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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26 21:17:51
Name 라엘
Subject E-Sports 소설) 무제 #001

  1.

  "우승! 우승입니다! 이로서 4개 방송국 타이틀을 모두 거머진 최초의 프로게이머이자

연승신기록, 승률을 비롯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김태훈'! 정말 대단합니다. 괴물

이라고 밖엔 표현할 수 없습니다."

  2005년, 서울. 고층 빌딩의 전광판은 깜빡거릴때마다 '우승 김태훈'라는 문구를 색색으로 번갈아 띄우고 있었다. 그 사실은 자동차들의 라디오 라든가 신문이라든가 하는 것들에서도 모두 재방송 될 것이고, 아마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아무개라면 열광해서 거리로 뛰쳐나오든가 차분하게 방송국에 조작극이 아닌가 하는 확인 전화를 걸 것이다. 앞의 말들이 모두 추측뿐이 아님은 성현에겐 정말 슬픈 일이였다. 그의 여자 친구가 주차한 자신의 차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열광해서 그만 거리로 뛰쳐나오고 만 것이다. 덕분에 그의 차는 방치되었고, 무단 주차라는 딱지를 남긴채 실종되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최고입니다. 괴물입니다!"

  재방송되는 승리 장면, 똑같은 해설. 친구라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정말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치?"

  예림이 동의를 구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다. 차 없이 걸어가는 동안 성현은 토라져 있어야만 했다. 그녀는 계속 말을 걸었다.

  "버스를 타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겠지. 그럼 차 안에 내가 둔 지갑 좀 가져다주겠어?"
  "아? 아. 그렇네. 아, 그리고 보니 핸드폰을 두고 내렸네. 이기면 연락하기러 했는데

말이야."
  "어, 그래."

  그러면서 성현의 눈치를 살살 살핀다. 여전히 토라진 얼굴이라 그녀는 기죽은체 하다가

어느새 다시 싱글벙글 말을 걸었다. 성현은 그녀의 그런 붙임성 좋은 성격이, 정말로 부러

웠다. 윽박질러도 기죽는건 그 때 뿐, 어느새 다가와서 애교를 부린다. 그러면서도 자

기 프라이드가 강하고 고집이 센, 고양이같다. 다루기 힘들고 절대 순응하지 않는. 왜

그녀와 사귀게 된 걸까? 성현은 생각했다.

  "전화해봐."
  "어디에?"
  "태훈이한테."
  "수십명 기자한테 둘러쌓여서 인터뷰 하고 있을 녀석한테?"
  "아니야."
  "뭐?"
  "아니야, 전화 해봐."

  긴 생머리를 틀어올려 간단한 오랜지색 핀으로 고정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오목조목하

다. 특히 그녀의 두 눈은 동글동글하고 늘 변화없이 밝았다. 덕분에 성현은 쉽게 예림의 생각

을 알아낸 적이 없었다. 결국 쉽게 체념했다. 성현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작은

수신음, 전화를 받는건 의외로 빨랐다.

  "여보세요."
  "예림이니?"
  "남자라서 미안하군 아니라서. 자 여기."

  성현은 예림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예림은 손을 대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전화를 받았다.

  "안녕, 우승 축하해. 인터뷰는 했어? 아아. 그러면 감독님이 뭐라 하시지 않으셔? 응

. 정말?"
  "이 쪽으로 오라고 해 줄 수 없어?"
  "뭐?"
  "기왕이면 차 좀 끌고 우리좀 맡아주세요 해달라고."
  "아아. 알았어."

  그녀의 통화가 길어졌다. 성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걸 느꼈다. 태훈은 대단한 남자다. 같은 학교에 다녔고 같은 나이에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가 되어 버린 남자. 프로게이머가 되어 등장과 함께 최고가 되었고 각종 CF와 쇼프로그램에도 나오게 되었다. 외모면에서 게임 스타가 아니더라도 그는 아이돌 스타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다. 시기하지 않을수 없었다.

  "성격도 좋지."
  "응, 뭐가?
  "아냐. 그건 그렇고 통화가 너무 긴거 아냐?"
  "뭐? 지금 질투하는 거야 설마?"
  "아니. 내 핸드폰은 쓰는 만큼 돈이 나온다고."

  성현은 운을 떼었다.

  "그건 그렇고."
  "응?"
  "자동차가 어디갔지."

  그녀가 휴대폰을 끊었다.

  2.

  "멋져."

  늘 감탄하는 거지만, 최고 프로게이머에게 지급되는 리무진은 정말 멋지다. 스포츠카

특유의 느물느물한 곡선-외국에서 수입한 자재를 우리 나라에서 조립해 만들었다고 한

다-의 붉은색 오픈카.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런걸 몰아볼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여어."

