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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 03:09
저는 티원과 페이커가 변하는게 아닌, 페이커의 물에서 놀 수 있는 팀원이 페이커의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피지컬을 채워줄 수 있는 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었어요.
그래서 돌림판때, 선수 발굴은 맞지만 페이커는 중심축으로 놓고 페이커와 같은 선상에서 페이커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따라줄 선수를 발굴해야지 페이커까지 돌림판을 돌리는건 속칭 명장병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오구케가 페이커의 플레이에 어울려지고 과거 페이커가 숨쉬듯 보여줬던 서커스를 같이 해내는걸 보면서 그래도 내가 잘못보진 않았구나 하고 안심이 되더군요. 제오페구케 고생했습니다.
23/11/20 03:51
어떤 메타가 오든 대회만 했다하면 결승을 밥먹듯이 가는 선수한테 꾸준히 뭐라하는 게 타팀 응원하는 입장에서도 참 짜증이 나더군요.
어떤 억까로 할퀴어도 조용히 당당하게 자기 길을 걷던 페이커를 정말 꾸준히 응원해왔고 결국 '또 다시' 증명해내서 제가 다 뿌듯합니다 물론 또 어디서 준우승 한번 했다하면 별 소리 다 나올테지만... 페이커는 매번 그랬듯이 또 증명하겠죠. 그는 증명을 한다기보다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심지어 안티들마저도 결국에는!)스스로 납득하게 만드는 것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페이커는 증명이고 뭐고를 떠나 그저 흔들림없이, 꾸준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게 하필 롤이고 하필 세계 1위였던 것 뿐이고요. 우승 후 인터뷰에서 페이커가 자기는 승패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건 아마 진심이었을 겁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밟아보는게 꿈이고 누군가에게는 8강 4강이 꿈의 무대인 월즈가 어떤 팀원과 함께하든 페이커한테는 그냥 가을시즌이고요.(이런 선수가 엄청나게 까이는 나라가 있다...?? 비슷한 인터뷰로 "너무 응원하지 마세요, 또 올 거니까요" 라고 말한 적도 있었죠) 사상 최다 우승을 기록한 순간에도 승패보다 자신을 보고 기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레전드에게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연습과 데이터를 쌓아올린 최강팀이라고 해도 승패는 하늘에 달린 것이고, 자신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팬들을 기쁘게 할 뿐이라는 것... 프로게임판 뿐이 아닌 삼국지에서나 나올 법한 인생의 진리를 이런 곳에서 배웁니다. 분야가 뭐든 흥망은 하늘에 달렸고, 되감기도 없는 짧은 순간을 사는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날 아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것 뿐이니까요. 한번 이기면 찬양하고 한번 지면 온갖 조롱이 넘쳐나는 이 판의 좋든 싫든 가장 중심에 있지만 그 한결같은 무게감은 흡사 거산처럼 보입니다. 아마 여기저기 화제가 되고 있는 중국해설의 마지막 멘트도 이런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 데프트가 여기저기 부딛히다가 '마침내' 눈부신 기적을 불러 일으킨 바람이라면, 올해의 페이커는 수없이 마모되면서도 '결국'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바위같습니다. 은근히 어울리지 않나요? 22년이 '마침내' 데프트였다면, 23년 '결국' 페이커였던거죠. 2년 연속 월즈 결승이 이렇게 흥하네요. 바람이니 바위니 원신을 너무 했나... 그리고 항상 겸손한 도사 페이커 옆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나대는 슈퍼스타 구마유시, 기쁨도 슬픔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한 재간둥이 고장난 롤강준 케리아의 우승도 정말 기뻤습니다. 도란맘으로서 제우스는 그리 고평가를 하지 않았는데 레드 후픽 탑캐리롤을 맡아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걸 보고 놀랐고, 잠바에 팔 안 넣는 것마저 참 별 걸 다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에게 여보란듯이 우승 모자 거꾸로 쓰는 악동 오너를 보니까 그 모든 순간이 그냥 너무 좋더군요. 그 악질같던 안티들이 결국 T1 해줘 페이커 해줘로 자세를 고치고 난 후 LPL 도장깨기 스토리부터 게임 경기력, 우승 후의 감상 퍼포먼스까지 그냥 모든 게 너무 좋았던 월즈였습니다 이로서 20DRX에서 월즈를 못 먹은 건 도쵸 뿐이군요.............내년엔 제발 좀 월즈 먹자...... ㅜㅠㅜ
23/11/20 12:33
말씀주신 것을 보고 생각난 건
최근 LCK 세 우승팀의 선수와 컨텐더급인 쵸비를 합쳐 마침내 불어온 동남풍으로 숙원을 이루어낸 데프트 언제나 침착하고 조용하게 팀을 이끈 캐니언 가는 곳마다 이슈가 되며 화려한 불꽃을 내는 쵸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는 페이커 라는 풍림화산 비유도 있겠네요.
