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0/25 06:32:46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93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4. 나그네 려(旅)에서 파생된 한자들

성/법칙 려(呂)는 가차해서 등골뼈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설문해자》에서는 이를 본의로 보고 수록했으며 이 글자의 주문(籒文)으로 膂라는 한자를 제시했다. 이 한자는 고기 육(肉)이 뜻을 나타내고 나그네 려(旅)가 소리를 나타내는 한자다. 旅의 자원과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자.

旅는 깃발나부낄 언(㫃)과 따를 종(從)의 옛 형태인 从이 결합한 회의자로, 깃발 아래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서 비롯해 군대의 한 단위가 본래 뜻이다. 지금도 여단(旅團)이란 말에 본래 의미가 남아 있다. 군대는 낯선 곳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나그네, 여행이란 의미가 인신되었다.

《설문해자》에서는 “군대에서 오백 명을 려(旅)라 한다. 깃발나부낄 언(㫃)과 따를 종(从)의 뜻을 따른다. 从은 함께한다는 뜻이다. ⿱止从는 고문의 旅다. 고문에서는 위(衛)나라·노(魯)나라라 할 때의 魯로도 쓴다.”라고 설명하고, 갑골문과 금문 역시 이 설명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6714118d74ce6.png?imgSeq=36976

왼쪽 위부터 旅의 갑골문, 금문 1, 2, 3, 4, 5, 초나라 간백문자, 설문해자 고문, 소전. 출처: 小學堂

671412e6125fb.png?imgSeq=36977

旅의 금문 2, 3, 4, 5(=초나라 간백문자), 그리고 설문해자 고문을 해서화한 형태. 출처: 小學堂

67142fd2a64a0.png?imgSeq=36979

从의 형태를 살린 旅. 출처: 小學堂

소전은 글자의 원형인 갑골문과 금문 1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금문은 다양한 변형을 보이고 있는데, 금문 2는 사람 대신 군대를 나타내는 수레 차(車)가 들어가 있고, 금문 3은 수레에 사람까지 같이 들어가 있다. 금문 4는 사람이 1명으로 줄었고, 금문 5는 군대가 나아가는 것을 강조하고자 쉬엄쉬엄갈 착(辵)을 덧붙였는데 이게 초나라 간백문자로 계승되었다. 고문은 깃발나부낄 언(㫃) 대신에 멈출 지(止)를 썼는데, 군대가 깃발 아래에 멈추어 있는 모습을 뜻하는 것이라고도 하고 止는 단순히 㫃의 잘못일 뿐이라고 보기도 한다.

旅의 어원은 呂에서도 나온, 원시중국티베트어에서 뼈를 뜻하는 *g-ra-t로 추정된다. 뼈처럼 규칙적으로 정렬된 것에서 줄을 세운 것, 군대라는 뜻이 유래했다. 한편 나그네라는 뜻은 원시중국티베트어의 또 다른 단어로 낯선 이, 적을 뜻하는 *d-gra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며, 이를 주장한 쉬슬러는 이 말이 格(상고한어로 '오다, 가다' klaːɡ, kraːɡ)을 포함하는 더 큰 범주에서 왔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旅는 갑골문에서는 원 의미인 군대의 의미로 쓰였고, 금문에서는 검을 로(黸)나 검을 로(玈)를 가차해 '검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전국시대에는 여행의 의미가 나타나며, 노둔할 로(魯)를 통가하기도 했다.

旅(나그네 려, 여행(旅行),  행려(行旅) 등. 어문회 준5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旅+玄(검을 현)=玈(검을 로): 노궁(盧弓/玈弓: 검은 활) 등. 인명용 한자

旅+肉(고기 육)=膂(등골뼈 려): 여력(膂力: 완력), 굉려(肱膂: 고굉지신) 등. 어문회 특급

671ab71be926b.png?imgSeq=37368

旅에서 파생된 한자들.

旅에서 파생된 한자는 군대처럼 질서정연한 것을 가리키는 의미가 있다.

膂(등골뼈 려)는 肉(고기 육)이 뜻을 나타내고 旅가 소리를 나타내며, 旅의 뜻인 질서를 가져와 몸에서 질서 있게 배열된 등골뼈를 뜻한다(말의 파생 순서는 반대겠지만, 한자로는 旅가 膂보다 먼저 나왔으므로).

위의 《설문해자》 고문과 같은 형태는 旅과 쇠 금(金)이 결합한 ⿰金旅에서도 볼 수 있다. 이 한자는 전국시대 연나라 유물인 연왕직검에서 볼 수 있다. 연왕 직이란 연나라를 크게 일으킨 연소왕의 이름이다.

