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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12 14:31:44
Name SXDFSSX
Subject ... '어떻게' 입니다.



나이를 먹고 늙어감에 따라서
제가 생각하던 여러가지 꿈들은 하나하나 박살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전 초등학교 1학년 꼬마가 주식을 해서 1천만원까지 벌었으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1억을 벌겠다고 말하는 걸 봤습니다.
그 아버지는 '오히려 아이들이 돈을 너무 늦게 아는 것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 대목에서 출연자들은 잠시 멍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는 결과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그 자리의 사람들을 승복시킬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인정합니다.

만화에 나오던 정의로운 세상은 꽤나 허황된 이야기이고
결국 나보다 약한 사람을 억압하면서 살아가게 된다는...
불변의 정의가 있는 게 아니라 정의는 상대적이며
역사가 이기는 사람을 '정의'로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씁슬했습니다.



결과를 가져간 사람에게 반항하지 않아야 세상 살기가 편합니다.
그 어떤 다른 사람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면
정신차리라고 하면서 논리적으로 세뇌를 시켜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한명을 제외 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바로 '그'입니다.

그는 어떤 자연적인  '힘'에 대해서
끊임없이 반항하고 내가 생각하던 타성을 깨부수고야 맙니다.
그의 플레이는 똑같이 보이는 세상을 다르게 보이게 합니다.
그게 어쩔 땐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쉽게 부패할 수 있는 내 마음에 그의 플레이는 날카로운 일침과 같기 대문입니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대체 저렇게 괴롭게 노력하며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도 왜 그것을 멈추지 않는 것인지...
대체 왜 포기하지 않는 것인지...
그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

한마디로 그의 노력 그의 생각 그의 미련함에서 저는 '감동'을 받습니다.
괴롭습니다.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 그가 없었다면
답답한 현실 속에서
나는 더더욱 답답하게 살리라 쉽사리 마음 먹었을 텐데 그걸 못하게 합니다.
그의 플레이에 감동을 받으면 그렇게 해야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왜냐하면 그의 플레이엔 승리 이상의 것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바라는 표면적인 것은 이 세상이 원하는 '승리'겠지만
그는 승리에 앞서 항상   '어떻게'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그가 승리했다 어떻게?
그가 패배했다 어떻게?
그가 그 어떻게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그것이었습니다.
그 느려터진 드랍쉽으로 어떻게?
그 약한 종족인 테란으로 어떻게?
그 취약한 생산력으로 어떻게?
이 시대 최강의 천재 테란을 상대로 어떻게?

  '어떻게'가 중요하지 않다면 그렇게 다양한 방법보다는
결과를 우선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으로 승리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아무도  '어떻게'가 '승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만은 다르게 느끼게 해줍니다.
분명히 그가 결연한 의지를 가진 바보이기 때문에...

'승리'란 결국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미련한 그는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지만요.
그는 '승리'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어떻게'란 그의 진정한 목적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바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이유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그가 만들어낸   '어떻게' 역시
또다시 법칙이 되고 섭리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그는 그것을 주저 없이 파괴합니다.  

당연히 그래서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이기는 사람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의 새로운 방법은 전보다 많은 실패를 겪고
보다 중력에 잘 적응하고 결과에 순응하는 법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승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은
그가 이기는 사람이 되지못했음에도
그   '어떻게'에 감동해왔습니다.

또 다시 한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다른 사람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면
정신차리라고 하면서 논리적으로 세뇌를 시켜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을 제외 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바로 '저'입니다.

그를 플레이를 만나면
제가 설복당하고 맙니다. 확률이나 통계가 근거가 되는 논리가 아닌
그의 노력 그의 마음 그리고 그의 결연한 의지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를 설복시키고 싶다면
그것은  '어떻게'입니다.
그리고  '어떻게'를 보여준다면 이미 그와 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1월 13일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어떻게' 입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도

그것은   '어떻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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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12 14:34
수정 아이콘
어제 새벽 술한잔하고 작성했던 글을 다시 작성해서 올립니다.
기대 되는 내일 결승전... 명경기를 기원합니다.
은빛사막
04/01/12 14:36
수정 아이콘
어떻게 술한잔 하시고 이런글이 나올수가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명문이군요 ^^;; 멋진 글 잘봤습니다 정말 잘쓰셨네요 저도 그런 이유로 그 사람을 좋아하고, 동경하죠.... 그의 방식이 답답하고 안스러울지라도 그런 그가 추구하는 방식이기에 묵묵히 바라보렵니다... ^^;;
조성화
04/01/12 15:36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고나서 갑자기 생각난게 CROM 의 The Hero 네요 한번 들어보시는것도 가사가 정말 좋죠 ^^
Mechanic Terran
04/01/12 17:38
수정 아이콘
1. 역사는 승자의 손으로 쓰여진 소설일 뿐이죠.
2. 세상은 쓰레기 더미속의 공작소입니다.
3. 어린 나이에 돈을 아는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우리를 충실한 세납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가진자만이 손에 꼭 움켜쥐고 풀지않고 있더군요...
04/01/12 22:13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마술사
04/01/12 22:22
수정 아이콘
제 생각이랑 이글이랑은 조금 다른것 같네요..
오히려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긴다'는 느낌인데요-_-;;

느려터진 드랍쉽으로 어떻게? 1.07당시 느린 드랍쉽을 쓰는사람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죠..드랍쉽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은 저그유저들은 그의 신출귀몰한 드랍쉽활용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죠. 드랍쉽만으로도 저그를 제압하던 그 시절에는 지금과같은 '황당한' 전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단 상대적으로 약했던 플토전에서는 황당한 전략들을 많이 보여주었죠..(로템에서 임성춘선수와의 대전에서 3베럭 날리기..등이 기억나는군요..게임큐였던가요?)
1.08이후 드랍쉽사용이 당연시되어지고 저그유저들도 대비가 철저해짐에 따라... 임요환선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를 버리고...드랍쉽보다는 마이크로컨트롤과 그만의 기발한 전략을 조화시킴으로서 상당한 승률을 유지합니다..어찌보면 황당하다고 할수 있는 전략들을 쓰는 이유는, 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고 바로 자신의 승리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상대는 이젠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신출귀몰한 드랍쉽보다는, 오히려 임요환선수가 무슨 전략을 들고나올지 모른다는 점을 더 무서워하고 그에게 휘둘리게 되죠..

그리고...
그의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면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렇게 오래 게임계에서 그만한 승률을 유지한 선수는 홍진호선수 정도빼곤 전무하다고 할수있고(홍진호선수조차 최근엔 주춤한 면이 있죠..)....특히 황제의 자리에 오르며 수많은 라이벌에게 전략을 간파당하면서도 아직도 상당한 승률을 유지하는 임요환 선수를 보면 경의를 표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임요환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플레이오프 경기를 봤을때..슬램덩크에서 해남 감독이 이정환을 보면서 하는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있는 넌 여전히 승리에 목말라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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