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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01 01:53:05
Name 마늘쫑
Subject [私담] 배틀넷 첫 접속기


워낙 글이 많은 이곳, 다양한 글들이 있으니 슬쩍 사담을 끼워넣어봅니다^-^;

이번 추석은 제게 많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물론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야
늘 즐거운 법이지만, 이번에는 마음 속에 묻어둔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배틀넷을 접속해 보는게 소원이었으니, 소박하지만 또 거대한 꿈이었지요.
과 사람들과 접속을 해 본 적은 있어도 혼자 접속해 본 적은 없어서,
어떻게 접속하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스타를 한지는 무려(를 붙여도 되겠지요;) 6년차입니다. 뭐, 6년차치고
이렇게 못하기도 쉽지 않아서 늘 국보급 취급을 받지만, 재주가 없는 건지
아직도 투게이트 이후엔 우왕좌왕 하느라 늘 지기 때문에 제겐 이미 승패는 그리
의미가 없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달관, 솔직히 말하면 포기. 어쨌건 한 시간에
500원이라는, 역시 고향다운 가격에 대만족하며 구석에 앉아 스타 아이콘을 누르고
배틀넷까지 들어갔습니다. 두근두근두근....

...그런데 거기서부터-_- 헤매기 시작해서, 아이디를 만들고 조인하는데
무려 10분이 흘렀습니다. 두근두근.. 그런데, 맵 제목이 어째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피카츄".. 응? 왜 '초보 1:1'이런 맵이 없는거지- 좌절 속에
들락날락하자 이런 저를 보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아르바이트생이 속삭이더군요.

"...유주얼 세팅 말구요. 밀리 해 보세요."

아, 그랬습니다. 드디어 눈 앞에는 익숙한 방제들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째 보이는게 "초보즐"밖에 없는지.. 아시아라서 그런가?-_- 하고
다시 들락날락... 아르바이트생은 아예 뒤에 진을 치고 코치를 시작했습니다.

"....거 아무데나 들어가시고요."

그리고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냥 컴퓨터랑 한 판 하시는 것이.."

물론 접속에만 무려 20분이 걸리는 초보를 위한 충고였겠지만, 무려 6년차라니까요-
그동안 컴퓨터에게는 지겹도록 져왔던 저였습니다. 사람에게 지고 싶었습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방에 들어가는데 성공했습니다! 아~ 어찌나 떨리던지~
채팅창에 한글은 안 되는지 계속 노력해 보다 지루해하는 상대방을 위해
재빨리 GO를 응대해 주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는데 흥분에 손가락은 BP대신
자꾸 N{를 치니 곤란했습니다.

음, 아름답게도 상대방 역시 초고수는 아니었기에,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나서
(아르바이트생은 한숨을 쉬었지만) 저는 장엄하게 gg를 쳤습니다. 사실 이거
쳐 보려고 배틀넷에 들어온 것이 아닙니까... 상대방도 저같은 상대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던-_ㅜ 모양인지 다시 한판을 요청하더군요. 너무 기뻐서 응대를
했지만, 방 이름을 오타내는 바람에 결국 좋은 상대와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계속 "팀플을 하라"고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1:1로 지는 것이 낫지,
같은 팀에게 누를 끼칠 수야 있겠습니까. 그러나 소심하게 그런 게 어딨냐고
(이미 이때쯤 이 아르바이트생은 초보 하나 지켜보는데 흥미를 느낀 게 분명했습니다)
우기는 말에 팀플방 접속! 1,3 : 2,4 ok?하는 말에 정신 없이 우리 편 아이디를
외우고 접속했습니다. 우리 편은 테란. 상대는 투 저그, 저는 토스. 가위바위보 싸움에
진 제 진영에 몰아친 투 저그에, 한번 도와주러 온 우리 팀의 분투에도
저 먼저 깔끔하게 끝나버렸습니다. Sorry를 연발한 저에게 따뜻한 ^^를
날려주신 그분... 나중에 또 만나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뭐 한 판도 이겨보지 못한 첫 배틀 접속이었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감개무량한 사건 중의 사건이었던 셈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적어도 버벅거리며
접속할 일은 없을테니, 이 감격이란...

그리고, 역시- 사람이 재밌습니다. 사람-_- 컴퓨터 보다는 사람에게 지는 게
아름답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배틀넷에서 노매너를 언짢아하시는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난 상대들은 저같은 왕초보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따뜻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좋았던 듯합니다^^

