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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8에 뉴비가 어딨냐? (여기 있음)
이전에 썼던 글 요약 : 옛날에 오락실에서 철권 태그하던 아재가 20년 만에 철권 8으로 철권 다시 시작함
그 이후로 한달 동안 철권 8을 꾸준히 플레이했습니다. 여러가지 느낀 점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철권 시리즈나 최신 격투 게임들을 쭉 플레이해오던 유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시고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1. 때깔이 좋다. 타격감도 좋다.
별거 아닌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뭐라도 하나 부족하면 나사 빠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게임에 재미붙이는걸 크게 방해하는 경우도 많은데 철권 8 같은 경우에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게임이 저절로 잡아주는 그래픽 설정으로 게임을 하다가 캐릭터가 왜이렇게 흐리지 싶었는데 렌더링 스케일 100으로 맞춰주니까 선명하게 잘 나오더라구요. 올려도 전혀 사양 문제가 없던데 왜 낮춰 잡아준거지...
그래픽은 뭐랄까 최신 게임이니까 당연히 그래픽이 좋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게임을 했는데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이 철권 7 영상을 찾아줘서 보다보면 와 이거 완전 옛날 게임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철권 7이 2015년 발매니까 옛날 게임 맞겠지만은.
화면 전환도 꽤나 적절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로 가끔 격투 게임들 영상을 볼 때 기술이나 필살기로 화면 전환이 되는걸 정신없고 산만하다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았는데 철권에서는 카운터나 히트 스매시나 레이지 아츠를 쓸 때 그런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더라구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엄청 다채롭고 자유도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얼굴이나 의상 색감은 아주 세세하게 조절할 수도 있고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더 욕심 부리고 싶으면 모드 깔면 된다고 하니까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캘빈클라인 모드라던가 캘빈클라인 모드라던가...
2. 나름 입문자들을 위한 사다리 마련
마시면서 배우는 랜덤게임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격투게임이란 처맞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고, 결국 어떤 단계든간에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하는게 또 사실이다보니까 여러모로 각오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저는 어쨌든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철권 태그 토너먼트를 해봤던 사람이기도 하고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격투게임 자체를 아예 안하던 사람은 아니라서 다른 사람에 비해 적응이 훨씬 수월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요.
그래도 이번 철권 8을 하면서 어쨌든 게임 만드는 양반들이 입문자나 뉴비들을 위해서 이것저것 신경을 쓰려고 하긴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케이드 모드에서 나름 기본 시스템에 대한 설명들을 짚고 넘어가는 튜토리얼 단계를 마련해놓은 것도 있고, 연습 모드도 잘 구성이 되어있고요. 데미지 40~50쯤 뽑아내는 콤보는 아예 연습 모드에 여러개 박아두고 가이드까지 해줄 정도니까요.
하지만 분명 게임에는 정식으로 있는 시스템인데 아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도 없지는 않고,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기술이 100개 가까이 혹은 그 이상씩이나 되는 것들은 확실히 진입장벽이긴 합니다. 특히나 이번 철권 8에서는 각 캐릭터들마다 특수 자세들이 많이 도입되었다고 들었거든요.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캐릭터들은 기술 갯수나 운용 방식들이 더 어려워졌겠죠.
개인적으로 기술 커맨드 자체는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좌우앞뒤대각선까지 8각형 내에서 방향 하나만 입력하는 정도더라구요. 퐁신권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제외하면 말이죠. 참고로 저는 아직도 초풍 못씁니다. 예전에 오락실에서도 풍신권은 써도 초풍은 잘못썼는데 뭐 그럼 비풍신류 캐릭하면 되는거니까요.
리플레이 시스템도 꽤 괜찮습니다. 단순히 리플레이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리플레이 도중에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했어야 했다 같은 팁들이 나오기도 하고 그 리플레이 순간에 개입해 조작을 하면서 해당 순간들에 대해 대처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모르면 처맞겠지만 이 정도는 우리가 알려주겠다 싶은 느낌이 드는데 괜찮더라구요.
버튼 한두개로 공중 콤보, 하단 콤보 등을 편하게 쓸 수 있는 스페셜 스타일도 나름 괜찮은 시스템 같긴 합니다. 물론 초보 전용이라 생각이 들지만은 초보 단계에서는 그걸로도 일반적인 매치업이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저는 상대가 스페셜 스타일 킨 것 보고 살짝 얕보다가 털린 적도 가끔 있었습니다.
3. 사람 말고 컴퓨터와 하는 싱글 컨텐츠는
기본적으로 아케이드 모드나 스토리 모드의 AI들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초보티 벗기도 전에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낮은 것 같아요. 스토리 모드의 스토리? 애초에 철권이 그런거 기대하는 게임은 절대 아니라고들 합니다.
그럼에도 고스트 모드는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고스트 모드란 내가 플레이한 캐릭터나 내가 온라인에서 매칭된 상대의 캐릭터의 플레이스타일을 AI가 학습하고 구현해서 상대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제가 저단이라 그런지 고스트들이 실제 플레이어보다는 한두수 못한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실전에서 플레이어가 쓰는 콤보 같은 것들을 거의 정확하게 구현할 정도라 초보 때 스파링 파트너로 삼기에는 꽤 좋은 것 같아요. 매칭되어서 플레이한 사람들의 고스트는 무조건 다운받을 수 있고 다른 곳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사람한테 처맞는거나 AI 고스트한테 처맞는거나 생각해보면 똑같은건데 그래도 기분이 덜 나쁩니다? 랭크 게임 스트레스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4. 매칭 및 랭크 게임 상태
온라인 플레이에는 퀵 매치와 랭크 매치가 있습니다. 랭크 매치는 말 그대로 계급장 두고 싸우는 랭크 게임이고, 퀵 매치는 랭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일반 게임. 물론 퀵 매치도 비슷한 계급 내에서 매칭을 해주긴 합니다.