  선글라스를 벗으며 환한 미소를 띈 사내가 차에서 내린다. 태훈이였다. 동시에 거리

의 모든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렸다. 성현은 미소지었다.

  "지지다."
  "그래."

  태훈과 성현은 서로 부둥켜 안았다. 오랜만의 만남이였다. 어느 대회 결승 준비다, 합숙

훈련이다 해서 못 만난지가 두 달이 넘었다. 일단은 반가움이 솟구쳤다. 예림은 씨익 웃으

며 방해해서 미안하다는 투로

  "일단은 어디라도 좀 들어가는게 어때."

  제안했고, 둘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주변에 카페는 많았지만 우리는 특별히 사람이

드물어 보이는 구식의 카페로 들어갔다. 지하에 위치한 카페는 내부가 허술해 보였고

실내 조명이 음침할 정도로 나빴지만, 덕분에 구석의 한 자리만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셋은 적당히 깨끗해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다. 갑자기 찾아온 유

명인에 종업원이 놀라는건 당연했다.(아마 그녀는 그를 모델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적당히 사인을 하는등의 작은 소동 끝에 그들은 커피 세 잔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어떻게 네 개째 대회를 우승하는건 쉬웠냐?"
  "물론."

  태훈이 흘깃 성현을 바라본다.

  "네가 없었으니까."
  "괜찮은 농담이네. 아마리그에서 일회전 탈락한 사람한테."

  예림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별로 어렵진 않았다면 거짓말이지. 수백 경기를 하고 또 그만큼 연습도 해야 했으니

까. 하지만, 일단 그것보다 CF가 자꾸 들어오는 바람이 연습시간이 너무 적었단 말이야

. 예선전은 거의 연습도 안하고 해버렸다니까. 그래도, 겸사겸사 올라가다 보니까 결국

엔."
  "우승했구나. 지금 자기 자랑 하려고 온거냐?"
  "아아, 농담이야. 일단은 감독님하고 코치들이 나한테 너무 많이 신경써주는 바람에

우승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거든. 다른 선수들한테도 미안하고 말이야. 보

답하려고 최선을 다해서 했고 운이 좋게 우승한거지."
  "그게 우승 멘트였지?"

  예림이 말했다. 태훈은 오버해서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단해." 성현은 커피잔을 입에

대었다. 얼굴에 찌푸린 기색이 나타났을까. 성현은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너는 뭘 하고 있어?"

  태훈이 성현에게 물었다. 잔을 내려놓고 대답한다.

  "아직까지도지."
  "응? 아직도 여자나 따라다닌다든가 후배들 한테 얹혀 산다든가 말하는 거냐?"
  "아니, 예전에 말했잖아. 취직했다고."

  "에에?" 태훈은 다시 한 번 놀랐다는 표정. 성현은 슬쩍 주먹으로 태훈의 어깨를 쳤다.

  "농담이야. 어쨋든 정말로 놀랐지. 너는 학교를 다닐때부터 뭔가 남달라 보였으니까.

적어도 직장을 구하고, 여자 친구를 사귀고, 그러다가 결혼하고 끝나버릴 녀석 같진 않

았으니까."
  "무슨 뜻이냐, 그거."

  어깨를 으쓱이며 "뭐 나쁘진 않겠지만." 태훈은 커피를 마신다. 예림이 덧붙였다.

  "정말로 나쁘지 않은 직장이니까. 월급도 꼬박꼬박 주고 이렇게 휴가도 준다고. 단점

이라면 주 6일 근무라는거지."
  "그거 최악이군."
  "나쁘진 않아."

  성현이 말했다. 가시 돋힌듯한 말투였다. 성현도 그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아, 내 말은 상사들도 잘해주고 덧붙여 보너스도 팍팍 주니까, 정말로 나쁘지 않

단 거지."
  "너 굉장히 어색하다는거 알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아냐."

  왜 기분이 나쁜걸까. 이유는 뻔하고, 너무 뻔해서 짜증이 났다. 그 뿐이다. "역시."

태훈은 중얼거린다.

  "나가자."
  "음? 벌써?"

  태훈이 일어서자 엉겁결에 예림도 따라 일어섰다.

  "보여주고 싶은게 있거든."

  3.

  스타크래프트.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이젠 E-Sports라는 하나의 문화를 창조해낸

제목이기도 하다. 지난 수어년간 통틀어 E-Sports계는 약진의 약진을 거듭해왔고 특히

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대한 관심은 각별한 것이였다. 2개 케이블 방송사, 온게임

넷과 MBC게임에서 프로 대회를 열었고, 현재는 ITV와 게임TV를 추가해 총 4개의 방송사

에서 프로 대회를 저마다 개최하고 있다.

