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오해'라는 말이 가진 사전적 의미입니다. 그리고 요즘 많이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입니다.
오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등을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알아듣는' 자신으로 인해 일어나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고, 이른바 피드백(Feedback)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오해라는 것은 사람이 이중인격이 아닌 이상 혼자 생길 수는 없습니다.
(물론 책이나 글을 읽다가 그것을 잘못 읽는 경우에는 혼자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제가 이번 글에서
말하는 '오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통 과정에서의' 오해임을 다시금 말하고자 합니다.)
오해라는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여러 부대낌이 일어나게 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도 없고 모든 이들이 자신의 마음 같을 수는 없는 이상 크고 작은 오해는 언제나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해라는 행동에는 일단 악의가 없다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의를 품은 오해에는 '곡해'라는 말이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 오해가 쌓이면 정말 증오와 분노로 발전하게 되고 나아가 인간관계에서의 걸림돌이나 장벽으로 자리잡게 되지요.
친구는 물론이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도 말로써 오해를 풀지 않으면 앙금이 쌓여서 서로 죽일 듯이 싸울 수도 있는 법이고,
사회에서 다른 회사 및 거래처 등과 일을 할 때에도 오해가 발생한 것을 그대로 놓아 두면 일에 차질을 빚는 경우는 빈번합니다.
그래서 '오해'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풀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나이의 경중을 막론하고요.
오해라는 것은 인생살이든 사회생활이든, 친구관계이든 부부, 애인관계이든 자녀관계이든 쌓여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쌓였다 생각되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풀어야 합니다. (물론 부자연스럽게 풀려고 겉만 요란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자, 어떻든 이런 이유로 오해를 해명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위정자나 공직자들 역시 사람인 이상 그 말에 해당이 되겠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 특히 요즘 계속되는 위정자와 공직자의 - '오해'라는 말을 나쁘게 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 번째 이유는 위정자나 공직자들이 '자신의 잘못됨을 사과하는' 용도로 '오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사람 및 대상 사이의 오해라는 것은 단독행위가 아니라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제나 잘못된 생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일어나는 피드백 과정에서의 행위입니다. 따라서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한답시고 '오해'라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겉만 번드르르할 뿐 실상은 매우 나쁜 행동이 됩니다. 왜냐하면 잘못한 것을 사과한답시고 하는 말에
'일이 이렇게 된 건 네가 잘못 생각했고 잘못 받아들였기 때문이다'라는. 아주 위험한 속뜻이 들어가 있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 제가 국어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위의 사전적 의미에서 판단하자면 - 현 위정자들과 공직자들의 빈번한 '오해'라는
단어 사용은 국민에 대한 배반 행위이자, 극히 잘못된 국어 단어 사용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공직자나 위정자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 그 잘못된 행동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해야 하는 것은 '사과와 반성'입니다.
'오해'와 같은 식의 미온적인 변명이 아닙니다. 국민에 대해 공직자나 위정자들이 잘못을 했고 진정 사과할 생각이라면,
그 직업윤리상 '섬겨야 마땅한' 국민들에게 '오해'따위의 단어를 사용하는 치졸한 방법으로
'지금 내가 잘못되었다고 정죄받은 건 국민들이 잘못 생각하고 받아들인 탓이다'라고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 6개월 동안 등에 꽂힌 비수가 몇 개인지 세는 데에도 이젠 지칠 지경이군요. 저 대신 세어 주실 분 없으신지요?)
두 번째 이유는 이 말을 사용하는 공직자나 위정자들이 '오해'라는 말이 가진 모호한 성격을 악용하기 때문입니다.
'오해'라는 말에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잘못된 해석이나 생각이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오해 행위 자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악의적인 행동은 아닙니다. 악의적으로 잘못된 해석이나 생각을 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곡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오해'가 아닌, '난독증'이나 '곡해'를 싫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오해로 인하여 어떤 갈등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혹은 '사소한 것 가지고'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대 개인 간의 관계에서는 오해로 인해 그러한 일이 일어나면 그냥 툭툭 털어버리고 없었던 일로 해도 됩니다.
하지만 위정자나 공직자들이 공무상의 일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것들 중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그것은 국민과 관계된 일이고 '나랏일'이라는 공적인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기업체나 어떤 개인간의 일보다 명백한 책임 가리기, 조사, 신상필벌, 그리고 재발방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오해'라는 말을 사용할 경우, 책임의 소재는 붕 뜨게 됩니다. 악의, 고의로 잘못한 대상은 누구도 없다는 이야기니까요.
이렇게 되면 피해를 입고 불이익을 당한 사람이나 대상은 있는데, 책임을 질 사람이나 대상은 아무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일은 흐지부지되고, 피해나 불이익을 당한 이들은 정당한 보상이나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되며,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거기에, 이런 일이 거듭되면 '당한 사람만 억울해진다'는 식의 사회 풍조가
생기게 되는데 이게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민주주의 사회에 좋을 것이 없음은 물론입니다.(지금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죠)
더군다나 지금의 위정자나 공직자들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는 아주 모호한 표현으로,
사람들을 더 화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기도 합니다. 국민 평균 혈압을 늘리는 아주 나쁜 승압제(昇壓劑)라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앞서 첫 번째 이유에서 잠깐 말했던 '책임 전가'입니다.
공직자나 위정자들이 오해 운운하면서 국민들에게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떠넘기는 것만큼 나쁜 마인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투철한 사명감이나 피끓는 애국심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습니다만, '오해'란 말을 방패로 삼아 떠넘기기에 바쁜 이들을 보면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작자들은 냄비받침으로 써 봤자. 냄비가 뜨겁다고 냄비를 뒤엎어 버릴 것입니다. 그러고는,
"냄비를 잘 받치려고 중심 잡으려고 움직였는데 냄비가 지 멋대로 엎어졌다"면서 툴툴대고, '당신이 오해했다'고 하겠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 남짓 지났고, 그리고 오늘은 국민과의 대화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물론이고 이 정부가 앞으로 어떤 것을 했을 때 나라가 발전할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지나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생각도 지금 돌아가는 나라의 꼬락서니를 보면 부질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해'라는 말들로 명백한 자신들의 실정과 잘못들을 국민들에게,
혹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아무런 사과와 반성 없이
자기가 하려는 행동들의 수많은 잘못된 점을 무시하고 밀고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국민들에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는 식으로 말하겠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怒)해'있는 국민들을 만족시킬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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