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2/06 22:11:41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285035786
Subject [일반] <인 디 에어> - 당신은, 지금 어디 있나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To-do 리스트가 있을 겁니다. 봐야할 것, 해야할 것,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등등. 저한테는 <인 디 에어>는 조금 다른 리스트에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봤던가?' 리스트였습니다. 그러니까, 소설은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도 띄엄띄엄 본 거는 같은데, 끝까지 본 적은 없던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어쩌다보니 각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인 디 에어>는 굉장히 친절하고, 정중하지만, '지금 당신은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나요?'를 계속 물어보는 영화였습니다. 굉장히 극적이거나 혹은 빵빵 터지는 류의 영화는 아니지만 아이러니컬한 농담과 씁쓸한 뒷맛이 맴도는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해고 전문가인 주인공, '라이언 빙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상의 상당히 많은 매력은 좋은 각본에도 있지만, 조지 클루니에게도 공이 가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능수능란하면서도 어린 아이 같기도 하고,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을 매력적인 배우가 소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이언 빙햄의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 달성입니다. 정처없이 일년에 330일 이상을 출장으로 소모합니다. 저는 뭐랄까, 이 캐릭터가 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아보였어요. 사람들에 둘러싸인 사람은 외로워보이면서 동시에 외롭지 않아보입니다. 저는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 그 섬세한 분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군중 속의 인물을 군중과 분리하는 모습. 그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 디 에어>는 결국 정착과 떠남의 순간 사이에서 여전히 떠남 부근을 날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정착과 떠남의 원인은 내적일 수도, 혹은 외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본인이 원해서, 혹은 자본주의적 행동이든, 혹은 사랑이든. 하지만 떠남이라는 선택지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선택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사이에서 정착을 원하면서도 결국 떠나게 되는 한 남자의 아이러니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이디어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anzisuka
23/12/06 23:09
수정 아이콘
인디에어를 보며 제가 느꼈던 것과 같은 감상이네요
보면서 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었는뎀
aDayInTheLife
23/12/07 05:50
수정 아이콘
생각은 해보게 하는 영화 같아요. 그게 근본적인 변화로 이끄는 성질의 것인지는 두고 봐야하지만.. 크크
blue_six
23/12/07 08:55
수정 아이콘
소설 원작과 영화를 둘다 봤었습니다.
인간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 수작이죠.
떠남과 정착, 도전과 안주라는 상반된 욕망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aDayInTheLife
23/12/07 10:02
수정 아이콘
저는 소설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영화는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여러가지의 상반된 욕망과 감정이 뒤섞이는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아요.
애기찌와
23/12/07 09:27
수정 아이콘
알렉스였나요..베라파미가분..나쁜사람 ㅠㅠ
aDayInTheLife
23/12/07 10:01
수정 아이콘
어찌보면 원래의 가벼운 분위기가 맞았다는 것도 조금은 아이러니컬 하죠.
애기찌와
23/12/07 11:41
수정 아이콘
겨우겨우 떠남이 아닌 정착을 마음 먹었건만 다시 떠남으로 등떠밀어주는.. 영화니까 당연히 포장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조지클루니의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대화 하나하나 주옥같았고 마음을 울렸던 좋은 영화였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046 [정치] 일본 주가지수가 1989년 버블 시절 전고점을 돌파했네요. [17] 홍철9054 24/02/28 9054 0
101045 [일반] [듄 파트2 감상] 왕좌의 게임과 반지의 제왕 사이. (약스포) [11] 빼사스6916 24/02/27 6916 2
101043 [정치] 여당이 고발하고 경찰이 수사하고 방심위가 차단한 ‘윤 대통령 풍자 영상’ [47] 베라히15061 24/02/27 15061 0
101042 [일반] [2/28 수정] 비트코인이 전고점을 뚫었습니다!!!! [116] 카즈하14873 24/02/27 14873 1
101041 [정치] 한동훈 "민주당, RE100 아느냐고만 이야기해…모르면 어떤가" [102] 빼사스15132 24/02/27 15132 0
101040 [정치] Pa간호사 시범사업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14] 맥스훼인8315 24/02/27 8315 0
101039 [일반] (뻘글) 유대인과 한국인과 지능과 미래인류의 희망 [41] 여수낮바다8691 24/02/27 8691 5
101038 [정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책은... 무려 표창장 수여!? [34] 사람되고싶다10272 24/02/27 10272 0
101037 [일반] 뉴욕타임스 1.16. 일자 기사 번역(미국의 교통사고 문제) [4] 오후2시8118 24/02/26 8118 5
101036 [일반] 아이돌 덕질 시작부터 월드투어 관람까지 - 1편 [4] 하카세5781 24/02/26 5781 5
101035 [정치] 대통령실 "4월 총선 이후 여가부 폐지를 예정대로 추진" [133] 주말16104 24/02/26 16104 0
101034 [일반] 갤럭시 S22 울트라에서 S23 FE로 넘어왔습니다. [10] 뜨거운눈물8904 24/02/26 8904 5
101032 [일반] 마지막 설산 등반이 될거 같은 2월 25일 계룡산 [20] 영혼의공원7910 24/02/26 7910 10
101031 [정치]  해방후 적정 의사 수 논쟁 [10] 경계인9195 24/02/26 9195 0
101030 [일반] 메가박스.조용히 팝콘 가격 인상 [26] SAS Tony Parker 10657 24/02/26 10657 2
101029 [정치] 이재명 "의대 정원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 선" [84] 홍철18035 24/02/25 18035 0
101028 [일반] 진상의사 이야기 [1편] [63] 김승남10439 24/02/25 10439 34
101027 [정치] 필수의료'라서' 후려쳐지는것 [53] 삼성시스템에어컨12718 24/02/25 12718 0
101025 [정치] 그래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151] 11cm12136 24/02/25 12136 0
101024 [정치] 소위 기득권 의사가 느끼는 소감 [102] Goodspeed16117 24/02/25 16117 0
101023 [일반] 의료소송 폭증하고 있을까? [116] 맥스훼인15381 24/02/25 15381 42
101022 [일반] [팝송] 어셔 새 앨범 "COMING HOME" 김치찌개5470 24/02/25 5470 1
101021 [정치] 아사히 “미-일 반도체 회사 합병시키려 윤 정부가 SK 압박” [53] 빼사스12990 24/02/25 1299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