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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15 15:41:58
Name 번뇌선생
Subject 본격 E-SPORTS 로망활극 - 제 10 화 홀홀단신(1)
제 10 화   홀홀단신

    

  “조감독, 행사 잘 갔다 왔어?”
  “갔다 오긴 갔다 왔는데......”
  “어째 대답이 그래?”
  “허허, 아주 기똥 찬 놈을 하나 만났거든요.”
  “응?”

  주훈감독은 사흘 후 있을 부산행사 차 조규남 감독을 만났다. 부산은 몇 번 가본 적이 있지만 SK유니폼을 입고는 처음 행사인 관계로 실수 하지 않기 위해 조감독을 만난 것이다. 주감독은 그를 만나 부산 정세도 파악하고 팬들의 경향도 알아보려 했으나 조감독이 들려준 말들은 뜻 밖의 것들이었다.

  “물건일세.”
  “예?”
  “물건이야. 아주 물건이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새파란 놈한테 희롱당하고 왔다니깐.”
  “그러니까 물건이지. 조감독을 희롱했으니 그게 보통 물건이야?”
  “그런가..... 그래도 나중에 민이 얘기를 들어보니까 원래 나쁜 놈은 아닙디다. 다만 천성이 재주는 많은데 지나치게 영악한 것 같습디다.”
  “어땠어, 자네가 보기엔?”
  “무슨 뜻입니까?”
  “키워 볼만 하더냐고?”
  “허허.. 안될걸요.”
  “왜?”
  “누구 밑에서 클 녀석이었으면 제가 물어 왔겠죠.”
  “야생마로군.”
  “아니요. 야생마도 때리고 얼르면 길이 들죠.”
  “그럼 뭔데?”
  “음... 뱀? 구렁이? ..아니다. 이무기가 좋겠네. 이무기.”
  “이무기라.....”

  결국 이런저런 그 정인우란 젊은이의 신상을 파악하는 것 말고는 별로 나눈 얘기는 없었다. 주훈은 생각 할수록 탐이 났다. 기지며 재치가 보통이 넘는데다 이미 길드장까지 맡고 있으니 팀에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프로토스 유저들이 부진하고 강력한 저그가 없어 고민하던 차라 더욱 그랬다. 하여간 이번 부산 행사에 반드시 그 녀석이 나타날 거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오늘 계산은 내가 하께. 좋은 정보도 얻었고.”
  “그게 무슨 정보입니까. 가서 당하지나 마세요.”
  “걱정마. 요환이가 그런 쪽으로는 비상하잖아.”
  “하여간에요.... 아 참 그리고..”
  “응?”
  “스탑워치 가지고 가지 마세요.”
  “스탑워치를 가지고 가지 말라고? 무슨 말이야.”
  “하여간 가지고 가지 마세요. 망신당해요.”


  “행님, 오늘 가르쳐 준 전략은 별론 거 같은데요.”
  “아이다. 좋은 거다.”
  “아니에요. 그 타이밍에 누가 그렇게 합니까?”
  “내가 하드라 아이가.”
  “행님만 그라지 누가 또 그란다데요.”
  “임요환이가 그래 하지.”
  “진짜요?”
  “그래 임마. 내가 거짓말 하드나?”
  “어..그럼 요번에 한번....”
  “쓰지마라.”
  “왜요?”
  “저번에 임요환이가 한번 썼던거라서 이제 다시는 안통한다. 갸는 한번 쓴 거는 다시 안 쓴다. 전략의 황제 아이가. 킥킥.”
  “그라믄 말라꼬 쌔빠지게 가르쳐 줬는데요.”
  “으이구. 인간아. 임요환빌드를 다 알고 그걸 깨는 법까지 다 알면 임요환이 머릿속에 사악 그려지야지. ”

  인우는 예전의 그 꼬마들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머리도 때리고 타박도 줬지만 시종 그의 얼굴에서는 따뜻한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승부를 가리던 때의 그 야비한 얼굴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의 그는 마치 여러형제의 맏형처럼 인자 했다. 집은 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나 언덕위의 집이 부유층의 상징이지 한국에서는, 특히 부산에서는 이런 산동네야 보면 마음 아픈 곳이다.

  “....그래가꼬 내가 행님 가르쳐준 대로 드래군을 막 돌리는데 임마가 탱크로 열라 쫓아 오드라고요. 히히히”
  “그래서 어떻게 했노? 유인했나?”
  “히히히. 내가 누굽니꺼. 컨츄롤의 왕 아닙....”
  “어, 잠깐만.. 행님 저기...”
  “응?”

  한 소년이 얘기를 끊고는 인우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앞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어른어른하게 두 그림자가 비쳤다. 가로등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얼굴을 알아 볼 수 는 없었지만 인우는 이미 실루엣 만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인우와 함께 걷던 네 명의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죄를 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는 땅만을 쳐다보며 걸었다. 그런 그들을 두 실루엣은 쳐다보고 있었다. 어두워서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호의를 띄고 있지는 않았다. 예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을 겪었는 듯 아이들은 그런 눈빛에 아랑 곳 하지 않고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 자리에서서 아이들이 집안으로 다 들어가는 것을 본 후 인우 역시 고개를 숙이고 그들에게 다가 갔다.

