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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08 23:19:30
Name 번뇌선생
Subject 심심풀이 e-sports 무협활극 - 테란의 고수를 찾아서
  달이 총총히 떠 있는 밤, 청포를 걸친 남자는 무심한 눈결로 그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무심한듯 빛나고 있어 그의 사람됨을 내보이고 있었다.

  이 사내가 당대 테란의 일인자로 귀명(貴名)을 떨쳤던 임요환이라.

  본래 이곳에는 세 민족이 앙숙인양 싸우며 조용할 날이 없었는데 그것이 테란, 저그 프로토스다. 이 세 민족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어찌된 연유에서인지 보이기만 하면 싸움을 하여 중원땅이 하루도 평안할 날이 없었다.

  예전에는 프로토스가 극강한 호신강기와 두려움을 모르는 용맹으로 주도권을 잡았으며 테란은 뒤로 밀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와신상담한 테란은 임요환의 등장으로 선기를 잡더니 이내 두 민족을 밀어내고 대세를 이루게 되었는데 그 뒤에는 그들의 재빠른 학습능력과 유연함으로 어떠한 역경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테란의 고수들을 찾아가 보도록 하자.

  테란의 세력은 위세가 막강하며 배출해낸 호걸들도 하나같이 용모가 수려하여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중 으뜸을 치는 것이 강남의 우두머리 임요환이란 자로서 신출귀몰한 지략과 대담무쌍한 포석으로서 수많은 병법들을 창시해 내며 당대의 종사로서 이름을 내세우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황제라고 칭송하며 떠받들었다. 원래 테란은 한덩어리 였으나 또 다른 귀재의 등장으로 강남파와 강북파로 나뉘게 되었다. 그러나 나뉜 뒤에도 여전히 막강한 세력을 자랑 하였다.

  황제라 불리던 임모가 강남으로 세력이 밀린 가장 큰 연유는 바로 이윤열의 등장이다. 남자다운 외모의 임과는 달리 앳되고 귀여운 백면서생의 모양을 한 이 사내는 그러나, 그 외모만 보고 섣불리 달려 들었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하게 된다. 이윤열은 타고난 손놀림과 판을 읽는 안목이 탁월하여 조그만 곳에 치중하여 상대를 현혹시키기 보다는 크게 크게 가져가며 병력을 늘리는 수완이 탁월했다.

  후에 테란은 이 두 걸출한 호걸의 뒤를 따르는 무리들로 나뉘게 되었는데 어떨 떄는 서로 의기투합하다가도 어떨 때는 헐뜯기가 일쑤이니 중원에 이름난 호사가인 엄모는 이를 가리켜 “물량에 장사 없다” 라고도 했으며 김모는 “저런 컨트롤은 사기죠”라고도 하였다.

  오늘 이 임요환이 밤이슬을 맞으며 서있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대문앞을 홀로 거닐던 임요환은 순간 바람소리와는 사뭇 다른 소리를 듣고는 금새 알아차린다.

  “누구냐?”
  “제 기척을 알아채시는 걸보니 아직 생생하시구려.”

  어둠속에서 인영이 어른거리더니 한 사내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말뽄새로는 무례하기 짝이 없었으나 걷는 자세를 보아하니 내공이 깊고 자태가 우아했다. 그러나 자신의 정원에 한밤중에 몰래 들어 온 것으로 보아 좋은 뜻은 필시 아니라 여겨졌다. 그러나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없어 쉬이 공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례하오. 존함을 밝히 시오.”
  “과연 예의가 바르시군요. 소생의 모습이 마치 도둑과 같은데 어찌하여 예의를 갖추시는 지요. 그저 쌍수를 들어 내리치시는 것이 빠르지 않겠습니까?”
  “귀하의 말씀을 듣자하니 나와 비무를 하고자 함이요. 그렇지 않소?”
  “역시 눈치가 빠르십니다.”

  온 천하에 임요환의 이름이 알려져 있으므로 그에게는 따르는 이도 많았지만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토록 대담무쌍하게 자신의 집 담을 넘어 들어온 자도 없었거니와 경비를 따돌린 솜씨를 생각하니 역시 함부로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당대의 호걸이라 이만한 인재가 자신을 찾아오자 기쁨 또한 일어나 크게 한번 웃어 젖혔다.