  그 열기는 2005년,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었고, 과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은 성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프로게이머'들이 고가의 상품가치를 받으면서

게임 채널 뿐만이 아닌 다방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CF나 쇼프로그램에 출

연한 프로게이머들은 연예인에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었고, 사실 몇몇은 프로게이머

란 새로운 형태로 연예계에 발 딛을 수 있는 기회로서도 여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로서 탄생한 거물이 바로 김태훈이였다.

  그는 2004년 말 게임TV 아마 리그에서 우승하며 프로로 데뷔, 다음해 한중 공동으로

추최한 게임TV 스타 대회를 우승해 버린다. 무소속이였던 프로 게이머가, 그것도 첫출

장에 우승을 거둔 것은 엄청난 파란이였고 이슈가 되었다. 그 다음도, 그 다음도 순탄

했다. 프로팀에 스카웃 된 뒤 온게임넷, MBC게임을 연달아 우승하고 ITV 랭킹전에도 참

가하여 현재 ITV 랭킹 1위 자리에서 8번의 방어전을 모두 승리했다.(소설 내에서 창작

된 각각 게임 리그의 룰등은 차후에 설명하겠습니다.) 그는 연예계에서도 성공했고 다

수의 쇼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방 정리가 잘되어 있네."

  태훈의 방은 의외로 간소했다. 침대와 트로피가 놓인 긴 선반, 그리고 여러가지 책이 꽃혀있는 책꽃이뿐이였다. 프로 팀 숙소에서 지급되는 방인데 그것은 돈이 없어서라기 보단 그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태훈의 바램때문이었다. 성현은 진열대에 놓여진 수많은 트로피들을 보았다. 2005년 MBC 팀리그 다승왕 트로피, ITV 랭킹전 5연속 방어전 승리 기념 트로피...

  "보여주고 싶은게 이거냐?"
  "아니, 이거지."

  그는 선반 가장 위에서 뭔가를 꺼냈다. 다른 것들에 비하면 우습기 짝이 없는 트로피

였다. 주먹만한 크기에 거무스름하고 작은 트로피에 깨알같은 글씨로 무언가가 쓰여져

있었다. 성현은 보지 않아도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그게 뭐야?"

  예림이 물었다. 태훈은 성현에게 씨익 웃으면서 그 트로피를 건넸다. 성현은 슥슥 그것을 쓰다

듬으면서 여기저기 훑어보았다.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그걸 보러 온거야?"
  "중요한 거거든."
  "저 잡동사니처럼 보이는게?"

  태훈이 검지 손가락으로 예림의 머리를 튕겼다. 성현이 중얼거렸다.

  "이거, 생각났어."

  생각났다. 성현은 게임 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주 좋아했고, 남달리 게임을 잘하기도 했

다. 어떤 게임을 하든간에 지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스타크래프트를 했

다.

  "그 트로피는 나랑 성현이가 처음으로 만났을 때의 기념이야. 학생 시절에 일인데 같은 대

회에 출전했거든."
  "아, 그 때도 대회에 참가하고 다녔어?"
  "그 때부터 꿈을 키운거였지. 지방 대회였는데 한 백명 정도 사람들이 왔었나?"
  "성현이는 어떻게 됐는데?"

  태훈은 성현을 지긋이 봤다. 성현은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마주치진 않았다. 대신 트로

피를 연신 매만졌다. 어떤 게임을 하든간에 잘했다. 머리 속에서 태훈이 어떤 말을 할꺼라

는 예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결승 상대가 성현이였어."

  "우와" 예림 놀랐다는듯 손뼉을 마주쳤다. "정말?"

  태훈은 예림에게 어떻게 대회가 진행되었고 우리가 결승에서 만날때까지 누구누구를 만

났는지도 상세하게 말해줬다. 그 얘기는 예전에 성현에게도 해 준 적이 있었다. 기억은 너

무 선명하게 떠올랐다.

  "치열하게 싸운 끝에 내가 이겼어. 게임을 잘 하는 사람들끼리, 그러니까 취미가 통

하니까 서로 빨리 친해지거든. 일단 그것보다 성현이랑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면식이 있었는데 서로 친하진 않았어. 그러다가 대회 덕분에 친해진거지."
  "게임으로 엮인 사이였던 거야?"
  "그런 셈이지. 아마 같이 게임하지 않으면 이 녀석이랑 친구가 될 수도 없었을껄."