67143e01463a7.png?imgSeq=36981

⿰金旅의 금문과 해서화. 출처: 小學堂

이 글자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대충 생각하면 '려'가 아닐까 싶은데 선학들은 이 글자를 도읍 도(都)나 바퀴살 타(鍺)로 읽기도 했다. 이는 《설문해자》에서 都나 鍺의 성부인 놈 자(者)를 스스로 자(自)와 위에서 보여준 나그네 려(旅)의 고문 ⿱止从의 회의자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려'(鋁)로 읽고 질 좋은 구리의 뜻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하는데, 呂와 旅, 膂가 상통하는 글자라는 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요약

旅는 㫃(깃발나부낄 언)과 从(따를 종)이 결합한 회의자로, 원 의미는 군대이며 이에서 나그네란 의미가 인신되었다.

旅에서 玈(검을 로)·膂(등골뼈 려)가 파생되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如是我聞
24/10/25 15:14
수정 아이콘
잘 배우고 갑니다
계층방정
24/10/26 14:24
수정 아이콘
항상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4/10/25 19:1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군대랑 여행이 매치되진 않는군요 크크크크
계층방정
24/10/26 14: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어쩌면 음운적 유사성이 먼저 나오고 원정하는 군대에서 여행이란 뜻이 나왔다는 건 갖다붙이기일지도 몰라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717 [정치] 김소연 "이준석 성상납 도와준 수행원 자살" [121] 물러나라Y14349 24/11/22 14349 0
102716 [일반] 요즘 근황 [42] 공기청정기10998 24/11/21 10998 16
102715 [일반] 좋아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출간 이벤트 당첨자 발표와 함께! [17] 망각5083 24/11/21 5083 3
102714 [정치] 한동훈, 당내게시판 윤석열 비방 관련 경찰 요청 거부 [135] 물러나라Y13660 24/11/21 13660 0
102713 [일반] 아니, 국과수도 모르겠다는데... 설마 대법원까지 보내려고 할까요? [37] 烏鳳12218 24/11/21 12218 31
102712 [정치] (채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이 군검찰로부터 징역3년을 구형받았습니다. [91] 꽃이나까잡숴10907 24/11/21 10907 0
102711 [일반] 4년간 미국 물가는 얼마나 심각하게 올랐는가 [63] 예루리9001 24/11/21 9001 2
102710 [정치] 메르스 이후 처음으로 주요 그룹 사장단 긴급성명 발표 [69] 깃털달린뱀10768 24/11/21 10768 0
102709 [일반] 트럼프 2기 정부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시작합니다 (+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트럼프 공약) [73] 시드라8165 24/11/21 8165 1
102708 [일반] 페이커 "실패 하나하나 모여 지금의 나…청년들 도전하세요" [47] 덴드로븀8923 24/11/21 8923 15
102707 [일반]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보여지는 역사왜곡 문제 [29] 뭉땡쓰6938 24/11/21 6938 13
102706 [일반] (수정)백종원표 더본코리아의 오늘까지의 주가추이 및 개인적인 의견 [45] 독서상품권7761 24/11/21 7761 1
102705 [일반] 피지알 회원들의 AI 포럼 참가 후기 [19] 최애의AI9010 24/11/20 9010 37
102704 [일반] AI 시대, 사교육 방향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이유 [31] 스폰지뚱8613 24/11/20 8613 8
102703 [일반] 영화 청설 추천합니다 [17] 퀵소희7209 24/11/20 7209 1
102702 [정치] 감리교회의 반동성애 기류는 더욱 심해지고 강해지고 있습니다. [33] 라이언 덕후11348 24/11/20 11348 0
102701 [일반]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는 요즘 드는 생각들 [79] 수지짜응12345 24/11/20 12345 2
102700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내우(內憂) [10] 식별5565 24/11/20 5565 27
102699 [일반] 우크라이나 내 전쟁여론 근황 종전 찬성 52% 반대 38% [124] 뭉땡쓰10926 24/11/20 10926 1
102698 [정치] 트럼프의 집권은 오바마에 대한 실망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되네요. [93] 홍철12353 24/11/20 12353 0
102697 [일반] [스포주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인상적이었던 연출 몇개... [18] Anti-MAGE6583 24/11/20 6583 5
102696 [일반] 현대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 사망… [37] 뜨거운눈물12439 24/11/19 12439 1
102695 [일반] 개인적으로 한국어에는 없어서 아쉬운 표현 [78] 럭키비키잖앙10904 24/11/19 10904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