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2/23 00:25:40
Name 가라한
Subject [일반] [노량] 이순신 뽕이 없는 이순신 3부작에 대한 아쉬움 (수정됨)
이 글은 이순신 3부작에 관한 제 개인적인 평가이며, 제 스스로 영화적 안목 같은 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개인의 생각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 아주 라이트하게 이순신 장군에 대한 관심은 좀 있는 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에 쓴 글입니다.

오늘 노량을 보고 글을 쓰지만 정작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어쩌면 전작인 한산 때문인데 영화를 볼 때는 그냥 저냥 재밌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는 영화에 뭔가가 빠진듯한 생각이 들어 곰곰 생각하다 보니 원인을 알겠더라구요. 그건 바로 이순신 영화인데 막상 이순신이 부각 되지 않는 문제가 너무 크더란거죠.

결국 국뽕이니 뭐니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순신 영화를 보러가는 이유는 결국 알면 알수록 어찌보면 닭살스럽기까지한 "성웅", 즉 성스러운 영웅이라는 칭호조차 어색하지 않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직접 대면하듯 스크린에서 느껴보고 싶어서 아닐까요? 좀 없어보이는 말이긴 해도 한마디로 이순신 뽕 충전하고 싶어 보러 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오늘 노량까지 보고 확실히 느낀건데,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은 3부작 전체를 통틀어 다음과 같은 몇가지 공통적인 문제 때문에 정작 이순신 장군이 부각 되는데 확실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보입니다.

        1. 과도한 감독의 거북선 대한 집착
        
사실 명량 때 인터뷰에서 부터 감독이 이순신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거북선이라는 건 잘 드러나는데요. 물론 소위 거북선의 활약이라는게 과거에는 한국 영화에서 자금이나 기술적 문제로 꿈도 못 꾸는 바 였기에 저도 되려 바라는 바이긴 한데요. 문제는 소위 거북선 뽕이 이순신 뽕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감독이 거북선을 띄우기 위해 이순신을 죽인다는 거죠.  

감독의 거북선에 대한 집착은 실제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았던 명량이나 노량에 억지로 거북선을 등장 시키는 것에서 부터 알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한산에서 드러납니다.

한산은 영화 전체가 감독의 거북선 뽕 때문에 내러티브 자체가 틀어졌죠. 감독이 한산의 하이라이트를 위기에 처한 조선 수군을 극적으로 나타난 거북선이 구하는 장면으로 설정 했기 때문에 전체 스토리 라인이 다 무리가 생겼고 그 중 가장 큰 문제점은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 가장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한산도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 다 사라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한산도 대첩은 세계 각지의 해군 사관학교에서 꼭 배운다 할 정도로 전략 전술적으로 완벽한 해전인데 실제와는 다르게 극적으로 거북선이 히어로로 등장하는 신을 만들려고 조선 수군이 있지도 않은 위기에 처하게 해야 했고 그렇게 되려면 이순신 장군이 전략이 없는 사람이 되야만 했죠.

그리고 거북선으로 내러티브를 끌고 가려고 무리를 하다보니 사실 칠천량 전투 이전까지 무적의 필살 병기였던 거북선에 온갖 결함을 설정하면서 거북선 뽕도 제대로 된게 아닌 이상한 거북선 뽕을 보여줬다 봅니다. 게다가 오늘 노량에서는 거북선을 무리해 등장시키더니 또 허무하게 수장 시키는 건 뭔지….

        2. 과도한 적장 띄우기

이 역시 한산에서 가장 심했고 노량도 어느정도 나타났다 봅니다. 물론 스토리의 전개상 적장이 너무 무능하면 재미도 없고 이순신 장군의 업적도 별 것 아니어 보이는 문제가 있기에 어느정도 적장의 능력이나 카리스마를 분칠 해 보여 주는 것은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너무 과도해서 적장이 이순신 보다 더 뛰어나 보인다는 거죠.

특히나 한산에서는 적장 와키자카는 상시적이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위기에 대응하고 전략을 마련하고 부하나 라이벌 장수들을 상대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데 비해, 이순신은 아예 말이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전략을 짜는지 전투 전에는 각종 상황에 어떻게 대응을 하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하는 일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노량에서는 결은 좀 다르지만 항왜 준사를 그렇게까지 강조를 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진린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이를 구하러 간 것은 이순신의 대장선이었고 그것도 심지어 노량 전투 중에 2번이나 진린 제독을 구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투 종료 후 진린이 이순신 장군의 전사 소식을 듣고 까무러칠 정도로 통곡을 했다는 점이 더욱 설득력이 있게 되는 건데, 이 부분을 허구로 준사가 구출한 걸로 만든게 도대체 감독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3. 과도한 백병전 집착

사실 이 부분은 대부분의 분들은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고 제 개인적인 성향 문제가 크긴한데요.