  “하하하. 과연 인물이로다. 내 여지까지 나의 자리를 탐낸 이는 많아도 진실로 무공을 논함은 없었는 지라. 오늘 귀한 객이 나를 찾았으니 내 능히 온 힘을 다해 맞아야 겠구나.”
  “좋소이다. 임대인. 후학 미천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으나 단단히 한수 배울 각오로 맞서겠나이다.”
  “아무렴 그래야지. 자네도 어줍짢은 예의 범절일랑 챙기지 말고 그 뒤집어 쓴 복면과 함께 집어 던지게.”
  “그럽지요.”

  과연 흑의괴인도 호걸의 기상이라 후에 일을 당함을 두려워 하지 않고 정체를 숨겼던 복면을 벗어 던졌다. 임대인은 복면속에 감춰진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 범상치 않은 용모를 상상했지만 이 사내의 피부는 백옥과 같고 눈매며 콧날이 단아하게 뻗은 것이 미남중의 미남이라.

  “오오,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기에 곰보나 언청이인줄만 알았더니 소화자(小花者)로세!”

  비로서 흑의괴인도 포권지례로서 예를 갖추며 정식으로 한 수를 청하였다.
  
  그리하여 두 호걸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먼저 스타크래프트로서 대련을 함에는 두 가지 중요한 자원이 있으니 하나는 땅속 깊은 곳에서 나는 청옥이요 또 하나는 원기를 북돋게 하는 녹봉밀이라. 청옥은 성질이 견고하여 이것으로 무언가를 제련하며 쉬이 깨지는 법이 없었다. 녹봉밀(綠蜂蜜)이란 영물로 알려진 녹봉의 꿀을 말하는데 이것을 사용하면 원기가 되살아나고 내공이 심후해져 여러 가지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

  “자, 그럼 시작하세.”

  대련이 시작되자 임은 생각하게 시작했다.

  ‘저 소년이 강남파인지 강북파인지 조차 모르니 초반의 공세를 어찌 막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가 먼저 공격하여 흔들어 놓을 것인지 그의 공세를 뒤집어 역공 할 것인지를 잘 판단 하여야 한다.’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임은 쉬이 변형된 초식을 쓰지 못하고 조용히 청옥과 녹봉밀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러한 초식은 무공의 초짜들도 알고 있는 정석의 초식으로서 비록 초반의 기괴한 변초를 내지는 못하지만 적의 공격들을 쉬이 막아내고 자신 역시 후반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일꾼이 8마리 모이거든 편성창고 부터 건설하고 뒤 따라 막사를 지어야 겠다. 나와 같은 고수를 상대로 하니 그도 함부로 경거망동 하지는 못할 것이다.’

  임은 그러하게 마음을 먹고 물흐르 듯 운공을 시작했다. 이윽고 충분한 양의 녹밀이 모이자 서둘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움직임이 방해를 받지 않고 물 흐르 듯 흘렀으니 서로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아도 내가 유리하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발 빠른 공중부양차로서 혼줄을 내줘야 겠구나.’

  이렇듯 무난히 임의 생각대로 판이 돌아가고 있는 찰나 갑자기 입구를 막아놓았던 편성창고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임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 때에는 서로간의 병력이 없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이 소년은 어찌하여 내 입구를 두드리는가!’

  가만이 살펴보니 이 소화자는 공장을 짓지 아니하고 막사에서 소총병사만을 뽑아 일꾼을 대동하여 습격을 한 것이 아닌가! 게다가 자신의 입구에 참호를 짓기 시작하니 저것이 완공되면 진영이 매우 불리한 형세라. 임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런 기괴한 초식을 사용하다니. 나는 분명 이러한 초식을 본 적이 있는 듯하다. 어디서 보았던가......’

  초식을 알아야 깨는 법도 생각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판이 너무나 빨리 돌아가는 바람에 미처 손쓸 틈 없이 자신의 입구를 빼앗겨 버렸으니 음양오행진법으로 계산을 해보아도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승기를 잡은 소년의 얼굴에는 희색이 비쳤으나 임은 낭패를 보게 생겼다.

