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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2/23 03:24:14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301015853
Subject [일반] <노량: 죽음의 바다> - 납득과 아쉬움의 접근법.(스포)
저는 미리 밝혀두자면 <명량>을 안봤습니다. 그냥... 별 다른 이유 없이 안봐서, 이 영화를 놓고 <명량> 얘기는 최대한 안하고, 대신 <한산: 용의 출현> 얘기는 좀 하려고 합니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굉장히, 담백했습니다. 국뽕이 없을 수 없는 소재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건조하게 다뤄낸 영화라고 생각하고, 그 점에서 꽤 좋았다고 기억하는데, 막상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한 인물을 소재로 한 두 영화의 접근 방식이 반대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구요.

<한산>과 <노량>은 굉장히 다른 방식의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산>은 어찌보면 정적이다 싶을 정도로 멈춰있고,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방식이 인상적이라면, <노량>은 이미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상태로 시작하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어요. 다만 문제점도 없지 않은데, '속도감 있는 전개' 라기보단, 오히려 주마간산으로 뛰어넘고 바로 전투로 넘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동시에, 3국의 내막을 들여다보는 건 좋은데, 조명 연합군과 일본군의 인물들이 많다보니 생각보다 '이순신'에 집중하는 모양새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해전 묘사도 좋습니다. 적어도 긴 시간을 배정받은 만큼, 그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전근대 함선 전투의 포격전, 육박전 등등 다양한 묘사가 들어있고, 그만큼 볼거리도 충실합니다. 전투 와중에 소리가 굉장히 잘 들리고 (자막으로) 보입니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 설명을 뛰어넘거나, 혹은 실제 전투와의 차이 정도(ex. 귀선..)는 눈에 띄긴 합니다만 전반적인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노량 해전', '이순신'이라는 소재를 놓고 소위 말하는 '국뽕', '신파'가 빠지긴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다만 문제는 속도와 비중 조절에 대한 문제, 소위 '템포'의 문제인데, 막판은 조금 템포가 늘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아는 결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고심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만, 그 고심이 조금 길어보이긴 해요. 해전 묘사가 전반적으로 괜찮습니다만, 슬로우모션과 일종의 반복이 이어지다보니 후반부, 끝의 끝에서는 조금 긴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산>과 <노량>의 접근법이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이 지점인데, 한산도 대첩은 말 그대로 대승, 완승과 전략적 전환점이라는 느낌으로 조금은 더 감정적으로, 크게 그렸어도 나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과, 노량해전은 전쟁의 끝이자 승리와 피해의 교차로, 조금은 건조하게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한산>의 빌드업이 조금은 답답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단단했다면, 반대로 <노량>의 접근법은 지나치게 성급한 느낌이 들거든요. 또, 앞서 언급한 국뽕 내지 신파의 이야기에서도, <한산>과 <노량>은 반대로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량>의 이순신은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는 이순신입니다. 소설 <칼의 노래>나 혹은 다른 매체에서 다뤘듯이, 외로운 무인으로서의 이순신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작 그만한 비중과 고뇌를 다루고 있는지는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니까, <한산>보다는 조금 더 역동적인 인물과 사건,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는 느낌이 드는데, 반대로 그만큼 놓치는 것도 있어보인다고 해야할까요. 세 편을 다 보신 분들은 세 편을 놓고 순위를 매기게 되실텐데, 그 과정에서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한산>과 <노량>은 납득과 아쉬움이 교차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개인적으로는 <남한산성>처럼 <칼의 노래> 스타일의 이순신 이야기도 보고 싶네요.
p.s. 2. 저는 <한산>이 조금 더 좋았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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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i(아이오아이)
23/12/23 04:20
수정 아이콘
지금 한산, 노량에서 보여주는 접근법과 연출방식은
다분히 명량의 대한 대중과 평론의 평가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명량 없이 한산과 노량의 연출 방식을 이해하는 건 무리라고 보여집니다.