23/11/20 04:25
제가 예전에 재수할때, 학원 선생님이 매번 하던 이야기가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게 된게 작년 롤드컵이었고, 그때 미끄러져서 역시나 개뿔 하다가 올해 부상이슈로 그럼 그렇지 하고 제가 좌절을 했는데, 대상혁은 그걸 증명하더군요 . 솔직히 전 13년도부터 시작된 지독한 페빠인 사람인데, 올해는 부상이슈 이후 어느정도 기대를 접었었습니다. blg전 보고 어라라? 생각보다 좋은데? 하면서도 의심했고 LNG를 지나고 징동과의 4강전 경기전에는 이기면 좋겠지만 이렇게 결승도 못가고 탈락하겠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징동전 3경기 슈퍼토스. 물론 그날 그시간에 업무중이어서 라이브로는 못봤지만 20~30분에 한번정도 어떻게든 시간을내서 경기결과는 체크했고, 퇴근전에 이겼다는걸 알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보면서 퇴근했죠 그리고 어제역시 근무중 틈날때마다 화장실 갔다온다고 하고 결과를 체크했는데 결국 제가 꿈에 그리던 페이커 롤드컵 4회 우승을 이뤘더군요. 제가 그동안 봐왔던 페이커는 누구보다도 진인사대천명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저보다 어린 친구이지만 정말 존경하고, 그릇이 큰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페이커의 도전과 성공을 기원합니다. My hero Faker
23/11/20 04:54
10년부터 지금까지 단한번도 제 세체미는 단한번도 바뀐적이없고 오늘도 그것이 증명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천마강림 만마앙복 천마천세천천세
23/11/20 07:33
불사대마왕... 이 말은 LPL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나라보다도 페이커를 얕잡아보는 LCK의 많은 팬들에게 결코 죽지 않는 페이커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네요.
'위대한 선지자는 정작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 성경 어느 구절 살짝 각색 -
23/11/20 08:34
지금도 정상급 미드라이너지만 1등과는 한급수 정도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보란듯이 월즈에서 세계최고급 미드라이너들 다 때려잡고 우승하네요
23/11/20 08:54
페이커로는 안된다 언제적 페이커냐, 이런말들을 스스로 다 깨부숴버리고 최고령 미드라이너 기록도 갈아치우고...
제 자신도 반성하게되네요. 나이를 먹었다고 뭔가 새로운걸 도전하는걸 조심하고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포기하는 제 자신을 돌이켜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저도 더 제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느끼게되는, 이번 티원의 행보였습니다. 오너 선수가 한 말중에 우여곡절끝에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은 저희 아버지가 항상 입에 달고 사시던 말인데... 삶에 태도에 대해서도 저는 이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저보다 한참 어린선수들인데도. 수고 정말 많았고, 가슴 펴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23/11/20 10:02
양대인 담원과 웨이보에서의 성과는 인정하나...
T1 에서는 결국 월즈우승 조합인 제오페구케 를 한 번도 안 썼다는 거에서 끝이죠. 유래 없는 정규시즌 중 돌림판을 해놓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전권을 안 줬다고 찡찡대니 진짜 지나가던 개도 웃겠습니다. (조합은 비시즌에 돌려보면서 찾았어야지...)
23/11/21 00:38
비보이 홍텐이 올해 40세의 나이로 가장 권위있는 대회인 레드불 비씨 원에서 3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것을 보며 페이커 선수도 30대를 넘어 힘닿는데까지 현역으로 뛰어줬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는데 정말로 해낼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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