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2/17 10:26:38
Name 니체
File #1 IMG_597ED815C1A5_1.jpeg (237.7 KB), Download : 32
Subject [일반]  강아지 하네스 제작기 (6) - 누구나 계획이 있다 두드려 맞기 전까지는 (수정됨)


- 5편 : https://pgr21.com/freedom/100466

이대로 초도 물량을 한 번 생산해 볼까 하다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어서

제품을 좀 더 테스트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알바 모집을 해서 제품 착용, 인터뷰, 사진 촬영 등으로 만 원으로 올렸더니

연락이 몇 건 왔습니다.

그 중에 위치나 강아지 크기 등의 문제로 일단 한 건이 성사되었습니다.

주말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학교 교문 앞에 아주머니 한 분과 딸이 하얀색 귀여운 말티즈를 한 마리 데리고 나오셨습니다.

하네스가 불편하지 않냐는 첫번째 질문에 아주머니는 익숙해서 불편하지 않다고 답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샘플을 보여 드렸는데 이 때부터 당황스러운 상황이 시작 되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아주머니가 제 하네스를 채워본 후에

"오~~ 정말 채우기 편리한 하네스네요. 출시가 되면 꼭 사고 싶어요" 라는 대사를 하면서

강아지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저는 그 과정을 촬영해 나중에 상세 페이지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죠.

그러나 현실은 이랬습니다.

아주머니는 배쪽에 두르는 천을 목에 두르고 계셨고, 저는 급히 그쪽이 배라고 알려 드렸습니다.

그 후에 아주머니는 등에서 채우는게 아니라 강아지의 배쪽에서 채우려는 시도를 하셨습니다...ㅠ.ㅠ

다시 올바른 착용법을 알려 드려서 겨우 채웠는데요.

하네스를 착용한 말티즈가 얼어 붙어서 움직이지를 않는겁니다.

저는 말티즈가 낯을 가려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그 상태로 있다가 아주머니가 하네스를 풀고는 던진 한마디

"저라면 이거 안살 것 같아요"

이런 뼈를 때리는 말을 듣기 위해 당근마켓을 이용했던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제품의 문제점을 얘기 해주셨는데요.

먼저 목줄을 채우는 버클이 강아지의 목아래에 있어서 계속 기도를 압박한다는겁니다.

특히 산책을 하는 강아지는 냄새를 맡기 위해 자주 고개를 숙이는데 그 때마다 목을 불편하게 하겠죠.

그리고 소형견은 목이 생각보다 짧아서, 목줄의 폭이 25밀리나 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처음에 본인이 시도했던 방식대로 강아지 배 밑으로 하네스를 넣어서 채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목줄의 버클이 목 아래가 아닌 목 뒷쪽으로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낯가림이 심한줄 알았던 말티즈가 너무 귀여운 모습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겁니다.

보통 우리가 유아용품을 팔 때 1차로 설득해야 할 대상은 부모입니다.

아이들 몸에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다고 해도, 구매 당사자인 부모를 설득하지 못하면 판매할 수가 없겠죠.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견주를 설득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실제 사용자인 말티즈가 너무 솔직하게 제품이 불편하다고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딸이 사진 찍으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하셨는데

제가 찍고 싶었던 건 제 하네스를 착용하고 행복하게 산책을 하는 모습이었지

얼음처럼 얼어버린 말티즈는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은 사진을 찍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주머니의 피드백을 통해서 목줄의 버클은 목 아래가 아닌 측면이나 후면으로 가는게 맞겠다는 생각과

목줄의 폭이 조금 더 좁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딸에게도 한 번 착용해봐 달라 부탁을 드렸더니 채우는 방식은 확실히 편리하다고 피드백을 주네요.

아주머니께 만약 버클이 측면으로 오고, 목줄이 좀 얇아진다면 이 하네스를 사용할 의사가 있냐고 여쭤봤더니

그러면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목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주셨죠.

제가 해결해야 될 하나의 질문이었습니다.

하네스보다 더 편하게 채울 수 있는건 알겠는데, 목줄은 더 편하게 채울 수 있잖아?

어차피 목줄 형태로 거는 하네스라면 목줄을 하면 되는거 아니야?

추운날씨에 두 분이 같이 나와서 가치 있는 얘기들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 드리고

만 오천원을 입금해 드렸습니다.

