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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1/07 22:35:51 |
Name |
TheEnd |
Subject |
토론에 대한 나의 생각, 그리고 제안 한 가지. |
안녕하세요.
피지알에 첫 글을 올리게 된 디엔이라고 합니다.
토론이라는 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하다못해 초,중,고 시절 학급 회의를 해 봐도 토론으로 결론을 내기는 정말 어렵지요.
가장 리얼하고 극악한 예로 정치판이 있구요.
인터넷 공간에서 가장 정리가 잘 되어 있는(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_-;;) 피지알에서도,
진지한 토론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변해버리는 것을 몇 번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안타까워하던 와중에 문득 예전에 가졌던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과연 고대 아테네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했던 비밀은 무엇일까.
민회가 열리면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아테네 민주정 전성기에는 500 ~ 600 정도가 모였다고 하네요. -_-;;)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고 해도 정말 아득해지죠.
당시에는 마이크나 음향시설도 없었을 테고, 그냥 의장이 높은 언덕쯤에 올라가서 말을 해야 했겠죠.
지극히 단순한 제 추측으로는, 이런 방식을 따라서 민회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의장이 어떤 의제를 설명하고, 한 사람이 발언권을 얻어 어떤 의견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이 앞의 사람과는 다른 의견을 발표하겠죠.
찬, 반 토론이었다면 다시 찬성 측의 발표자가 나와서 발표를 하고, 다시 반대 측의 사람이.
한 명이 말을 하는 순간에는 모두가 그의 말에 집중을 하고 조용히 하고 있어야 목소리가 모두에게 들렸을 겁니다.
혹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었으면 회의 진행을 위해 공권력을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다보면 반대측의 사람들이라도 찬성측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볼 수 밖에 없겠죠.
그런 과정을 거쳐서도 토론으로 완벽한 결론을 낼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두를 설득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결국에는 표결로 의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요.
평범한 진행 방식이라 생각되지만 결코 진행하기에 쉬운 방식은 아닙니다.
고대 아테네 시민들이 주체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는 것이지요.
당시의 그리스 시민들이란 지금과 같이 넓은 의미에 시민들이 아니었죠.
최소한 자신이 생계를 위해 뛸 필요가 없는 부유층이었습니다.
지적인 수준도 상당했을 테구요.
그렇지만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은 그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했고, 그 자부심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유지 했을 겁니다.
운영하기에 까다롭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켜가고 싶었겠죠.
거기에 아테네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의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게 했을 테고,
상대방의 의견도 포용력있게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했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토론의 조건이 바로 자부심과 애정입니다.
토론자로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토론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애정.
자신이 올바른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면,
좀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노력할 겁니다.
자신의 의견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좀 더 많은 근거를 찾아내고,
상대방의 반박을 완전히 들은 후에 참을성 있게 설득할 수 있겠죠.
토론의 대상에 대한 애정 역시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진정한 애정은 오랜 관찰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토론의 대상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고,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발전을 위한 비판과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거겠죠.
발전을 위한 의견이라면 상대방의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피지알의 많은 분들이 이미 이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조금만 더 주의한다면 피지알에서의 소모적인 논쟁들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말이 장황하게 길어졌지만,
마지막으로 피지알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자게에서는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글을 하나만 쓸 수 있고,
나머지 의견을 코멘트로 달게 되어있는데요.
깔끔한 게시판을 위해서는 무척 필요한 규칙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이 벌어지는 경우 오히려 소모적인 논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댓글들은 하나의 글보다 정리가 덜 된 느낌입니다.
분량이 적은 이유가 크겠지만,
그만큼 피지알에서의 글쓰기가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약간 논쟁에서 벗어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구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주제에 대해서 찬/반이 구분 가능할 경우,
첫글에 대한 답글로 쓸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각 의견 별로 나뉘어서 댓글을 다는 거죠.
하나의 글 아래 무차별적 논쟁이 계속되는 것보다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좀 더 폭 넓은 근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더하기 1. 글이 지나치게 길어졌습니다. 거기다 어투는 무지하게 딱딱하고.
피지알에 대한 넘치는 애정이라고... 또는 저의 필력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주시길...
더하기 2. write 버튼을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만,
자주 쓰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힘듭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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