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CS 코리아 스테이지 2의 1주차 리뷰입니다.
1주차만 봤는데도 벌써 영웅 밴이 그리워졌습니다.
사우디 때 워낙 다양한 조합을 봐서 그런지 매 경기마다 비슷비슷한 조합의 미러전이 벌써 지겨워졌습니다.
최소한 시드결정전 / LCQ부터는 영웅 밴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크레이지 라쿤 (2승 0패 +6)
올 전반기 대회를 전부 우승했던 1황에 걸맞는 경기력이었습니다.
너무 압도적이라서 뭐라고 더 할 말이 없네요.
1주차 모든 경기가 3:0이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1주차에 3:0 경기가 거의 없었는데, 라쿤은 그냥 두 번 모두 3:0 찍고 일찍 퇴근했습니다.
매 세트가 완승이었지만, 포커페이스와의 3세트 서킷 로얄 공격은 특히 자비가 없었습니다.
1경유지는 공격이 좀 지연되나 싶은 순간 립의 위도우가 파라와 위도우를 순식간에 헤드샷을 내면서 통과했고,
2경유지는 립이 총을 단 한 발만 쏘고 화물만 혼자 밀었는데도 4:5 한타를 이기고 2경유지와 3경유지 중간에서 전진수비를 하면서 밀었습니다.
3경유지도 포킹으로 압박하다가 한타 한 번 승리하고 화물이 들어갔는데, 3분 15초가 남았습니다.
이제는 이 팀은 이번 시즌에 몇 경기를 질 지가 아니라 몇 세트를 질 지를 생각해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쟁할만한 팀들이 다들 흔들리고 있는데다가, 라쿤이 메타를 타는 팀도 아니니까요.
제타 디비전 (2승 0패 +3)
드디어 지긋지긋한 3위에서 벗어났습니다.
잠재적인 2위 경쟁팀인 프나틱과 팀 팔콘스를 만나는 1주차에서 가장 험난한 대진을 받았음에도 전부 승리하면서 2위에 올랐습니다.
신인 희성이 이제는 군대로 떠난 피어리스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꽤 인상적인 데뷔를 했고,
팔콘스나 라쿤에 비하면 약하다고 평가받는 힐러진 핀-바이올렛이 두 경기의 POTM을 나눠 가진 점도 고무적입니다.
무엇보다도 팀 팔콘스를 상대로 올 해 3전 전패였는데, 극복했다는 점은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포커페이스 (2승 1패 +2)
지난 시즌을 아쉽게 5위로 마감하면서 EWC 진출에 실패했던 포커페이스는 첫 주를 2승 1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쳤습니다.
재앙과도 같았던 라쿤과의 경기와 손쉬웠던 VEC 대전과의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는데,
본인들의 EWC 진출을 가로막았던 프나틱을 상대로 3:1 완승을 거두고 4위 경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첫 주 포커페이스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는 프라우드와 재우 두 딜러였습니다.
리그에서도 정상급 딜러로 활약했던 최세환이 온 만큼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세환과 거의 동일한 기회로 출전하는데다가 매 세트마다 17살의 피지컬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그 막바지부터 눈에 띄는 신인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선수들이 활약하는 걸 보니 참 좋습니다.
팀 팔콘스 (1승 1패 +0)
한때는 어우팔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팀인데...
올 시즌 OWCS에서 라쿤을 제외한 팀에게 진 적이 없는 팀 팔콘스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적단에게 첫 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무난하게 3 : 1로 승리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진 적이 없던 제타 디비전에게 1 : 3으로 패배하면서 4위라는 팀 팔콘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순위로 내려왔습니다.
특히 3세트 밀기를 2점으로 마무리하고 4세트 상대 공격을 완막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왔음에도,
상대 바이올렛이 미치긴 했어도 역으로 완막을 당해 경기를 패배하는 모습은 그 동안 제가 알던 팔콘스와는 다른 팀 같았습니다.
스테이지 2 부터 스토커를 대신해서 해피가 주전으로 나오는데, 예전의 빠른 템포로 상대를 흔드는 팔콘스 특유의 스타일이 많이 죽었습니다.
흔들리고 있지만 기본 체급이 워낙 높아서 프나틱처럼 위기는 아니고,
좋게 보면 라쿤을 타도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시험을 해 본다고 볼 수도 있긴 한데...
