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6/08 14:49:22
Name 성야무인
Subject [일반] 제가 들었던 노벨상 수상자 강의에 대해서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니 다수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년 전 일이라 기억의 왜곡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질문 게시판란에 느니느나타임님이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받았을 때 수입?'를 글을 보고 씁니다.

다른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도 들었지만 제가 이야기해 드리는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는

제가 기대했던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와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파릇파릇한 석사 시절이었던 20년 전 갑자기 학교에서 엄청난 홍보를 합니다.

노벨 의생리상 수상한 지 5년밖에 안 되는 루이스 이그나로 (Louis J. Ignarro) 교수가 강연한다고 말이죠.

지금에야 몇 번 들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 당시에는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듣는다는 생각이 기대가 부풀어 올랐고

그냥 기대를 한 게 아니고 내가 노벨상 수상자의 생애 강연을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혀서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2시간 정도의 강연이었고 강의는 의대 연구소에서 했기 때문에

청자는 대부분 기초 대학원생이나 의대생과 의사들이 주였습니다.

초반부 강의는 NO-의 (nitro oxide)에 대한 평범한 강의와 더불어

노벨상 탔던 이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거기에 비아그라 이야기까지 동반하여 자신의 연구가 그쪽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식으로

풀어나갔습니다.

강연 수준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긴 했고 어차피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이라

후반부에는 좀 더 공부하고 있는 전문가 수준에 맞는 강연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 강연부터는 제가 상상했던 강연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갑니다.

노벨상 받기 일보 직전 이그나로 교수는 전 부인과 이혼 상태였고 랩실의 젊은 제자와 결혼한 상태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자기 딸이 전화로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당시 상황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썰을 풉니다.

여기까지야 그러려니 했는데 그때 당시 수많은 청자를 분개하게 만드는 말을 합니다.

'너희들은 노벨상을 탈 수 없을 테니 내가 노벨상 탈 때 상에 사인하는 사진과 노벨상 수상 강연하는

사진 보여줄게' 라고, 웃으면서 강연을 이어 나갑니다.

사실 그냥 노벨상 탈 때 사진만 보여줄 게 이러면야 뭐 그러려니 했겠지만

옆에 있던 랩실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거기에 난 노벨상 타고 슬슬 젊은 부인과 즐거운 생활하는 내용으로 후반부 강연을 때우고

결정적으로 이 말할 때 참 어이까지 없어졌습니다.

'미국은 노벨상 탄 이후 그 상금에 대해 세금 내는 거 알고 있냐?'라고 할 때 말이죠.

이런 상황이니 처음 참석했던 노벨상 수상자 강연은 실망 그 자체였고

노벨상 탄 사람들은 다 저런가? 라는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참석한 정말 연구에 미친 듯이 매진하는 다른 수상자의 강연은 매우 달랐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런 강연을 하면서 즐기면서 살았던 이그나로 교수의 현재 모습은

Herbalife라는 회사의 자문으로 있으면서 강연 다니고 광고 동영상도 출연하고

그 외 본인의 컨설팅회사에서만 2013년에 자문료만 Herbalife에서 1,500만 달러 받아

돈 잘 벌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이 강연을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기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정도일 꺼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혹시라도 노벨상 강연자를 선택하게 된다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은 좀더 쉽게 하겠지만

학교에서 이런 사람을 선택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하는 게

학생들이나 연구자들에게 휠씬 이득일 겁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그나로 박사의 선택에 대해서 잘못되었더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돈을 좇고 있긴 하지만 노벨상 타면서

(아 절은 연구원 제자랑 결혼한 건 노벨상 타기 전이었습니다)인생의 승리자고 지금까지도 살아있으면서 왕성히 활동하니까요.

다만 노벨상 수상자 중에 이런 사람도 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6/08 15:13
수정 아이콘
제가 무식해서 다른 감흥은 없고,
파릇파릇한 시절이 이십년전이시라니 뭐랄까....음...
No.99 AaronJudge
24/06/08 15:15
수정 아이콘
아무랴도 뭐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까요 크크
안군시대
24/06/08 15:17
수정 아이콘
허벌라이프라니, 다단계 회사 모델을.. 하긴, 매시도 모델 했었죠;;
성야무인
24/06/08 22:57
수정 아이콘
거기 핵심 연구자급이라서 말이죠.
삼성전자
24/06/08 15:58
수정 아이콘
섭외하는 입장이되면 노벨상 수상자 그자체로 모시기 1순위지, 거기에 더해 인성이나 강의력까지 따져가며 고르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더욱이 한국처럼 섬나라인 경우에는.
24/06/08 16:11
수정 아이콘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은 들은 적이 없고, 필즈메달 수상자 강연은 들은 적 있어요.

