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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02 18:54:37 |
Name |
truelies |
Subject |
만천과해(滿天過海) vs 금적금왕(擒賊擒王) - BoxeR의 變化 |
"만천과해(滿天過海)
병법 36계 중 제1계.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은밀하게 내일을 도모하라는 의미 임. 군사적인 방비가 철저하게 갖추어졌을 때, 투지가 해이해 질 수 있다. 평상시 습관적으로 보면 의심을 품지 않는 법. 은밀한 계략과 공개적인 형식은 서로 상반되지 않고, 반대로 음모는 밖으로 드러난 공개적인 행위 속에 감추어져 있는 법이다."
"금적금왕(擒賊擒王)
병법 36계 중 제18계.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는다는 뜻으로 승부는 최후의 일각까지 최선을 다해서 겨뤄야 한다는 의미 임. 적의 주력을 궤멸시키고 그 수령을 포획하면 그로써 적의 전체 역량을 섬멸할 수 있다. 야전에서 악랄한 적과 싸울 때에는 그 방법 또한 극단적인 것을 채택해야 한다."
2004 EVER OSL의 4강이 확정됐다.
[Oops]Reach vs iloveoov, SLayerS_`BoxeR` vs [NC]...YellOw.
세간에 회자되는 4대천왕 중에서 NaDa를 대신해서 oov가 한자리를 차지한 것이 이변이라면 이변이랄까? 그러나 4강에 오를 선수가 올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004 EVER OSL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 개인적으로는 올드보이들의 부활을 꼽고 싶다. OSL, MSL을 가리지 않고 휘몰아치고 있는 신예들의 돌풍 속에서 BoxeR, YellOw, Reach 등 올드보이들은 마치 관록을 과시하듯 거침없이 4강까지 올라갔다. 오히려 oov가 4강 중 한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진짜 이변으로 보일 정도로 거센 올드보이들의 부활이다.
8강전 3경기는 BoxeR와 Sync의 테테전이었다.
Sync의 'GG' 선언으로 머큐리에서의 1차전이 끝났고, 2차전에서도 Sync는 아쉬운 듯 'GG'를 치고 레퀴엠의 전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1차전, 2차전을 통해서 BoxeR가 보여준 모습은 '금적금왕(擒賊擒王)'의 강력한 모습이었다. 1차전에서도 그랬고, 2차전에서도 그랬다.
BoxeR의 강력한 견제에 초반부터 페이스가 흔들린 Sync는 암중모색을 위해 '만천과해(滿天過海)'의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BoxeR는 초반부터 Sync의 허점을 끊임없이 견제함으로써 Sync가 중반 대공세를 취할 수 없는 상태까지 몰아 넣었고, 후반 대공세를 위해 Sync가 확장에 몰두하고 있을 때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가하는 전략을 보여 줬다.
BoxeR는 프로게이머로서 아주 특이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2001년 game-Q를 통해서 데뷔한 이래, 가장 화려한 모습뿐 아니라 가장 생명력이 질긴 모습도 보여주는 특이한 존재다. 일주일에도 수차례 벌어지는 모든 경기가 생방송으로, VOD로 자신의 경기가 낱낱이 보여지고, pgr과 같은 전략게시판을 통해 자신이 구사한 전략이 샅샅이 분석되는 여건 속에서 프로게이머가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계속 정상권에 머무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BoxeR가 자신이 구사하는 전략의 주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다양한 전략의 구사가 모든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집중력과 자신이 구상한 전략/전술을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끊임없는 전략적 변화도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BoxeR는 이 세가지 요소의 이상적인 조화를 통해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모든 이들이 대전을 희망하는 상대로,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극복해야 할 거대한 산으로 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 BoxeR를 특징짓는 단어는 '드랍쉽'이었다. 이제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란이 암울했던 1.07시절에 테란으로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상대의 예측을 뛰어넘는 드랍쉽의 활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지만 당시 스타리그를 이루고 있던 종족 판도도 그를 도왔다고 생각한다. "테란 -> 저그 -> 프로토스 -> 테란"으로 순환되는 종족별 상성관계에서 저그가 대세를 이루던 당시의 판도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game-Q 시절 캐리어+캐논 조합을 앞세워 그를 끝없이 괴롭히던 IntoTheRain을 극복했던 BoxeR였지만 2001년 SKY배 OSL이후 '가을의 전설'이라는 징크스 앞에서는 Garimto, Reach라는 극강의 프로토스들 앞 힘없이 무릎 꿇었고, Nal_rA라는 숙적에게도 끊임없이 패배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NaDa를 필두로 끊임없이 출현한 테란 고수들도 BoxeR에게는 버거운 상대다. XellOs[yG], GooDFriend, Qoo)Sunny 등 그는 쉼없이 신예 테란들에게 패배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랬기에 2003년은 '황제'라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심한 부진을 겪은 한해였고,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야 했던 한해였다.
