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20 08:39:25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76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4. 동녘 동(東)에서 파생된 한자들

묶을 속(束), 동녘 동(東), 전대 탁(橐), 가릴 간(柬), 향풀 훈(熏)은 모두 자루를 묶어 놓은 모습에서 나온 비슷한 계통의 글자들이다. 그리고 東은 형성자의 성부로는 납 신(申)과 제한적으로 상호 교체가 가능하다.

또 東에서 파생된 아이 동(童)과, 가운데 중(中)에서 파생된 어릴 충(沖)이 서로 유사한 의미를 띠고 있는 것에서 보이듯이 東은 中과도 형성자의 성부로서 상통한다.

이렇게 지금까지 다룬 형성자의 갈래에서 中, 柬, 束, 申 무려 네 개의 글자와 관련이 있는 글자가 바로 이번 글의 주제인 東이다.

東은 《설문해자》에서는 “만물이 처음 움직이는 것이다. 나무 목(木)을 따른다. 관부의 설에 따르면, 해가 나무 가운데에 있는 것을 따른 것이다.”라고 풀이해, 木과 날 일(日)이 결합한 회의자로 본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나무 가운데 있는 모습이라고 보면 그럴듯한 풀이다.

그러나 갑골문이 발견되면서 東의 해석은 새롭게 바뀌었다.

66eb51376dacf.png?imgSeq=34786

東의 다양한 갑골문. 출처: 小學堂


지금의 東에서 큰 변화가 없긴 하지만, 중간 부분이 日처럼 한 줄만 그어진 게 아니라 두 줄이 그어지기도 하고, X표가 그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東을 관통하는 세로 줄이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가운데가 日이라는 종래의 설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대신, 束이나 橐에서처럼 이 글자를 자루를 묶어 놓은 형상으로 해석하는 설이 유력해졌다. 실제로도 갑골문에서는 束을 東으로 읽어야 하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갑골문과 금문에서 모두 東의 주된 뜻은 바로 지금처럼 '동녘'이란 뜻인데, 실제 東의 자형과는 무관한 가차로 보인다.


東을 束처럼 짐을 담은 자루를 묶어놓은 형상으로 보면 이해하기 쉬운 한자로 무거울 중(重)이 있다.

66ec99b6ef5f1.png?imgSeq=34857

重의 변천. 왼쪽부터 갑골문, 주나라 금문, 전국시대 초나라 금문, 설문해자 소전. 출처: 小學堂.


처음에는 사람 인(人)과 東을 같이 써, 사람이 자루에 묶은 짐을 무겁게 지고 간다는 데에서 무겁다는 뜻이 나왔다. 전국시대부터는 흙 토(土)를 東의 아래에 더하고 人을 東의 위에 이어 썼고, 《설문해자》에서는 人과 土가 결합하면 빼어날 정(북방 임壬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유사하나 다른 한자)이므로 빼어날 정이 뜻을 나타내고 東이 소리를 나타내는 한자로 풀이했다. 아쉽게도 빼어날 정은 유니코드 U+2123C로 유니코드의 기본 다국어 평면 밖이라 자주 깨지기 때문에, 비슷한 壬으로 대신해서 보면 壬의 가운데에 東을 겹쳐 쓴 한자가 重인 셈이다.


東에서 소리를 따온 또 다른 한자로는 아이 동(童)도 있다.

66ec9c98b6b4b.png?imgSeq=34858

童의 변천. 왼쪽부터 갑골문, 금문,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 설문해자 소전. 출처: 小學堂


童은 重에서와는 달리 東이 순수하게 소리만을 맡는다. 갑골문에서는 눈 목(目)과 바늘의 모양을 나타내는 허물 건(䇂)을 써서, 바늘로 눈을 찔러 실명하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나아가서 이렇게 실명하게 한 어린 노예를 가리키기도 했고, 이에서 '어린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금문에서는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東을 더했고, 위 그림처럼 土도 더하기도 했다.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目과 東의 모양이 뭉개져서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고, 소전에서는 目이 생략되었다. 지금의 해서체는 䇂도 설 립(立)으로 간략해진 꼴이다.

한편 바늘로 눈동자를 찌르는 것에서 원 뜻이 눈동자고 이 뜻을 나타내기 위해 후대에 目을 또 더해 눈동자 동(瞳)이 파생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이렇게 구성된 童은 금문에서는 움직일 동(動)이나 발꿈치 종(踵) 등, 東에서 후대에 파생되는 다양한 한자들을 가차해 쓰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어린아이 종이라는 뜻을 더 분명하게 하기 위해 人을 더한 아이종 동(僮)이란 한자를 만들기도 했다.


