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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2/13 20:30:34
Name 기쁨의순간
Subject 내일은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날 입니다.
내일은 200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나오는 날 입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정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몇글자 끄적여 보게 되었군요...
워낙 정신이 혼란한 상태라 앞뒤가 맞지 않고.. 오락가락 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gr자게에는 관련 글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싶어 와 보았는데 없네요..

올해는 "수능대박" 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그 말속엔 성과가 노력에 비해 훨씬 더 잘 나온다는, 한번만 잘 하면 된다는 한탕주의가 깃들어 있는것 같아 고3동안 저도 그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 한 구석이 뭔가 꺼림칙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올해 수능은 수능 역사상 가장 많은 수능 부정이 적발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사고방식에만 문제가 있는것이 아닙니다. 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어떻게 보면 "초등학교 6년 + 중학교 3년 + 고등학교 3년"의 노력의 결정체가 시험 한번에 평가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이 시험 한번으로 어쩌면 인생 자체가 뒤바뀔 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감독관들은 보고도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도를 뜯어 고칠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3학년 초 저희 1학년 위의 선배가 학교에 방문해서 후배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줄 때에도 감독관은 무시하라고 말하더군요. 너희가 왕이라고 생각하라고...



올해 수능은 일부에서는 물수능이란 소리까지 듣고 있습니다. 너무 쉬워 변별력조차 없는 수능은 물수능, 너무 어려워서 이또한 변별력 떨어지는 수능은 불수능이라 부르더군요..
제가 공부한 이과는 그나마 덜한 편입니다만, 문과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최상위권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1등이 3~4등이 되고, 3~4등이 1등으로 치고 올라서는 일들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또한 올해는 점수 제도 자체가 바뀌고, 대학별 입시 유형도 너무나도 천차만별이라 도저히 점수만 가지고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판가름 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점수가 올랐기 때문에 상향지원 하는 바람에 재수생이 아주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근데 전 뭐죠.. 떨어졌는데..)
게다가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업친데 덮친격으로 올해는 표본을 추출해서 채점해서 발표하지도 않더군요...



전 올해 수능을 수능 시험장에서 보고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마음 속으론 "수능대박"을 외치며 매우 자신만만하게 나왔지요... 점수도 제 고등학교 생활 중 최고의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까지도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집에와서 채점하면서 보니, 예기치 못한곳에서 하나 둘 나가기 시작해 제 예상에서 20점~25점 까지도 떨어지더군요..
그래도 내일 학교가서 얘들 얘기를 들어봐야 아는거야.. 하면서 자신을 위로한채, 다음날 학교가서 보니 아이들 대체로 점수가 올랐더군요.. 저도 점수 자체는 제가 봤을때는 못본 점수가 아니었지만 다른아이들이 오른거에 비해선 별것 아니었습니다...

1년동안 정말 열심히 곰처럼 미련하게 야자 한번도 안빠지고 정말 미련하게 공부한 아이들은 역시.. 마지막에 가서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 주는것 같았습니다. 대부분의 그런 아이들은 점수가 엄청나게 잘 나왔더군요. 물론 김빠지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학교에 와서 매일 졸고.. 놀고.. 그런데도 저보다 점수가 훨씬 잘 나오는 아이들 말이죠... (어떤 얜 서울대 넣는다더라구요...) 아무래도 머리도 매우 크게 좌우하나 봅니다.

저는 이제 재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좀더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 1년을 정상적인 코스에서 벗어나 좀더 투자해 보는 것이죠.. 일부 사람들은 재수한다고 점수가 오르는것도 아니니 별로 추천하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전 한번 더 저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직 이번 05학번을 얻을 기회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닙니다. 아직 끝이 나진 않았습니다만, 미리 대비해서 나쁠건 없겠지요.

재수에서 제게 가장 필요한건 어영부영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중 하나로써 스타를 접는것이 가장 필수겠지요. 뭐 사실 고3동안 스타 접은게 10번 가까이 됩니다만, 이젠 뭔가 달라져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무살이 넘었으니 뭔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좀 더 책임을 져야 겠지요.

