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1/06 18:10:58
Name 계층방정
Subject [정치] 크리스텐덤(기독교세계)와 미국, 한국
크리스텐덤(기독교세계)란 기독교가 정치,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세계를 뜻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하고 기독교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기독교 공인 이후의 로마제국이고, 유럽 나라 대부분도 크리스텐덤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 상당수가 기독교에서 초자연적 요소를 제거한 이신론자였고, 다양한 개신교 분파가 모여서 한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건국 당시의 헌법은 여러 크리스텐덤들이 모여 있는 세속 국가를 지향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정치적으로는 세속 국가, 사회와 문화로는 크리스텐덤이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태어났습니다. 한동안 약해져 가던 크리스텐덤의 전통은 19-20세기 오순절운동으로 인해 반전되었고, 현재 미국의 보수주의자들 중 적지 않은 인물들이 미국을 온전히 크리스텐덤으로 만들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소개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진보든 보수든 신자유주의를 추종한 것은 대중주의를 일으켰고, 미국의 크리스텐덤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대중주의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텐덤 세력이 미국 기독교계를 점차 장악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미국의 기독교 세력 자체는 계속 감소 추세를 걷고 있습니다. 크리스텐덤 세력의 강화와 기독교 세력의 약화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고, 이는 트럼프를 기독교 세계의 수호자로 받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런 미국 기독교에서 배운 게 한국 개신교입니다. 한국은 크리스텐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미국의 크리스텐덤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크리스텐덤을 만들고자 하는 세력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7일 한국 개신교 교회들이 모여서 반 동성애 집회를 연 것은 한국의 개신교 교회 지도부가 미국의 영향을 여실히 받은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 개신교의 쇠퇴를 과연 미국을 크리스텐덤으로 만듦으로 뒤집을 수 있냐인데, 저는 여기에 부정적입니다. 미국의 개신교 세력이 약해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들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규탄하는 문화 전쟁은 세속화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세속화의 원인을 그대로 두고 문화 전쟁에서 승리해서 크리스텐덤을 만들어봤자, 근본이 바뀌지 않았으므로 크리스텐덤은 형식으로만 남을 뿐이고 세속화는 멈출 수 없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미국에서 가장 큰 종파인 오순절교회는 개인주의화하는 미국 사회에서 신앙을 개인적인 것으로 바꿈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개인주의는 종교성을 약화하고 세속주의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고, 이제 오순절교회도 메인라인보다는 선방할지언정 쇠퇴하는 흐름은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보편 종교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는 것인데, 현대 미국의 크리스텐덤주의는 시대의 흐름을 악으로 보고 저항하고 있어 교회 내에서 성장할지언정 교회 밖에서는 쇠퇴하고 있습니다. 오순절주의와 같은 과거의 성공적인 적응은 이제는 오히려 반동적인 적응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승리는 대중주의의 승리이지 크리스텐덤의 승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양국에서 크리스텐덤의 승리를 부르짖는 세력이 교계를 장악할 것이고, 그 결과는 재앙일 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전기쥐
24/11/06 18:23
수정 아이콘
트럼프가 여러 사람들에 둘러싸여 기도하는 사진이 생각나네요. 복음주의 교회와 결탁했다고 하더군요.
계층방정
24/11/07 07:07
수정 아이콘
저는 미국에서 크리스텐덤 세력이 힘을 얻을수록 미국에서 기독교의 쇠퇴를 가속할 거라고 보는데, 그것 때문에 기독교의 위기 의식을 자극해 미국 기독교 안에서 미국을 크리스텐덤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강해질 거라고 봅니다. 교회와 정치의 결탁은 더 심해질 거고요.
오타니
24/11/06 18:48
수정 아이콘
우선 글에서
기독교 개신교 오순절파 등 용어상 헷갈리는 부분이 있네요.
기독교는 초대교회부터 이어져 온 교회를 총칭하는 것이고,
개신교는 종교개혁 이후에 초대교회로 돌아가는 개혁파 즉 구파와 별개로 부르는 명칭이고,
오순절파나 오순절교회는 개신교의 수많은 종파 장로교 감리교 처럼 하나의 교파를 지칭하는 명칭이죠?

우선 전체적으로 주장에 동의합니다.
트럼프를 기독교계에서는 수호신으로 보고 있긴 하더군요
계층방정
24/11/06 19:53
수정 아이콘
지적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게 맞고, 이 글에서는 기독교를 전부 다 개신교로 바꿔도 됩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보수 가톨릭과 개신교의 관계가 꽤나 긴밀하기 때문에 일부 문맥에서는 둘을 함께 묶어 기독교라고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썼습니다.
