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편은 외롭다는 의미로 쓰일 수 있고 소리가 '경'인 다양한 한자들로 마무리했다. 외로울 경(嬛), 근심할 경(惸), 외로울 경(煢). 嬛은 놀라서볼 경(睘)←성 원(袁)←둥글 원(〇), 惸은 홀로/공경할 현/경(㝁)←열흘 순(旬)←지렁이 인(蚓)에서 소리를 땄다. 오늘의 주제는 마지막 글자, 煢의 성부인 등불반짝거릴 형(熒)이다.
熒은 《설문해자》에서 '집안의 등잔 불빛이다. 불꽃 염/혁(焱)과 멀 경(冂)의 뜻을 따른다.'라고 풀이했으나, 옛 형태를 보면 이와는 조금 다르다.
熒의 금문 1, 2, 3, 소전. 출처: 小學堂
금문은 마치 횃불을 엇갈려 세워 놓은 듯한 모양이다. 홰 끝에서 타는 두 불꽃이 熒의 위쪽 두 火를 이룬다. 횃불의 받침대는 이어져 冂의 모양이 되었다. 아래의 火는 冂처럼 받침대가 변형된 것일 수도 있으나, 단순히 글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
금문에서 熒은 경영할 영(營)을 가차해 쓰이기도 했고, 일종의 청동기 이름으로서 줄 형(鎣)을 가차하기도 했다.
熒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금문을 보면 熒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줄 형(鎣)의 금문 1, 2, 3. 출처: 小學堂
줄 형(鎣)은 위에서 말한 대로 熒으로 가차하기도 했고(금문 1), 熒의 금문 아래에 쇠 금(金)을 더해 뜻을 분명하게 밝혀 주기도 했다(금문 2, 3). 비록 2, 3에서 원래 횃불이어야 할 부분이 수풀 림(林) 같이 변해버리긴 했으나 기본적인 형태는 남아 있다.
이 鎣의 금문을 보면 지금의 熒에서 冂에 해당하는 부분이 횃불을 받치는 엇갈린 받침대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얽힐 영(縈)·영화 영(榮)의 금문도 마찬가지다.
榮·縈의 금문 1, 2, 3. 출처: 小學堂
榮·縈 역시 처음에는 熒으로 가차했고(금문 1), 熒의 금문 아래에 가는실 멱(糸)이나 나무 목(木)을 더해 뜻을 분명하게 밝혀 주면서 지금의 글자가 되었다. 그런데 위의 금문은 1, 2, 3 순으로 오래되었고, 금문 2에서는 횃불과 받침대가 이어져 금문의 熒 모양이 남아 있지만 금문 3에서는 횃불이 火 두 개로 변형되고 받침대와 분리되어 지금의 榮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이 縈은 옥의 빛을 뜻하는 한자로서 옥돌 영(瑩)을 가차해 쓰이기도 했다. 한편 《설문해자》에서는 榮을 오동나무를 뜻한다고 풀이했고, 木에서 뜻을 가져오고 熒의 생략형에서 소리를 가져왔다고 보았다. 이 오동나무에서 현재의 영화, 영광 등의 뜻이 인신되었다.
등불반짝거릴 형(熒, 형촉(熒燭: 반짝거리는 작은 촛불), 청형(靑熒: 옥의 푸른 빛) 등. 어문회 준특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熒+土(흙 토)=塋(무덤 영): 영역(塋域: 산소), 선영(先塋) 등. 어문회 준특급
熒+女(계집 녀)=嫈(소심할/예쁠 앵): 인명용 한자
熒+木(나무 목)=榮(영화 영): 영화(榮華), 허영(虛榮) 등. 어문회 준4급
熒+水(물 수)=滎(실개천 형): 형양(滎陽: 중국 허난성 싱양시) 등. 어문회 준특급
熒+卂(빠를 신)=煢(외로울 경): 경경(煢煢: 외롭고 걱정스럽다), 경독(煢獨: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 등. 어문회 특급
熒+卂(빠를 신)=煢→焭(외로울 경): 어문회 특급
熒+宮(집 궁)=營(경영할 영): 영양(營養), 경영(經營) 등. 어문회 4급
熒+玉(구슬 옥)=瑩(밝을 형|옥돌 영): 형철(瑩澈: 맑음), 최영(崔瑩) 등. 어문회 2급
熒+瓦(기와 와)=甇(목긴병 앵): 앵(甇/罃: 목이 긴 병) 등. 급수 외 한자
熒+示(보일 시)=禜(재앙막는제사 영): 영제(禜祭: 고려·조선 시대에 장마가 개기를 빌던 제사) 등. 급수 외 한자
熒+糸(가는실 멱)=縈(얽힐 영): 영선(縈旋: 휩싸여 빙빙 돌아감), 영회(縈廻: 영선) 등. 어문회 특급
熒+缶(장군 부)=罃(술병 앵): 앵(甇/罃: 목이 긴 병), 위앵(魏罃: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의 이름) 등. 인명용 한자
熒+虫(벌레 훼)=螢(반딧불 형): 형광(螢光), 형설지공(螢雪之功) 등. 어문회 3급
熒+金(쇠 금)=鎣(줄 형): 전형필(全鎣弼) 등. 어문회 준특급
熒+鳥(새 조)=鶯(꾀꼬리 앵): 앵전(鷪囀: 꾀꼬리의 지저귐), 춘앵무(春鷪舞: 춤 이름) 등. 어문회 1급
榮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榮+山(메 산)=嶸(산가파를 영): 쟁영(崢嶸: 산이 높고 가파름), 증영(嶒嶸: 산이 높고 험함) 등. 어문회 준특급
