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5/22 20:30:04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새로 생긴 로또 판매점

팔백 몇 십만 분의 일 이라더라.

그러면 오천원 한 장 사면 그 오 분의 일 이니까 백 몇 십만 분의 일 그 정도겠지 뭐.

나도 안다 될 확률은 거의 0 이라는거. 그래도 0은 아니잖아!(본인 수능 수학 80점 만점에 37점)



왜 돈 버리냐고 하더라. 아닌데? 난 희망을 사는 건데? 라고 대답한다.

하루에 천 원 만큼 희망적인 생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면 화요일 즈음에 오천원 짜리 한 장 사면 본전은 하는게 아닐까..

뭐 여하튼..




내가 로또를 사는 동네는 기이하게 로또 판매점이 많다. 계획된 신도시라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건물 등등 네모 반듯하게 잘도 지어놨는데

거의 블럭에 하나씩 로또 판매점이 있는 느낌이다. 저래서 다들 세는 낼 수 있나 싶을 정도인데 각 건물의 1층에서 저마다 1등 횟수를

자랑하며 망하는 곳 없이 새로 생기기만 하고 있다.




망할 것 같았던 주상복합 건물이 하나 있다. 한동안 CGV외에 아무것도 없어서 이야 여기 상가 분양 받은 사람들 피눈물 나겠다 했는데

야금 야금 유동인구가 늘더니 다이소의 입점으로 극적으로 살아난 곳이다. 이 곳 지하는 식자재 마트와 다이소가 캐리하면서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있는데 최근 그 구석진, 잘 보이지도 않는 코너 점포에 로또 판매점이 새로 들어왔다.



로또판매점이 지하라... 내 기억엔 거의 처음 이었다.

보통은 다른데 서 하시다가 이전 하시거나 그럴 텐데 여긴 이제 새로 오픈한 곳이 확실했다. 왜냐하면  밖에 걸어 논

당첨 내역 화이트 보드에는 1등은 커녕 2등 당첨자도 한명 없었고, 다른 곳은 너무 많아 언급 하지도 않는 3등도 고작 2장이 다였기 때문이다.

1등, 2등 나오면 그 때 써놓으시지 저렇게 빈 칸으로 떡하니 걸어 놓으시는 패기도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마침 그 주에 로또를 아직 사지 않아 겸사 겸사 들어가 보았다.

사장님의 인상은 아마 그 살아오신 인생 동안 남에게 화 한번 내지 않았을 것 같은 온화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로또를 내어주시면서 들려주신 목소리는 그런 내 선입견에 확신을 주는 그야 말로 선한 목소리 였다.


"꼭 당첨되시길 빌겠습니다. 또 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너무 바빠 기계처럼 종이만 뽑는 명당에선 느끼지 못한 울림이었다. (맞다 나 F다)

순간 대응 기재가 고장나 버려서 "예? 아 예예. 감사합니다" 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로또를 받아 나오는데 그런 내 뒤통수에 대고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고 해주셨다. 이미 고장나 버린 내 정신과 신체는 몸은 가던 길을 향하고 고개만 간신히 돌려 목례로 답했다.





올라오는 에스켈레이터에서 로또가 당첨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토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인데 말이지..






"사장님 화이트보드 빈칸 제가 채워드릴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로이드 배닝스
24/05/22 20:32
수정 아이콘
잔잔한 울림이 있는 글이네요 :)
24/05/22 20:34
수정 아이콘
제 경험상 로또 명당이라고 하는데서 매주 5천원씩 사면 5천원 걸린적이 정말정말 많았습니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변두리나 사람이 없는 로또 판매점에서 사면 6개월동안 5천원도 안 걸리더군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오천원이 이렇게 힘든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https://youtu.be/UAGWOkPTh3M?si=Vi2sjnJTbl1e1J8j
로또 명당들 돌아가면서 복권 1장씩 산 유튜버 유이뿅도 명당에서 사니까 5천원이랑 5만원한치 당첨 되고 결국에는 3등까지도 당첨되서 전국 로또 명당투어가 할만 하다라는 의견이 나왔지요...
아케르나르
24/05/23 01:11
수정 아이콘
저도 로또 명당이라는 데서 최근 몇년 꾸준히 사는데, 4등도 한 번 되고 5천원짜리도 종종 나오더라고요. 이전에 아무데서나 살 때는 5천원짜리도 잘 안 나왔는데... 좀 신기하더군요.
김삼관
24/05/22 20:3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으니 5등에 당첨된 로또종이를 받은 기분이 들었어요~
24/05/22 20:49
수정 아이콘
80점 만점이요? 형님..
노둣돌
24/05/23 12:24
수정 아이콘
이럴 땐 행님! 이라고 하셔야죠
샤크어택
24/05/22 21:16
수정 아이콘
내용이 짝짝 달라붙네요. 언어영역은 만점이셨을 것 같아요.
24/05/22 21:21
수정 아이콘
당첨 타이틀이 없이 로또 판매점은 월세만 내다 망하는거 아닌가 싶더군요...
24/05/22 21:49
수정 아이콘
로또 사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는 형님이 길가는사람 아무나 붙잡고 그 사람 전화번호 맞출 확률이라고 한 이후로 갑자기 현타오더군요. 그래도 로또 산날부터 토요일 발표시간까지의 설렘은 층분한 값어치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꾸랔
24/05/22 23:21
수정 아이콘
오 그렇게 비유하니까 100명쯤 붙잡고 찍다보면 왠지 그중 한명은 맞출것 같은 희망이 샘솟습니다 흐
manbolot
24/05/23 12:35
수정 아이콘
그래서 수학적으로 가장 가치있는일은 안사는거고 그다음은 1000원 사는거긴 하죠
세인트
24/05/22 22:23
수정 아이콘
80점 만점 세대면 저랑 같은 세대시네요. 수학 점수도 저랑 비슷하시구요. 잘 읽었습니다.
VictoryFood
24/05/22 22:34
수정 아이콘
로또 글에는 줄서는 거라 배웠습니다.
당첨되시면 피자 부탁드립니다.
투전승불
24/05/23 01:13
수정 아이콘
로또를 사면 대학생 때 경제학 교수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복권은 경제적 가치는 0이고, 엔터테인먼트 밸류를 사는거라고.