그 분의 강연은 교양 강연과 전공자 강연 두 개가 있었는데, 무슨 깡인지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자 강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나중에 강연 끝나고 사인도 받았지요.

당연한 일이지만 강연 내용은 하나도 이해 못했어요. 그냥 강연 참석에 의의가 있었을 뿐이죠.

그래도 티는 안내고 있었는데 옆에 수학과 교수님들 얘기를 그냥 듣게 되었습니다.

”아.. xx부분부터 도무지 이해가 안되네요“

”저도 거기서부터 놓쳤어요.“

괜히 필즈 메달을 타는게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야무인
24/06/08 22:58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정도의 강의만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전공자들 상대로 일반인 수준의 강의를 하고

잡설이니 풀어놓으니까요.
돔페리뇽
24/06/08 16:33
수정 아이콘
유게였던가요?
사실 돈만 놓고 보면 뭘해도 전세계에서 원하는 건물 3개 주는걸 이기기는 힘들듯... 
24/06/08 18:14
수정 아이콘
양자역학 완전 이해 및 미,거시세계 대통합이론 완성이니 그깟 돈따위는 할 명예겠죠.
24/06/08 20:17
수정 아이콘
하지만 에펠탑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건물주 이름 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죠...
느나느나타임
24/06/08 20:33
수정 아이콘
오히려 좋아..
돔페리뇽
24/06/08 21:30
수정 아이콘
222222 크크크크
아무도 모르게 부자인게 젤 좋은듯...
24/06/08 20:57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MLKNdekZLmo?si=lU3d_xzjwanzUD2L

충주시 홍보맨 영상 생각나네요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성야무인
24/06/08 22:59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하죠..

원하는 건물 3개만 있으면야 뭐..

임대료만 하더라도 충분히 먹고 살겁니다.
김재규열사
24/06/08 17:42
수정 아이콘
허벌라이프 크흠
24/06/08 17:54
수정 아이콘
지성과 인격이 비례하는 건 아니니까요. 
임전즉퇴
24/06/08 19:03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그래도 역시 탈모는 어쩔수없네요 크크
묵리이장
24/06/08 19:12
수정 아이콘
저도 노벨상 수상자 강연을 들었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학생들아~ 멍청한 교수 밑에 있다면 빨리 떠나라'
성야무인
24/06/08 23:00
수정 아이콘
아마 저랑 비슷한 분 강연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그 이야기 듣고 청중들이 깔깔깔 웃었는데 말이죠.
아싸리리이
24/06/08 21:42
수정 아이콘
꽤나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있는게 어떤 한 분야의 대가들을 인격의 완성으로 보는 것 같더군요.
인격의 완성과 분야의 완성은 완전히 다른 카테고린데 말이죠.
24/06/08 22:05
수정 아이콘
그러네요. 전공실력과 강의실력(전달력)은 별개라는건 익숙한데
분야의 완성과 인격의 완성은 동일시 해서 실망을 하네요.
척척석사
24/06/08 22:38
수정 아이콘
옛날에는 그나마 대가 명예 이런 걸 확장시키는 정도였는데 요새는 돈 많이 번 사람한테도 무슨 권위를 부여하려고 하더라구요

???: 그래서 철구보다 수입 많음?
소금물
24/06/10 09:30
수정 아이콘
사실 그런 사람들은 돈 많다 = 권위 보다도, 그냥 자기 원하는대로 쓰려고 아무 논리나 갖다 쓰는거라고 생각해요. 일침 및 사이다가 대세가 되면서 인터넷에서 하는 반박이란게 거의 다 저런식이 된거 같은..
성야무인
24/06/08 23:03
수정 아이콘
다른 이야기겠지만 히틀러도 전쟁하기 전까지

미국인들에게도 팬까지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R&D쪽에서 대가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 중에 인격자를 찾아보기 정말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게 어쩔수밖에 없는게 워낙 한분야에 실적을 내기 위해 외골수적으로 있어서 말이죠.

이상한 실험했다가 학생 희생양으로 삼고 빠져나온 유명 교수도 봤으니까요.
세크리
24/06/08 23:27
수정 아이콘
사실 노벨상 수상자로 뭉퉁그리지만, 커뮤니티에서 인정하는 정도는 다 다른데, 일반인들은 알기 어렵죠. 노벨상 타고 펑펑 놀면 학계 평판은 엄청 떨어집니다. 그리고 애초에 사실 자기는 별로 한거 없으면서 논문에 이름 잘 올려서 된 경우도 있고요. 사실 그래서 학계에서 좋은 강연자는 노벨상을 이미 탄 사람보다 다음에 탈게 유망한 사람입니다. 그래야 알려진게 아닌 새로운 뷰도 얻을 수 있고, 무슨 일이 재밌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성야무인
24/06/09 00:27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합니다.

