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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06 19:08:11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칠종칠금(5)-익주의 사람들
올리는 글을 잘못 지정해서 어제 밤에 쓰다가 만 걸 올려버렸네요; 전에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요즘 이렇게 정신을 놓고 사네요...

유장은 이미 억지로 익주의 호족들을 억압해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익주 출신의 사람들은 대부분 유장 아래서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었고, 이는 임기, 가룡, 조위가 자신들이 지지한 익주의 관리자들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상태였습니다. 거기다 유언,유장 부자가 불러온 동쪽의 인재들 중 가장 유능하다고 알려진 법정과 맹달이 이미 유비 편으로 돌아섰으며, 유비와 유장의 사이가 어그러진 이후 전투를 거쳐 항복한 유장 아래의 장수인 오의, 이엄 등은 아예 유비의 고굉이 되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오의는 유장의 형수인 목황후 오씨를 유비와 결혼 시켜 외척의 지위까지 얻게 됩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유장의 항전 의지를 꺾어버린 건 마초의 항복이었습니다. 마초가 가진 서량과 익주 일대의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 강족들이 마초를 따라서 기성 일대를 같이 공략했다는 점 역시 마초가 강족 뿐만 아니라 이 일대의 호족들과 깊은 영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익주의 토착민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회의 투항 역시 익주 호족들이 전부 그와 등을 돌려버린 상황이었습니다. 유장전에 따르면 당시 성도는 3만의 병사가 있었고 군수품이 1년을 버틸만한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내부에서 허정같은 사람이 성벽을 넘어 항복하려 한 사건이 있었듯, 익주 일대에서 유장을 지지하는 지역은 없었습니다. 유장은 결국 항복하게 되고 유비는 성도에 입성하자 유장을 안심시키고 유장의 일족 중 아들 유순을 제외한 모든 일가를 형주 공안에 이주하게 합니다. 유순이 남은 이유는 유순의 아내가 방회의 딸이었으므로 방회는 유비에게 유순을 인질로 남겨두라고 한 듯 합니다. 유장은 끝까지 자신이 끌어들였던 이들에게 배신당한 것입니다.

유장이 유비에게 항복한 후의 유비 휘하 익주군의 인재들 중 중요한 사람들만 좀 몇몇 소개할까 합니다. 물론 이후 남중 정벌과 이후의 일에 관여한 사람들은 나중에 소개하고요.

법정 효직

성격파탄자들에서 나온 은원관계 청산의 화신 법정씨입니다. 뭐 개인 신상에 관한 소개는 성격파탄자들 1편을 다시 읽어보시고...낙성 전투에서 봉추 방통 사원이 전사한 이후(낙봉파에서 죽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예 낙봉파라는 지명 자체가 없었어요.) 황권과 함께 유비의 대외전략을 맡아 한중전투를 모두 계획한 사람입니다. 법정의 계획에 놀아난 조조가 “유비는 이런 계책을 쓸 머리가 아닌데 도대체 누가 도와준거지?”라고 할 만큼 조조는 한중전투에서 법정의 손에 놀아난 꼴이 되버렸습니다.

오의(오일)

자는 불명이고 이 사람에 대한 정사의 자료는 극히 적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위연과 함께 마속 대신에 가정의 수비를 맡길만 하다고 할 정도로 통솔력이나 통찰력이 상당했던 모양입니다. 법가의 화신 같은 제갈량이 외척인 오의와 그 일가인 오반을 중히 썼을 정도면 그와 오반의 군사적, 전략적 능력은 상당했던 듯 합니다. 오의는 이후 유비에게 자신의 여동생이자 유모의 전 부인인 목황후 오씨를 시집보내서 외척으로도 등극하지만 오히려 행동을 삼가고 살폈는지 외척으로서도 촉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황권 공형