이게 정확한 랭크 비율은 아닌데 표본 조사를 해보면 대충 이렇다고 하더라구요. 8단 캐벌리까지는 점수가 안깎이고 강등도 안됩니다. 롤 레벨 30 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계급은 캐릭터별로 매겨지고, 한 캐릭터가 특정 계급을 돌파하면 플레이하지 않은 캐릭터도 어느정도 단계까지는 자동 승급이 됩니다.
랭크 게임 피로도가 높은건지, 아니면 상황을 보다가 나중에 랭크 게임을 돌리려 하는지, 아니면 그냥 저단에서 초보들 패는게 좋은건지는 모르곘지만 그래프에서도 보이듯이 비기너 레벨에서 퀵 매치만 돌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제 경험 상으로는 위장 초보들도 적당하게 있는데 진짜 초보들 비율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력에 비해 계급이 너무 높아진다 싶으면 멈춰서 퀵 매치 위주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쁜건 아닌 것 같아요.
아 매칭은 신속하게 잘 잡히는 것 같아요. 플스, PC 크로스 매칭도 되고요. 보통 한국 아니면 일본 유저들이 대부분인데 10초 내로 잡혔습니다.
5. 실제로 플레이했던 방식들과 잡담
예전에는 격투 게임 한번 배워보려면 오락실에서 눈팅도 많이 하고 저런 콤보가 있었네 눈동냥으로 배웠다가 연습도 실전에서 해보고 그렇게 게임을 했던거 같은데 요즘은 참 세상이 좋더라구요. 연습 모드에서 커맨드가 다 적혀있고, 프레임 데이터랑 데미지까지 다 알려주고, 유튜브 좀만 뒤져보면 콤보도 캐릭터별로 난이도별로 줄줄줄 다 알려주는 세상이니..
https://www.youtube.com/@Coorejam
https://www.youtube.com/@elma01288
개인적으로 참고하고 있는 철권 8 콤보 유튜브 채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캐릭터별로 장인(?)들이 운용법도 많이 올리고 그럴 것 같은데 아직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그런 자료들이 안많더라구요.
저는 연습모드에서 기술 하나씩 다 눌러보면서 선딜, 후딜, 데미지 데이터 뽑아내고 쓸만한 기술들 추려서 써억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충 일반적인 주력기들이 잘 추려지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기술이나 콤보나 외우고 익히는게 쉽지만은 않아서 연습모드에서 상당한 시간을 쓰는 듯 합니다.
물론 철권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콤보 얼마나 잘 쓰냐가 아니라 모든 격투 게임이 그렇듯 상대의 심리를 읽고 타이밍을 어떻게 잡느냐에 가깝겠지만요. 저는 캐릭터를 하나 깊게 파는 것보다 여러 캐릭터를 플레이하는걸 좋아해서 상대적으로 저단에서 여러 캐릭터들을 연습하면서 플레이하고 있는데 게임이 발매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여기가 저단이라 그런지 다들 상대 캐릭터를 잘 모르는게 눈에 보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철권 8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한다고 들었는데 저단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일단 주도권을 잡고 두들겨 패는게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어차피 막으려고 해도 제대로 못 막습니다. 중단, 하단, 잡기 상대 캐릭터의 기술과 패턴을 다 알아도 피하기 어려운데 아직은 게임 고여지기 전이라서...
저는 스틱이 없어서 키보드로 플레이하고 있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풍신을 잘 못씁니다만 그건 키보드 잘못이 아니라 제 손가락 문제지 오히려 요즘 사람들은 키보드가 더 좋다고 키보드를 권장하는 분위기고 오히려 히트박스 컨트롤러까지 유행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길게 길게 썼는데 한마디로 줄이자면 재밌습니다. 단점도 이것저것 써보려고 했는데 아직 저에게는 그렇게까지 많은 단점이 보이지를 않더라구요. 아직 게임 컨텐츠를 많이 파지 않은 초보라서 그런지... 어쨌든 격투 게임도 기본적으로 사람이랑 하는 게임이고 그래서 게임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도 사람에 대한 문제나 피로도가 어려움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채팅 기능은 없다시피하고 전작에서 있었던 랜뽑을 통한 위장 랭크 문제와 양민 학살 문제도 부각되는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처맞고 지면 기분이 나쁘거든요. 격투 게임은 특히.
조만간 캐릭터 폭은 그만 넓히고 본격적으로 랭크 게임 위주로 파보려 하는데 피지알 겜게에 종종 올라오는 고계급 분들처럼 저도 좋은 계급 후기 글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군요. 물론 그런 날이 아예 안올 수도 있지만.
마무리는 최신 캐릭터 셀렉 인기 순위로.
저는 클라우디오 - 빅터 - 준 - 아스카 순서대로 연습을 하고 있네요. 초보자분들 입문하고 싶으시다면 클라우디오로 하세요. 쉽고 성능도 나쁘지 않고 입문하기에 참 좋습니다. 아스카는 플레이하다보니까 왜 구리다고 이야기하는지 알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