크러스티 감독이 현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다음 주 라쿤과의 경기를 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해적단 (1승 1패 +0)
서울 인페르날과 다이너스티 연합팀 해적단도 1승 1패로 무난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이길 팀에게 이기고 질 팀에게 지면서 세트 득실 0을 맞췄습니다.
매그의 윈스턴을 중심으로 한 조합의 공격력은 꽤 날카로웠습니다.
제스트, 매그는 이미 검증된 조합이고, 이를 보조하는 선준이나 프로펫도 괜찮았습니다.
빈다임 이수민 두 힐러도 예전보다는 많이 안정적이었고요.
그 결과 올 해 라쿤, 제타, 예티를 제외한 팀에게 세트를 내준 적이 없는 팔콘스에게 세트승을 따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너무 윈스턴만 썼기 때문에 윈스턴 조합 원툴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상대가 윈스턴을 집중 견제를 했을 때는 생각보다 무기력했고, 윈스턴이 막혔을 때에 대한 플랜 B가 없어보인다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상대 팀들이 이걸 적극적으로 노릴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이번 시즌 성적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VEC 대전 (1승 1패 -2)
지난 시즌 한 세트도 못 이겼던 VEC 대전은 드디어 첫 세트승과 매치승을 따냈습니다.
상대가 마찬가지로 약체에 속하는 올드 오션이었던 덕도 있지만,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8연패에서 탈출했습니다.
처음으로 VEC 대전의 승자 인터뷰를 들을 수 있었는데,
3월에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지만 지금까지 쉬지 않고 노력해서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미닛 선수의 말에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남은 상대들이 전부 강한 팀 밖에 없어서 앞길이 많이 험난해보이지만, 그래도 지난 시즌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올드 오션 (0승 2패 -3)
예상했던 대로 전패로 첫 주를 마감한 올드 오션입니다. 전패로 첫 주를 마쳤지만 무기력한 셧아웃은 없었습니다.
VEC 상대로는 풀 세트를 갔고, 해적단에게도 베키의 하드캐리로 한 세트를 땄습니다.
류제홍 선수에게는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프로게이머 치고는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고, 5년간 프로 무대를 떠났었으니까요.
사용하는 영웅도 거의 아나에 고정되어있고, 그 아나조차도 전성기 때의 본인이나 지금의 슈나 필더처럼 변수를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본인 나이의 절반에 가까운 선수들과도 한 무대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은 정말 많이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 첫 경기가 라쿤인데, 정말 많이 어렵지만 기적적으로 한 세트라도 땄으면 좋겠네요.
프나틱 (0승 3패 -6)
프나틱은 3연패로 EWC에서의 부진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EWC의 부진에는 동학에게 치명적이었던 영웅 밴도 영향이 꽤 있었던 만큼 영웅 밴이 없는 OWCS에서는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제타, 라쿤, 포커페이스를 만나는 만큼 2승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진임을 감안해도 3패는 많이 충격적입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팀인데 크게 변한 것이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바이퍼 대신 들어간 체크메이트는 스테이지 1 때 바이퍼가 그랬던 것 처럼 똑같이 고통받고 있고,
힐러진은 EWC보다 좀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불안불안합니다.
지난 시즌에도 조별 리그에서 부진하다가 마지막 주에 2연승으로 4승 4패를 맞췄기 때문에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지만,
어쩌면 LCQ에서 지난 시즌 4위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주차의 기대되는 경기
2주차에는 라쿤과 팔콘간의 빅 매치가 있습니다.
비록 팔콘의 폼이 많이 죽었고 최근 만날때마다 라쿤이 이겼지만, 그래도 라쿤을 잡을 수 있는 팀은 팔콘밖에 없기 때문에 매우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또 대한극장 WDG 스튜디오 밖에서도 경기가 있습니다.
노원 이스포츠 페스티벌 회장인 서울 과기대 체육관에서 8월 17일의 1경기 해적단 대 프나틱의 경기를 진행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WDG 스튜디오에서만 경기를 해서 심심한 감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은 조별리그 중반 부터 외부 경기를 진행하네요.
이미 2주차 표가 전부 매진되었는데, 노원 이스포츠 페스티벌은 무료 입장이라서 근처에 사시는 분은 이번 기회에 직관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