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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08 20:51:56
Name 안전제일
Subject [잡담] 이름..그 힘?
이름은 참 중요한겁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부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나로 인식하는 첫번째 관문이기도 하니까요.
%%엄마..%% 동생..%%친구..
참 정겹고 좋아보입니다만..그 이면에는 조금씩 사라지는, 혹은 무게중심이 바뀐 '내'가 있고는 하지요.

중고등학교 시절..
도덕 교과서에서, 사회 교과서에서, 혹은 국어 교과서에서
'자아 정체감'에 관해서 배웠고 그것의 의미에 관해서 스파르타 식이었고, 사실 아무도 관심은 없었지만 배웠지요.--;;

자기 PR시대라는 말이 한창 유행했었지요?
그 PR은 이제 유행을 넘어서 당연한 일이 되었지요.
@@후배, @@아들,@@ 딸에서 *&*가 되기위해서 개성을 키우고, 개인기를 기르는 일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를 나타내기 위해서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잘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나에게도'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순간 말입니다.
그것의 처음..맨처음....도?


다른 사람들은 웃을지도 모르고, 저와 가까운 어떤 사람에게도 해본적이 없는 이야기지만
전 그순간을 기억합니다.

나이는 아마도 8살정도로 기억합니다.(생일이 빨라 학교를 일찍 들어갔으니 초등학교 2학년이었겠군요.)
어머님께서 심부름으로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오라고 하셨었죠.
세탁소에서 이름을 대야 하는데...평소같았으면 어머님 이름이나 아버님 이름을 댔을것을
뭔 객기였는지 제 이름을 덜컥 대버렸었지요.
혼자서 괜히 기분이 좋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참 별거 아닌 기억이지요?
그런데 그 기억이, 그 순간이, 제게는 난생 처음으로 '아..난 ***라는 사람이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때까지 별로 마음에 안들었던 제이름이 왜그렇게 멋지게 느껴지던지요.^_^
(***자리에 제 본명을 썼다가 지웠습니다만...정말 지우기 싫군요.^^;)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전 제이름을 밝히는데 주저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 험난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헤메일때에도 갖가지 아이디와 닉네임을 가지고 있지만
한번도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보지 않았습니다.(상당히 즉흥적이고 간편하게 만들기 때문에요.^^;)
제게는 멋진 제이름이 있으니까요.
부모님께서 지어주셔도 아니고, 오랫동안 사용했기때문에도 아니고, 그냥 제가 그 이름을 저라고 인식하기때문에 제 이름은 멋진것입니다!으하하!!!
(왜 이런 순간에 승리감을 느끼는 걸까요?)

전 누가 제이름을 불러주는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제이름을 불러준다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은 제게 무의미하지 않은 사람이 되니까요.
(사실 저같은 사람을 다루는 방법은 간단합니다.으하하--;;)



사족입니다만....

제 어머님께서 얼마전에 물으시더군요.
'내일 미역국 끓여줄테니 먹고갈꺼지?'
으응? 난데없는 왠 미역국인가 싶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일 모레가 제 생일이었던겁니다. 즉 어머님께서 제 생일을 하루 착각 하신 것이지요.
(한참 싸웠습니다.--;;결국 서류의 힘으로 제가 이기긴했습니다만. 까딱했으면 20년 넘게 알아오던 생일이 바뀔뻔했습니다.)

낄낄대며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녀석 왈
'원래 엄마들은 다 그래.' 라더군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아무래도 딸만 넷이니 헷갈리실만도 하지요.

사실 저희 어머님께서는 생일만 바꾸시는건 아닙니다.
종종 저와 제 바로위의 언니 이름을 잘못부르기도 하고
저를 부르기 위해서 큰언니부터 차례로 한번씩 다 불러보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써놓으니 기억력에 큰 문제가 있으신듯 합니다만.--;;;제가 어릴때도 그랬던 걸로 보아서는 그런 문제는 아닌듯 합니다.으하하하)

어쩌면 저런 증세는 애엄마들은 다 가진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자기 딸네미를 부르면서 제이름을 부르던 큰언니를 보아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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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04/01/08 20:59
수정 아이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세계 사람들이 다시한번 상기하기위해 제 말이 아니라 예수님 말씀을 인용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주기도문 첫 소절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이름이 불리워 지지 않으면 무시하시는가 봅니다.
청개구리
04/01/08 21:04
수정 아이콘
주기도문 두 번째 소절도 연관이 있어서 올립니다.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임연성*최요
04/01/08 23:43
수정 아이콘
우리 언니들도 항상 자기네 딸네미 부를 때 제이름과 헷갈리더군요.
아마도 '나이 어리고 만만한 존재'로서 통일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분노가....ㅜ.ㅜ
Return Of The N.ex.T
04/01/09 03:53
수정 아이콘
이름 바뀌는건 저희 어머니도 마찬가지 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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