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2/21 16:02:52
Name 난폭토끼
Subject [亂兎]스승님, 아, 스승님...
요즘 아이들은 방학이 늦더군요. 대신 2월 수업이 없다고 하던데...

그젠 과외하는 아이에게 방학할때가 되지 않았냐는 질문을 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요즘 아이들의 성적표는 어떤 방식인지 궁금해 졌습니다. 뭐, 이젠 반 등수와 과목 계급석차가 있다더군요...

문득, 예전에 받아보던 통지표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네 성적표에 자주 보이던 표현

'秀優美良可'

종업식날 통지표를 받으면 성적표를 열심히 '쪼-_-아' 보곤했습죠. '秀' 가 하나 나올때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러나 다음칸에 있는 優나良을 보면 바로 좌절모드로....



'수(秀)'는 빼어날 '수'자로 '우수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優)' '우등생' 할 때의 '우' 자로, 넉넉하다, 도탑다는 말입니다.
역시 '우수하다'는 의미겠지요.
'수'와 '우'가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미(美)' 는 아시다시피, 아름다울 '미'이며 '좋다'는 뜻도 있습니다.
역시 잘했다는 의미입니다.
'양(良)'은 '양호하다'의 양으로, 역시 '좋다', '어질다', '뛰어나
다'의 뜻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괜찮다'는 뜻이죠.
성적의 다섯 등급에서 네 번째를 차지하는 '양'마저 좋은 뜻입니다.
놀랍게도
'가(可)'는 '가능하다'고 할 때의 '가'로 '옳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옛 선생님들의 성적표 작성법은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사랑과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제자들에 대한 사랑처럼
사랑이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사랑도
'수'의 사랑이라도
'가'의 사랑이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큰 희망을 가지는
아름다운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네이버 지식즐을 검색하다 이런 지식답변을 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어렴풋이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우리네 스승님은 어찌 이리도 깊은 사랑을 주셨는지...

지금도 예전 스승님을 찾아뵐때면, 연로하신 당신 안부보다는 못난 제자 잘 있는지, 사람노릇은 하는지 걱정이 앞서시더군요. 그저, 감사하고, 부끄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얼마전까지도 과의 노 교수님께선, 못난 당신 제자들, 취직자리 없을까봐, 백방으로 뛰어다니시며 애쓰시더군요. 그러다 안타깝게 취업이 좌절된 선·후배, 친구들에겐 행여 젊은 패기가 꺽일까봐 가벼운 당신지갑 여셔서 술한잔 부어주시는 모습에선, 눈물이 날것 같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선생님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대접 받으면 자신을 돌아보거나 조언을 구해보기 전에 경찰에 먼저 신고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선생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심지어 그분들 가시는 뒷통수에 쌍스런 소리까지 대놓고 하는 세태가, 정말이지 가슴 아픕니다.

자신은 얼마나 제자노릇을 잘 하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그분들 한두가지 결점이나 끄집어 내고 욕하며 감히 그분들 자질을  논하는 요즘 어린 친구들...

저역시 참 많이도 뭇매를 맞았지만, 그안에 담겼던 당신 사랑 얼마나 깊은지는, 머리가 굵어져가는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틀린길을, 험한길을 가더라도 붙잡아 주시는, 불러 세워 호통을 치셔줄 분들이 없는 요즘, 그분들 말씀 한마디가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이제 곧 올 한해도 저물어 가는군요.

크리스 마스다, 연말이다 해서 유흥을 즐길 생각도 좋겠지만, 지금 우리를 있게해주신 분들에게 안부전화라도 한번 드릴 수 있는 여유가 pgr가족들에게 있길 바래봅니다...


