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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15 16:29:06
Name Elecviva
Subject [잡담]필명은 당신을 나타내는 이름입니다.
오랫만에 write 버튼을 누르니 참으로 막막합니다.
모니터의 백지에 커서만 깜빡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백색 공포'라고 하더군요.
어쩌면 그 어떤 곳보다 두려움이 큰 것은 pgr이라는 장에 오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사려깊고 따스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깁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족한 글솜씨라도 꼭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필명은 당신의 거울입니다.
당신을 나타내는 이름입니다.

저는 elecviva라는 필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 뜻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에 electricity + viva의 합성어 정도로 만들어본 필명입니다.
이 아이디를 생각하면 저는 제가 좋아하는 한 선수가 승리 한 후의 관중이 지르는 함성이 떠오릅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면서 느끼던 감정은 '승리'의 짜릿함이었기 때문에,
이 아이디에 흡족해하며 수 년간 변함없이 줄곧 이 아이디를 써왔습니다.
(스타를 하다보면 채널에서 '공대생이신가봐요?' 하는 질문을 흔히 듣습니다.
공대와 무관한 심리학도라고 이야기하면 다들 의아해 하시더군요 ^^.)

또한 저는 '강승택'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오를 昇에 연못 澤이라는 이름이니, 해석하자면 '연못에 오르다'는 뜻이겠군요.
흔한 이름도, 유일무이한 이름도 아닙니다.
발음하긴 까다로우나 이름의 받침만 따고 보면 007이라서 뭔가 재밌어 한 기억도 새록새록하게 떠오릅니다.


이 곳의 모든 사람들은 필명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들이기에 2-3개의 아이디를 더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필명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 정체성을 짐작하게 하는 문자입니다.
그래서 유치하고, 발음하기 껄끄럽더라도 작명소에서 어렵사리 이름을 지으시는 우리네 어르신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pgr에서 참 많은 필명을 봅니다.
그리고 필명보다 더 많은 수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생각의 대부분은
'아니, 저런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빌려 쓰면서 어찌 저런 말을 하는 걸까..'입니다.
그럴듯한 필명은 지었고 사회문화적으로 존경받는 이의 이름을 빌렸지만
쓰는 말과 보여지는 태도가 참으로 볼품없는 사람은 왠지 모르게 불쾌합니다.
우리가 존경하고 인정하는 이의 이름을 빌려쓰건데 파렴치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무슨 이름을 사용하던 자유가 아니냐고요?
자유라는 것은 타인과의 조화를 이루어낼 때 비로소 자유입니다.
결정적으로 욕설이 들어간 필명은 어떤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반증이겠습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그 울타리 속에 있는 한 평가받고 평가하며 관계합니다.
우리가 짧은 답글을 달고 이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소통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독백이란 없습니다.
독백은 진정 누구도 듣지 않을 때 독백이겠지요.

저는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이 곳에서 취하고 있는 당신의 태도는 당신의 필명과 부합합니까?

곧이 곧대로 필명을 자신에게 투영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좀 더 자신의 이름에 책임감을 갖자는 취지에서 몇자 적어봅니다.



필명은 가면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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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X
04/10/15 17:04
수정 아이콘
=ㅈ=; 전 악플다는X란 뜻인데; 생각해보면 필명과 태도는 그다지 부합되지가...
BlueEyes
04/10/15 17:09
수정 아이콘
제발 싸우지 마세요
안전제일
04/10/15 17:14
수정 아이콘
음음음...그렇죠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고 안전하게 살자!라는 취지로 만든 닉네임이죠.
순수한 애정만 가지고 만든 닉네임은 웹에서는 사용하지않아요...음음..그건 정말 개인적인 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거라..딴사람들이 '무슨 뜻이예요?'라고 물을때마다 스크라치가 나거든요.
완전히 나 앉혀 놓고 '당신은 뭐예요?'라는 느낌이라..으하하하-

내가 인식되는 가장 쉬운 방법인 만큼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것...맞는 말입니다.^^;
(댓글이 너무 장난 스럽게 느껴지신다면 죄송합니다.^^;;)
firstwheel
04/10/15 17:58
수정 아이콘
제가 스타를 하게되면서 처음으로 고민 끝에 고르고 골라서
산 로지텍 볼마우스 이름 ---- firstwheel(아시아에서 이 아이디로
1000한 이후 다른 아이디로 지금 900승을 조금 넘기고 있다는^^)
04/10/15 19:44
수정 아이콘
이전 자유게시판 4223 글을 보시면 목마른땅님께서 남기신 그대의 아이디는 무엇입니까??? 란 글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 지금은 보이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 지금도 보이는 분들도 계시고 오랜 시간
(오래되었다고 하니 참 ㅡㅡa 겨우 2년 지났는데요 ^^;;;;)
지난 후에 다시 보게 되니 그동안 피지알이 변한 만큼 그 밑에 달리게 되는
새로운 분들의 아이디가 점점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쓰이는 당신의 아이디는 당신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배넷에서 쓰이는 당신의 아이디는 배틀넷에서 당신이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당신의 모습입니다.