榮+水(물 수)=濚(물졸졸흐를 영): 영수(濚水: 영산강), 윤자영(尹子濚: 조선 시대의 인물) 등. 어문회 준특급
榮+虫(벌레 훼)=蠑(영원 영): 영원(蠑蚖/蠑螈) 등. 급수 외 한자
滎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滎+水(물 수)=濴(물모양 영): 인명용 한자
營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營+心(마음 심)=⿰忄營(지킬 영): 인명용 한자
營+水(물 수)=瀯(물소리 영): 영계(瀯溪: 조선시대의 인물 신희남의 호), 영영(瀯瀯: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등. 어문회 준특급
瑩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瑩+水(물 수)=瀅(물맑을 형): 김근형(金根瀅: 독립운동가), 김기형(金基瀅: 독립운동가) 등. 어문회 2급
鎣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鎣+水(물 수)=灐(사람이름 형): 이재형(李載灐: 대한민국의 국회의장), 허형(許灐: 일제강점기의 화가) 등. 어문회 준특급
熒에서 파생된 한자들.
사소하지만, 熒에서 파생되어 다른 한자를 파생시키는 한자들은 모두 水(물 수)와 결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면서도 다 조금씩 다르게 쓰일 수 있다.
熒은 횃불의 모양을 딴 한자이기 때문에, 파생된 한자들에는 불빛이나 조명 등에서 유래한 뜻이 있다.
螢(반딧불 형)은 虫(벌레 훼)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불빛을 내는 벌레인 반딧불을 뜻한다.
瑩(밝을 형|옥돌 영)은 玉(구슬 옥)이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빛을 내는 옥, 또는 옥 빛이 밝은 것을 뜻한다.
반딧불(螢)은 작은 불빛을 내기 때문에, 熒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작은 것을 뜻하기도 한다.
嫈(소심할/예쁠 앵)은 女(계집 녀)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여자가 소심한 것을 뜻한다.
滎(실개천 형)은 水(물 수)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조그맣게 흐르는 실개천을 뜻한다.
또, 영(營)은 본디 사방을 흙으로 둘러싼 토실을 뜻하는 것이기에 이에서 파생되어 둥근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는 熒이 〇과 형성자의 성부로는 통하는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塋(무덤 영)은 土(흙 토)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흙으로 동그랗게 두른 무덤을 뜻한다.
煢(외로울 경)은 卂(빠를 신)이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원 의미는 새가 빠르게 회전하며 나는 모습이고 이에서 나아가 외로운 모습을 뜻한다.
禜(재앙막는제사 영)은 示(보일 시)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띠풀을 둥글게 엮어 땅을 두르는 제사 의식을 가리킨다.
罃(술병 앵)은 缶(장군 부)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조명용 기름을 담는 둥근 병을 뜻한다.
縈(얽힐 영)은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실로 둥글게 얽힌 것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熒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한편, 힘쓸 로(勞)는 힘 력(力)과 熒이 합한 글자 같이 보이지만 음이 형, 영, 경, 앵과는 다른데, 이는 이 글자의 기원이 熒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요약
熒은 엇갈린 횃불의 모습을 본뜬 상형자다.
熒에서 塋(무덤 영)·嫈(소심할/예쁠 앵)·榮(영화 영)·滎(실개천 형)·煢(외로울 경)·焭(외로울 경)·營(경영할 영)·瑩(밝을 형|옥돌 영)·甇(목긴병 앵)·禜(재앙막는제사 영)·縈(얽힐 영)·罃(술병 앵)·螢(반딧불 형)·鎣(줄 형)·鶯(꾀꼬리 앵)이 파생되었고, 榮에서 嶸(산가파를 영)·濚(물졸졸흐를 영)·蠑(영원 영)이, 滎에서 濴(물모양 영)이, 營에서 ⿰忄營(지킬 영)·瀯(물소리 영)이, 瑩에서 瀅(물맑을 형)이, 鎣에서 灐(사람이름 형)이 파생되었다.
熒은 파생된 한자들에 불빛, 또는 螢에서 온 작은 것, 또는 營에서 온 둥글게 둘러싸는 것의 의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