그랬던 그가 2003년 KPL을 기점으로 서서히 부활하기 시작했다. 2003년 하반기부터 모든 스타리그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oov의 득세를 기화로 그도 서서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을 시작했다. 물론, KPL 통합 결승전에서 NaDa에게 3대1로 패배하고, OSL 본선에서도 탈락하고, MSL 본선에는 가보지도 못하는 부진이 계속 됐고, 프로리그에서는 BoxeR의 엔트리를 발견하면 상대팀 감독이 "쌩큐"라고 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에서 완전히 탈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midas와 벌인 레퀴엠에서의 대역전극이나, TerAtO와 벌인 기요틴에서의 공방전을 통해서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BoxeR는 전성기 시절에도 생산력에 대한 비난을 끊임없이 들어야 했다. 그리고 물량을 앞세운 NaDa, oov가 각종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물량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하기로 마음 먹은 듯 인투더다크니스에서 Silent_Control를 상대로 보여 줬듯이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하는 경기도 종종 선보였다.
그리고 한 시즌을 쉬어야 했던 OSL 복귀전에서 그는 OversKy를 상대로 첫 승을, 2경기에서는 NaDa를 쉼 없이 몰아 부치면서 8강을 확정 지으면서 자신의 변화(부활이라고 하긴 아직 좀 이른 것 같다)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 OSL 8강전에서 Sync를 상대로 보여 준 모습은 또 달랐다. 초반부터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혀서 상대를 움추러들게 만들고, 후반을 위해 확장을 택한 상대방의 가장 아픈 부분에 치명상을 입히는(擒賊擒王) 전술을 보여 줬다.
사실 Sync와의 두차례에 걸친 공방전도 그랬고, 그 뒤에 Nal_rA와 가졌던 공방전에서도 그는 이미 초반에 승기를 잡았었다. 그 승기를 토대로 좀 더 빠른 타이밍에 치명상을 가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예전의 BoxeR였다면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타이밍에 총공세를 가해서 승리를 따내려고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는 변했다. 분명히 변했다. 초·중반의 유리함과 미세한 컨트롤을 위해서 물량을 포기하지 않고, 초반에 확보한 유리함을 좀 더 강고하게 다지는 쪽으로 전략의 틀을 변화시켰다.
BoxeR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 아직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변화가 예전보다 강력한 모습이라는 점은 분명한 듯 하다.
OSL의 4강에서 그는 숙적 YellOw와 조우했다. 스타를 아는 모든 사람이 열광하고, 관전하는 모든 이를 흥분 시키는 "임진록"이다. 그가 자신의 부활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싶다면 그는 반드시 이번 임진록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자신이 먼저 일궈냈어야 할 저그의 첫 우승을 가로 챈 July를 꺾고 올라 온 YellOw도 결코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아니 쉽사리 물러서면 안된다. 그렇다면 그건 임진록이 아니니까.
BoxeR의 변화가 더 강력할지, YellOw의 부활이 더 강력할지...
11월12일은 아직도 멀었는데, 펠레노르에버에서 시작될 임진록을 기다리는 마음은 벌써부터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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