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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2/02 22:13:32
Name 저녁달빛
Subject PGR과 나... (자유게시판에 대하여...)
전 PGR에 가입한지 횟수로 이제 3년이 되었습니다. 2002년 3월에 제대하고, 온국민이 열광적이던
2002 월드컵 4강 신화 이후에, 한가한 저를 TV앞으로 몰고간 게임방송에 새록새록 재미를 느끼던
무렵이었습니다.

사실 전 애초에 이곳에서 그냥 전략/전술과 게이머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게이머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관심사 때문에 가입한 것이지 뭐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눈팅만 계속했죠. 그러다, 스타에 대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아는 수준에 이르고, 또 다른 게임
이라고 할 수 있는 워크래프트3를 접하면서 조금 아주 조금씩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운영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전 공지사항을 몰랐습니다. 그냥 PGR에서는 가입하고
나서 어느정도 지나야 글쓰기 권한이 주어진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막상 쓰기 버튼이 생긴 이후에는 글 쓸 마음이 도무지 생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원인이었지만 그보다 자유 게시판에는 글을 잘쓰시는
분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구지 쓰지 않고, 읽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공감되고, 고개가 끄덕여
지는 내용들로 가득차서 였습니다. 더 좋았던 것은 그 밑에 달린 댓글이었습니다. 몇 줄 안되는
글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중간중간 엄재경씨나 김도형씨가 남긴 댓글을 보면서, 와 이런 분들도 PGR에 오시는 구나
해서 속으로 어깨가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글을 잘 쓰시는 분들(전
다비님이 제일 생각나네요)이 군 입대를 하면서 부터 조금씩 자유게시판의 판도가 변화되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금 게임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디시인사이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와
파이터 포럼이 연달아 오픈하면서 판도가 너무나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솔직히 이젠 PGR에 글을 남기지 않아도, 글을 남길 공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거기다, 익명으로
어떠한 글을 남겨도 일종의 문화로 받아들여져서 그냥 쉽게 느끼고 쉽게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가끔 그곳에 글을 남기곤 하는데, 솔직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쓰는 게 맞을 듯 합니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그냥 우스개나 욕설로 맞받아 치는 게 그냥 당연시 되어 있습니다.

요즘 쓰기 버튼이 무겁다고 하소연하시는 일부 분들을 봤습니다. 15줄 제한과 맞춤법의 압박을
느낀다면서 말이죠... 전 이런 것도 일종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PGR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말입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의 숫자는 타사이트 다른 게시판에
비하면 거의 새발의 피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전 왠만하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다 읽어보는 편입니다. 세월이 지났지
만 이런 압박감을 훌훌 벗어던지고 글을 쓰신 분들은 뭔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의견들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어필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쓰기 버튼의 무게를 당장 느끼기 보다는 쓰기 버튼이 없을
그동안 여러 글을 읽으면서 일종의 훈련 받는 것이라고 여기셨으면 합니다. 인터넷의 주요장점인
익명성 때문에 쉽게 누구를 비난하고 누구를 감싸고 도는 형국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보급율이 세계 1위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에 걸맞게 충분한 네티켓을
갖추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글쓰기 전에 충분히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쓰고 나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자유게시판이 저는
좋습니다. PGR의 고유한 쓰기 문화는 계속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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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_'Love'
04/12/02 22:22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마음속의빛
04/12/02 22:2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같군요..^^
04/12/02 22:35
수정 아이콘
흠...개인적으로 글이란 읽어보고 다시한번 곱씹어 보고, 내 생각과 비교해볼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저녁달빛님의 말씀처럼 각각의 게시판이 모두다 그만의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글 한편, 한편에 들어간 마음씀씀이는 PGR을 따라가지 못하는것 같습니다.(순전히 저만의 생각입니다.) 그냥 '혹'할만한 제목을 보고 클릭하고, 한 두어줄 말도 안되는 내용보고 그냥 휠을 스르륵 내리게 되는 게시판은 다시 가고 싶지는 않더군요...
글을 쓴다는것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것보다, 더 부끄럽고,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상황과 표정, 제스추어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면대면의 대화보다, 보여줄수 있는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른이들은 그 사람의 글을 다시한번 또 한번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얼굴을 계속해서 빤히 쳐다 보는것은 힘들겠죠?) 그렇기에 더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맞춤법 규정, 15줄 규정, 넷상에서 지켜야하는 PGR만의 (과도한?)예의등은 저녁 달빛님의 말씀처럼 훈련입니다. 적어도 이 게시판에서는 말이죠. 그것을 약속했기에 저희는 '로그인' 할 수 있는거구요.
글쓰신분의 내용에 적극 동의를 표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이뿌니사과
04/12/02 22:44
수정 아이콘
저도.. 좋은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예절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시는군요.
예절이라는 문제는 어느정도는 느슨한것보다 타이트한 것이 많은 사람을 위해 좋은것 같습니다.
공혁진
04/12/02 23:47
수정 아이콘
글쓰기 버튼이 무거운 대신 자유게시판의 글치고는 좋은 글이 너무 많죠
가끔은 책을 본다는 느낌도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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