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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10 04:01:19
Name Apatheia
Subject [잡담] 방관자.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곳에서든, 소위 자유게시판.이라는 공간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코멘트가 달린 글을 보면

더럭, 겁부터 난다.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말이 적여 있길래

도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주제를 다루고 있길래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글 속에서 상처받고 있길래.



나는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논쟁을 믿지 않는다.

한때 여러 게시판을 풍미하던 짜장면과 우동의 비유가 아니더라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예의를 갖추고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평균 타수가 50타 이상만 되면' 누구나 공공장소에서 제 할말을 떠들어댈 권리가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책임한 공간에서의 논쟁은, 결국 끊임없는 자기 주장의 변이 및 자가복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으로서 그칠 뿐이다.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애초부터 남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 그저 듣는 척 할 뿐이다.

그래야만 앞뒤 꽉꽉 막힌 고집불통이라는 말 대신

세련되고 우아한 논객이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한때는 그랬다.

이런 이들간의 논쟁은 그저 끊임없는 자기 주장의 되풀이에 불과하기 십상이다...

기실은, 남의 이야기 따위는 애초부터 들을 생각도 마음도 없었던.



하나의 논쟁이 파종되어 싹이 트고 자라서 결국은 시드는 과정을 보는 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방관자로써는.

그러나 그것은, 때로 그 속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응어리가 된다.

그래서 그들 또한 하나씩 둘씩 방관자로 변해간다. 그래야 상처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게시판들.

그 곳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방관자들이 양산되고 있을까.



어느 새벽에.

-Apatheia, the Stable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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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1/10 04:06
수정 아이콘
너의 시는 세상에 사정하는 것.
네 고개는 꺾이고 돌려져서 안으로만,
대충 살아버리던 어느어느 날들의 초침자국마냥
짧고 마른 거웃 안으로 잠기고 잠겨서 오그라든
그래,
세상을 향해 세웠던 네 성기에 주름지는
온통 죽은 말들에게 행해졌던 무책임들.