단순히 노벨상 탄 사람에 대한 강연만 듣느냐 아니면 전공자들이 모인 장소에서 강연을 하느냐인데

일반인 상대로 하면 당신들은 노벨상 못탈테니까라고 하면 기분은 좀 그렇겠지만 어느정도 넘어 갈수도 있을 수 있지만

나름대로 자기 연구에 대해 혹은 학문에 야망을 품고 있던 사람들에게 앞에서 저런식으로 강연하는 건

참,,,,
애플프리터
24/06/09 01:41
수정 아이콘
나이 많이 들어서 탄 사람들이 그래서 좀 한풀이한 느낌이면서 나름 겸손합니다.
40대쯤 젊었을때 타면, 알수 없게 되어버림.
손꾸랔
24/06/09 04:22
수정 아이콘
꼬부랑 노인네가 돼야 준다는 노벨상 선정 관행?은 그런 점에서도 현명해보입니다.
24/06/09 08:19
수정 아이콘
전혀 왜곡된 기억이 아니신게, 이 분을 좀 찾아보니 대충 겉에서도 느껴지는게 있네요

2019년 논문 제목
Nitric oxide is not just blowing in the wind

2000년에 의회 증언 발언
Only in America could the son of an uneducated carpenter receive the Nobel Prize in Medicine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883 [일반] [팝송] 알렉 벤자민 새 앨범 "12 Notes" 김치찌개4690 24/07/14 4690 0
101882 [일반] ‘삼체’를 소설로 읽어야 하는 이유 [34] Schol9950 24/07/14 9950 26
101881 [일반] 퇴직과 이직 즈음에서 [8] 흰둥6434 24/07/13 6434 11
101880 [일반] [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5875 24/07/13 5875 20
101879 [일반] 끝없는 달리기 고통의 원인 이제 마지막 선택지만 남았네요 [18] 내우편함안에7041 24/07/13 7041 12
101877 [일반] <플라이 미 투 더 문> - 가벼운 음모론을 덮는 로코물의 달콤함. [2] aDayInTheLife6532 24/07/13 6532 1
101876 [일반] 부천시체육회 여성팀장, 직원 성추행으로 정직 2개월 징계 [49] pecotek14572 24/07/12 14572 29
101874 [일반] 읽지도 않은 소설책 추천하기 [12] 쿨럭8055 24/07/12 8055 1
101873 [일반] 진주 고추 크림치즈 머핀 후기 [43] 김삼관10296 24/07/12 10296 6
101870 [일반] 깃발나부낄 언(㫃)에서 파생된 한자들 - 아침해빛날 간(倝), 아침, 햇빛, 노을 등 [13] 계층방정5640 24/07/12 5640 5
101869 [일반] [웹소설] 2개 추천합니다 [22] 소금물6614 24/07/12 6614 0
101866 [일반] Z플립6 파리 올림픽 에디션 [30] 겨울삼각형10588 24/07/11 10588 0
101865 [일반] 가속 페달을 핸들로 옮기는 아이디어 (추가) [203] VictoryFood17172 24/07/10 17172 6
101863 [일반] 급발진 주장 사고는 나이와 상관있을까? (+ 음주운전) [33] 덴드로븀9863 24/07/10 9863 2
101862 [일반] 카이엔 출고기 [51] Thenn12259 24/07/10 12259 17
101861 [일반] 진짜 위기라는 갤러리아 백화점 현황 [80] Leeka15476 24/07/10 15476 1
101860 [일반] 우주적 공포 창작 단편 "토미에, 각성" [8] 스폰지뚱5826 24/07/10 5826 3
101859 [일반] 아이를 LG트윈스의 팬으로 만든 죄책감에 대하여 [43] likepa5735 24/07/10 5735 29
101858 [일반] 자주 듣는 외국 밴드 발라드 [1] Pika484007 24/07/10 4007 5
101856 [일반] 둘째가 생겼습니다... [83] galax9153 24/07/09 9153 72
101855 [일반] 전통주 관련 책, 독립 출판 기념 나눔합니다 [당첨자 발표] [148] Fig.17107 24/07/09 7107 31
101854 [일반] 가운데 중(中)에서 파생된 한자들 - 가운데, 안의 뜻을 부여하다 [15] 계층방정6158 24/07/09 6158 7
101852 [일반] [팝송] 제스 글린 새 앨범 "JESS" [6] 김치찌개9266 24/07/07 9266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