東(동녘 동, 동방(東方), 극동(極東) 등. 어문회 8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東+冫(얼음 빙)=凍(얼 동): 동결(凍結), 냉동(冷凍) 등. 어문회 준3급

東+木(나무 목)=棟(마룻대 동): 동량(棟梁/棟樑), 본동(本棟) 등. 어문회 2급

東+䇂(허물 건)+目(눈 목)+土(흙 토)=童(아이 동): 동화(童話), 목동(牧童) 등. 어문회 준6급

東+虫(벌레 훼)=蝀(무지개 동): 동룡굴(蝀龍窟), 체동(䗖蝀) 등. 어문회 특급

東+人(사람 인)+土(흙 토)=重(무거울 중): 중량(重量), 경중(輕重) 등. 어문회 7급

重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重+力(힘 력)=動(움직일 동): 동작(動作), 노동(勞動) 등. 어문회 준7급

重+尢(절름발이 왕)=尰(수중다리 종): 미종(微尰: 각기병과 수종다리) 등. 어문회 특급

重+田(밭 전)=畽(염우없을 톤|빈터 탄): 정탄(町畽) 등. 어문회 특급

重+禾(벼 화)=種(씨 종): 종자(種子), 각종(各種) 등. 어문회 준5급

重+肉(고기 육)=腫(종기 종): 종기(腫氣), 부종(浮腫) 등. 어문회 1급

重+艸(풀 초)=董(바를 동): 동독(董督), 골동품(骨董品) 등. 어문회 2급

重+行(다닐 행)=衝(찌를 충): 충돌(衝突), 완충(緩衝) 등. 어문회 준3급

重+足(발 족)=踵(발꿈치 종): 종골(踵骨), 거종(擧踵) 등. 어문회 1급

重+金(쇠 금)=鍾(쇠북 종): 종자(鍾子), 황종(黃鍾) 등. 어문회 4급

童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童+人(사람 인)=僮(아이종 동): 동복(僮僕), 가동(家僮) 등. 어문회 특급

童+巾(수건 건)=幢(기 당): 당주(幢主), 서당(誓幢) 등. 어문회 준특급 

童+心(마음 심)=憧(동경할 동): 동경(憧憬), 동동(憧憧) 등. 어문회 1급

童+手(손 수)=撞(칠 당): 당구(撞球), 당착(撞着) 등. 어문회 1급

童+水(물 수)=潼(물이름 동): 동관(潼關), 벽동(碧潼) 등. 어문회 준특급

童+目(눈 목)=瞳(눈동자 동): 동공(瞳孔), 망동어(望瞳魚) 등. 어문회 1급

童+田(밭 전)=疃(짐승발자국/마을 탄): 탄(疃: 논밭 너비의 단위), 촌탄(村疃: 마을) 등. 어문회 특급

童+网(그물 망)=罿(새그물 동): 어문회 특급

童+金(쇠 금)=鐘(쇠북 종): 종(鐘), 자명종(自鳴鐘) 등. 어문회 준특급

動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動+心(마음 심)=慟(서러워할 통): 통곡(痛哭/慟哭), 애통(哀慟) 등. 어문회 1급

66ecac0daf5a6.png?imgSeq=34863東에서 파생된 한자들.


鐘과 鍾은 둘 다 어문회에서 정한 훈음이 '쇠북 종'으로 동일한데, 鍾의 다른 뜻인 '술잔', '술그릇'으로는 鐘을 쓰지 않지만 이렇게 쓰는 예는 종지의 원말인 종자나 차종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쇠북, 그러니까 소리 나는 종으로는 두 한자 다 쓸 수 있는데, 이는 금문에서도 나타난다.

66eca0b914154.png?imgSeq=34859

금문의 다양한 鐘. 맨 오른쪽은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로, 銿에 해당한다. 출처: 小學堂


위의 금문 중 맨 오른쪽이 鐘이고, 그 다음은 좌우가 자리를 바꾼 鍾이며, 그 다음은 좌우가 자리를 바꾼 錬이다. 東과 이에서 파생된 重, 童이 金과 짝을 지으면 모두 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東과 소리가 좀 다른 솟을 용(甬)까지도 종의 성부가 될 수 있다. 만약 가장 간단한 한자가 좋겠다고 鐘이나 鍾 대신 錬이 통용되었다면 쇠불릴 련(鍊)과 혼동되는 사태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66eca5805320e.png?imgSeq=34862

왼쪽부터 動의 금문,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 설문해자 고문, 설문해자 소전. 출처: 小學堂


動은 금문에서는 童을 가차해서 썼고,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에서는 뜻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 지금과는 달리 쉬엄쉬엄갈 착(辵)을 더했다. 어린 노예가 일을 하며 가는 모습에서 움직인다는 뜻이 나온 것 같이 보인다. 설문해자 고문은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를 계승하되 童 대신 重으로 썼는데 무거운 것을 지고 가는 것에서 움직인다는 뜻이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설문해자 소전에서 辵 대신 지금처럼 力으로 바뀌어, 무거운 것을 힘을 써서 움직인다는 뜻이 되었다.

이처럼 童과 重이 형성자의 성부로 교체 가능한 또 다른 글자로는 衝도 있다. 衝은 소전이나 예서에서는 重 대신 童을 쓰는 것으로 나타나나, 현대에는 重으로 쓰고 있다.


