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해부>의 포스터는 말 그대로 호러 내지 스릴러 같습니다. (저는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감독 이름이 쥐스틴 트리에가 아니라 라스 본 트리에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포스터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법정극과 심리극이 뒤섞인 드라마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작가의 남편의 의문사로 시작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건과 죽음. 영화는 동시에 이에 대해서 어떤 '진실'을 보여주기를 회피합니다. 그러니까, 영화 상에서 거의 모든 것들이 드러나지만, 딱 두 장면은 철저하게 가려놓습니다. 일부러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선 영화의 후반부에 말하는 겁니다. 두 가지 진실에 대해서 둘 다 의심이 들어도, 하나를 선택해야한다.고 말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그렇기에 단순히 한 사람의 법정극으로 치환하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그러니까,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법정극으로 받아들였지만(적어도 저는 그렇게 '진실'을 생각하지만) 그 사이의 오묘한 분위기와 위화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화는 부부, 혹은 커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묘하게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가 생각나더라구요. 이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는 이에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진실이지만 동시에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의 두 번째 공백은 대화 내용을 재현하는 상황에서 등장하는데요. 바로 몸싸움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한쪽의 진술로 상상으로 끝날 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진실은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어떤 진실이든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굉장히 위태하고 아슬한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권선징악적 구조라든가, 혹은 억울함과 누명에 대한 드라마라고 읽히기보단 심리극에 방점이 더 찍혀 있는 느낌도 그렇게 느껴지구요.
그래서, 결국 이 영화는 다층적인 '진실'과 그 해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나 모든 진실은 다층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각자의 방향에서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게 쓰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해부'라는 단어는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결과론적 단어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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