파서군 낭중현 출신으로 촉의 토착인으로서 유장을 섬겨 주부까지 올라서 유장의 참모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유비를 익주로 끌어들이는 것을 ‘호랑이를 불러오는 격이다’라면서 왕루와 함께 극력 반대했고, 유장은 황권을 광한현령으로 좌천시켜버렸습니다. 유장이 항복하기 직전까지 유비에게 대항했지만 유장이 항복한 것을 듣자 유비에게 항복합니다. 유비는 황권을 편장군으로 삼았다가 이후 호군으로 승진시켜 조조에게 패하던 장로를 데려오도록 시키는데, 그 사이 장로가 조조에게 항복하자 파서 일대의 친조조 호족인 두호와 박호를 격파하고 파서 일대를 장악해 이후 한중 전투에서 촉군의 전진기지를 마련하는 공을 세웁니다. 황권은 이후 오와의 전쟁때 진북장군으로서 수군을 통솔하다가 퇴로가 끊기자 위에 항복합니다.(황권은 함부로 유비가 움직이지 말고 수군을 선진으로 세워 적의 동태를 보아야 한다고 헌책했지만 유비는 분노로 인해 이 헌책을 거부합니다. 유비답지 않았다고 해야할 듯 합니다...)이후 조비는 황권을 진남장군 육향후 시중에 앉히고 동행할 때 수레를 같이 탈 정도로 황권을 아끼게 됩니다. 이후 유비는 사법관리들이 황권의 일족을 잡아다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황권이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황권을 버린 것이다. 그는 아무 죄가 없으니 그 일족은 살려두라”고 말합니다. 위에서 어느 사람이 유비가 황권의 일족을 모두 몰살했다고 말했습니다.

황권 : 유비님은 제가 어쩔수 없이 항복한 것을 알기 때문에 제 가족을 죽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후 유비가 백제성에서 죽었다고 전해지자 다른 위의 신료들이 기뻐해도 그는 기뻐하지 않고 슬픈 빛을 드러냈으며 조비가 이를 놀릴 요량으로 황권을 소환하자 그는 오히려 태연자약했다고 합니다.
황권은 사마의에게 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게 되는데 사마의는 제갈량에게 보낸 편지 중 황권은 항상 제갈량을 칭찬하고 구실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촉에 남은 가족 중 아들 황숭은 위군이 면죽을 공격하자 제갈첨을 보좌해 맞서 싸우던 중 전사하게 됩니다.

이엄 정방

초명은 엄, 이후 평으로 개명해서 이평이 됩니다. 원래 유표 휘하의 관리였는데 조조가 형주로 오자 익주로 도망치고, 이엄을 발견한 유장은 그를 성도현령으로 임명하고 고과에서 높은 평가를 합니다. 이후 유비군의 공격에 유장은 이엄을 호군으로 삼아 면죽관에서 그를 막게 하지만 이엄은 군사를 이끌고 가 그대로 유비에게 항복하고, 유비가 익주를 점거한 이후 건위태수 흥업장군에 올려 건위군을 지키게 합니다.
한중전투 중 마진과 고승이라는 이들이 사람을 모아 유비에게 반란을 일으켜 수만의 민병을 강제로 모아 건위군으로 진격합니다만, 당시 촉군과 건위 군 등 익주지방의 군사들은 대부분 한중 전선으로 배치되어가는 와중이어서 건위군에는 병사가 수천 정도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엄은 이중 5천 군사를 이끌고 가 마진과 고승을 죽이고 그 아래의 잔적들은 모두 풀어주어 민적을 회복시킵니다.
유비가 백제성에서 임종하기 전 이엄을 불러들여 상서령으로 직을 올리고 제갈량과 함께 유조와 탁고를 내리는데, 당시 제갈량은 기존에 유비를 따르던 유협집단의 리더 격인 사람이었고, 이엄은 익주로 온 이후에 유비를 지지한 사람 중 가장 큰 세력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즉 익주파의 리더 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이엄을 중도호를 더해 강주군을 지켜 오를 대비하게 합니다. 이때부터 이엄은 제갈량에 이은 촉의 신료들 내에서 2인자 위치를 가지게 됩니다. 그의 위치가 어느정도였는지 유협집단 중 가장 오래동안 유비를 따라다닌 진도가 이엄 휘하로 들어갔다는 점은 그가 촉 내에서 반론의 여지가 없는 명실상부한 촉 전체의 3인자의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제갈량이 북벌을 할 때 그를 표기장군으로 삼고 한중군에 주둔하게 했으며, 그 아들 이풍을 강주도독 독군으로 임명하여 이엄을 보좌하게 합니다. 이엄의 주 직무는 북벌군의 보급품 운송이었습니다. 이후 위세가 오른 이엄은 제갈량에게 자신의 막부를 열수 있도록 요청하는 등 방자하게 행동합니다. 막부는 주로 대장군이나 승상처럼 군이나 행정의 결정권자가 자신의 자택에 살면서 그것을 결재하고 담당 관리들을 불러들여 이를 보좌하게 하며 그곳에 거주토록 하는 것인데, 이엄은 표기장군 직에 중도호 신분이라서 막부를 열 권한이 없었습니다. 당시 제갈량은 승상으로 승상부에서 촉의 모든 전반업무를 유선을 대행해 치르고 있었는데 이는 제갈량에게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이엄을 달래는 방식으로 그 아들 이풍을 등용하는 방식 등을 사용해서 이엄을 달랬는데, 이건 제갈량이 이엄을 제거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엄이 유비로부터 유조와 탁고를 받은 대신이라는 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 이엄이 대형사고를 치고 맙니다. 231년에 촉군이 기산에 주둔할 당시, 여름부터 시작된 장마가 가을까지 이어져 보급이 힘들어 지자 제갈량에게 군대 철수 요청을 보내고, 제갈량 역시 이에 동의하고 한중으로 철수합니다. 그런데... 이엄은 이참에 제갈량을 끌어내리고 승상직을 탐냈던지 유선에게 제갈량이 군량이 충분한데도 후퇴했다고 모함을 합니다. 이를 들은 제갈량은 지금까지 이엄이 보낸 공문을 전부 공개해서 이엄의 잘못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이엄은 관직을 모조리 삭탈당하고 재동군으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 제갈량이 죽자 그는 “이제 자신은 다시 관직에 오르지 못하겠다”고 말하면서 병이 들어 죽게 됩니다. 촉에서 제갈량에 버금가는 3인자까지 올랐지만....제갈량이라는 엄청난 인간에게 도전한 결과는 그의 영화를 완전히 빼앗기게 된 겁니다.

