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2/14 23:55:56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353876636
Subject [일반] <해피 투게더> - '해피', '투게더'. 가깝고도 멀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가 '중경삼림', 두 번째가 '화양연화'였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유명한 두 작품인 동시에 가장 상이한 두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이 영화, '해피 투게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화면이었습니다. 단순히 멋진 장면, 감성적인 장면을 넘어서 그걸 담는 방식이 인상적이더라구요. 그러니까, 제가 주목한 부분은 대다수의 장면들이 핸드헬드로 찍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주 멋진 그림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화면은 흔들리고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그걸 진짜처럼 느끼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측면에서 이 영화는 출발점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내던져지다 시피 도착한 아르헨티나라는 배경과 이질적인 공간, 이질적인 상황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러한 독특한 환경 속에서 동성애라는 독특한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묘하게 영화는 일반적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 '내가 일방적으로 호혜를 베푸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의 주도권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구요. 어찌보면 영화는 영화 '그녀'와 '팬텀 스레드' 사이의 어느 순간을 다루고 있는 관계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되게 모순적입니다. 투게더가 꼭 해피하진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어떤 측면에서는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지만 곧바로 '다시 시작'하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 사람의 흔적이,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요. 어찌보면 왕가위 감독은 지나간 시간과 그 흔적을 찾는 예술가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미'를 보고 '요즘 세대의 왕가위'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래도 아직은 왕가위'를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니까 저는 왕가위의 직격 세대도 아니고 그 근처 세대도 아니지만, 왕가위가 그려내는 도회적 감성의 무엇인가는 참 좋네요. 그런 점에서, 묘하게 서로가 서로와 엮이지만 묶이지 않는 관계는 자주 비슷한 선에서 언급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람들과 겹쳐보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여전히 왕가위의 최고작은 (고작 3편 봤지만) '중경삼림'을 찍고 싶고, 아마 그 다음도 '화양연화'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영화, '해피 투게더'도 굉장히 좋았네요.

p.s. 다른 영화관은 아카데미 특별 상영 중인데, 메가박스는 지금 왕가위 특별전입니다. 근데 나머지 두 편은 '화양연화'와 '중경삼림'이군요. 크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2/15 01: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왕가위 특별전은 재작년에도 극장에서 봤는데 거의 해마다 하네요 크크

이제는 배리 젠킨스 감독의 2017년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인 '문라이트'를 통해 왕가위의 영화가 헐리웃에서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감상하실 차례입니다!!
aDayInTheLife
24/02/15 06:14
수정 아이콘
문라이트는 먼저 봤습니다! 크크
24/02/15 07:25
수정 아이콘
저도 왕가위 세대는 아닌데, 그 감독 특유의 뭔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비에 돌란과는 결이 꽤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하단 평가가 있었군요.
중경삼림이 마음에 드셨다면 이 감독의 미국식 변주곡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도 추천드립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왕가위 식이지만 전 그래도 좋더라구요 헤헤
aDayInTheLife
24/02/15 09:29
수정 아이콘
어느 한 분이 쓰신 글이었습니다. 피지알이었나 싶기도 한데…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너무 비슷하단 얘기가 있어서 고민되네요. 크크 왕가위의 감성은 뭔가 보편적인게 되었지만 여전히 오리지널리티가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24/02/15 09:09
수정 아이콘
해피투게더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어요
aDayInTheLife
24/02/15 09:31
수정 아이콘
좋았습니다. 크크
*alchemist*
24/02/15 09:10
수정 아이콘
중경삼림은 중간에 양조위 출연장면 보려고 이따금씩 틀어보곤 합니다. 양조위가 걸어오면서 클로즈업되는 장면, 왕페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나오는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진짜 최고인듯... 예전에 화양연화는 봤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ㅡ.ㅡ;; 다른 영화는 아직 손을 못 대봤네요...
aDayInTheLife
24/02/15 09:32
수정 아이콘
양조위 연기의 최대치는 다른 영화일지 몰라도 매력 최고치는 중경삼림 아니면 화양연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수긍됨..
