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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11 15:56:18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 E-SPORTS 로망활극 - 제 14 화 옭아매기(2) |
“오오!!”
“꺄아~!”
그 순간이었다. 관객석에서는 엄청난 환성이 터져 나왔다. 진행자와 얘기를 하고 있던 주감독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진행자에게 가려 프로젝터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주훈 감독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화면을 쳐다 보았다.
“어?”
성제가 끝나기 거의 직전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경기 시작 한지 불과 수 분도 되지 않아 한명이 아웃될 지경이라니? 주훈 감독은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금세 판단할 수 있었다. 잠시 집중하니 어떻게 판이 돌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프로토스를 향해 들어간 치즈 러시 였다. 그러나 보통의 치즈러시가 아니었다. 마린을 둘러싼 SCV의 움직임과 무빙샷. 질럿이 채 두기가 생산 되기 전에 프로브의 대다수가 잡히고 게이트 옆의 파일런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 이었다.
“이거 뭐야...창훈이 혼자 이 대 일이야?”
그러나 주훈 감독은 그 화려한 치즈 플레이에 잠깐 정신이 팔려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프로젝터에 투영되고 있는 커다란 미니맵에서는 김성제의 본진은 물론 이창훈의 본진에서도 번쩍번쩍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훈 감독이 진행자와 얘기를 하고 있던 시간은 불과 일이분이었다. 그가 화면에서 눈을 뗀 것이 불과 일이분이었다. 선수들은 미니맵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파트너가 어떤 상황인가는 알 수 있다. 분명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상대는 프로토스를 향해 치즈러시를 감행 했다. 강력하기는 하지만 막을 수 없는 공식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의 컨트롤이 너무나 강력했다는 것이다. 프로브 한두기로 비비고 나오는 질럿을 기다리던 김성제는 순식간에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아마의 플레이라고 볼 수 없는 대담성과 컨트롤에 대한 판단 미스 였다. 이윽고 여남은 프로브를 뒤로 뺀 성제는 나온 질럿을 이용하여 마린을 잡기위해 요리조리 컨트롤을 했지만 굉장히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창훈이도 미니맵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터를 치고 ‘h'를 치고 다시 엔터를 치는 그 짧은 상황에도 상대의 컨트롤은 계속 되었다, 마린이 또 한기 추가 되고 SCV가 벙커를 시도하는 액션 속에 결국 초조한 그의 손은 질럿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또 다른 드라마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이창훈의 본진에서 였다.
“뭐야...4드론인가...5드론인가...”
하늘이 도우사 늦게 도착한 오버로드 덕분에 저그는 무난하게 5드론을 뛸 수 있었다. 그러나 5드론을 막지 못한다면 프로라고 할 수 없다. 드론만을 동원한다고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공식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5드론 만이 아니라 SCV를 동원한 마린과의 투 칼라 였다. 창훈은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아마 거의 동시였을 것이다. 창훈과 성제는 동시에 엔터를 치고 'h‘를 치고 다시 엔터를 쳤다. 순간 둘의 모니터에 동시에 'h'가 떴다. 재미있는 것은 두 선수 모두 급박한 상황인지라 자신이 친 'h'가 자신의 모니터에 떴다고 생각하며 ’send‘를 확인 한 것이다. 더 재미 있는 것은 동시에 친 헬프 메시지가 모두가 보는 프로젝터 화면에 떴다는 것이다. 동시에 감행된 양 진영에 대한 극초반 러시. 한쪽엔 치즈 다른 한쪽엔 치즈와 5드론, 처절한 상황속에서 파트너에게 띄운 헬프메시지. 프로에겐 굴욕이었으나 그곳에 모인 팬들은 모두 그것을 보았다. 결국 저그와 프로토스 미네랄 필드에 모두 벙커 완성되며 마린이 들어가는 데 까지 성공 했다. 그것도 역시 동시 였다.
이미 김성제는 파일런 까지 부서져 끝난 상태로 커서를 청테잎 밑으로 집어 넣어서 짐작으로 이창훈의 본진을 찍어 보았다. 놀랍게도 창훈의 본진은 자신보다도 더 엉멍진창 이었다. 악랄하게 드론을 찢어 죽이려는 여남은 저글링들의 발악과 완성된 벙커 앞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있는 창훈의 여남은 저글링. 미니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한기 혹은 두기씩의 마린이며 저글링이 계속해서 창훈의 본진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창훈은 황당해서 GG를 칠 수가 없었다. 분명 끝난 경기라는 것은 직감 했지만 성제에게서 헬프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벙커가 완성 될 무렵까지 한 기의 질럿도 오지 않자 무언가 이상하는 것을 느끼고 커서로 맵을 밀었다. 그러나 성제의 본진은 이미 괴멸이었다. 그곳에도 벙커가 있었고 마린과 SCV들이 어디론가 움직이려는 찰나 였다. 분명 자신에게로 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자신의 본진에서 살아 움직이던 마린과 SCV들은 다 뭐였다는 말인가? 설마 양 진영의 치즈러시를 모두 컨트롤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었다. 그런 건 요환이 형에게 하라고 해도 어렵다며 짜증 낼 것이란 말이다.
