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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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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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데 질질 끌어서 죄송합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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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나겜TV 심해배틀이 연상될 정도의 처참한 경기..
위키에서도 ‘로테이션 챔프를 고른듯한 플레이’ 라 기술됐는데, 정확히 봤습니다.
서로의 역카운터를 고르는 의아한 밴픽이 이어졌던 것도
그냥 할줄 아는게 그거밖에 없어서 그랬던거에요 크크…
기억으로 샤코와 람머스가 당시 사기였는데
막상 픽할때 ‘이거 할까?’ 정도로 했던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둘 다 당시 솔랭에서도 무조건 밴될정도로 op였고
연습 명분으로 했던 피시방 5인큐에서도(그땐 자랭 없어서 노말큐)
미드와 탑 체급(레이팅)으로 시작부터 절반은 이긴 게임에
고만고만한 사람들 상대로 먹히는 샤코와 람머스는 연습이 될 리가 없었습니다.
정글형은 쉬바나, 스카너를 잘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형 멘탈이 약하기도 했고 어어? 이거 풀렸으니 해야되나?
정도로 픽을 떠밀린거라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서로가 살짝 건드리면 사시나무처럼 흔들리는 쿠크다스 멘탈이라 그런지
기세를 잡은팀이 쭉 리드를 하는 느낌으로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1경기는 꾸역승을 했지만, 다음 2경기는 상대 바텀 베인이 쑥쑥 커서 학살을 했고
‘아 답없다 아이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서포터형님의 쿨한 포기선언으로
lck 정규 경기 최초의 서렌을 쳤습니다. 크크크…
3세트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됐습니다.
손에 맞지 않은 주캐들을 밴당하고 꾸역꾸역 차선을 픽한 1,2경기와는 달리
블라인드 경기에 자신이 가장 잘 하는걸 고르는 픽을 자연스레 골랐습니다.
그때 우리 미드 장인형의 주챔이 등장했습니다.
이미 전편에 위키 링크까지 나온터라… 밝히면
주장형이 흔치 않은 애니 장인이라 꽤 화제가 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상대 미드분은 카서스 장인이셨는데,
상성상 카서스가 뭘 하지 못하는 매치임에도 고른건 리스펙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3경기는 서로 뭘 낼지 알면서도 고르는
정답을 알고있는 가위바위보에 가까웠어요.
실력으로는 저희팀이 열세했지만
서로 뭘 고를지가 정해진 블라인드픽 한정으론
신이 도운것처럼 저희팀이 더 유리했습니다.
미드 애니 vs 카서스 라인전 구도부터 극상성 카운터인데다
브론즈 서포터 형의 주챔도 소라카라 진혼곡의 극카운터 였던점도 주요했고
저도 본래 미드 유저라 탑에 쓸수있는 카드가 얼마 없어 스웨인을 픽했는데
적 조합 누커가 부족해 피흡으로 버티는 활약각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초반 인베에서까지 큰 이득을 얻어
실력적으로는 많이 부족했는데 거의 천운이 따라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승리에 한껏 도취되어 대기실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어떤 남자분이 다가오더군요.
누군가 봤더니 김동준씨였습니다.
"와 스웨인 정말 잘하네요~ 프로 준비할 생각인가요?"
제가 막판을 좀 잘했는데,
김동준씨가 거짓말 안하고 정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크크크
듣고 기분 째지는줄 알았어요. 입꼬리가 귀에 걸려 히죽히죽 웃음을 멈출수가 없더라구요
경기 직후 스태프분께 다음 경기 일정을 안내받았습니다.
주머니가 뜨겁더군요. 진동이 멈추지 않았는데 핸드폰이 불나고 있었습니다. 실친들이었습니다.
“미친 저 x끼 미니언에 처형당하는거 레전드”
“롤갤에 럼블 프로준비생이라고 글 씀”
“오 궁좀 잘깔았는데?”
“이걸 진짜 이기나?”
뭐… 친구 단톡방에 중계가 멈추지 않고 있었는데
거의 미니롤갤 이었습니다.
형들과 다음 경기를 조금 더 보다 허기가 너무 져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분위기는 거의 잔칫집이었습니다. 크크크.
흥분이 가시지도 않았고 쉴 새없이 떠들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경기 반응도 보고 친구들 문자도 답하고….
식사 하면서 남은 경기를 구경했습니다.
어느새 해가 지고 하도 떠든탓에 금방 배가 고파졌고
연이어 저녁(겸 술)을 먹었습니다.
이후 다음 경기 연습겸 신용산역 근처 피시방에 갔습니다.
명목상 연습이었지만, 사실 그런건 아니었어요.
빨리 롤을 켜서 한겜 뛰고싶어 그런것 같았습니다. 크크크
누가 말할것도 없이 각자 오늘 골랐던 챔프를 픽해 한판 했는데.