  ‘내가 여기서 패하면 무림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공중부양차를 먼저 뽑을 것이 아니라 공성전차를 먼저 뽑을 것을......’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버렸으며 지금 공성전차를 생산 한다 하더라도 상대 역시 전차를 생산 할 것이므로 별 소용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내공이 심후하고 지략이 뛰어나니 여기서 쉬이 패배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도 그것을 아는지 강하게 그의 입구를 압박하여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임은 돌연 초식을 바꾸었다. 원래에는 공장을 둘 지어 빠른 부양차로서 적의 혼을 뺴놓은 후 후속 병력으로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으나 돌연 빠르게 비행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내 이미 입구를 빼앗겼으니 다시 찾기는 힘들다. 이렇게 된 이상 수송선을 이용하여 특공대를 보내 적의 배후를 쳐서 동요하게 만드리라.’

  과연 임모다운 선택이었다. 그가 천하 제일인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도 탁월한 수송선의 이용에 있었다. 적은 승기를 잡다가도 임의 오묘한 수송선 전략에 빠지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종횡무진 사방팔방을 누비는 신출귀몰 수송선이 한번 뜨기만 하면 온 중원인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문제는 그 동안 적이 입구를 뚫고 들어 오느냐 하는 것이다. 임은 재빨리 입구에 일꾼 서넛을 안배하여 시간을 끌었다. 그 일꾼들을 좁은 입구에 서서 적의 진입을 교란하고 엄폐물들을 빠르게 수리하여 적의 진입을 최대한 방해할 것이다. 역시 상대는 안배된 일꾼들을 보자 자신의 병력을 잃을까 두려워 감히 뚫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대로 숨통만 쥐고 있으면 상대는 지레 무너질 것이 자명했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미소년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임요환의 신출귀몰한 수송선을 예상하여 철갑성을 짓고 대공거인을 생산했으나 임이 내뿜는 수송선 초식은 자신의 내공으로 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송선을 격추시키려 몸부림 쳤지만 이 용감무쌍한 특공대들은 일꾼들을 다수 잡아내고 건물에 충격을 가하여 승기를 돌리고 결국은 소년이 패배를 선언할 떄까지 괴롭혔다. 이 시점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죽을때 까지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이었다.

  “졌소이다! 임대인! 소생이 졌소이다!”
  “하하하! 과연 인물이구나. 내 이렇든 진땀을 뺀 적은 처음이로세.”
  “아닙니다. 제가 분수를 모르고 날뛰었나 봅니다. 혹자들이 귀협을 가리켜 이제 나이가 들어 무공이 쇠하여 예전만 못하다고들 하여 소생이 분수를 모르고 덤볐나이다. 공명에 눈이 멀어 대선배에게 크나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과연 명불허전이옵니다.”
  “괜찮네. 얼른 일어나시게.”
  “하오면....”
  “그러나 저란 도대체 그러한 초식은 어디서 전수 받은 것인가? 나는 당황하여 하마터면 패배를 인정할 뻔 했네.”
  “과찬이시옵니다. 이것은 그저 제가 독학으로 연구한 것으로서 참호진이라는 것입니다. 상대의 허를 뚫는 술수로서 사실은 북방의 프로토스를 상대로 할 때 쓰려고 마련해둔 것입니다.”
  “과연! 과연! 이러한 절초를 혼자 터득하였다니 보기 드문 기재요! 이미 지략은 나를 넘어선 듯하니 내 그대의 이름이 궁금하네.”
  “미천한 소생의 이름은 나도현이라고 하옵니다.”

  후에 이 한밤의 대전은 임의 집에서 일하는 무리들을 통해 바깥세상에 알려 지게 되었고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다. 말 잘하기로 소문난 호사가인 엄은 “백 병사보다 참호 하나가 낫다”고 하였으며 김은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자멸하게 된다” 라고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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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배럭의 극한
04/10/08 23:34
수정 아이콘
이전 시리즈는 9화로 끝인가요??
홍차소녀
04/10/09 18:13
수정 아이콘
우와~ 멋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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