창훈은 마지막 남은 드론 세기와 저글링 다섯기로 벙커에 달라 붙었다. 벙커의 체력이 순식간에 줄어 들었다. 벙커가 붉은 색으로 변하려는 찰나 SCV두기가 수리 했다. 저글링 세기가 빠져서 SCV를 때리자 한기가 용접기를 자신의 동료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다시 저글링은 벙커를 때리고 또 다른 SCV가 벙커에 붙자 벙커는 아슬아슬하게 버텼고 드론과 저글링은 핏덩이로 녹고 말았다.
‘GG'
'GG'
삐빅.
삐빅.
‘GG'
창훈이 먼저 GG를 치고 그 다음 성제가 GG를 치고 먼저 나갔다. 뒤 따라 창훈이 나갔으며 상식이가 GG를 쳤다. 동수는 GG를 치지 않고 2%를 한모금 더 마셨다.
관객들의 환호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날 최고의 영웅은 인우 보다도 동수 였다. 한 템포 빠른 치즈에 양쪽 모두 완벽하게 컨트롤 하는 모습. 여자고 남자고 할 것 없이 모두 동수의 팬이 되었으며 첫 경기에서 보여 주었던 물량의 이미지는 깨끗하게 잊고 말았다. 몇몇은 즉석에서 매직으로 동수의 아이디인 ‘6:08’을 적어서 흔들었다.
“막내야.”
“예.”
“니 빨랑 동수 집에 데리고 가서 재워라. 여기 놔두면 개구신 직인다.”
“알았으요.”
“아나. 택시비 주께 택시 타고 후딱 갔다 온나.”
“예...근데 행님 왜 5천원 밖에 안주는 데요.”
“올때는 니 혼자 버스 타고 온나.”
“싫어요! 만원 주세요.”
“죽을래. 니 경기 나가기 싫제? 행님 혼자 세 경기 다 나가 뿐데이.”
“우씨..알았으요..”
“빨리 갔다 온나이. 오는 대로 투입 시킨데이.”
“예.”
막내에게 택시비를 주어 인우는 동수를 일단 집으로 보냈다. 술을 멕였다는 것을 들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동수는 서서히 얼굴이 붉어지면 샐죽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더 놔두면 춤추고 노래한다. 동수는 막내에게 부축 받으며 나가는 순간에도 한손에 2%를 들고 있었다. 인우는 그것을 얼른 뺏어 증거가 남지 않도록 나머지를 자기가 마셔 버렸다.
“어허...단전에서 뜨거운 기가 올라오는 구나. 얘들아 행님은 구양신공으로 운기를 해야겄다.”
신이 난 그들과는 달리 굉장한 분노에 휩싸인 이는 주감독이었다. 주감독은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했다. 지금 그는 경기에 졌다는 것 보다도 아마츄어의 컨트롤에 놀아 났다는 것과 아마츄어에 대한 프로들의 헬프 메시지를 모두가 다 보았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저 어린 녀석에게 치밀하게 놀아 난 것.... 그것에 대한 분노 였다.
어쩌면 갑작스럽게 종족을 바꾸어 경기초반을 혼란스럽게 마든 것도 저 놈의 계략일 수 있다. 미니맵을 가려 파트너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 것도 계략일 수 있다. 새로운 맵을 선택하여 상황판단을 흐리게 만든 것 역시 저 놈의 계략일 수 있다. 저 놈의 계략이건 아니 건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자신이 당했다는 것이었다.
‘젠장, 이렇게 빨리 부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마지막 경기 까지 부르지 않으려고 했더니.’
주훈 감독은 전화기를 꺼내 단축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너 다시 와야 겠다.”
“예? 그냥 놀라면서요?”
“그렇게 됐어. 멀리 있냐?”
“아니요. 이제 막 옷 갈아 입었는데...”
“유니폼 입고 다시 올라와.”
“....예.”
전화의 주인공은 감독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잘 못 됐다는 분위기를 느끼고는 두 말 않고 ‘예’ 라고만 답했다.
“역시, 정인우. 이무기가 맞네. 하지만 다음 판에는 마음대로 안 될 것이다. 너는 건드리면 안되는 것을 건드렸어.”
“행님. 다음 판에는 누가 나올 까요?”
“다음 판에는 형근이가 나가 야지.”
“행님, 제가요?”
“그래.”
“저는 연습 안했는데요.”
“했잖아 접때 그거.”
“그거는 임요환용이잖아요.”
“그러니까 니가 나가란 말이야.”
“예? 임요환은 갔잖아요?”
“온다.”
“??????”
인우는 주 감독의 짙은 선글라스에 감춰진 눈빛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임요환 지금 온다. 오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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