당연하게도 그때의 도파민에는 한없이 부족하더군요.
그래도 그걸로 됐습니다.
한 두판정도 하다 형님 한분이 경기 vod 올라온 걸 찾았고,
다섯이 옹기종기모여 경기를 복기했습니다. 속된말로 리딸(?)을 했습니다.
처참히 털렸던 2게임은 아예 보지도 않았습니다. 크크.
죽었던 장면은 스킵하고, 잘 들어간 장면을 몇 번씩 돌려봤습니다.
“마 내 애쉬궁이 여기 콱! 하고 꽂혔다 아이가~”
“햄 잘했다 잘했다. 여기 진짜 잘했데이.”
"캬 여기서 바나나 한방 탁!(소라카 평타)"
“여기 햄 궁이 진짜 예술이다. 아다리 기가 막힌다 마~”
장면 하나하나마다 서로 한마디씩 코멘트하며 리딸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한타 장면은 10번은 돌려본것 같네요.
그 pc방이 2층이었는데 2층은 사람이 저희밖에 없어
거의 전세낸 수준으로 고성방가했는데…
그렇게 무르익었던 밤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크크…
이후 경기들은… 예상되시죠?
그러나 이 사진이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북산엔딩입니다.
16강 진출 승자전 단판에서, 전프로인 미드킹님 팀을 만났는데
상대 다른 멤버들 전원이 저와 주장형보다 높은 레이팅에 체급차 나는
거진 준프로에 가까운 상대라 이변없이 패배를 맞이했습니다.
그때 미드킹님이 랭킹 상위권일정도로 폼이 좋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연이은 단판 패자전에서도 황충아리님의 미드 아리를 상대로 지고 말았습니다.
뭐… 예정된 수순인데다 이미 1승을 했다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서 인지
졌을때도 큰 감흥없이 ‘아 지는구나….’ 싶었습니다.
뭐 이변 없는 너무 당연스러운 수순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들 잘 싸웠다…. 200%는 만족한듯 했습니다.
이미 뽑을 뽕은 다 뽑았거든요…(?)
그렇게 짧은 여정이 마무리되고….
형들과 마지막 식사를 한 뒤
팀원 형이 자차로 저를 동네까지 데려다준뒤
“즐거웠고 다음에 기회될때 또 보자“
연락처를 교환하고 형들과 아쉬운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뭐… 대회가 끝난 뒤에도 게임에서 간간히 대화한 정도였지
마치 육군 훈련소 동기들에게 하는
‘나중에 자대간 뒤로도 연락하자~’ 느낌의 약속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뭐, 즐거웠으니 됀거겠죠.
썰은 여기까지입니다.
좀 심심한가요?
아, 또 기억나는건
경기 출전 이후 연락이 끊긴 중학교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신기했었습니다.
전역한지 2년이 지났는데 친하게 지내던 하사님도
‘오~ 프로게이머’ 하며 전화하셨었구요.
그때 TV에 얼굴 비추는게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다 느꼈습니다. 크크…
롤도 12년 이후 인기가 급상승하며 하는사람들도 많아지자자
전 학교에서 ‘롤 대회 나가본 선배’로 불렸었습니다.
학과에서 가장 예쁜 풀뷰티 후배에게 쪽지받고
‘사진. 곤란.’ 했으면 좋았겠으나…
현실은 동기, 선후배 할거없이
듀오 버스 같이 해달라는거에 시달리다
룸메형이랑 롤만하다 졸업했네요. 크크크…
지금도 lck를 챙겨보는 애청자로써 가끔 그떄 생각이 납니다.
하는 롤을 안 한 지도 꽤 됐는데,
지금 제 피지컬론 골드를 찍을수 있을지도 모르습니다 크크…
마지막으로 랭크 돌린게 5년전인데
쉬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실버 청년들에게 라인전 털리고
배치 반타작하고 실버 받았거든요. 세월이 야속합니다. 흑흑…
지금은 lck 초대개막전에 참여했다는 마음속 업적만 남아있습니다.
그날 이후 바뀐거라곤
친구들 사이에서 ‘야… 내가 lck 선수의 관점에서 봤을땐…’ 이라 오지랖 부려도
딱히 거짓말이 아닌… 술자리 레퍼토리 하나 생겼다는 점 정도랄까요.
친구중 한명이 “너 그때 진짜 프로게이머 되는줄알았는데. 크크”
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땐 “야 내가 5년만 늦게태어났으면 프로했었어 인마”
라 농담으로 말은했지만
그 짧은 경기에서 전 벽을 느꼈었습니다. 크크크…
프로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걸요.
그때 사시나무처럼 덜덜덜 떨었던거 생각하면
저는 자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하
이상 초대 lck 리그 참가자로 뛴 썰이였읍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