ps. 갑자기 그 대사가 생각나는군요. "Captain, oh my Captain..." 찢겨진 폐이지와 키팅선생님의 뒷모습,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선생님의 사랑... 혹 pgr가족들 중에도 교육자의 길을 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런 얘기 들을 수 있는 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카오스
04/12/21 16:16
수정 아이콘
와 멋지네요~^^ 아무 생각없이 보았던 건데... A 나 B 로서는 느낄수 없는 뭔가가 있네요.
04/12/21 16:35
수정 아이콘
많은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글이 있기에 전 pgr매니아입니다 ㅠ_ㅠ 정말 좋은 글입니다..
아..추천해드리고파 ㅠ_ㅠ
DuomoFirenze
04/12/21 16:40
수정 아이콘
감동입니다.. 오늘 무지 추운데 가슴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연말인데 스승님께 안부 전화 드려야 겠습니다..
04/12/21 17:32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저도 대학을 다니면서 이런 부분은 잊고 사는 것 같네요. 오로지 학점을 위해 공부하고.. 갈수록 삭막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좋은 글을 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
청보랏빛 영혼
04/12/21 17:49
수정 아이콘
감동적인 글이네요... 선생님들의 사랑이란 항상 제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04/12/21 18:43
수정 아이콘
감동입니다!
04/12/21 23:23
수정 아이콘
난토님... 요즘 왜 이러세요?... 킥킥 ^^
그런데... 난토님 정말 '우'가 나와도 실망하셨어요? 우와!~~~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제가 아는 분들 중에서도 훌륭한 선생님들 많으시고, 이 곳 PGR에도 선생님들 많으시던데, 정말 다시 읽어도 흐뭇하고 좋으네요.
난토님 연말 따습게 잘 보내세요~~~
치토스
04/12/22 01:32
수정 아이콘
수우미양가 ..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겹고 좋은 소리군요 ^^;

초등학교때 항상 산수만 양,가를 맞아서 아빠한테 오질나게 혼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네요..
04/12/22 02:52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좋네요. ^_^;
아케미
04/12/22 18:49
수정 아이콘
A, B, C 그리고 F에서는 찾을 수 없는 미덕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Return Of The N.ex.T
04/12/23 07:49
수정 아이콘
'우'에는 그래도.. 만족으리..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10 내가 뽑은말 박태민.. [31] 다륜4498 04/12/22 4498 0
9809 대학 원서접수가 시작됐다죠? 저도 이제 시작,, [4] 꿈꾸는사냥꾼3060 04/12/22 3060 0
9808 Do It Yourself [14] 베르커드3286 04/12/22 3286 0
9807 [연말결산]2004 저그대 프로토스전 화두 5가지. [26] 애송이4233 04/12/22 4233 0
9806 아 오늘 대학 원서를 씁니다. [25] HolyNight3247 04/12/22 3247 0
9802 WOW유료화를 앞두고... [20] OASIS5820 04/12/21 5820 0
9800 오늘 다시 한 번 '판타 캐리건'을 보았습니다. [20] redliar5994 04/12/21 5994 0
9799 잡담) 고 해 성 사... [5] Guy_Toss3259 04/12/21 3259 0
9798 아아 방금 WOW FRIDAY 봤는데 거기 김윤희씨 나오네요.. [9] 견습마도사5905 04/12/21 5905 0
9797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23] Siestar4357 04/12/21 4357 0
9796 [亂兎]스승님, 아, 스승님... [11] 난폭토끼3145 04/12/21 3145 0
9795 군대를 갈려고 합니다 [27] 사랑해정말3341 04/12/21 3341 0
9794 스타 리그, 골라보기. [21] 술푼기대3760 04/12/21 3760 0
9792 염선희 선수 안타깝네요. [11] 위드커피9201 04/12/21 9201 0
9791 내가 생각하는 농구 황제는 단 한사람 이 사람 뿐이다. [57] 치토스7199 04/12/21 7199 0
9790 신 로도스도 전기, 성계의 전기 신작발간 [13] nexist4323 04/12/21 4323 0
9789 정신적인 지주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 [18] 낭만메카닉4180 04/12/20 4180 0
9786 담배...... [38] 은사시나무4623 04/12/20 4623 0
9785 프로토스의 한탄 [27] 소년5937 04/12/20 5937 0
9784 바로 지금... [8] Lunatic Love ㈜Solo3813 04/12/20 3813 0
9783 독일전을 보고 나서의 느낌... [49] 삭제됨6205 04/12/20 6205 0
9782 엄마는 당연히 일찍 일어나야지!! [17] 비롱투유4633 04/12/20 4633 0
9781 편지. [7] Yearn-3005 04/12/20 300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