유파 자초

유파는 연의에서 유비를 익주로 불러온다는 데에 황권, 왕루와 함께 극력히 반대하다가 파직당하는데, 사실 이사람...참 재밌는 행동을 한 사람입니다. 원래 유파는 영릉군 사람으로 유표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재야에 있다가 조조가 남정하자 조조에게 달려갑니다. 조조는 그를 속관으로 삼아 장사,영릉, 계양군을 귀순시키도록 하는데...이때 유비가 이곳을 비롯한 형주 남부 4개군을 모조리 차지한 뒤라서 갈수가 없어 결국 유파는 교지로 도망가버렸고, 이를 들은 유비는 상당히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유파는 유비를 피해서 촉군으로 갔는데...얼레리...이번엔 촉군으로 유비가 와서 촉군을 낼름 삼켜버렸네요? 제갈량은 항상 유파를 천거해서 유비는 그를 좌장군 서조연으로 삼고, 유파는 유비를 피해 도망간 것을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그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이후 법정이 죽자 법정 대신 상서령에 오르게 됩니다. 유비가 황제로 오를 때 황천상제와 후토신지에게 보고하는 문장이나 다른 임명서 등은 모두 유파가 지었다고 하니, 그의 문장력은 상당했던 모양이고, 이러한 유파의 능력을 높이 산 제갈량은 유파를 유군자초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렇게 유비 피해 도망갔음에도 유비는 그를 크게 중용한 걸 보면...유파의 능력이 그만큼 탐났던 것일까요? 아니면 유비가 대인배였던 걸까요?

곽준 중막

곽준은 유표 아래 있다가 유비에게 바로 투항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촉과 관련된 인물에 나오냐면... 이사람 방어전에 있어서는 정말 신의 경지에 올라 있었습니다. 유비가 유장과 전투를 치를 때 후방의 가맹관은 유비의 거점으로서 중요했습니다. 장로가 양백을 보내 가맹관 넘기면 뒤 안칠께 라고 말하자 곽준은 한마디를 날려버립니다.

곽준 :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넌 이 성 못얻어.