PGR분들도 베틀넷에서 언젠가 만나, 이제 최초의 1승을 향해 나아갈 날들을
즐겁게 기다리며 지독히 사사로운 사담을 펼쳐보았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스타생활 계속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추신: ...헌터맵이 변형 되어 있길래 정말 순수하게 궁금한 마음으로
<map mujo?>하고 물었더니 <no map>이라 대답해 주시길래 그 맵이름인줄
알았습니다. ....대단한 선문답이었음을 깨닫고 부끄러웠지만, 이렇게 배우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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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Chaser
04/10/01 01:54
수정 아이콘
추신부분 히히힛~
양정민
04/10/01 02:03
수정 아이콘
하핫...매일 아무생각없이 엄청난 손놀림(?)으로 접속하던 베틀넷이, 이 글을 읽고나니 색다르게 느껴지네요.^^
베틀넷 첫 접속만큼이나 첫 IPX도 만만치 않죠.
친구들 우루루 피시방 몰려가서 알바형한테 "우리 좀 붙게 해주세요!"
"엇...왜 안되지? 어 된다 된다 오~니 아이디 먼데 먼데?어 누구 팀인데?내 누구팀인데? 니 무슨색이고?"
이어폰 끼고 소리지르다가 엄청 혼났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늘쫑
04/10/01 02:08
수정 아이콘
양정민님 // 맞습니다. IPX는 몇 년 동안 해 왔지만, 처음엔 gg를 치는 친구를 향해 "오오~"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방송 좀 봤는데, 뭐 이런, 우리만의 유행어처럼 그 말이 특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뉴[SuhmT]
04/10/01 02:24
수정 아이콘
음..; 그리고.. 지금 게임방에 가서 제가 스타를 하면 뒤에 초등학생들이 모입니다..-_-; " 우와 이 형 손 바바! 임요환 급이다!! "

...이런 말도 안되는 어린애들..사람 뻘쭘하게 임요환 선수랑 비교를..-_-
(과분하긴 합니다만 기분은 좋습니다 사실..)

...물론 제가 임요환 선수만큼 손이 빠를린 절대 없습니다. 전에도 밝혔듯;
제 apm 은 250;; 에서 270 정도; -_-; 손만 보고 뒤에서 아저씨나
어린애들이 '오 좀 많이 빠른데' 라는 소릴 하거나 ALt+o 를 눌려서
채팅하면서 게임 시작을 하는 제 모습을 보면 감탄(?)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04/10/01 02:33
수정 아이콘
[SuhmT]//임요환 선수만큼 빠르신데요;
TheZtp_Might
04/10/01 07:49
수정 아이콘
270이면 빠르기는 이미 임요환선수급
꿀꿀이
04/10/01 11:01
수정 아이콘
아무리해도 200이상은 인간불가능경지같던대..ㅋ
이창우
04/10/01 12:49
수정 아이콘
100넘기도 힘들던데요.....
Toforbid
04/10/01 13:02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노스텔지아에서 130프로토스로 320테란을 이기는 쾌거를 이룩했었습니다. 너무 기뻐서 온 집안을 들쑤셨다는.. 다만 그날이 추석연휴였던 것이 좀 가슴 아팠지만
APM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호접몽
04/10/01 13:13
수정 아이콘
전 1대1만 하고 팀플을 안합니다.

이유는 같은편을 설정하는 방법을 몰라서 아직까지 팀플을 한번도
못해봤습니다.

방송을 자주 보다보니 대충 알꺼같기도 한데 확실치가 않으니..

팀플시 같은팀 설정이나 귓말 보내기..등등 어렵습니까?
Pureyou..
04/10/01 15:33
수정 아이콘
호접몽// 초반 시작할때 동맹창과 메세지 창만 살짝 건들여 주면 됩니다. 그리고 Top vs bottom 으로 들어가시면 굳이 동맹창 건들이지 않아도 되구요.
신문진
04/10/01 15:43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하수스로 오세요!! 물론 하수를 자칭하는 중수&고수분들이 있긴 하지만서두요^^

아, 오는 방법은 아시아서버에 접속->아이디,비번 치고->채팅창에 /join hasus21을 치면 됩니다. ^^;;
04/10/01 15:48
수정 아이콘
참 재밌네요..최초의 1승 하시면 그 기쁨 또한 남다를 텐데..
그 때에도 글 한번 올려 주세요..^^
비오는수요일
04/10/01 15:53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보면서 스륵 미소를 흘렸다는....
04/10/01 17:17
수정 아이콘
어쩜 저랑 상황이 이리도 비슷한지...
저도 지길 두려워말고 베틀넷 버튼을 꾹 눌러보렵니다 ^^
기쁨의순간
04/10/01 18:56
수정 아이콘
기분좋게 읽고 갑니다. ^-^
저도 문득 옛 베넷에서 있었던 기분좋았던 일들이 스쳐지나가네요~
04/10/01 21:10
수정 아이콘
저도 옛기억이 나네요..
친척형따라 피씨방와서 스타를 붙는다고 했는데.. 할줄몰라서 싱글만 하고 돌아가고...
친구들과 피씨방을 가서 드뎌 ipx를해서 했는데 어떤 친구는 넥서스 파이런 게이트웨이만 지고있는..
추억이네요.. 스타에 얽히고 얽힌...
강은희
04/10/02 16:26
수정 아이콘
[私담] 이거 わたし?
마늘쫑
04/10/02 23:28
수정 아이콘
신문진님// 꼭 찾아가겠습니다*_*!! ...연습해서 올해 내로는 꼭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T^T
강은희님//에, 사사로운 이야기라고 그냥 조합해서 쓴 겁니다^^ 아, 물론일어에서 '私'는 'わたし'라고 읽는다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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