어쨌든 이순신 장군이 군사적으로 위대한 장군이라는 점은 22전 전승 무패에 덧붙여 단 한 척의 전선도 전투에서 잃지 않았다는 신화적 업적이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항상 숫적 열세와 보급 부족에 시달린 이순신 장군의 입장에서 승리에 덧붙여 아군의 희생을 최소화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단 한 척의 배도 잃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전술적 운영을 보여준 것이죠.  

따라서 이순신 장군의 전선들은 기본적으로 백병전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명량에서도 대장선 혼자 싸우는 상황에서도 백병전 했다는 기록은 없는 걸로 알아요. 나중에 다른 부하의 배가 백병전에 돌입해서 구출하러 가긴 하지만요.

그래서 명량에서도 난데 없이 대장선이 백병전을 하는 장면부터 확 깨긴 했는데 그래도 명량 전투는 워낙 어떻게 이겼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기록이 별로 없다보니 스토리 짜려면 어쩔 수 없었겠구나 하고 그냥 넘어 갔었는데요. 오늘 노량을 보는데 처음에는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좀 나아졌네 하고 보고 있었는데, 진린의 배가 백병전으로 전멸하는 씬부터 좀 싸하더니 마지막에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 부터 거의 모든 배가 백병전에 돌입한 상황을 보고는 몰입이 확 깨지면서 짜증이 나더군요.

물론 노량은 근접이나 백병전도 있었지만 영화에 나오는 정도의 백병전은 좀 오버 아닌가 싶더라구요.
화포 전력이 빈약한 일본군의 필승전략이 근접 백병전이고 이 정도로 대규모 백병전이 붙는 것 자체가 조선 수군의 패배요. 칠천량의 재현이라 봐야 한다고 봅니다.

감독이 백병전 없이는 영화의 재미나 극적 장면을 만들기 힘들다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건 순전히 감독의 역량이라 봅니다.

노량만 해도 엄청나게 치열한 전투였던 것은 사실이나 결과는 조선 수군은 피해가 거의 없이 적군에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힌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이 전투가 치열했던 것은 주로 명군이 백병전에 휘말렸고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이 최전선을 누비고 다니고 명군 구출도 직접하고 총사령관이 사실상 반쯤 자살할 생각인지 갑옷 벗고 북치고 다녀서 그랬던 거지. 이런 면만 가지고도 충분히 적절히 극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뭔가 감정적인 씬이 필요하다 싶으면 무조건 백병전 남발 아닌가 싶습니다.

        4. 이순신 장군의 전략 전술에 너무 자료 조사가 부실한 감독

저는 사실 한산을 보러 갈 때만 해도 이 영화는 이순신 장군의 화려한 전략을 보여 주겠구나 하고 기대를 했었는데, 영화상에서 이순신 장군은 아무 전략이 없더라구요. 꿈에서 바다위의 성이라는 컨셉을 얻은 뒤 학인진이 구현 되느냐 마느냐로 영화 전체를 끌고 가고 그나마 전략이 아니고 거북선에 의한 타이밍 싸움으로 학익진 완성으로 끝.

실제 역사에서는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 전투 이전까지 매 번 전투의 패턴을 보면 본인이 마련한 전략을 본인이 원하는 전장에서 싸우면서 압도적으로 두드려 패다가 (거기에 거북선의 활약은 덤) 혼비 백산한 적이 미리 준비한 포위망의 구멍으로 달아나게 한 후 그 쪽에 미리 매복 시켜 둔 별동 부대와 함께 포위하며 마지막 한 줌의 적까지 섬멸에 버리는 압도적인 전략적 우위를 보여줍니다.

한산도 대첩도 마찬가지인 게 적의 유인과 1차 학익진은 이순신 장군의 전라 좌수영 군이 담당하지만 적장인 와키자카도 직전 광교산 전투에서 1600명의 전사로 5만 조선군을 도륙한 명장인 만큼 이를 파악하지 못 하진 않았을 터, 하지만 조선 수군은 한 술 더 떠서 매복하고 있던 이억기 장군의 전라 우수영과 비록 한줌 뿐이지만 원균의 판옥선들을 이용해 2중 학익진으로 거의 포위 섬멸전을 펼친 게 한산도 대첩이죠. 이런 걸로 충분히 재밌는 각색이 가능할 텐데, 영화상 내용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순신 3부작은 나름 좋은 점도 많고 재밌게 보신 분들도 많을테고, 일반 대중에게 이순신을 많이 알린 점에서 크게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명색이 이순신 3부작인데 이순신이 충분히 조명을 받은 영화였는가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에 글을 써 봅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저 개인적인 판단이자 불만이고, 전투신도 괜찮고 대부분의 경우는 만족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론 그래도 3부작 중에 노량이 제일 낫긴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23/12/23 00:35
수정 아이콘
다음주에 보러갈려고 하는데 고민되네요...
가라한
23/12/23 00:38
수정 아이콘
일반적으로는 재밌으실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쉬운건데.... 너무 안 좋게만 쓴 것 같네요...ㅠㅠ
이른취침
23/12/23 00:55
수정 아이콘
사실 이순신 장군님은 냉정하고 건조하게 평가할수록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그럴수가 없어요. 진짜 무슨 메테오나 드래곤브레스도 없는데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전장에 나선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명량 이전에도 중앙정부의 지원없이 경영을 해냈고요...
사회성(아부)이 모잘라서 출세길에 잘 오르지도 못했고
진짜 무슨 나라를 일으킬 야심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경영까지 잘해낼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근데 그러면 재미가 없어요. 크
lifewillchange
23/12/23 01:03
수정 아이콘
역시 이순신 하면 김명민이...
23/12/23 01:26
수정 아이콘
감독이 각본쓰다 끝난 전쟁을 병사들 희생시켜가면서 왜 하고있는지 이해못해서 흑화해서 찍은 영화
마스터충달
23/12/23 09:23
수정 아이콘
이순신 3부작에서 이순신은 인물(캐릭터)이 아니라 이순신이라는 국민적 이미지였죠. 그래서 적장은 입체적이고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데 이순신은 평면적이고 심지어 사람 같지도 않게 묘사가 됩니다.