이후 유장의 장수 부금, 상존이 만명의 대병을 이끌고 와서 가맹관을 포위 공격했는데, 가맹관은 수백의 병사 뿐이었습니다. 소수의 병력임에도 곽준은 1만의 촉군을 상대로 1년 동안이나 유장군의 공격에서 가맹관을 지켜냈고, 이 와중에 상존은 곽준에게 죽습니다. 그리고 그 부대는 결국 와해되어 버리죠.(본격 15배 이상 병력을 역관광 시킨 방어전의 신.swf) 이러한 곽준의 공에 유비는 광한군을 분할해서 재동군을 만들고 곽준을 재동태수 비장군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무리한 곽준은 3년후 나이 40에 죽고 맙니다. 이를 애석해 한 유비는 직접 신하들을 데리고 곽준의 상가로 가서 조문하고 그 묘에서 잤다고 합니다. 당시 그 사람들은 이것을 큰 영예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팽양 영년

팽양은 광한군 사람인데..이사람 성격이 아주 오만했다고 합니다. 팽양은 유장 밑에 출사했는데 유장은 오만한 팽양을 싫어해서 서좌, 그러니까 서기를 시켜버리고, 팽양을 싫어한 많은 사람들은 팽양이 유장을 비방했다고 말해 팽양은 머리를 깎이고 노역수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후 유장에 대해 큰 원한을 가진 팽양은 유비에게 투항하는데 유비의 책사 방통의 장막에 가서 그 전에 방통과 아는 사이가 아님에도 방통의 침대에 누워 있고 밥과 술을 내놓으라고 해서 식사를 하고 나서야 방통과 대화를 나눕니다. 방통은 유비에게 팽양을 추천하고 법정 역시 팽양의 재능을 높이 사 그를 유비에게 추천합니다. 유비는 방통과 법정의 추천에 팽양을 치중종사로 삼고, 이후 익주를 함락하자 익주군 치중종사로 승진시킵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팽양의 언동과 성격과 맞지 않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그런데 법정과 친한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그리고 팽양은 크게 출세를 하자 오만해지고, 이러한 팽양을 보다못한 제갈량은 팽양은 야심이 커서 그를 높게 쓰면 주군의 안전에 영향이 있다고 진언하자, 팽양이 죄를 짓자 강양 태수로 좌천시킵니다.
여기에 불만은 품은 팽양은 마초를 찾아가서 은밀히 유비를 뒤엎자고 떠보는데, 마초는 이를 바로 유비에게 보고합니다. 마초의 출신성분 상, 마초는 그다지 높은 직위로 갈 수가 없었고, 그는 항상 주시당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후 팽양은 옥에 갇히는데 바로 제갈량에게 편지를 씁니다. 좀 길지만 한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제갈량님 내가 생각을 잘못해서 그런거니 한번만 살려주세요!

하지만 얄짤 없는 제갈량은 결국 팽양을 죽입니다.

등지 백묘

연의에서는 오로 가서 동맹을 체결하고 1차 북벌 때 노장군 조운을 보좌하며 큰 공을 세운 등지 백묘..되시겠습니다. 등지는 원래 한 말 촉으로 들어갔는데 유장은 그를 그리 중한 자리가 아닌 군 현의 말석에나 앉히게 됩니다. 이에 지친 등지는 당시 익주종사로 있던 장유라는 사람이 관상을 잘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갑니다. 장유는 등지를 보더니 이리 말합니다.

장유 : 너님은 일흔 이후에 대장군에 오르고 후로 오를 꺼임. 그러니까 아직 멀었으니 일이나 열심히 하셈!

하지만 이런 막장 관운도 잠시, 유비가 익주를 평정한 이후, 비저각독으로 있던 등지는 유비를 비현에서 만나게 됩니다. 유비는 그와 대화를 몇마디 나눠보고는 그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비현 현령으로 임명하고 이후 바로 광한태수로 승진 시킵니다. 광한태수 시절 엄정하고 검소한 행동으로 군민들의 찬사를 받자 바로 상서직이 됩니다. 유비가 아직 영안에서 죽기 전, 조비에게 시달려버린 손권은 촉과의 우호를 원했지만, 유비가 살아있는 이상 이것은 불가능 했고, 이후 유비가 죽자 제갈량은 동오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송위와 비의를 파견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유비가 죽은 것을 손권이 알게 될 경우 오의 내부 여론이 주전론으로 흐를 것을 걱정하게 됩니다. 육손 역시 비주전파이긴 하지만, 육손 자신이 다수의 주전파들을 아우를 정도의 힘은 그때까진 없었거든요. 이때, 등지는 제갈량을 제발로 찾아갑니다.

등지 : 새 황제가 유약하고 방금 직위하였으니 오에 사신 보내서 동맹 관계 맺어야 함요!
제갈량 : 나도 오랫동안 그리 생각했는데 보낼사람이 마땅찮았는데, 오늘 적임자를 찾았네.
등지 : 그게 누구임요?
제갈량 : 누구긴, 너님 사신 당첨.

