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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13 09:17:30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나의 스타크는 계속된다
"이런, 젠장!"

부지불식간에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상대의 다크를 예상 못한 것도 아닌데..

서플의 위치를 잘못 잡아 입구가 뚫리고, 급하게 생산한 마린으로 어찌어찌 막아내기는 했

지만 질럿에 이은 드라군 푸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이렇게 된 거 한번은 찌르고 말겠어!"

배에 힘 꽉 주고 스타포트를 올리고 드랍쉽을 생산한다. 이미 탱크를 만들 여력은 없고 오

로지 벌처와 마인으로 방어를 해야하는 상황, 겨우겨우 만들어낸 드랍쉽에 벌처를 태우고

상대의 본진에 드랍!

그러나 떡하니 버티고 있는 캐논은 프로토스 승리의 조형물이었다.

결국, 상대의 멀티도 본진도 견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GG를 치고 말았다.

게임 중에는 열도 내고 거친 말도 나오고 했지만(물론 혼잣말) 결과에 아쉬움을 토로하기

보단 담담하게 웃어버린다.

그렇게 오늘도 1패를 기록했다.

패배가 자랑스러워 담담한 것은 아니다.

그냥 나를 뜨겁게 하는 몇 안되는 유희인 게임을 즐겼을 뿐이기에 담담한 것이다.

이렇게 했으면... 저렇게 했으면...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상대 또한 그에 맞추

어 갈 테니 어찌 보면 쓸데없는 생각일 뿐이다.

중요헌 점은 초반의 어설픈 서플 위치는 내가 철저하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상대

의 질럿에 휘둘림은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언제나 철저한 준비와 침착한 마음을 갖고자 했음에도 아직은 그러지 못한 나

의 현실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 주는 결과이다.

그렇다, 아주 짧은 게임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가지고자 하는 마인드에 근접하지 못하

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이 게임의 가치는 충분하다.

인생의 길을 반복 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정

한 규칙과 똑같은 기회를 주고자 하기 때문이다. 삶이란 것이 결코 평등하지 않으니까..

여러 번의 실패를 통해 느꼈던 것이지만 삶이란 이정표도 없는 여정과도 같다.

여러 사람들이 이런 길을 제시하고 저런 길을 가르치지만 누구와도 똑같은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내 인생의 길은 내가 만들어 가야하고 크고 작은 상처도 내가 책임지고

보듬어야할 몫임을 또 한번 되새긴다.

게임에서의 패배는 최소한 나에게 언제나 겸손과 최선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내가 잠시

잊어버린 그 가치를 나에게 일깨워 주기에 나의 스타크는 계속된다.



ps. 어찌 쓰다보니 말이 짧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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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aboyz
04/10/13 10:13
수정 아이콘
훗... 언제 한번 또해요 +_+)/
도전의일보
04/10/13 10:23
수정 아이콘
저는 게임을 지니까 계속하게되더라구요 이기면 지기싫은기분떄문에 안하고 그만두는경우가 많아요 요즘은 많이 져서 많이해요 ^^;;
비오는수요일
04/10/13 11:04
수정 아이콘
총알님, 오랫만에 뵙네요?
하도 글안쓰시고, 흔적도 없으셔서 쪽지보내려 했는데....
오랫만에 보는글 반갑고 좋군요.
글 잘읽었습니다.
Milky_way[K]
04/10/13 12:36
수정 아이콘
게임에서의 패배, 저에게는 언제나 승부욕만 불타오르게 해서
큰일이네요.. 스타라는 게임 자제하기로 했던 저이지만..
요즘 다시 타오르는 중..
후.. 졌을때 체념하는 걸 좀 더 배웠으면..

총알님 게임 재밌었어요^-^*
담에 또 리겜해요 히~(헉 게임자제;)
뉴[SuhmT]
04/10/13 14:03
수정 아이콘
전...지면 이길때까지 합니다. ㅠㅠ
04/10/13 14:27
수정 아이콘
차라리 초보일 때는 져도 느끼는 게 있고 한데 어느 정도 늘고 나면
지는 방식에 따라 정말 열도 받고 말로 형용 못할 감정도 생기고 그러죠..
참... 마음 비우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창우
04/10/15 06:44
수정 아이콘
어느 순간 지는게 무서워 지더군요 하지만 패배 없이 얻을 수 있는게 몇가지나 되겠습니까, 진정 얻고자 하는게 있다면 패배를 두려워 말고 도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한 인생은 도전해서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가 두려워 도전조차 안해본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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