그리고 이곳에서나마 부모님께 정말로 감사와 사죄를 하고 싶습니다.
1년동안 고3이라는 그 핑계 하나로 집안일 하나 돕지 않았고.. 자그마한 일에도 부모님께 쉽게 짜증을 부리곤 했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아무말 없이 받아주셨습니다. 그러고선 전 수능이 끝나면 잘 해 드릴께요 라는 말은 내 뱉곤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수능이 끝나고 아무것도 부모님께 해 드린건 없고 오히려 심려만 끼쳐드렸습니다. 못본 시험때매 아마 저보다도 애태우신 분은 부모님이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폐를 1년 더 끼치고자 결심하고 있으니 저는 매우 나쁜 녀석임에 틀림이 없지요.
비록 직접 말씀 드리진 못하지만 이렇게나마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뭐 있지도 않은 글재주로 몇글자 끄적댔습니다. 괜히 게시판 물을 흐린게 아닌가 싶어 맘 한구석이 찔리는 군요.
혹시라도 이번 수능보신 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성적표 자신이 기대한 만큼, 아니 기대한 이상 나오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입시에서도 많은 행운이 뒤따르길 빌겠습니다.
오락가락 길기만 길고 내용은 하나도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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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MarinE[MCM]
04/12/13 20:32
수정 아이콘
악~~~~~~~~~~~~~~~~~~고3때 공부 지지리안해서 이번에 재수까지 했는데 이놈에 스타때문에;;ㅠ_ㅠ 많이할때는 하루에 20판도넘게했죠;;;그리고 스타리그도 꾸준히 챙겨보고;;스타때문에 재수하고도 썩 만족스럽지가 않네요. 하지만 스타가 없으면 또ㅡ_ㅡ;; 아 그리고 스타고수분들 웨스트 CLAN[MCM] 채널에 자주 놀러오세요;;
Mamma Mia!
04/12/13 20:35
수정 아이콘
참으로 의미심장한 닉네임에 감동한 나머지;; 꼭 잘보셨길 빌어드립니다^^
난워크하는데-_
04/12/13 20:56
수정 아이콘
내일 성적표 받고서 밝게 웃을 님의 얼굴을 기대하면서..
화이팅!
멀더요원
04/12/13 21:43
수정 아이콘
저도 내일 성적표를 받는 수험생입니다.
문과시험을 치셨다면. 논술준비 빡시게 하시는게 좋을듯 하네요.
저는 400점 후반 대 인데도.. SKY 가기 어렵다네요..
암튼.. 제2의 입시..내일부터 또 시작입니다.
화이또!
04/12/13 21:44
수정 아이콘
근데 성적표 어디루옵니까 --;
멀더요원
04/12/13 21:53
수정 아이콘
졸업한 고등학교로 오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청에 직접 신청하셨다면 교육청으로 가셔야 하구요.^^
즉..수험표에 졸업학교로 나오는 곳으로 갑니다.^^
질럿의꿈 ★
04/12/13 21:57
수정 아이콘
저도 내일 성적표를 받는 수험생입니다.저는 체대지원생이라 엄한 담임선생님 지원아래 야자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인지 수능은 생각보다 엄청 잘나온것같습니다..가채점한게 내일 성적표에도 그대로 나오면 말이죠..대구에 있는 국립하나 인서울 학교하나 바라보고있는데 정말 수능끈나고 거의 놀지도 않고 열심히 운동해왔습니다...이제 내일성적표 나오면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지요 놀지말고 실기날까지 열심히~모든 예체능 수험생들 화이팅~^^/
04/12/13 22:22
수정 아이콘
재수하셔서 더도말도 덜도말고 499점만 받으십시오 -┏
카이사르
04/12/13 23:07
수정 아이콘
안됩니다. 498점 받으십시요~

암튼 좋은 성적 받으셔서 원하는 학교보다는 원하는 학과에 가시길 바랍니다.
04/12/13 23:16
수정 아이콘
훗 기왕 받으실거 500받으시길... 저처럼 어영부영하다가는 OTL
04/12/13 23:23
수정 아이콘
이리저리 대박이 쓱쓱 터지고 순위가 뒤바뀌고 해도,
결국 잘하는 사람은 잘 가는게 대학입니다.
몇년전 추운겨울날 본 수능이 생각나는군요.
수험생 여러분들 수고 참 많으셨습니다. 다시 한번 더 시작하시는 분들
힘내시고, 05학번 새내기 여러분 "미리" 환영합니다. ^^
(전혀 글의 주제와는 쌩뚱맞는..)
난폭토끼
04/12/14 01:22
수정 아이콘
의대 간다고 4수한 동생색히 아주그냥 존내 패버릴 생각입니다. 내일은...

휴, 이눔은 언제 인간이 되려는지... 그간 합격한 약대나 갔으면 벌써 3학년인데...

걍, 아주 내일은 우울합니다..-_-;;
04/12/14 02:45
수정 아이콘
전 재수까지 했는데 셤을 잘못봐서리ㅡ.,ㅡ;
이글을 보면서 가슴이 매우 우울하네요 ^^ 3시까까이 돼 가는데 혈압올라서 잠도 않올것 같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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