비록 鐘·衝과 東의 의미 관계를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이상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6ecb5858ecd2.png?imgSeq=34871東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東은 양쪽을 묶은 자루를 본딴 상형자로, '동녘'이란 뜻은 가차한 것이다.

東에서 凍(얼 동)·棟(마룻대 동)·童(아이 동)·蝀(무지개 동)·重(무거울 중)이 파생되었고, 重에서 動(움직일 동)·尰(수중다리 종)·畽(염우없을 톤|빈터 탄)·種(씨 종)·腫(종기 종)·董(바를 동)·衝(찌를 충)·踵(발꿈치 종)·鍾(쇠북 종)이, 童에서 僮(아이종 동)·幢(기 당)·憧(동경할 동)·撞(칠 당)·潼(물이름 동)!瞳(눈동자 동)·疃(짐승발자국/마을 탄)·罿(새그물 동)·鐘(쇠북 종)이 파생되었고, 動에서 慟(서러워할 통)이 파생되었다.

東·重·童은 형성자의 성부로서 제한적으로 같이 쓰일 수 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밀리어
24/09/20 16:12
수정 아이콘
동녘 동의 한자형태와는 달리 갑골문 네가지중 세가지가 상하간 대칭을 이루고 있네요
계층방정
24/09/21 12:33
수정 아이콘
한자의 획이 곧은 형태로 바뀌면서 있던 대칭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24/09/20 16:39
수정 아이콘
오 저도 東을 日과 엮어서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크크 이게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니
계층방정
24/09/21 12:33
수정 아이콘
저도 아마 그렇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24/09/20 17:14
수정 아이콘
어...해가 나무에 걸린게 아니었어?
계층방정
24/09/21 12:34
수정 아이콘
그도 그렇고 대체 왜 묶은 자루를 동녘으로 가차한 건지도 신기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301 [일반] 영화는 재미가 있으면 된다. 트랜스포머 ONE (아주 약스포) [4] 이쥴레이5564 24/09/20 5564 2
102300 [정치] 대북 정책에 대한 개인적 잡상 [39] 차라리꽉눌러붙을6147 24/09/20 6147 0
102299 [일반] 티맵 네이버내비 카카오내비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점 [63] 윤석열9384 24/09/20 9384 6
102298 [일반] 로마제국의 멸망사 [21] Neuromancer4670 24/09/20 4670 25
102297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4. 동녘 동(東)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608 24/09/20 2608 3
102296 [정치] (단독)"2월29일 칠불사 회동…김건희 공천 개입 폭로 논의" [302] 항정살17308 24/09/20 17308 0
102294 [일반] 헤즈볼라에 납품된 무선호출기를 공급한 헝가리 회사는 유령회사 [59] DownTeamisDown11958 24/09/19 11958 2
102293 [일반]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집계 기준 천만장 이상 팔린 하드락&메탈 앨범 [17] 요하네즈6138 24/09/19 6138 1
102292 [정치] 인스타그램 10대 청소년 계정 비공개 전환.. 한국 내년 적용 전망 [150] 전기쥐13982 24/09/19 13982 0
102291 [일반] <베테랑2> - 기묘한 계승, 아쉬운 변화.(노스포) [16] aDayInTheLife6457 24/09/19 6457 4
102290 [일반] [스포] '장손들의 연대' 영화 '장손' [7] 빼사스6970 24/09/18 6970 5
102289 [일반] 약스포) 베테랑2 후기 [15] 라이징패스트볼6116 24/09/18 6116 0
102288 [일반] 겨울의 불꽃놀이. 여름의 귤. 타고난 기질. 거참귀찮네4290 24/09/18 4290 1
102287 [일반] 인생 참 여러가지 있네요 [30] 흰둥9525 24/09/18 9525 2
102286 [일반]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대원 소유 삐삐 수백대 동시 폭발. 최소 9명 사망 [115] 매번같은13067 24/09/18 13067 0
102285 [일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13] 항정살5642 24/09/17 5642 25
102284 [일반] 베테랑2 보고 (스포 다량) [60] PENTAX8722 24/09/17 8722 7
102283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3. 납 신(申)에서 파생된 한자들 [15] 계층방정4771 24/09/17 4771 3
102282 [일반] [팝송]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새 앨범 "The Secret of Us" 김치찌개4267 24/09/17 4267 0
102281 [일반] 진짜 좋은 공연 방송인 KBS 대기획 - 딴따라 JYP [20] 시나브로10378 24/09/17 10378 6
102280 [일반] 개인적인 올해 최고의 컨텐츠 <KFN 역전다방 한국전쟁편> [14] Darkmental7308 24/09/16 7308 4
102279 [일반] 모아보는 개신교 소식 [13] SAS Tony Parker 6779 24/09/16 6779 0
102278 [일반] [서평]《최고의 선택을 위한 최고의 질문》 - 섬김의 필수 덕목, 질문 [6] 계층방정4037 24/09/16 403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