*alchemist*
24/02/15 09:35
수정 아이콘
양조위가 개연성이죠… 크크; 미노년으로 진화한 샹치에서도 양조위가 사연이 있다 하면 그 사연이 대충 그냥 납득되려던 수준이었으니 크크크
사브리자나
24/02/17 16:19
수정 아이콘
퀴어영화+갑자기 아르헨티나라는 배경이 사랑과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게 하지요. 아주 추천할만한 퀴어영화라고 생각합니다.
aDayInTheLife
24/02/17 16:38
수정 아이콘
좋더라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020 [정치] 의료유인수요는 진짜 존재하는가 (10년간 총의료비를 기준으로) [14] VictoryFood4227 24/02/24 4227 0
101019 [일반] 의대 증원에 관한 생각입니다. [38] 푸끆이5542 24/02/24 5542 44
101018 [일반] 팝 유얼 옹동! 비비지의 '매니악'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12] 메존일각2950 24/02/24 2950 11
101017 [일반] 우리는 왜 의사에게 공감하지 못하는가 [331] 멜로13706 24/02/24 13706 53
101016 [일반] <파묘> -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풀스포) [54] aDayInTheLife5073 24/02/24 5073 6
101015 [정치] 단식 전문가가 본 이재명의 단식과 정치력 상승 [135] 대추나무8814 24/02/24 8814 0
101014 [일반] “이런 사정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딨냐” [136] lexicon10436 24/02/19 10436 51
101013 [일반] '파묘' 후기 스포 별로 없음 [9] Zelazny4366 24/02/24 4366 0
101012 [정치] 김건희 여사 새로운 선물 몰카 공개 예고 [71] 체크카드12887 24/02/23 12887 0
101011 [일반]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가 세상을 떠났네요. [33] petrus11048 24/02/23 11048 0
101010 [정치] 더불어민주당, 박홍근·김민석·박주민·윤건영 단수공천…노영민 경선 [84] Davi4ever10385 24/02/23 10385 0
101009 [정치]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에 김종인 선임 [99] Davi4ever9738 24/02/23 9738 0
101008 [정치] 의협 요구, 증원 백지화만이 아니다… “의료사고 완전면책 해달라” [168] 된장까스12889 24/02/23 12889 0
101006 [정치] 여론조사 꽃 지역별 여조, 울산, 경남 지역 데이터입니다. [40] 아우구스투스8230 24/02/23 8230 0
101004 [일반] 삼성, 갤럭시S23·플립5·폴드5 등에서도 '갤럭시 AI' 지원한다 [50] 강가딘6308 24/02/23 6308 0
101003 [일반] [노스포] <파묘> 후기 (feat. 2월22일2관E열22번22시20분) [19] 김유라4352 24/02/23 4352 2
101002 [정치] KBS의 영화 '건국전쟁' 보도... [65] 홍철8010 24/02/22 8010 0
101001 [일반] PGR은 나에게 얼마나 대단한 커뮤니티인가? (Feat 뷰잉파티) [12] SAS Tony Parker 4297 24/02/22 4297 8
101000 [정치] 선방위, 김건희 '여사'라 안 불렀다며 SBS에 행정지도 [68] 체크카드8045 24/02/22 8045 0
100999 [일반] [펌] 삼전 vs 하닉 vs 마이크론 D램 경쟁 현황 그리고 전망 [13] DMGRQ5595 24/02/22 5595 12
100998 [정치] 국힘 공천받고 사라진 '스타강사 레이나' 강좌... 수험생들 피해 [20] Davi4ever8746 24/02/22 8746 0
100996 [정치] [펌] 변호사가 설명하는 전공의 처벌가능성과 손해배상책임 [78] 소독용에탄올6894 24/02/22 6894 0
100995 [정치] [의료이슈] 개인 사직 vs 단체 사직, 1년뒤는? + 제가 생각하는 방안중하나. [40] lexial3976 24/02/22 397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