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라>는 스트립 댄서와 러시아 출신 재벌 2세의 결혼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이 결혼을 무효화 시키기 위해 찾아온 세명의 남자와 결혼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주인공, 아노라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어떤 측면에서는 헛소동극이면서, 한 편으로는 위로와 그 위로로도 치워질 수 없는 어떤 간극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위가 꽤 높은 영화기도 하구요, 화려한 조명과 업템포 음악까지 굉장히 자극적이고 화려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중반부는 엇박자 개그와 소동극의 느낌이 다분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상당히 다른 질감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영화가 짧게 보여주듯이, 어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파티가 끝난 이후의 어떤 장면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어색하게 잠에 깨고, 어리저리 어지럽혔던 것들을 다시 치워야하고, 숙취에 시달려야하는 건 아닐까 싶은 그런 장면들이요.
그렇지만, 영화는 어떤 위로를 건네지만, 그 위로가 끝끝내 닿을 수 없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카프'나 혹은 어떤 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도 그렇구요. 영화는 그래서 묘하게 따뜻하면서 묘하게 서늘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서투르게 건네는 호의와 위로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호의와 위로가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음을 인정하는 영화기도 하니까요. 화려하게 날아올랐을 때는, 모든 것이 평평하고 낮게 느껴지지만, 결국 가라앉은 순간에는 그 울퉁불퉁함이 느껴지는 영화라고 해야할까요. 이런 측면에서는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그 감독이 맞구나 싶긴 하네요.
결국 결말은 그런 얘기의 연장선에서 읽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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