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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09:40
세상은 예민하고 화내고 불평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하지만 모든 불만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불만은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불만은 오히려 세상을 나쁜 방향으로 바꾸기도 한다. 심지어 처음에는 좋은 의도와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던 불만이 정도가 지나쳐 세상을 오히려 망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초중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의 교육 현장은 분명 야만적이었다. 영화 <바람>을 본 적 있는가? 그 시절의 일들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련하게 그려낸 작품이지만, 그 시절의 여러 모습이 야만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야만성에 불만을 가졌고, 이러한 불만은 교육 현장을 바꾸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봤을 때, 오늘의 모습이 과거의 야만에 비해 더 나은 모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불만은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종종 '작작 좀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상 일의 대부분이 그렇듯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 또한 불만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세상 일의 대부분이 그렇듯 올바른 방법과 제한이 없으면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그럼 그 방법과 제한이 무엇이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아쉽지만 답은 없다. 케바케로 접근해야 한다. 어떤 건 조금만 바꾸는 것도 조심조심 접근해야 한다. 어떤 건 과격한 변화가 필수일 수도 있다. 다만 이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있다. 겸손해야 한다. 내가 가진 불만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이 불만으로 세상을 바꾸는 게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함이 결여된다면, 불만은 세상을 나르시시스트의 천국으로 만들 것이다. ----------------------------------------------- 서평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4/06/13 20:28
역시 글 잘 쓰시는 분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은데, 마스터충달님께서 저보다 더 저 책을 읽고 받을 법한 생각을 잘 써주신 것 같아요.
24/06/13 13:32
이미 누군가가 쓰고 있던 단어를 다른 이미지를 덧씌워서 성공적으로 오염시킨 사례에 대해 단어를 재정의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생각부터 드네요.
"깨어있는 시민" 에서 "깨시민 크크 어휴" 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깨시민은 사실 좋은 단어다! 우리가 다시 정의한다!" 라고 해 봐야 단어가 정화될 거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거랑 비슷해 보입니다. 다른 주장들이 읽어볼만한 것 같은데, 오히려 저 단어 "눈송이" 를 계속 끌고 가면 거기에서부터 턱 막힐 것 같아보여요.
24/06/13 20:47
척척석사님 말씀도 듣고 보니 그렇네요. 책의 원제가 '우리는 눈송이가 필요하다'인 걸 감안하면 불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던 게 아닐까 합니다.
24/06/13 14:24
나무위키의 snow flake 설명은 이렇게 나와있군요
의미 자체는 한국의 유리멘탈과 비슷하지만, 차별 경험이나 트라우마가 그러한 부분에서 예민하거나 혹은 정당하게 이의 제기를 하는 소수자들을 폄하할 때 많이 사용하며, 미국 현지에서 이 용어가 차지하는 위치는 거의 일베용어에 준하기 때문에 극우 진영 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24/06/13 20:52
영어 위키백과에도 Snowflake (slang)으로 올라와 있는데, 일본어 위키백과에는 '두부멘탈', 광동어 위키백과에는 '유리멘탈' 정도에 해당하는 유리심(瑠璃心)으로 연결되더군요. 그리고 broflake라는 말도 나와 있는데, 원래 눈송이가 좌파를 욕하는 말로 쓰이는 것과 대비해 백인 남성 우파가 방향만 다른 '눈송이'라고 비아냥대는 용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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