등지는 손권에게 가는데 손권은 유선이 동맹을 맺을 사람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그 아버지인 유비는 조조가 생전에 꺾지 못한 유일한 사람임에도, 그 아들인 유선은 어떤 인물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등지 : 내가 온거는 촉과 오를 위한 것임! 글고 손권 너님하는 지금 매년 세공으로 조비 그 막장 시키한테 죽어라 뜯기고 아들도 인질로 바치라고 했는데 안보내니까 조비가 너님하 쳤잖슴.
손권 : 나도 촉하고는 동맹 맺고 싶은데 유선은 비리비리하고 촉은 국토가 작잖아. 그러다가 조비가 남정 크리 타면 나만 죽어날껀데?
등지 : 촉하고 오가 합하면 위하고도 싸워볼만 하고, 손권 너님하가 오에 있고, 촉엔 제갈 승상이 있는데 뭐가 걱정임? 조막장 따위는 쳐발릴거고, 촉은 험준하고 오는 강에 의지해 싸우면 위는 끽소리 못할거임. 만일 다시 또 위에 복종하면 지금 요구하는 거보다 더 심하다가 결국 군사 몰고 쳐들어와서 강남은 너님 땅이 못될거임.
손권 : 좋아. 이제부터 촉과의 동맹한다. 답례로 장온 보낼게.

등지의 설득이 얼마나 잘 먹혔는지, 손권은 제갈량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손권 : 전에 보낸 정굉이라는 놈은 말만 번드르르 했는데 등지는 믿을만 하네.

이후 오와의 외교 사절은 대부분 등지가 맡게 되고 손권은 촉으로 사신을 보낼때마다 등지의 안부를 묻곤 했다 합니다.
하지만 등지는 이러한 외교적 능력 뿐만 아니라 전략적 능력도 있었는데 제갈량이 북벌 할 당시 등지를 중감군 양무장군에 임명하여 자신을 보좌하게 했고, 제갈량이 죽은후 전장군, 연주자사 양무정후가 되었으며 243년에는 거기장군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248년에 외적이 도위를 죽이고 반란을 일으키자 등지가 바로 출동해 이 반군을 완전히 격멸해버립니다. 등지는 251년에 사망하는데, 그가 장군의 지위에 있던 20여년 간 상벌을 명확히 하고 병사들이 고되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그는 청백리여서 그가 장기간 조정의 고위직에 있었음에도 모든 생필품을 관에서 공급하는 것 이상은 받지 않았고, 거기다 사적으로 재산을 모으지 않아 그의 처자식은 매번 끼니를 잇기가 힘들고 추위를 면하지 못했고, 죽었을 때 집에 남은 재산이 전혀 없었다 합니다. 등지는 성격이 강직해 당시 선비들은 그를 낮게 평가했는데, 오직 강유와 제갈량만이 그를 높게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 전에 제갈량이 사망하자 손권은 파구에 군사를 늘리게 됩니다. 만일 위가 공격해올 경우 구원하고, 만일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촉을 분할하기 위함이었는데, 촉은 이를 듣고 영안의 방비를 강화하고 종예라는 이를 사신으로 보냅니다.

손권 : 촉과 오는 한 가족인데 촉이 왜 갑자기 영안에 수비를 강화했음?
종예 : 오쪽에서 파구에다가 군사를 늘렸으니 우리도 수비를 강화 한거 뿐인데요? 뭐 당연한 일이니 그거 서로 추궁할 일은 아닌 듯 한데요?
손권 : 님은 예전에 사자로 온 등지보다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뒤떨어지지는 않네요.

그리고 종예를 등지와 동등하게 대접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손제리씨가 얼마나 촉의 대신 중에 제갈량과 비의를 제외하고 등지를 신뢰하는 대목인지 알 수 있는 구절입니다.  