그냥 작가적 역량이 딸린 거죠. 모....
안군시대
23/12/23 09:35
수정 아이콘
근데 고증에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점점 더 사람같지 않아지는게 장군님이라...
마스터충달
23/12/23 09:52
수정 아이콘
안 되겠소. TS로 갑시다!
송파사랑
23/12/23 12:41
수정 아이콘
주제 2가지 잡고 가다가 폭망했다 봅니다. 시원한 조명연합군의 승전 내용과 아군적군 가릴거없이 전쟁이란 비참한것이다 이 두가지 메세지를 다 전달하려 하니까 모든게 꼬였어요
바람돌돌이
23/12/23 19:04
수정 아이콘
도중에 관객이 영화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뭐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뒷부분 지겨웠구요. 동행은 2시간 넘고 나갔습니다. 음악이 멈춘 구간에선 한숨소리도 나던데요. 온라인에서는 이명화가 평이 좋나요?
메펠마차박손
23/12/25 11:00
수정 아이콘
극장가서 보면 웬만하면 재밌게 보는데 이건 너무 지겨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542 [일반] 두 번째 연애 이야기 [6] 피우피우8181 23/12/24 8181 16
100540 [정치] 국민의힘과 합당한 시대전환은 없어질 정당이었다 [17] 계층방정12445 23/12/23 12445 0
100539 [일반] 레데리2 스토리 66% 잡담 [25] 그때가언제라도9716 23/12/23 9716 1
100538 [일반]  강아지 하네스 제작기 (8) - 홍보전략을 세워보자 [4] 니체6495 23/12/23 6495 1
100537 [일반] 폰지사기는 돌고 돌아 .. [13] 비와별12315 23/12/23 12315 3
100536 [일반] 선즙필승 = 과학 [16] 숨고르기11538 23/12/23 11538 9
100535 [일반] <노량: 죽음의 바다> - 납득과 아쉬움의 접근법.(스포) [19] aDayInTheLife7340 23/12/23 7340 0
100534 [일반] 피지알러 추천 도서 기사 및 잡설 [3] 똥진국7350 23/12/23 7350 4
100533 [일반] [노량] 이순신 뽕이 없는 이순신 3부작에 대한 아쉬움 [11] 가라한8424 23/12/23 8424 5
100532 [일반] [팝송] AJR 새 앨범 "The Maybe Man" 김치찌개6095 23/12/23 6095 1
100531 [일반] 수원역 환승센터 버스 사고 원인 [25] Leeka12309 23/12/22 12309 4
100530 [일반] (스포) <명량>, <한산>, <노량> 3부작 감상기 [6] 마스터충달7508 23/12/22 7508 6
100529 [정치] 배터리 아저씨 금감원 압수수색 및 창당 [17] 맥스훼인10942 23/12/22 10942 0
100527 [일반] 행복은 관심이다 [9] realwealth6437 23/12/22 6437 10
100526 [일반] [에세이] 자본주의야, 인류의 복지를 부탁해! (태계일주3 中편) [3] 두괴즐7008 23/12/22 7008 5
100525 [정치] "물에 빠졌다" 보고에‥사단장 "그 친구 수영할 줄 아냐? [102] 덴드로븀18383 23/12/22 18383 0
100524 [일반] 애플워치 미국 판매중지 조치 시행 [6] Leeka8181 23/12/22 8181 2
100523 [일반] 'BTS 정보 무단 열람' 코레일 직원, 재심 끝에 복직 [44] Leeka11193 23/12/22 11193 9
100522 [일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의 설계변경과 이해관계의 조율 [20] 퀘이샤8765 23/12/22 8765 13
100521 [일반]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는 도로 열선 [132] VictoryFood17907 23/12/21 17907 2
100520 [일반] 죽은 군인들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것들 [14] 우주전쟁12430 23/12/21 12430 18
100519 [정치] 與 비대위원장에 한동훈 지명 [344] Rio24553 23/12/21 24553 0
100518 [정치] 대주주 양도세가 10 억에서 50 억으로 상향됐습니다. [176] 아이스베어16241 23/12/21 1624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