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07 05:18:17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70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9. 가릴 간(柬)에서 파생된 한자들

한자는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문자이기 때문에, 지금은 서로 다른 음인 한자들이 옛날에는 같은 음인 경우가 있다. 그 예 중에 하나가 《설문해자》에서 잔물결 련(漣)의 본자로 제시하는 물결 란(瀾)이 지금은 서로 다른 글자인 것이다. 漣은 성부로 이을 련(連)을 쓴 것이고, 瀾은 가로막을 란(闌)을 쓴 것이니 옛날에는 두 한자의 음이 비슷했을 것을 암시한다.

瀾의 성부인 闌은 현대에 거의 쓰이지 않으나 난간 란(欄)이나 난초 란(蘭) 등의 성부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 글자도 형성자로 문 문(門)이 뜻을 나타내고 가릴 간(柬)이 소리를 나타낸다. 이번 글에서는 柬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자.


柬은 얼른 보기에도 동녘 동(東)이나 묶을 속(束)과 비슷해 보이는데 실제로도 연관이 있다. 束은 나무를 줄로 묶어 놓은 모습을 본딴 문자고, 柬은 이 안에 점을 두 개 찍은 모습이다.

66d9a1b6aebf6.png?imgSeq=34228

왼쪽부터 주나라 초기 금문, 전국시대 진(晉)계 금문, 초나라 간독 문자 2종, 설문해자 소전. 출처: 小學堂


《설문해자》에서는 이 두 개의 점을 '나누다'를 뜻하는 여덟 팔(八)로 보아, '구별하여 나눈 대쪽'이라 해서 '분별하다'를 뜻하는 글자로 해석했다. 최근에는 두 개의 점이 八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아, 금문에서 비슷하게 생긴 향풀 훈(熏)과 연관해 해석하는 설도 나왔다. 금문에서도 柬을 熏으로 해석해야 하는 용례가 있다.

&31.E2DE;

향풀 훈(熏)의 금문. 출처: 小學堂


熏과 柬을 비교해 보면 熏은 점이 4개, 柬은 점이 2개 있다. 주머니에 넣어 둔 향풀 조각들에 주목하는 것이 熏이며, 향풀을 가려 뽑아 주머니에 넣어 둔 행위에 주목하는 것이 柬에 해당한다.


가릴 간(柬, 어문회 준특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柬+手(손 수)=揀(가릴 간): 간택(揀擇), 분간(分揀) 등. 어문회 1급

柬+木(나무 목)=楝(멀구슬나무/소태나무 련): 연엽적(楝葉炙), 고련자(苦楝子) 등. 급수 외 한자

柬+火(불 화)=煉(달굴 련): 연유(煉乳), 연탄(煉炭) 등. 어문회 2급

柬+糸(가는실 멱)=練(익힐 련): 연습(練習/鍊習), 세련(洗練/洗鍊) 등. 어문회 준5급

柬+言(말씀 언)=諫(간할 간): 간언(諫言), 사간(司諫) 등. 어문회 1급

柬+金(쇠 금)=鍊(쇠불릴/단련할 련): 연단(鍊鍛), 훈련(訓鍊/訓練) 등. 어문회 준3급

柬+門(문 문)=闌(가로막을 란): 난문(闌門), 흥란(興闌) 등. 어문회 특급

柬+魚(물고기 어)=鰊(청어 련): 연란해(鰊卵醢), 은연어(銀鰊魚) 등. 급수 외 한자

䦨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闌+巾(수건 건)=幱(내리닫이 란): 난삼(襴衫/幱衫), 금란굴(金幱窟) 등. 급수 외 한자

闌+手(손 수)=攔(막을 란): 난조(攔阻), 좌차우란(左遮右攔) 등. 급수 외 한자

闌+木(나무 목)=欄(난간 란): 난간(欄干/欄杆), 본란(本欄) 등. 어문회 준3급

䦨+水(물 수)=瀾(물결 란): 난한(瀾汗), 파란(波瀾) 등. 어문회 1급

䦨+火(불 화)=爛(빛날 란): 난상(爛商), 찬란(燦爛/粲爛) 등. 어문회 2급

闌+玉(구슬 옥)=瓓(옥빛 란): 이희란(李熙瓓) 등. 어문회 특급

䦨+艸(풀 초)=蘭(난초 란): 난초(蘭草), 목란(木蘭) 등. 어문회 준3급

闌+衣(옷 의)=襴(내리닫이 란): 난삼(襴衫/幱衫), 수란(繡襴) 등. 급수 외 한자

66da37ca998c7.png?imgSeq=34239

柬에서 파생된 한자들.


