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2/24 08:47:44
Name Zelazny
Subject [일반] '파묘' 후기 스포 별로 없음
후기들 보면 사바하, 검은 사제들 같은 감독의 전작들이나 '곡성'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하시던데 저는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습니다.

아, 하나는 영화라고 하기 애매하네요. 바로 '퇴마록' 입니다.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흥행이나 평가나 무시해도 될 수준이니...)

이 영화의 핵심 소재와 최종 보스는, 글쎄요, 저랑 다른 세대라면 어떻게 느껴질지 잘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대단히 진부하고 낡았다는 인상 입니다. 그리고 그 비슷한 소재들을 실컷 써먹었던게 바로 30년 전 나온 소설 퇴마록 입니다. 그 시절에는 힙한 소재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니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같은 수식어를 붙이기에도 민망할 정도 입니다. 감독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셀프 디스 비슷한 대사도 나오긴 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야의 영능력자들이 모여서 '퇴마'를 하는 구성 자체도 흡사 합니다. 그런데- 유해진, 이도현의 역할은 사이드킥에 가깝고 두 사람이 메인인데 문제는 타이틀이나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무게감에 비해 '지관'의 활약이 미미 하다는 겁니다. 딜러이자 술사를 도맡아 하는 '무당'(김고은)에 비해 영적인 능력 자체는 전무한 '지관'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리더 역할을 해야 할텐데 영화 전반부에서는 어느 정도 그런 롤을 유지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삽질의 연속이었고 그나마 후반에 이르러서는 구경꾼으로 전락 합니다. ('무당' 동료들의 등장은 이런 쩌리 이미지를 더 강화 시킵니다.) 마지막에 나름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하지만 유치할 정도로 직관적인 설정 때문에 뭔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기 보다는 그냥 운이 좋았다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다른 한 편의 영화는 일본 공포 영화 '온다' 입니다. 이 영화가 떠오른 이유 또한 아주 직관적인데, 파묘 전반부의 어떤 중요한 장면이 이 영화의 오마쥬라고 설명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비슷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온다'의 후반부에 수많은 영매들이 한꺼번에 굿을 하는데 여기 지나가는 장면으로 한국 무당도 등장 한다는 겁니다.)

이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최종 보스의 포스가 너무 약하다는 겁니다. 배경이 소박하다는 점은 전작들도 별 차이가 없지만 '검은 사제들'에서는 퇴마가 실패한다면 어떤 대재앙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있었고 '사바하'의 보스는 어떤 존재인지를 떠나서 영아 대학살을 사주한 거악 그 자체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결국 반달곰 한 마리로 귀결 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차에 말피를 싣고 다니면서 GYM에서 쇠질도 하는 '무당' 듀오 캐릭터 입니다. 나중에 스핀 오프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인촌
24/02/24 08: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최민식 배우의 캐릭터는 좀 아쉬웠고
무속쪽 등장인물들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 퇴마록 전성기 때 이정도 퀄로 영화화가
되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네요.
24/02/24 08:58
수정 아이콘
와 저도 퇴마록 생각났는데,
과거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분위기가 딱 이 정도였던 것 같아요. 등장인물도 은근 매치되고,
퇴마록의 현실적인 버전이 이 영화에 대한 비유로 딱이지않나 생각만 했는데, 같은 생각하신 분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24/02/24 10: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연기 연출 미장센 다 좋았습니다.
몇가지 갸우뚱 했던 부분은 있었는데 한국 오컬트씬에 이정도면 감지덕지 아니겠냐 싶네요