제품이 개선된다면 한 번 더 사용해 보시고 피드백을 부탁 드린다는 말에도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끊어갈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12/17 13:44
수정 아이콘
대기업보다 훨씬 피드백 잘하시는 듯 크크 현장 피드백 좋네요
23/12/17 15:37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흐흐
짬뽕순두부
23/12/17 14:53
수정 아이콘
와 진짜 고객경험을 제대로 하셨군요.. 대단하세요
23/12/17 15:38
수정 아이콘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니까 재미있었습니다 ^^
안군시대
23/12/17 19:40
수정 아이콘
저는 SW 개발쪽이라 이런 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항상 저를 괴롭히는건 변함없이 "예외사항" 이더라고요.
평상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제품도 특정 상황을 만나면 동작을 안하거나 이상상태에 빠지는 거죠.
딱 그런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발이 힘든거고, QA가 중요한 거겠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3/12/17 20:43
수정 아이콘
데모의 법칙이 있죠. 사실 이건 애초에 설계가 잘못된거라 더 문제인 상황입니다. (저도 본업은 IT쪽이에요 흐흐)
及時雨
23/12/18 10:30
수정 아이콘
이 시리즈를 이제야 몰아 읽었는데 대단히 흥미롭네요.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많은 멍멍이들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23/12/18 10:47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VictoryFood
23/12/20 01:23
수정 아이콘
당근마켓으로 인터뷰이를 구하고 또 훌륭한 인터뷰가 진행이 되는게 인상적이네요.
23/12/20 01:33
수정 아이콘
너무 추웠지만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731 [정치] 전 의대교수 유투버 추천 합니다. 의대증원 사태 이해 하기 쉽습니다. [241] Crystal22305 24/06/19 22305 0
101729 [일반] 삼식이 삼촌 완결 감상후기(스포 많음) [27] 스폰지뚱9747 24/06/19 9747 5
101728 [일반] 값비싼 인건비의 시대 : 저렴한 외식의 종말 [120] 사람되고싶다16466 24/06/19 16466 37
101727 [일반] 얼마간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며 느낀 소감. [47] 메존일각10408 24/06/19 10408 13
101725 [일반] 대충 우리집 딸기 자랑하는글 [28] 김아무개8615 24/06/19 8615 22
101724 [일반] 맥주쏟고 가게 망하게 하겠다고 행패부린 공무원 근황 [39] Leeka13835 24/06/19 13835 0
101723 [정치] 공무원은 다른 사람의 정보를 무단열람해도 죄가 아닙니다 [26] VictoryFood11901 24/06/18 11901 0
101722 [정치] 6/19 12사단 훈련병, 시민 추모분향소 운영 + 어머님 편지 공개 [53] 일신10096 24/06/18 10096 0
101721 [일반] TSMC 3nm 스냅드래곤 8 4세대 25%~30% 인상 전망, 갤럭시 S25 울트라 가격 상승 가능 [29] SAS Tony Parker 9655 24/06/18 9655 2
101720 [일반] 박세리 기자회견 : 골프가 내 꿈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다른 사람 꿈이였다 [49] Leeka15867 24/06/18 15867 23
101719 [일반] 己(몸 기)에서 파생된 한자들 - 벼리, 일어남, 기록 등 [12] 계층방정6568 24/06/18 6568 9
101718 [일반] 2024년 방콕 중심지 지도 업데이트 [30] 쿠릭12755 24/06/18 12755 44
101717 [일반] [역사] 예나 지금이나 같은 킥보드 문제 / 전동 킥보드의 역사 [17] Fig.18207 24/06/17 8207 12
101716 [일반] 사이코패스 엄인숙 [18] 핑크솔져12196 24/06/17 12196 0
101715 [일반] "임용도 안 된 게'…기간제 교사 물에 담그고 넘어뜨린 남학생 [90] Leeka15121 24/06/17 15121 16
101714 [일반] [단독] 연돈볼카츠 점주들 “백종원은 마이너스의 손”…공정위 신고 [128] Leeka18178 24/06/17 18178 6
101713 [정치] 선진국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없다는 한경협 : 선동과 날조로 당당히 승부하자 [41] 사람되고싶다10748 24/06/17 10748 1
101712 [정치] '월성원전 감사 방해' 산업부 전 공무원들 무죄 확정 [96] 베라히12754 24/06/17 12754 0
101711 [일반] <포트레이트 인 재즈> 읽고 잡담. [3] aDayInTheLife6822 24/06/16 6822 4
101710 [일반] 장롱면허 레이 운전 분투기(3시간) [82] 사람되고싶다10641 24/06/16 10641 15
101709 [정치] 특이점이 와버린 선방위 [18] CV11428 24/06/16 11428 0
101708 [일반] 요즘 심상치 않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사고들 [48] SAS Tony Parker 14135 24/06/16 14135 3
101707 [일반] [팝송] 두아 리파 새 앨범 "Radical Optimism" [14] 김치찌개8408 24/06/16 8408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