그 때 모르던 많은 것들을 아이디로부터 알게 된 것 같은데...


그리고 간만에 이전 자유게시판 글들을 보게 되니 정말 옛추억에 젖게 되는군요.
보면서 슬며서 웃음지어지던 아이디, 지금은 군대간 그 아이디,
잡담인지 잠담인지 그 아이디(지금도 계시군요 ㅡㅡ;)
정겨운 분들이 많이 있네요.
아케미
04/10/15 20:00
수정 아이콘
저는 일본 만화에서 은근히 흔한 이름을 택했네요.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미야노 아케미에서 땄는데, 나중에 보니 여기저기 많이 나오더군요.
벌써 4년이 넘게 써온 필명이라, 주위에서 "왜 일본어냐 한글로 하지"라고 해도 이젠 바꿀 수가 없습니다. ^^;
멋진 글을 보면 우선 글쓴이부터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이 버릇 되었습니다. 반복되면 결국 "아무개=좋은 글"이 어느 정도 잡히게 되더군요. 나중에는 "아무개 님이다! 이번엔 또 어떤 글을…"이 되고요. 그래서 필명은 중요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Daydreamer
04/10/15 20:12
수정 아이콘
강민 선수에 대한 homage...는 아니고 ^^;;;
공부를 하건 뭘 하건 집중시간이 5분에 그치고 가만~히 공상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해서 붙였습니다. 군대 있을 때부터 글 끝에 the Daydreamer라고 싸인처럼 썼었죠.. 이젠 점점 그런 몽상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나이가 들어가나 하고 씁쓸합니다.

게바라가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에는 이상을 품자"라고 한걸 가슴에 새기고 살고 싶은 한 20대 중후반의 독백이었습니다. ^^;;
눈시울
04/10/15 21:21
수정 아이콘
전 점점 무덤덤해지는 게 두려워서 이 아이디를 택했습니다.
'눈시울을 붉히다.'나 '눈시울이 젖어들다.' 같은 말. 뭔가 감동을 받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감정을 느낄 때.. 등에
사용하는 말이니까요. 지금도 20대 초중반(-_-;;)일 뿐입니다만, 요즘 정말 10대 중반, 후반의 그 감성이 소중했다고
생각하고, 가질 수 있는 한은 계속 간직하고 싶네요. ^^
비롱투란
04/10/15 22:11
수정 아이콘
전............. ㅠ.ㅠ..
으흑.......... 말하기 싫어욧
비오는수요일
04/10/15 22:16
수정 아이콘
저는 타인의 아이디에 참 많은 호기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쪽지를 보내서라도 알아내고는 하죠.
네, 자신의 아이디에 걸맞는 책임있는 글과 리플들이 중요하죠.
그래서 전 항상 젖는 얘기나 일상의 얘기들을 많이 한다죠....^^;
04/10/16 07:55
수정 아이콘
전 코난의 괴도 키드를 좋아해서 이걸 택했습니다.
그렇죠, 어쨌건 책임을 져야죠. 제 닉네임에..
배틀넷 아이디도 길드명-KiD나 KiD[길드명], 뭐 이런식이죠.
Milky_way[K]
04/10/16 10:48
수정 아이콘
비롱투란님/ 은근히 궁금해지는 데요 +_+ 빨리 말해주세요!; 으음;;;

저 역시 비오는 수요일님처럼, 필명.. 즉 타인의 아이디에 관심을 좀
가지는 편입니다. 재밌더라구요~ 필명은 정말 그 사람의 생각과..
무언가를 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같은 경우는 거의 모든 사이트의 아이디를 easylove23으로
사용합니다.. 말그대로 쉬운사랑이죠.(뒤에 숫자는 그냥 좋아하는 번호;)
쉬운사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짝사랑은 더이상 싫었거든요.....
이제는 그런 사랑을 하고있어서 너무 좋네요..(은근히 염장글? 퍽;;)

그리고 언제부턴가 모든 필명이나 별명, 별칭등에 Milky_way[K]
사용하는 중이네요.. 밀키웨이는 말그대로 '은하수' 입니다.
뒤에 k는 저의 이름끝자의 이니셜이구요~
'저 아름다운 은하수에 하나의 작은 별이 되고 싶은 행기..' 라는
조금은 부끄러운 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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