24/11/06 20:32
수정 아이콘
오순절교회가 하나의 교단이기도 한데, 약간 주류에 위치한 기독교 흐름이기도 합니다.
흔히 성령세례, 방언을 중시하는 쪽이라서.. 한국에서 교회하면 생각하는 방언기도/통성기도 이런게 오순절 영성 흐름이죠.
한국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준 영성흐름중 하나입니다.

개인이 열심히 기도해서 성령의 능력을 받는다는 개념이라서, 본문의 신앙을 개인화했다는 표현과 연결된다고 받아들이시면 될것같습니다.
오타니
24/11/06 20:5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안군시대
24/11/07 11:26
수정 아이콘
미국인들이 교회에 출석하는 비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종교가 무엇이냐 물었을때 개신교라 대답하는 비율은 그렇게까지 줄어들지 않았죠. 이젠 그냥 미국을 지탱하는 이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PC주의가 반기독교적이라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신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기독교적 신념에 따라 PC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요.
크리스텐덤을 어느 정도의 범위로 생각하고 쓰신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기독교[사상]은 여전히 서구사회에 유효하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제사와 차례를 극진히 모시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해도, 유교사상이 사라졌다 말하기는 어려운 것 처럼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632 [일반] 일본 어느 고등학교 스쿨밴드의 유튜브 커버 영상을 보고서… [11] 투투피치5765 24/11/12 5765 6
102631 [일반] 뉴욕타임스 10.27. 일자 기사 번역(쇼팽의 새로운 곡이 발견되다.) [10] 오후2시3890 24/11/11 3890 5
102630 [일반] fomo가 와서 그냥 써보는 이야기 [41] 푸끆이7520 24/11/11 7520 12
102629 [일반] 견훤의 삶을 알아보자 [13] 식별5250 24/11/11 5250 20
102628 [일반] 바둑 / 국제 메이저 세계대회 대회의 진행 사항을 정리해보았습니다. [30] 물맛이좋아요7331 24/11/11 7331 8
102627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3 [23] Poe5953 24/11/11 5953 61
102626 [일반] 과부하가 걸릴 것 같은 정도로, 많은 생각들. [18] aDayInTheLife5711 24/11/10 5711 5
102624 [일반] 금 은 비트코인 / 금은비/ 자산의 소유 [16] lexial7705 24/11/10 7705 3
102623 [일반] 미국 일반인들의 자산대비 주식투자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합니다 [46] 독서상품권11712 24/11/10 11712 3
102622 [일반] [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3] 김치찌개3274 24/11/10 3274 0
102621 [정치] 탁란과 연가시 그리고 간신 [권력의 명멸] [8] singularian5433 24/11/10 5433 0
102620 [일반] <아노라> - 헛소동극,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것.(노스포) [5] aDayInTheLife3290 24/11/09 3290 4
102619 [정치] 세계화에 대한 일반론 [15] 번개맞은씨앗6733 24/11/09 6733 0
102618 [정치] 세계화와 장벽의 정치 [18] 슈테판6105 24/11/09 6105 0
102617 [일반] 우리나라가 대체 언제 중국 문화를 뺏어가려 했을까? [66] 럭키비키잖앙10995 24/11/08 10995 2
102616 [정치] 기어코 박장범을 kbs 사장으로 임명하려는 용산 [35] 카린10393 24/11/08 10393 0
102615 [정치] 트럼프의 당선, 정치인은 됨됨이 따위가 어떻든 유권자를 대표하면 그만. [86] 깃털달린뱀9786 24/11/08 9786 0
102614 [정치] 또 최저치를 경신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129] Davi4ever14466 24/11/08 14466 0
102613 [일반] 중국의 서부개척시대, 남북조 시대를 알아보자 [9] 식별4975 24/11/08 4975 23
102612 [일반]  같은반 농구부원에 대한 기억 [27] 종이컵4458 24/11/08 4458 15
102611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8. 사귈/가로그을 효(爻)에서 파생된 한자들 [7] 계층방정1955 24/11/08 1955 3
102610 [정치] 기자회견 질의 응답 중 오늘 가장 재밌었다고 느낀 질문과 답변 [74] 크림샴푸13371 24/11/07 13371 0
102609 [일반] 사진 51장.jpg [28] 시랑케도8201 24/11/07 8201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