동화 유재

동화는 조정이 어지러워지자 익주로 간 사람입니다. 유장은 동화를 강원태수 성도현령으로 삼았는데, 그는 근검 절약하고 법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지키자 동화가 머무른 곳은 항상 풍습이 선량해지게 됩니다. 현 내의 호족들은 동화의 엄정한 법 적용을 두려워 해서 그를 파동속국도위로 좌천시킵니다.(호족이라기 보다는 동주병들인 것 같습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동주병들은 가히 그 지역에서 지배자로 행세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동화의 임지에 있던 관리와 백성, 노약자들이 인간 사슬을 수천이 동화의 행차를 막고 더 머물러 달라고 요청하자 유장은 결국 그 직위에 2년 동안 유임시키고 익주군 태수로 임명합니다. 이러한 동화의 통치는 남중 지방 사람들까지 복속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유비는 익주를 차지하고 난 뒤 동화를 장군중랑장에 삼아 군사장군 제갈량과 동위에 놓았는데 제갈량과 동화는 서로 도와서 익주의 법제와 풍속을 바르게 고치게 됩니다. 이에 둘은 상당히 친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화의 통치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제갈량은 관리들에게 동화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각 고을을 다스리라고 말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화의 아들이 바로 촉의 사성(四星)이라고 불리는 동윤으로서, 제갈량은 동윤을 유선에게 붙여 유선에게 간언을 바치게 합니다. 제갈량이 사망한 후에 황호가 유선 주변에 머물게 됐는데, 황호는 동윤을 무서워해서 동윤이 살아있을 적에는 항상 동윤의 눈치를 살펴 사악한 짓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윤이 죽기 전까지 황호의 직위는 일반 환관 밖에 지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손권이 형주를 침공해 관우를 죽이자, 촉과 오의 관계는 철천지 원수 관계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 이전에 형주 영유권 문제로 서로 수면 아래 관계는 적이나 다름 없었지만, 조조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하는 이상, 그들은 어쩔수 없이 서로 본 얼굴을 숨기고 협력했죠. 형주를 완전히 점유한 손권은 내친 김에 익주까지 집어 삼키겠다는 생각을 드러냅니다. 위 역시 조조가 죽고 조비로 계승되고, 헌제를 압박해 가선양을 받는 등, 내부의 일이 바쁜데다가, 위가 남하하지 못하도록 손권은 위의 무리한 세공 요구를 들어줍니다. 대 위 외교 전선이 안정되자, 손권은 촉에 대한 공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촉 공작은 관우의 죽음과 더불어 유비는 손권을 완전히 토막내 죽여버리겠다는 생각만 남게 됩니다. 유비와 손권의 광기는 이릉의 불꽃으로 촉발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관우의 죽음과 형주 문제만이 이릉 대전의 불씨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발열점은 남중으로도 이어 붙어버립니다.

