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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2/21 16:58:05
Name 우주전쟁
Subject 죽은 군인들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것들 (수정됨)
Battle_of_Waterloo_1815.PNG

1815년 6월에 있었던 워털루 전투로 프랑스 제국과 대프랑스 연합군의 많은 젊은 병사들이 죽었습니다. 전쟁은 누가 승리했는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도 비극이지만 이날 워털루에서 스러져 간 군인들에게는 죽고 나서도 편안하지 않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꼭 워털루 전투에 국한된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전투고 전투가 끝난 뒤에는 아니, 여전히 포탄과 총탄이 어지러이 허공을 가르고 있을 시점부터 이미 약탈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죽은 병사들 또는 상처를 입어 움직이기 어려운 병사들로부터 무기와 동전을 빼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다음은 군복 약탈이 시작됩니다. 허리띠와 군화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아이템들입니다. 죽은 이의 머리카락도 가발을 만드는 제조업자들에게는 유용한 재료입니다. 죽은 이들로부터의 약탈은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치아는 아주 귀한 전리품이 됩니다. 특히 전쟁에서 죽은 이들은 대부분 젊은이라 충치로 손상되거나 담배에 찌들지 않은 좋은 물건들을 다량으로 확보하기가 용이합니다. 여기서 수집된 수많은 치아들은 런던의 치과업자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워털루 전투에서 죽은 이들에 대한 정말 끔찍한 약탈은 위에 언급된 것들이 아닙니다. 여기가 바로 워털루 전투에서의 약탈과 이전 전투들에서의 약탈이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워털루 전투에서 죽은 병사들의 유골들이 다량으로 영국으로 수입되어 들어오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유골들은 잘게 갈려서 농장의 비료로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었는데 이 늘어가는 인구를 다 먹이기에는 곡물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골을 잘 갈아서 밭에 뿌리면 곡식들이 엄청나게 잘 자란다는 사실이었습니다(이건 바로 인골에 있던 인 성분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골에 대한 어두운 수요가 엄청났고 이런 인골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던 공급처가 바로 워털루 전투 현장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골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1820년대 말까지 영국에서 적어도 세 곳의 인골분쇄공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당시 이런 실태를 보도한 영국의 신문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고 하네요.

"It is now ascertained, beyond a doubt, by actual experiment, upon an extensive scale, that a dead soldier is a most valuable article of commerce and for aught that I know to the contrary, the good farmers of Yorkshire are in great measure indebted to the bones of their children for their daily bread."

"이제는 의심할 여지 없이 광범위한 규모의 실제 실험을 통해 죽은 군인이 가장 귀중한 상품인 것이 확인되었으며, 잘은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요크셔의 훌륭한 농부들이 그들의 일용할 양식을 구함에 있어 그들의 자식들 뼈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시 전쟁은 어떤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비극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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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17:06
수정 아이콘
<레 미제라블>에서도 워털루 전투에서 시체 터는 게 주요 장면으로 등장하죠. 등장인물 중 한 인물이 워털루 전투에서 시체 털다가 의도치 않게 한 군인의 목숨을 구해줘서 인생 역전한 사례가 비중있게 다루어 졌습니다. 이게 다 사실에 기반한 서사였군요.
서쪽으로가자
23/12/21 17:25
수정 아이콘
전쟁, 그리고 인간이라는건 잔인하고 참혹하고 그렇네요
겨울삼각형
23/12/21 17:59
수정 아이콘
저 당시는 부상병들 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어짜피 부상병을 후송시킬 [후방]이라는 개념이 없는 상황이니까, 자력으로 걸을수 있으면 그나마 조금 더 살 수 있었지만,
자력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부상병들은 전장에 그대로 버려져서 죽었습니다.
(약탈을 당하던 아니면 그냥 그대로 죽던..)

이런 상황은 반세기가 지난 러시아와 영불연합군이 붙은 크림전쟁(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에도 그대로 이어졌지요.