柬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가려 뽑아 정제한다는 뜻을 지닌다.

揀(가릴 간)은 手(손 수)가 뜻을 나타내고 柬이 소리를 나타내며, 柬이 뜻도 나타내 손으로 가려 뽑는 행위를 한다는 뜻이 나왔다.

煉(달굴 련)은 火(불 화)가 뜻을 나타내고 柬이 소리를 나타내며, 柬이 뜻도 나타내 불로써 정제하고자 달군다는 뜻이 나왔다.

練(익힐 련)은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柬이 소리를 나타내며, 柬이 뜻도 나타내 실을 정제한다는 데에서 익힌다는 뜻이 나왔다.

諫(간할 간)은 言(말씀 언)이 뜻을 나타내고 柬이 소리를 나타내며, 柬이 뜻도 나타내 정제한 말이라는 데에서 간언이라는 뜻이 나왔다.

鍊(쇠불릴/단련할 련)은 金(쇠 금)이 뜻을 나타내고 柬이 소리를 나타내며, 柬이 뜻도 나타내 쇠를 정제한다는 데에서 단련한다는 뜻이 나왔다.


闌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대부분이 순수한 형성자지만, 일부는 가로막는다는 뜻을 지닌다.

攔(막을 란)은 手(손 수)가 뜻을 나타내고 闌이 소리를 나타내며, 闌이 뜻도 나타내 손으로 가로막는 행위를 한다는 뜻이 나왔다.

欄(난간 란)은 木(나무 목)이 뜻을 나타내고 闌이 소리를 나타내며, 闌이 뜻도 나타내 가로막는 나무에서 난간이라는 뜻이 나왔다.

이상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6db6255bd8ba.png?imgSeq=34295

柬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柬은 금문에서 처음 발견되고,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대부분 전국시대 이후에 나타내기 시작한다. 금문에서 발견되는 파생자는 諫과 䦨이 있다.

諫은 금문에서는 지금의 뜻인 '간하다'가 아니라, 칙서 칙(敕)과 통용되는 글자로 쓰였다. 칙서 역시 가려 뽑은 왕의 말이라는 점에서는 뜻에서 柬과의 관련을 찾아볼 수 있다.

66da1118f3f8c.png?imgSeq=34235

금문의 諫(간할 간). 출처: 小學堂


諫의 금문을 보면 柬의 束 안에 있는 두 점이 八이 아니라는 것이 좀 더 명백해진다. 맨 오른쪽은 문 문(門) 안쪽에 柬과 言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의 헐뜯을 란(讕)과 글자 구성이 같지만 금문의 諫과 같은 의미로 활용되었다. 아래에 현대의 해서화한 형태를 나타내 보았다. 가려 뽑은[柬][言]이 문(門) 밖을 나가 칙서로 반포되었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66da13a1b9263.png?imgSeq=34236

門이 더해진 諫의 해서화. 출처: zi.tools.


䦨의 금문은 화려한 변형을 자랑한다.

66da28305be22.png?imgSeq=34237

금문의 다양한 闌과 해서화. 출처: 小學堂


기본 형태인 門과 柬이 합한 형태 외에, 閒(사이 간, 한가할 한)과 柬이 합한 형태도 있고, 여기에 柬 대신 宀(집 면)+束+月이 들어가기도 하는 등 복잡한 변화를 보인다.

금문에서는 종 소리가 조화롭고 아름답다는 의미로 난란(闌闌)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시경》에서는 이 단어를 간간(簡簡)이라고 쓴다. 설문해자에서 柬을 해설할 때에도 대쪽 간(簡)을 사용해서 풀이하는데, 柬, 簡, 闌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䦨의 금문에 있는 閒도 어쩌면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요약

柬은 향풀을 가려 뽑아 주머니에 묶어 두었다는 데에서 '가리다'를 뜻한다.