아파테이아님도. 편안한 밤. 모두에게. 밤은 안식의 시간.
Real Korean
04/01/10 04:13
수정 아이콘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역시 아파테이아님...멋져요^^
아파테이아님 글에도 많은 댓글들이 달리겠지요. 좋은 내용으로만 가득찬 댓글....그리고 반가운 아이디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기분이 좋아지려 하네요.^^
홍익테란
04/01/10 04:16
수정 아이콘
저도 방관자로서;; 댓글 하나 달아요~ ㅠ ㅠ
04/01/10 04:19
수정 아이콘
전 비록 방관자는 아니지만, 공감이 가는 내용이기 때문에 댓글 하나~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4/01/10 04:19
수정 아이콘
예전에 아파테이아님의 글을 읽으려고 pgr에 접속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sky 2001이 진행되는 때였지요. 벌써 2년이 넘게 흘러버린 시간이 느껴집니다.
청개구리
04/01/10 04:20
수정 아이콘
아니되옵니다.
방관자가 많아지면 독재의 횡포만 늘어날뿐이죠.
물빛노을
04/01/10 04:20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반가운 아이디에 너무나도 뜨끔한 글 내용...
저도 방관자로 변해가는 마지막 불꽃이랍니다. 아마 피지알에 남은 애정이 거의 식는 순간 이 불꽃조차도 꺼지겠지요. 상처받기 싫으니까 말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판님 말씀처럼 밤은 안식의 시간.
soulmate
04/01/10 04:22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뵙네요...아직도 많이 바쁘신건 아닌지 모르겠네요..좋은 주말 보내세요~^^*
04/01/10 04:24
수정 아이콘
모두가 이분처럼 솔직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있습니다.
아름다운달
04/01/10 04:27
수정 아이콘
밤 늦도록 컴퓨터 앞에 있었던 보람이 새록새록 느껴집니다.
아파테이아님 낙신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혼자 청승을..ㅜ.ㅜ
낙신부 이후 다시 삼국지를 들게 됬습니다. 앞으로 pgr에서 더욱 자주 뵙게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04/01/10 04:29
수정 아이콘
너무 공감합니다..
또한, 뜻하지 않은 상처를 주게 될까 겁이나서..더더욱 글자적기도 어렵습니다..
04/01/10 04:49
수정 아이콘
얼마만에 보는 글인지.. 반갑습니다..
04/01/10 04:50
수정 아이콘
글 때문에, 쓰지 않았어야 할, 쓰지 못했던, 혹은 쓰지 않을 수도 있었던.
그렇게 무분별하게 흩어진, 그러나
어느 한 순간에는 분명히 뜨거운 마음 한 조각이었어야 했을
그런 글들이 아직 기억에 서걱이기에
아직도 저는 펜을 놓지 못하고 있네요.
어쩌면, 저 자신을 풀어내리다 못내 아쉬워 놓아버릴 일인데도 말이지요.
아직은, 무언가를 움켜잡으려, 억지스럽게 글을 붙드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RED-thief
04/01/10 05:04
수정 아이콘
아니 안식의 시간이시라면서 왜 다들 안주무시는겁니까!
주무세요.그래야 몸이 쉽니다^^
하루동안 마우스를 흔들었던 손,미니맵을 봐야했던 눈,a키를 눌러야했던 손가락,편한자세를 받치기위했던 다리,등등....
주무세요!!!
굿나잇^^
ataraxia
04/01/10 06:11
수정 아이콘
낙신부 원츄~^^ 오늘은 일찍 일어난 느낌...-____-;;
윤수현
04/01/10 06:16
수정 아이콘
저도 방관자가 되어가는 중인가보네요..
Apatheia님의 글에 가슴이 반응하는걸 보니,,,
오크히어로(변
04/01/10 07:17
수정 아이콘
이미 방관자가 되었지만 무엇이 그리도 집착이 남는지 가끔 로그인을 합니다.
Daydreamer
04/01/10 08:16
수정 아이콘
뜨끔...
결국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모든 토론이라는 건, 토론자들을 결과적으로 남과 소통이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타자'로 몰고 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더군다나 그 동기가 '우수한 토론자로 인정받고 싶어함'이라니 우스운 노릇이네요.
이카루스테란
04/01/10 09:41
수정 아이콘
아...Apatheia님...정말 피지알에서는 100년만입니다..ㅜ.ㅜ(감격의 눈물)
역시 좋은 글 남겨주시는 Apatheaia님^^
ataraxia
04/01/10 09:49
수정 아이콘
100년만....ㅠㅠb
그리고
04/01/10 09:52
수정 아이콘
사람이 많아지는 싸이트일수록 이런 현상이 많더군요
04/01/10 09:59
수정 아이콘
이미 방관자가 되었답니다.-_-v
04/01/10 10:34
수정 아이콘
기쁜일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픈일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죠. 즐겁고 기쁨을 주는 글에는 언제라도 댓글을 달아 그 행복을 같이 누리고 싶습니다만 어렵고 힘든 글에는 이제 저도 나누기가 어렵네요. 어쩌면 두배가 아니라 무한확장진화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하네요. (_+_)
이카루스테란
04/01/10 12:20
수정 아이콘
헉...a 빼주세요. 오타났네요-_-
매트릭스
04/01/10 23:53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도 pgr를 믿습니다. 논쟁이 일어나더라도, 열띠게 논쟁에 참가하는 사람들, 안타까워하면서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을 한탄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소중한 식구들이니까요. 또한 APatheia님의 글같은 따뜻한 위로의 말도 들을 수 있으니까요.
04/01/11 00:55
수정 아이콘
아파님의 글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고보니 저는 주로 방관자인 편이네요.
Return Of The N.ex.T
04/01/11 04:00
수정 아이콘
아핫.. 글을 올리셨었군요..^^
주로 방관자 였었는데 어쩌다 보니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던듯 합니다..ㅠㅠ
노말 시티
04/01/11 18:47
수정 아이콘
그저 바라 보기만 한다고 해서, 침묵한다고 해서, 그 존재가 없다는 건 아니랍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 온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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