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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1/21 13:04:21
Name 아빠는외계인
Subject [LOL] 그의 최고의 순간을 보고 싶다
취미에 관해서는 매번 한발짝 늦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된 재미만 찾다보니 트렌드를 빠르게 쫓아가기 어렵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페이커가 이미 영광의 시대를 모두 지내고 난 다음


17년도 서머 플옵 KT전 패패승승승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첫 단추부터가 이상하네요


저는 분명히 세계 최고의 선수가 대회를 휩쓸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데


라이브로 본 최초의 롤 경기는 그가 패배하는 결승전이었습니다


바로 이어진 롤드컵에서도 개인의 퍼포먼스는 정말 뛰어나긴 했지만


제가 바라는 시원함보다는 위태위태한 경기들만 나오다가


결국 마지막에서는 가슴아픈 눈물로써 끝을 맺었고요




이후로 악몽 같았던 18년도가 지나고


19년도 폼이 회복된 모습을 보였어도, 페이커는 세계 최고의 레벨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응원하고 싶었던 최초의 이유가 사라진 거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팀빨이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다시 롤드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죠




그러나 그 희망은 언제 찾아올지 기약이 없었습니다


한동안은 그저 롤 대회를 관성적으로만 보았었죠




그러나 21년도 돌림판이 끝난 뒤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커 개인의 폼도,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도 심상치 않았었죠


22년 스프링 전승우승으로 고점을 증명했기 때문에


MSI와 서머가 아쉽긴 했어도 롤드컵을 들 수 있다는 희망이 현실적이라 느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2년 롤드컵 결승전의 패배가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패전 후 아쉬웠던 장면들이 떠오르는 건 종종 있어왔던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후폭풍이 정말로 세더군요




마지막 기회였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팀의 사이클, 롤드컵의 메타, 경쟁팀의 폼...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또 올 수 있을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씩 작년의 롤드컵이 떠오르며 답답한 감정이 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마음을 내려놓기가 쉬웠던 것 같습니다


첫 시작은 좋았지만 또다시 정배결승 패배, MSI도 불안불안하다가 패자조결승 탈락, 서머의 추락...


처음으로, 대회 경기를 적게 챙겨보게 되더라고요


역시 세상이 내가 바라는 대로만 될 수는 없고, 받아드려야만 하는 일도 있다고 마음을 정리하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페이커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바로 그 2023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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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T1의 우승은 왜 그렇게 짜릿했을까요


3LPL 사이에 홀로 남은 이창호 서사가 매력적이긴 했지만


저는 그와 다른 지점에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대회 초반의 메타는 T1에게 별로였습니다


JDG는 작년의 컨텐더들보다 더욱 강해보였고요


팀합 또한 완벽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악조건을, T1은 그들 스스로 극복해냈습니다


작년은 주어진 기회를 놓쳤고


올해는 기회를 창출한 것입니다


작년 결승에 부진했던 제우스는, 이번에 파엠을 받아냈습니다





실패와 갈등이 두려운 저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던 투쟁과 승리의 경험을 선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누려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T1의 우승은 저의 마음에 특별한 메세지로 다가옵니다


휩쓸려가기만 하는 것 같은 이 거대한 세상에,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나의 실수가 없어지진 않더라도, 갚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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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의 최고의 순간을 저도 느껴보고 싶어서 롤 대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그 순간은 저에게 책임 없는 쾌락을 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후련한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승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준 올해의 롤드컵이, 나에겐 진짜 페이커의 최고의 순간이었고


이번엔 놓치지 않아서 감사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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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1 13:14
수정 아이콘
작년 패배 후 - 뭔 짓을 해도 안되는건 안되는구나.
페이커 부상 1승7패 후 - 그래 올해는 그냥 쉬어가자.
롤드컵 초반 2경기 후 - 4강 기록만 유지해 보자.
롤드컵 8강 후 - 어디보자 결승표가 남았나?
롤드컵 4강 후 - faker what was that !
롤드컵 결승 후 - 성불
크로플
23/11/21 13:18
수정 아이콘
이번 티원 우승이 서사가 정말 기가막힌 점이,
2년 가까이 고밸류 메타에 두들겨맞던 T1 이
결국은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하던 메타로 판을 뒤흔들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는 겁니다.
물론 고밸류 메타픽을 무시했냐? 그건 또 아니고요.
힘든 시간을 이겨내면서, 시류에 맞춰 자신을 단련해왔고,
그리고 결국 자신들의 방법에 힘입어 우승을 이뤄냈다는게 너무 큰 영감을 주더라고요.
몽쉘통통
23/11/21 13:29
수정 아이콘
"저희가 메타를 주도할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희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게임 이후에 바텀 판도가 바뀌었죠. 다들 서커스픽 연습
이른취침
23/11/21 14:50
수정 아이콘
남들 다 서커스 연습하게 만들어 놓고

결승전 3세트

자야! 라칸!!!

구케 : (급정색하며) 야, 너희들 기본이 중요하다는 거 잊었어?
Betelgeuse
23/11/21 13:33
수정 아이콘
한걸음씩 모자랐던 길들을 계속 걸었고,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계속 성장했었죠.
그리고 결국 자신들의 길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롤드컵이였어요.
23/11/21 13: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번엔 서사가 너무 완벽해서 이미 뽕이 많이 차오른 것 때문에 그런지, 우승 후에는 막상 큰 감동같은건 없더라구요.
하지만 지금 맴버로 한번 더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면 그 땐 뭔가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재계약좀…
스웨트
23/11/21 14:47
수정 아이콘
이번 서사가 2년에 걸친 서사다 보니,(페이커 개인에겐 7년이지만)

그 뽕맛이 장난 아니긴 하네요
서커스로 치부받던 초반주도권메타가 결국 2년만에 돌아오다니.. 그거도 티원이 주도해서 바뀐..
이른취침
23/11/21 14:53
수정 아이콘
케리아, 구마유시를 주인공으로 해도 4년짜리 대서사시였음
오너 제우스는 3년…
에라인
23/11/21 17:49
수정 아이콘
진짜 임옹 때부터 20년 T1 팬인데 이번에 뭔가 성불한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이제 성불 후 팬심을 좀 놓아도 되지 않나...그런 생각도 드네요 흐흐흐흐
No.99 AaronJudge
23/11/21 19:44
수정 아이콘
성불 ㅠㅠㅠㅠㅠㅠ
콩순이
23/11/22 12:30
수정 아이콘
글쓴님 마음 제마음 똑같네요.
그냥 기승전결 다 페이커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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