿱仌口+卩(병부 절)=卻→却(물리칠 각): 각하(却下), 냉각(冷却) 등. 어문회 3급

⿱仌口+木(나무 목)=㭲(길마 겁|극진할 극): 인명용 한자

⿱仌口+糸(가는실 멱)=綌(굵은갈포 격): 치격(絺綌: 칡으로 짠 고운 베와 굵은 베) 등. 어문회 특급

⿱仌口+邑(고을 읍)=郤(틈 극): 극선일지(郤詵一枝),  극혈(郤穴) 어문회 특급

却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却+肉(고기 육)=脚(다리 각): 각선미(脚線美), 실각(失脚) 등. 어문회 준3급

67407bd030ce0.png?imgSeq=39036

⿱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


郤의 훈음은 '틈 극'이지만, 이는 隙과 통자 관계이기 때문이고 본래의 훈은 극읍(郤邑)이라는 옛 땅이름을 가리킨다. 《설문해자》에서는 '진(晉)나라 대부 숙호(叔虎)의 읍이다. 고을 읍(邑)의 뜻을 따르고, ⿱仌口은 소리다.'라고 풀이한다. 이 극읍은 춘추 시대의 진(晉)나라가 있던 지금의 산서성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숙호의 자손 극씨는 춘추오패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진나라에서 동시기에 세 명의 고관을 배출해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郤은 춘추 시대의 지명으로 쓰였음에도 소전이 최초의 자형이다.

67407cbfccc06.png?imgSeq=39037

郤의 소전과 예서. 출처: 小學堂

그러나 郤의 예서에는 입 구(口) 위에 사귈/가로그을 효(爻)의 모습이 선명하다. 이는 ⿱仌口가 口와 爻로 이루어진 글자임을 입증한다.

67407d9fbaba6.png?imgSeq=39038

却·卻의 소전, 예서 1, 2, 3, 4, 5, 6. 출처: 小學堂

却·卻은  ⿱仌口이 爻와 去 양쪽 모두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 한자 역시 소전이 최초의 자형이나 예서에서 口 위에 爻를 얹은 모양과 ⿱仌口가 去로 변한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결국은 去가 살아남아 지금의 却이 되었다.


요약

⿱仌口(윗입술/웃는모습 갹)은 口(입 구)와 爻(사귈/가로그을 효)가 합해, 입을 다물 때 윗입술이 입을 덮음을 나타내는 회의자다.

⿱仌口에서 卻(물리칠 각)·却(물리칠 각)·㭲(길마 겁|극진할 극)·綌(굵은갈포 격)·郤(틈 극)이 파생되었고, 却에서 脚(다리 각)이 파생되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11/23 12:03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옛날은 지금보다 더 프리하게 적었을거 같은데 ⿱仌口, 谷같은 케이스 구분하면서 읽는 것도 일이었겠네요
계층방정
24/11/24 07:2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仌口을 ⿱爻口나 去처럼 쓴 것 같아요. 금문의 형태대로 ⿱爻口라고 썼으면 잘 구분될 것 같은데 아쉽네요.
如是我聞
24/11/23 14:01
수정 아이콘
순대 갹이라...벼라별 한자가 다 있네요.
계층방정
24/11/24 07: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순대는 지금까지 전해지니까 다행이지, 옛날 채소나 요리 이름을 나타내는 한자는 지금은 대체 뜻이 뭔지 모르는 것도 꽤 있을 겁니다. 지난 글에서 구기자 기(杞)가 본래 나타내는 식물이 무엇이었을까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처럼요.
닥터페인
24/11/23 15:14
수정 아이콘
삼국지 후반부에 등장하는 극정(郤正)의 성명에서 본 글자가 나왔네요.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계층방정
24/11/24 07:32
수정 아이콘
극씨의 선조는 본문에도 나오는 진나라 대부 숙호이기 때문에 극정도 숙호의 자손이 아닐까 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752 [정치] 법적대응이 시작된 동덕여대 사태 [207] 아서스18117 24/11/26 18117 0
102751 [정치]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특검법 3차 거부 [48] 물러나라Y7560 24/11/26 7560 0
102750 [일반] 우리가 실험실의 뇌가 아닌 것을 알 방법이 있을까? [58] a-ha6435 24/11/26 6435 0
102749 [일반] 기독교 작가 GOAT의 귀환. G. K. 체스터턴 탄생 150주년 기념판 [107] Taima4763 24/11/26 4763 3
102748 [일반] 지금까지 이용했던 항공사 소감-1 [62] 성야무인5885 24/11/26 5885 4
102747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3. 골 곡(谷)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1605 24/11/26 1605 1
102746 [일반] 울트라에서 프로맥스로..아이폰 10달 사용기 [13] Lord Be Goja3965 24/11/26 3965 15
102745 [일반] SNS, 메신저는 아무리 엄청나게 성공해도 오래 못 가는 듯 합니다. [53] 뭉땡쓰8066 24/11/26 8066 4
102744 [정치] 오세훈 시장 측, 명태균에게 21년 보궐선거 당시 3,300만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31] 린버크6179 24/11/25 6179 0
102743 [정치] '오세훈 스폰서' 강혜경에게 "명태균에 20억 주고 사건 덮자" [32] 물러나라Y6103 24/11/25 6103 0
102742 [일반] <위키드> - '대형' '뮤지컬'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약스포?) [19] aDayInTheLife2300 24/11/25 2300 1
102741 [정치] [속보] 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254] 물러나라Y20183 24/11/25 20183 0
102740 [일반] 『눈물을 마시는 새』 - 변화를 맞이하는 고결한 방법 [33] meson7197 24/11/24 7197 68
102739 [일반] <아케인 시즌 2> - 기대보단 아래, 걱정보단 위. (약스포) [13] aDayInTheLife4548 24/11/24 4548 2
102737 [일반] 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22] Kaestro6822 24/11/24 6822 10
102736 [일반] [팝송] 트래비스 새 앨범 "L.A. Times" [1] 김치찌개4619 24/11/24 4619 1
102735 [일반] 하프 마라톤 거리 뛰기 성공 [19] a-ha6383 24/11/23 6383 21
102734 [일반] 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38] Kaestro5258 24/11/23 5258 1
102733 [일반] DDP 야경을 뒤로 하고 프로미스나인 'DM' 커버 댄스를 촬영하였습니다. [22] 메존일각4303 24/11/23 4303 14
102732 [일반] 잘 알려진 UAP(구 UFO) 목격담 중 하나 [15] a-ha5619 24/11/23 5619 2
102731 [일반] 지하아이돌 공연을 즐겨보자 [12] 뭉땡쓰4570 24/11/23 4570 1
102730 [일반] 노스볼트의 파산, 파국으로 가는 EU 배터리 내재화 [74] 어강됴리11338 24/11/23 11338 7
102729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외환(外患) [8] 식별4487 24/11/22 4487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