그래서 월요일에 사라고 하셨죠.
닉네임을바꾸다
24/05/23 10:49
수정 아이콘
발표는 토요일 저녁이니까 일요일에 사는게 제일 기대를 오래 가지는거 아닌가 싶...
아Jo씨
24/05/23 17:33
수정 아이콘
일요일에는 구매를 못할꺼에요
닉네임을바꾸다
24/05/23 17:44
수정 아이콘
매번 일요일에 5천원씩 사는데요?
아Jo씨
24/05/23 18:04
수정 아이콘
아, 제가 착각했네요.
토요일 당첨자 발표 이후 부터 일요일 오전 06시까지 구매 불가입니다.
호러아니
24/05/23 01:54
수정 아이콘
이 글은 미괄식 구성으로 '사장님 화이트보드 빈칸 제가 채워드릴게요'에서 화자의 욕망이 드러나며 끝을 맺는다. (아님)

농담이고 읽는 저도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감사합니다.
24/05/23 02:19
수정 아이콘
실례지만 당첨되면 구구크러스터 하나만 사주십시오.
노둣돌
24/05/23 12:25
수정 아이콘
전 소박하게 바밤바 하나만요
밀로세비치
24/05/23 07:31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저라면 앞으로 거기만갈것 같습니다
시무룩
24/05/23 08:11
수정 아이콘
저는 일단 가까운데가 1순위인데 골라서 가게 된다면 1등 당첨 안된곳으로 갑니다
도박사의 오류로 '이번엔 내 차례구만' 하면서 사는거죠 크크
애기찌와
24/05/23 10:58
수정 아이콘
진짜 신기한게 당첨자 안나오는 판매점하고 나오는 판매점하고 오천원이라도 당첨되는 체감이 꽤 되는거 같아요.
풍수지리 뭐 이런게 정말 있는건가..
서리풀
24/05/23 14:10
수정 아이콘
전 달에 한번 1만원어치 삽니다.
매월 첫번째 주일에 성당에서 미사드리면서 천장의 불빛 숫자를 조합해서 6개를 정합니다. 그리고 그주에 같은 번호로 10개를 수동으로 삽니다.
당첨되면 한장 5개 복권용지는 현물로 감사헌금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하느님은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른취침
24/05/23 16:49
수정 아이콘
그것이 하느님의 배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801 [일반] [서평]《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남들을 배려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분 수업 [10] 계층방정6685 24/07/01 6685 6
101799 [일반] 책 출판 기념 나눔합니다.(마감 및 추첨 결과) [57] 더미짱9295 24/06/30 9295 29
101798 [일반] 의외로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중국차? [84] 사람되고싶다15454 24/06/30 15454 23
101797 [일반] 현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글 [101] 육돌이16136 24/06/30 16136 4
101796 [일반] 입대 D-1, 잠 안 와서 써보는 잡담 [70] No.99 AaronJudge10571 24/06/30 10571 47
101795 [일반] [팝송] 자라 라슨 새 앨범 "VENUS" 김치찌개5345 24/06/30 5345 2
101794 [일반] 이런 저런 잡담 [8] 하위1%8613 24/06/29 8613 16
101793 [일반] 요즘 직접 작사를 하고 있습니다. [9] dhkzkfkskdl6559 24/06/29 6559 23
101791 [일반] 사기꾼 형벌이 낮은 이유 [74] 멜로13305 24/06/29 13305 25
101789 [일반] 한 달 전 글 A/S. 중국에서 입국 후 신분을 세탁한게 확인된 앨리스 궈 필리핀 시장 [11] 매번같은9948 24/06/29 9948 6
101788 [일반] 삼국지 장각 시점에서 본 황건적의 난 [1] 식별7272 24/06/28 7272 11
101787 [일반]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엔화 [66] 及時雨13384 24/06/28 13384 0
101786 [일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주식 사기범 이희진 근황 [58] GOAT13113 24/06/28 13113 6
101785 [일반] 已(이미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 써 이, 별 태/나 이 등 [8] 계층방정5834 24/06/28 5834 5
101783 [일반] <핸섬가이즈> - 오묘하고 맛깔나는 (호불호는 갈릴) B급의 맛.(노스포) [24] aDayInTheLife7653 24/06/27 7653 4
101782 [일반] 물고기 입속에서 발견된 쥐며느리? [19] 식별11597 24/06/27 11597 11
101779 [일반] 육아 1년, 힘든 점과 좋은 점 [59] 소이밀크러버8053 24/06/27 8053 38
101778 [일반]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 (스포유, 전편 보신분은 스포무) [9] 헝그르르7006 24/06/27 7006 0
101776 [일반] [추천사] 핸섬가이즈, 썩시딩 유 '시실리2km' [37] v.Serum8307 24/06/27 8307 7
101773 [일반] 인터넷 가입 피싱 사기 전화 이야기 [24] 류지나7765 24/06/26 7765 1
101771 [일반] 병원 에피소드(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16] 두부두부8709 24/06/26 8709 19
101770 [일반] 우리는 왜 '오너'의 경영권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100] 사람되고싶다12888 24/06/26 12888 50
101769 [일반] 삼국지 장각은 거대한 음모의 희생자였을까? [4] 식별6781 24/06/26 6781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