이런 부상병들을 획기적으로 관리하자고 나선게
우리가 백의의 천사로 흔히 알고 있는 [나이팅 게일] 입니다.

부상병들을 깨끗이 씻고 격리하는등 기초적인 행정절차를 만들어서, 그 뒤 수 많은 부상병들을 살리게 되지요.
23/12/21 19: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냥 유명한 간호사 1인 정도로만 알았지, FGO 게임에서 나이팅게일이 왜 영웅급 취급을 받는지 잘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위키 더 찾아봐야겠네요.

https://namu.wiki/w/%ED%94%8C%EB%A1%9C%EB%A0%8C%EC%8A%A4%20%EB%82%98%EC%9D%B4%ED%8C%85%EA%B2%8C%EC%9D%BC

위생을 처음 도입했다. 이미 1600년대부터 위생의 개념이 있었으며 1800년대 초중기에 위생법 등이 발효되었으나,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것은 그녀라고 봐도 무방하다. 덕분에 [영국군 부상자의 사망률은 40%대에서 2.2%로 감소하는 기적]을 보게 된다.

세상에...... 기적을 부르는 영웅급 위인 맞네요.
23/12/21 20:00
수정 아이콘
근데 전투 중 부상병을 후송하는 현대적인 구급차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이 나폴레옹 시절이긴 합니다
프랑스 대육군의 군의였던 도미니크 장 라레가 처음 고안했고, 이로 인해 라레는 EMS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23/12/21 18:49
수정 아이콘
원래 뭐 일본 전국시대때도 그랬고 전쟁 한바탕 지나가면 근처 주민들이 돌아다니면서 죽은 군인들 귀중품이나 갑옷같은거 뜯어가고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부상자도 근처 무기로 찔러 시체만들고 똑같은일 반복하고 뭐...

전쟁이라는건 진짜 인간성의 종말이죠
샤한샤
23/12/21 18:50
수정 아이콘
시체 약탈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많은 매체에서 다뤄져서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뼈까지 털어갈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허....
23/12/21 19:15
수정 아이콘
뼈까지 저렇게 활용할 정도면 내장과 살도 알뜰하게 썻을거 같네요 으..
23/12/21 20:57
수정 아이콘
근데 이미 다 썩었을거라... 가축 비료로 썼으려나 싶긴 하네요. 어느 모로 보나 정말 죽은 군인들만 안타깝...
애플프리터
23/12/22 00:46
수정 아이콘
내장과 살은 까마귀, 독수리등 공룡들의 밥이 되고, 굼벵이나 박테리아등 벌레들의 일용할 양식으로 고대부터 잘 이용되어 자연으로 돌아갔죠.
설탕가루인형형
23/12/22 09:06
수정 아이콘
공룡한테 죽은 사람은 (거의) 없지만 죽은 사람은 공룡이 많이 먹었겠군요...
23/12/22 08: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평소 멸공 혹은 주전하시는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네요. 더 부자가 될 기회라 좋아라 하실듯 하지만..

그리고 요즘같은 날씨에도 고생하시는 군장병 여러분에게 다시한번더 감사를 드립니다.
계층방정
23/12/22 08:49
수정 아이콘
저 시절에는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남은 시체가 썩어서 전염병의 온상이 되는 더 잔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그제프
23/12/22 12:45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사실 인권이 이렇게 강조된게 불과 얼마되지 않은것 같기도 하네요.

인권이 실감나지 않는다면

강아지의 경우 제가 어릴때만해도 강아지는 보신탕용이었죠. 그런데 불과 몇십년만에 견권? 신장에 힘입어 이젠 보신탕 이야기는 입밖에 내지도 못하는 세상이 된것 처럼

인권도 생각해보면 요즘 시각에선 인골사용은 있을수도 없는일이지만, 저 시대엔 지금만큼의 반감은 없었을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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