확실히 사바하 보다는 생각이나 해석의 여지가 좀 적은거 같은데
거꾸로 이야기하면 쉽게 볼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호러아니
24/02/24 10:30
수정 아이콘
진부하다는 관점을 잠시 내려놓고 영화만 보면 어떨까요?
참고로 저의 공포영화 보기 능력은... m3gan도 보다가 중간에 무서울 것 같아서 잠시 중단한 상태입니다 크크
나무위키
24/02/24 11:05
수정 아이콘
아캄호러 같은 보드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크크
바람생산잡부
24/02/24 11:28
수정 아이콘
저도 퇴마록 생각이....
자연스럽게 퇴마록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게, 소재나 스토리 자체가 그냥 퇴마록 국내편스러워서... 흐흐.
영화 자체로 보면 무난하게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싶었던거지, 그 아쉬운 부분이 영화 전체를 덮어버릴만큼 크진 않았습니다.
'보셔도 돈 아깝진 않다.' 정도인 거 같아요. '무조건 꼭 보셔야 한다.'까지는 아니지만요.
유리한
24/02/24 14:43
수정 아이콘
저만 퇴마록 생각한개 아니군요 크크크크
세계관이 다른 국내편 + 세계편을 영화 한편에 우겨넣어서 뻑이 난 느낌이지만, 저는 되게 재미있게 봤어요.
중년의 럴커
24/02/24 21:08
수정 아이콘
추정 새벽 4-6시에 잠도 안자고 앉아있는 할아버지와 술먹으면서 영화 틀어놓고 혼자 춤추는 할머니.
바람돌돌이
24/02/26 13:09
수정 아이콘
그냥 나오는길에 앞어서 계시던 50대 여성분이 너무 재밌다고 크게 말을 하시던데요. 전개가 어떻고 소재가 어떻고 하는게 별 의미없구나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415 [일반] 정리를 통해 잠만 자는 공간에서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15] Kaestro8577 24/05/07 8577 5
101414 [일반] 비트코인이 갑자기 새롭게 보인 은행원 이야기 [63] 유랑13575 24/05/07 13575 7
101413 [일반]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야간운전 [43] Regentag8963 24/05/07 8963 0
101412 [일반] [방산] 인도네시아는 KF-21사업에 분담금 3분의1만 지급할 예정 [33] 어강됴리9807 24/05/06 9807 0
101411 [정치] 양보한 권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5] 니드호그7172 24/05/06 7172 0
101410 [일반] [팝송] 맥스 새 앨범 "LOVE IN STEREO" [2] 김치찌개6848 24/05/06 6848 1
101408 [일반] 장안의 화제(?) ILLIT의 'Magnetic'을 촬영해 보았습니다. [13] 메존일각9252 24/05/05 9252 11
101407 [일반] [글쓰기] 아니 나사가 왜 남아? [9] 한국외대8954 24/05/05 8954 3
101406 [일반] [만화 추천]그리고 또 그리고 [12] 그때가언제라도8540 24/05/05 8540 3
101405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11) 시흥의 막내딸, 금천 [6] 계층방정13519 24/05/05 13519 6
101404 [일반] 신난다 어린이 날, 즐겁다 어린이 날 [7] 착한아이6415 24/05/05 6415 8
101403 [일반] (락/메탈) Silverchair - Without You (보컬 커버) [5] Neuromancer4780 24/05/05 4780 1
101402 [일반] <스턴트맨> - 우린 그럼에도 액션영화를 만든다.(노스포) [11] aDayInTheLife6049 24/05/05 6049 5
101401 [일반] [팝송] 피더 엘리아스 새 앨범 "Youth & Family" 김치찌개4653 24/05/05 4653 0
101400 [일반] 예전 닷컴버블때와는 달리 지금은 AI버블이 일어나기 힘든 이유 [36] 보리야밥먹자13366 24/05/04 13366 3
101399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10) 소래읍이 오지 않았다면 [4] 계층방정14839 24/05/04 14839 3
101398 [일반] (미국주식)간략하게 보는 2분기 유동성 방향 [20] 기다리다8213 24/05/04 8213 1
101397 [일반] 못생겨서 그렇지 제기준 데일리 러닝용으로 최고의 러닝화.JPG [18] insane9958 24/05/04 9958 2
101396 [정치] 채수근 상병 순직 특검법 21대 회기 중 본회의 통과 [60] 사브리자나8171 24/05/04 8171 0
101394 [일반] 최근 내 삶을 바꾼 제품들 총 6선 - 전구, AI에서 태블릿 pc까지 [33] Kaestro8304 24/05/04 8304 9
101381 댓글잠금 [일반] [후원] 유니세프 페이커 패키지 기부 동참 이벤트 [1] 及時雨7919 24/05/01 7919 0
101392 [일반] 수학은 커녕 산수도 헷갈리는 나, 정상인가요? [67] 만렙법사10845 24/05/03 10845 4
101391 [일반] 가정의 달 5월이네요 [8] 피알엘9257 24/05/03 9257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