국뽕을 싫어하는 감독이 아니었거든요.
aDayInTheLife
23/12/23 09:45
수정 아이콘
역시 명량의 영향력 인가요…
송파사랑
23/12/23 11:51
수정 아이콘
북소리 너무 거슬리던데요 어지간해야지 북소리 너무들어서 머리아픔 먼이딴 영화가 있나 싶었네요
aDayInTheLife
23/12/23 13:11
수정 아이콘
그쯤되서 좀 늘어지더라구요. 좀 아쉬웠습니다..
바람돌돌이
23/12/23 15:22
수정 아이콘
영화보는 시간 내내 아주 지겨워요
aDayInTheLife
23/12/23 15:42
수정 아이콘
좀 길긴 하더라구요. '다 아는 이야기'의 장단점 같아요. 흐흐
23/12/23 15:36
수정 아이콘
저는 나름 재밌게 봤어요. 전투씬은 뭐 이정도면 한국영화에선 역대급 아닌가 싶구요. 엔딩만 눈물샘을 좀 자극했으면 더 좋았을 듯 싶구요.
aDayInTheLife
23/12/23 15:43
수정 아이콘
나쁘진 않은데, 음... 더 괜찮을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어차피 이런 류 영화면 국뽕/신파 들어가도 어떠냐 싶기도 했구요.
23/12/23 17:49
수정 아이콘
3개중 한산만 안 봤는데 고른 두개가 다 제 취향은 아니였던거 같습니다. 보는데 마치 진린이나 다른 사람들은 다 이성적 판단을 하는데
혼자 붕 떠있게 느껴지는데 감정선을 못 따라가니 몰입이 잘 안됬습니다. 전쟁씬 부분은 멋있게 보이려고 한 부분은 이해하겠는데 전반적으로
어두운 배경에 중간중간 빈 느낌의 흐름이 반전이라 노린건가 좀 애매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부분서는 분명 죽음을 알리지 말라하고선 전쟁이 끝났는데 조선군의 분위기가 전쟁의 승리나 전쟁의 침통함이 아니라 이순신에 대한 애도만
남아서 제가 예상한거랑 느낌이 전혀 달라서 결국 제 취향에는 안 맞았던거 같습니다.
aDayInTheLife
23/12/23 18:19
수정 아이콘
조금 아쉬운 느낌이 저도 들긴 하더라구요. 한산의 정제된 느낌이 조금 더 좋긴 했습니다.
Rorschach
23/12/23 23:41
수정 아이콘
전투가 시작 되기 전 까지의 초반부, 시미즈 군세가 갇히기 전 까지의 중반부, 최후 전투 까지의 후반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보는데 전 중반부만 괜찮고 앞, 뒷 부분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초반부는 빌드업이 필요하긴 하다지만 전투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보여주기만 하는 느낌이다보니 전투 시작만 기다리게 돼서 지루함이 있었고, 후반부는 조금 힘이 들어가도 될 부분은 너무 건조하게 (ex. 등자룡의 최후), 좀 더 건조해도 될 것 같은 부분은 과하게 힘이 들어간 (육박전 전체 부분 및 명-조-왜로 연결되는 롱테이크 씬 등) 느낌이었어요. 특히 후반부에는 중간에 감독이 반전을 외치고 싶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네요;;

그래도 중반부의 해전 묘사는 매우 좋았고 (그 때 까지만 해도 아이맥스나 돌비 등 특별관들 다회차를 해야겠다 싶었거든요. 마지막 까지 보고나서 사라져버린 생각이긴 하지만요), 배우들 연기도 좋아서 나쁘진 않았었습니다.
aDayInTheLife
23/12/24 00:18
수정 아이콘
뭔가 한끗이 아쉽다 싶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나쁘다는 아닌데, 그닥 만족스럽진 않아서..
쇼쇼리
23/12/26 15:11
수정 아이콘
저도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연출했을까? 하고 의아함을 느꼈던 지라 비슷한 감상평이 반갑네요. 후반부 엑스트라들 롱테이크는 왜 이렇게 힘을 줬나 싶고 이순신이 사후세계를 보고나서 북을 치며 사기를 북돋는 구간은 또 왜 이렇게 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것은 좋았지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캐릭터 매력은 이순신보다 오히려 명, 왜 측 캐릭터가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순신 뽕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메펠마차박손
23/12/25 10:57
수정 아이콘
단체로 가서 봤는데 재밌다는 사람 하나 없고 자는 사람도 많고.. 저도 한 30분은 잔듯하네요 명량 한산은 다 재밌게 봤던거 같은데
aDayInTheLife
23/12/25 11:04
수정 아이콘
애매했습니다. 저도.. 대체로 괜찮은데, 개운하게 재밌진 않았어요.
탈리스만
23/12/25 21:40
수정 아이콘
저는 초중반은 정말 역대급 영화가 나왔구나 싶었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초반 인물들 소개와 빌드업이 좋았고, 제가 노량해전 내용을 몰라서 어찌보면 스포? 없이 봐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진린이 과연 합류를 할까 안할까, 고니시와 시미즈가 같이 싸울까?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전쟁씬 초반 조선 해군의 전술과 그에 대항하는 시미즈의 반격도 좋았고 특히 거북선이 침몰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중반 이후부턴 일본해군의 특기라 조선해군들이 철저히 피했다던 백병전이 뭐 이리 많이 나오는지..
딱히 이순신의 번뜩이는 전술도 나오지 않고 그냥 복불복식의 막전투, 늘어지는 후반 전개...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습니다.
전체를 놓고 보면 괜찮은 점수를 주겠습니다만 아쉬운 부분이 명확해서 감독이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싶은 영화였습니다.
아 그리고 등자룡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허준호가 연기하길래 중반부부터 혹시? 했는데 역시나더군요.
배우분의 이미지가 약간 그런 캐릭터 색깔이 강해서 예상이 되었다는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흐흐
글 잘 읽었습니다.
aDayInTheLife
23/12/25 22:41
수정 아이콘
뭔가 나쁘진 않은데 군데군데 아쉬움이 있더라구요. 그 흐름이 뚝 이어졌던 거 같습니다.
김재규열사
24/01/01 01:47
수정 아이콘
뒤늦게 노량을 봤는데 전투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돈값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군 측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일본어가 어색하면 연기 자체가 엉성해 보일 수도 있는데 몰입감 있게 연기를 잘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하나 트집을 잡아보자면, 일본 측에서 조선에서 가져온 화포를 사용해 거북선을 침몰시키는데 그 뒤에는 화포 사용이 잘 없는 것 같아서 아쉽더군요.
aDayInTheLife
24/01/01 02:47
수정 아이콘
전투신은 상당히 좋더라구요. 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어 연기는 전반적으로 괜찮긴 하다 싶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재영 배우를 좋아하는데 좀 기능적으로 쓰인 느낌이ㅠㅠ
전투 고증은 조금 기묘합니다. 육박전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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