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쿠아맨> 1편을 안봤습니다. DC영화는 솔직히 몇 개 거른 것도 있었고(<저스티스 리그>...는 나중에 봤군요.) 그 때 당시에 군 복무 중이라 볼 기회도 없었구요. 그래서 솔직히, 2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봐야할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DCEU의 마지막 영화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고 왔습니다.
보고 와서의 느낌은, '그냥저냥'입니다. 그러니까, 오락영화로써, 히어로 영화로써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정도의 영화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표현으로는 '애매한 육각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매한 육각형 지점 첫번째는 관계 설정입니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경우 아쿠아맨-아서 커리와 옴의 관계는 토르-로키와 너무나도 유사합니다. 그러니까, 그 과정이 <토르> 시리즈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요. 동시에, 그 관계와 새로운 설정의 소개가 설명을 통해 지나치게 '쉽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설정을 잘 보여주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풀리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요. 1편을 안보고도 삼킬 수 있다는 건 분명 나쁘지 않은 지점이지만, 삼키는 게 너무나도 쉽다못해 이미 씹어서 넘겨주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두 번째는 캐릭터의 활용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 내에서 중간 보스 급 이상 되는 캐릭터들은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워요. 아예 '만다린' 마냥 막 써먹을 거 아니면 영화 상에서 개과천선하든, 후에 써먹든 하려는 속셈이 좀 보입니다. 물론 뭐... 세계관 자체가 리부트 예정인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지만요.
액션은 괜찮습니다만, 절대적인 비중이 그닥 크진 않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이 영화는 모험물에 가깝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디아나 존스>류의 모험에 가까워요. 다만 이 모든 문제는 이 영화가 '히어로물'이라는 데 기인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개별 영화에서, 히어로가 패배하는 모습을 그리기는 쉽지 않죠. 그리고, 또 더 넓은 세계관 탐색과 새로운 설정, 새로운 캐릭터 등장을 하면서도 새로운 관객을 잡아야하고, 또 떡밥도 뿌려야합니다. 최근 히어로 영화는 그러다보니 비슷한 갈등구조, 비슷한 설정, 비슷한 기승전결을 보여주고, 장르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영화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최근 마블을 비롯한 히어로 영화들을 보다보면 영화가 개별 영화로 작동하기 보단 히어로 유니버스의 하나의 조각으로써 단지 일종의 퀘스트를 깨는 아쉬움이 들어요. 물론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개념과 과감한 시도들, 그리고 그 성공의 역사는 하나의 영화 산업의 이정표로 남긴 할 겁니다만, 다양하고 복잡한 할 일들 사이에서 새로움을 갈구하는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히어로 무비의 소위 말하는 '약빨'이 좀 떨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개인적으로 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오는 편인데, 이번에 느낀 지점은 <가오갤> 3편이 생각보다 더 좋은 영화였을 수도 있겠구나, 였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저는 3편도 좋았지만, 1편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어찌보면 익숙하면서, 어찌보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 더 만족감 있게, 보는 사람들이 즐겁게 풀어낼 수 있었던, 지금까지는 마지막 히어로 영화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아쿠아맨>이나 <원더우먼>이 먼저 나와서 DCEU의 시작을 단단하게 알렸더라면, 조금은 달랐을까 싶기도 하면서, 어찌보면 이미 과포화된 히어로 시장에서 과연 DCEU가 잘 정착했을까 하는 의문이 동시에 듭니다. DCEU를 열심히 챙겨보지 않아서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아예 리부트를 해버리면서 이렇게 작별인사 없이 떠나는 건 뭐랄까, 많이 아쉽습니다. 분명 더 괜찮은 작별인사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p.s. 다만 영화 제작 도중의 수많은 사건... 들을 감안하면, 나온게 다행이다 싶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