  “오셨어요.”
  “으이그...저것들은 아직도 저러고 있어.”
  “....”

  두 그림자는 중년의 부부였다. 호의가 없는 지는 진작에 느낄 수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본 그들의 얼굴은 악의에 일그러져 있었다.

  “너 언제까지 이럴거냐? 응? 정말 말 안 들을래?”
  “됐어요. 그런 소리 하실 거면 가세요.”
  “아니, 이 놈이 말하는 것 좀 봐! 너 정말 까불래.”

  여자의 음성이 올라가자 인우는 고개를 들었다. 저번에도 언성이 커지는 바람에 옆집에서 적잖이 화를 내었다. 인우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집으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목소리 낮추세요. 시끄럽게 하시면 저 쫓겨나요.”
  “그래, 잘됐네. 쫓겨나라. 쫓겨나.”
  “일단 들어가세요.”

  들어가자고 떠밀기는 싫어 인우는 먼저 집안으로 들어 갔다. 방 한칸에 조그만 마루겸 부엌이 딸린 열 몇 평짜리 집이었다. 인우가 방문을 열자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 부엌구석으로 피했다. 그의 뒤를 따라 중년 부부도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을 흘겨 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은 레이져라도 맞은 양 바싹 쫄았다. 문이 쾅하고 닫히자 한숨을 쉬며 바닥에 그냥 앉았다.

  “오늘 또 시끄럽겠다. 그쟈?”
  “그래..... 우리 때문에 인우 행님만 고생인 거 아이가?”
  "아이다. 우리 때문 아니다. 우리가 나가도 행님 삼촌하고 숙모가 계속 괴롭힐 걸.”
  “왜 행님을 못살게 굴지. 친삼촌도 아니면서.”
  “그래 맞다.”

  “마실 거 같은 거 없으니까 그냥 말씀 하세요.”
  “내가 너한테 쥬스 얻어 먹으러 온줄 알어?”
  “그럼 왜 오셨어요.”
  “이놈이 말버릇하고는...흠흠 좋다. 다 용서해 줄테니 빨리 집으로 들어가자.”
  “여기가 제 집인데 어딜 또 들어가잔말입니까. 저는 갈 데 없습니다.”
  “야 이놈아. 우리는 너 후견인이야. 법정 후견인. 너는 이런데서 혼자 살면 안돼.”
  “왜 안 되는 데요. 저는 괜찮습니다. 여기가 좋습니다. 밥 먹는데도 걱정 없고 친구도 많고. 수원 올라가면 제가 친구가 있습니까 뭐가 있습니까.”
  “그래도 너는 미성년자란 말이다. 고아도 아니고 엄연히 후견인이 있는데 니가 왜 혼자 살아?‘
  “고아 ..... 고아 맞지예. 제가 홀홀단신이지 누가 또 있습니까.”
  “아니 이놈이 그래도.... 왜 없어? 여기 삼촌하고 숙모 있잖아.”
  “삼촌하고 숙모......저는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 뵜습니다. 계신줄도 몰랐어요. 그리고 편한대로 부르니까 삼촌하고 숙모지 촌수 따지면 몇촌인지 계산도 안되는데요. 그러니까 그냥 저 이렇게 놔두세요.”
  “이 녀석아. 그런 소리 말고 얼른 가자. 짐싸. 우리가 잘 돌봐 줄게.”
  “진짜 저 돌봐 주실려고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 이 녀석아.”

  이제야 말이 통한 싶으니 삼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시종 돌아 앉아 쳐다보고 있지 않던 숙모도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래 이 녀석아. 삼촌하고 숙모가 너무 마음이 아파요. 너 어릴 적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네 어머니가 형이랑 너랑 뼈빠지게 고생하면서 키우셨는데 네가 이렇게 밖으로 나도니 삼촌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니? 응? 삼촌은 정말 너를 잘 돌봐주고 싶은거야.”
  “제 돈을 돌봐 주고 싶은 게 아니구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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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물량
04/10/15 16:53
수정 아이콘
오.. 드디어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네요^^
너무 오랜만입니다!! 자주자주 써주시면 독자입장에서 아주 기쁠....(퍽;)
아케미
04/10/15 20:31
수정 아이콘
조규남 감독님과 주훈 감독님의 실제 나이차는 얼마나 될까요? (갑자기 궁금해졌네요;)
04/10/16 00:21
수정 아이콘
돈....+_+ 얼마나 있는대요? 하하하;;; 농담입니닷!ㅇ_ㅇ/ 2편 읽으러 쓩~ㅇ/_ㅇ/
04/10/17 21:50
수정 아이콘
혈혈단신이 맞아요 ㅇㅅㅇ;;;
아래내용은 맞춤법검사결과. 참고하셔서 수정하시면 좋을듯;;;
'의지할 데 없는 홑몸'을 이르는 한자숙어는'혈혈단신' 입니다. '홑몸'을 염두에 두고 '홀홀단신'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는 잘못된 표현이니 주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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