뱀발1.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건, 그 사람이 그 생각에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쓰는 사람 역시도 이 책임에선 벗어날 수가 없지요.
뱀발2. 결국, 우리는 투표해야합니다. 이게 그들의 얼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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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06 19:19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P.S. 남중이 어디죠..?
레빈슨
12/09/06 19:39
수정 아이콘
어 지우고 새로 쓰셨네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p.s 이엄은 그래서 2인자에요 3인자에요?
하야로비
12/09/06 19:55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황권은 사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단한 능력자입니다.
세명의 주군을 섬기면서 그 셋 모두에게 중용되었고
특히 위나라에서 황권은 그 출세하기 힘들다는 항장 출신으로 2품직 거기장군, 군부내 넘버 3까지 올라갑니다.
(항장 출신 중 화려한 공적을 자랑하는 장합이 거기장군, 서황은 3품직 우장군, 장료는 3품직 전장군까지 승진했습니다)
아르카이져
12/09/06 20:10
수정 아이콘
등지 같은경우는 군사적 능력도 나름있었던거 같고 사절로 가서 많은 것도 보여줬었는데 성격이 강직하고 소박하여 선비들하고 친하지 못했는데 오직 강유만이 능력을 인정했다고 하고 비의등도 피했다고 하는거 보면 많이 까칠 했던것인지 모르겠네요 비의야 뭐 성격 워낙 좋아서 그당시 양의,위연같이 성격 더럽다는 사람들 하고도 나름 잘 지냈다고 하던데 비의가 피할 정도면 만만하지 않았나 보더라고요
그리도 동윤은 제갈량 출사표에도 나오지만 덕을 일이키는 말이 없으면 동윤등을 처벌해 직무태만을 벌하라고 나오기도 하죠 뭐 진짜 처벌이 무서워서 그랬던거 아니겠지만 유선한테 잔소리 쓴소리 많이 하기로 유명 했죠 후비수도 12명 이상 못늘리게 하고 잔소리나 이런거 보면 오나라 장소하고도 비슷한거 같구요 그래도 동윤 덕분에 동윤 살아 생전 황호같은 환관이 쥐죽은 듯이 지냈지만 사후에 동윤이 아끼던 진지와 황호가 짝짜꿍이 맞아서 촉나라는 막장이 되어 버리죠
12/09/06 20:36
수정 아이콘
흑 벌써 칠종칠금 끝나가나요?
삼국지글 계속 연재해주세요 ㅠㅠ
12/09/0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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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유비는 이런 계책을 쓸 머리가 아닌데 도대체 누가 도와준거지?”란 대목에서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조조가 유비와 영웅론에 대해 이야기 할만큼 유비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나. 란 생각이었죠.
저는 유비가 입촉하기 전까진 혹은 적어도 적벽대전 까지는 유비를 그저 완의 장수 처럼 배후를 찌를 수 있는 군벌 정도로 조조가 판단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비에게 한왕조의 좌장군 직위를 수여한 것이나, 원술을 치라며 군대를 딸려 주었을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여담으로, 유비가 형주에서 익주를 집어삼키고, 처음으로 조조의 정규군과 전투끝에 한중을 점거한 후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이 안갑니다. 얼마나 기뻣을까요. 객장신세에서 조조에게 강력한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갔으니. 아마 한중왕에 오르면서 어마어마한 기쁨을 누렸을거라 봅니다.
후추통
12/09/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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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남만을 이야기 합니다만, 저는 남만보다는 남중이 맞다고 봅니다. 남만은 중국인들의 시야에서만 본 거죠.
/레빈슨 이엄은 3인잡니다. 물론 1인자이자 황제인 유선이....하지만 탁고대신으로 이엄을 불러올리면서 이엄의 위치는 단박에 바로 제갈량급으로 올라갑니다.
/티티 아마 앞으로 2~3회 정도에 끝날겁니다. 익주에 관련한 썰이 좀 많았지만 익주 관계를 알지 않고는 남중을 보고 넘어가기도 어렵고, 거기다가 남중 문제는 익주의 상황과도 연관이 되어 있었거든요.
/outlawz 조조가 이런 계책을 쓸 머리가 아닌데라는 건, 유비의 전략적 능력이 낮아서가 아니고, 약점을 찌르고 하후연을 죽인 이후 진득한 거점 방어전략을 쓰는 법정의 전략이 이전의 선제 공격이나 또는 상대보다 우위적 상태에서 공세를 취하는 유비의 평소적 전략론하고 달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주전만 읽어보더라도, 유비의 군사적 능력은 상당했습니다.
12/09/0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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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스타일의 차이에서 조조의 발언이 나왔던 것이네요.
물론, 저 역시 유비의 재능은 상당히 높게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유비는 개인적 능력이 뛰어난 군주였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조조가 유비를 과연 원소나 손견-손책을 휘하에 두고 수춘, 여강에서 양주를 아우르던 시절의 원술만큼 위협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적벽대전 후 형주 남부를 조조의 간접지배지역에서 유비가 본인의 것으로 영유하였을때부터 독립된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았을런지요. 물론 조조 역시 원소의 군벌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을 때가 있기 때문에 유비를 완전히 무시하진 않았겠습니다만...

2-3회 안에 연재가 종료된다니 아쉽네요. 이런 디테일한 글 어디서도 보기 힘든데,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인물평이나 민담같은 것들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12/09/0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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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계책이 아닌데... 라는 것처럼 삼국지 내에서의 인물평은 오해되기 쉬운 측면이 많고 실제로 그래왔죠.

진수의 제갈량에 대한 평가도 기책의 그의 장점은 아닌 거 같다. 라는 뉘앙스의 말이 기책이 부족하다라는 단점이 언급하는 게 아닌,
소하도 한신을 추천하고, 관중은 성보를 천거했는데 이는 한 개인이 모든 능력을 다 가지기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갈량의 기량은 관중과 소하에 비견될만큼 환상적임에도,
그와 짝을 맞출 성보, 한신같은 이가 없어 대의를 이루지 못한 것 뿐이다.
라는 의미인데.. 이게 대중들에겐 왜곡되어 제갈량은 정치만 잘하지 군사적 능력은 별로라매?
라고 꽤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왔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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