柬에서 揀(가릴 간)·楝(멀구슬나무/소태나무 련)·練(익힐 련)·諫(간할 간)·鍊(쇠불릴/단련할 련)·闌(가로막을 란)·鰊(청어 련)이 파생되었고, 闌에서 幱(내리닫이 란)·攔(막을 란)·欄(난간 란)·瀾(물결 란)·爛(빛날 란)·瓓(옥빛 란)·蘭(난초 란)·襴(내리닫이 란)이 파생되었다.

柬은 파생된 한자에 '정제하다'의 뜻을, 闌은 '가로막다'의 뜻을 부여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9/07 10:18
수정 아이콘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계층방정
24/09/07 17:52
수정 아이콘
항상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9/07 20:43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䦨의 8번째 금문은 보기만해도 정신 나갈 거 같군요 크크
계층방정
24/09/07 21:3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도 저런 글자는 어쩌다가 나온 건지 신기합니다. 달 월이 두 번이나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470 [일반] <조커2 : 폴리 아 되>에 관한 옹호론 (1,2편 스포有) [155] 오곡쿠키5933 24/10/16 5933 7
102469 [일반] [2024여름] Fourteen years ago and now [5] 제랄드2240 24/10/16 2240 8
102468 [일반] 2024년 노벨경제학상 - 국가간의 번영 격차에 대한 연구 [30] 대장군8263 24/10/15 8263 2
102466 [일반] 카리스마와 관료제 그리고 그 미래 [14] 번개맞은씨앗4835 24/10/15 4835 0
102465 [일반] [2024여름] 아기의 터 파는 자세 / 덤 사진 (움짤 용량 주의) [23] 소이밀크러버5059 24/10/15 5059 23
102464 [일반] [2024여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해봅니다. [6] 뿌루빵3264 24/10/15 3264 10
102463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1. 등불반짝거릴 형(熒)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027 24/10/15 2027 3
102462 [일반] PGR21 2024 여름 계절사진전을 개최합니다 及時雨2056 24/09/21 2056 0
102461 [일반] [역사]빔 프로젝터는 왜 TV보다 비쌀까? | 프로젝터의 역사 [8] Fig.14799 24/10/14 4799 7
102460 [일반] 가을 테마 음원이 오늘 발매되었는데... 지금이 가을 맞을까요?-_-;; [2] dhkzkfkskdl3065 24/10/14 3065 0
102459 [일반] [예능] 흑백요리사 감상문(스포 있음) [14] 라울리스타5132 24/10/14 5132 24
102458 [일반] 병무청 설립이래 최초 "자발적 대리입대" 적발 [43] 계피말고시나몬8068 24/10/14 8068 1
102457 [일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 드라마 미쳤네요!!! [44] Anti-MAGE8268 24/10/14 8268 3
102456 [일반] [서평]《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모든 애착이 다 가치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안정 애착을 누릴 수 있다 [2] 계층방정2729 24/10/14 2729 4
102455 [일반] 전성기 이주일 선생님의 위상을 나름 느낄 수 있는 사진 [42] petrus9945 24/10/13 9945 4
102454 [일반] 요즘 본 영화 [8] 그때가언제라도8596 24/10/12 8596 2
102453 [일반] 『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18] meson8301 24/10/12 8301 35
102452 [일반] 고급 휘발유는 왜 비싼가? 및 잡설 [22] 좁쌀9328 24/10/12 9328 4
102451 [일반]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다. [17] 럭키비키잖앙7552 24/10/12 7552 8
102450 [일반] 기노시타 히데요시, 가네가사키의 전설을 쓰다 [8] 식별4270 24/10/12 4270 5
102449 [일반] [2024여름] 인생 첫 유럽 여행 [30] 시무룩3060 24/10/12 3060 13
102446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0. 22-39편 정리 계층방정3101 24/10/11 3101 2
102445 [일반] <전란> 후기(노스포) [14] 라이징패스트볼6373 24/10/11 6373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