  태훈이 즐거운듯이 말했다. 그런 얼굴을 빤히 보다가 예림은 갑자기 떠올랐다는듯 물었

다.

  "근데 왜 갑자기 이걸 보러 온거야?"
  "응?"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그는 기다렸다는듯이 행동했다. 태훈은 성현의 손에 쥐어진 트로피를 빼앗아 들었다. 성현은 시선을 둘 대상을 찾지 못하고 결국 태훈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태훈은 차분히 "성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이걸 보여주면서 말야."

  "박성현, 너에게 늘 졌었던건 내겐 아직까지도 스타에 정진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어. 그

점은 고마워, 하지만 이젠 아냐."
  "음? 무슨 소리에요? 져요?"
  "내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말 했었나. 트로피를 내가 갖고 있는건 그 때 게임 대

회때 약속 때문이였어. 그 때 난 박성현에게 졌고 성현이가 말했지."
  "날 이기면 트로피를 주겠다고 했지."

  대답은 성현이 했다.

  "맞아. 여기에 온 이유가 그거야."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서로간에 생각을 정리하려는 것이였고, 예림이 가장 먼저 의문

을 떠올렸다. "에에? 정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대신 태훈이 성현을 향해 나지막히

말했다.

  "성현, 이번 겨울 시즌에 게임TV 아마 리그가 열린다. 프로계로 와라. 넌 나에게 넘을수

없는 벽이였어. 마음에 늘 걸리적 거렸지. 널 제대로 된 무대에서 이겨주겠어."

  드디어 그 예감대로의 말을, 태훈의 눈을 보면서 성현은 다름아닌 자신을 발견했다. 가

슴이 뛴다.

  "흐음."

  예림은 목안으로 소리를 내며 상황을 정리해 봤다. 그 말은 늘 성현이가 더 게임을 잘했다는

건가? 하지만, 트로피를 되돌려 받았다는건 태훈이 성현이를 이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그런건 상관 없었다. 게임에 대한건 잘 몰라도 성현이 태훈과 견줄 만한 게이머였다는 사실, 예림은 놀랄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마 리그 일회전 탈락은?"
  "그 때 돌려받았지."

  태훈이 말했다.

  "운이 좋았지. 일회전에서 서로 만났거든."

  박성현은 생각했다. 그 때 사실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다음해, 한 남자는 스무살의 충격

적인 데뷔를 이뤘고, 한 남자는 지방 대학에 진학했다. 박성현은 그 때 부터 게임을 하지 않

았다. 미련을 모두 져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태훈의 눈 속에 있었다. 지긋지긋한

욕망이. 성현은 예림의 눈도 봤다. 그녀의 생각은 읽을수 없지만,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

었다.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난 이제 만족해. 직장도 구했고 여기 돈을 벌어다 드려야 하는 아리따우신 여자친구

분도 계시다고. 더군다나 게임같은거 안 한지도 오래되서 그런거 할 수 있을리 없잖

아."

  "주 6일제 잖아." 예림는 의외의 말을 뱉었다. "네가 뭘 하든지 간에 난 상관없어. 날

핑계로 대지 마."

  "실력도 괜찮지. 날 이길 정도니까. 정말 객관적인 평가야, 이건."

  태훈이 웃었다. 성현은 웃지 않았다. 대신 뭔가 가슴에서 꾸물꾸물 솟아오르는 감정을

주체하려고 노력했다. 억누르고 있던 욕망. 한 번의 패배 이후로 깊숙히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4.

  태훈이 둘을 마중할때 다른 팀원들도 함께 나와서 인사를 했다. 성현과 예림은 일일히 그들에게 인사를 하곤 건물 밖으로 나왔다. 성현은 마지막으로 태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진심이야." 농담일리가 없다. 그런 표정으로 농담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해봐. 넌 늘 그랬잖아. 비정상적인 것에 미친듯이 집중했어."

  성현의 걱정은 예림이 하는 말은 어떤 표정이든간에 진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게임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은 화산에게 주어진 유일한 분출구 같은 것이다.

  "회사를 그만둬야 할텐데."
  "뭐, 나야 데이트비만 벌어올 정도의 남자 친구면 되니까."
  "이런, 자동차가 없어."

  그게 답변이 되었을까. 그 다음부터 서로는, 말없이 걸었다.

  거리의 기운에는 그늘이 지고 있었다. 구름이 점층적으로 탁해지고, 하늘도 푸른색에

서 암청 색으로, 다시 딱딱한 실루엣만을 남긴채 희미해졌다. 해가 진다.

  그리고, 이어 달이 떴다.


-

  안녕하세요. 그저 심심하고 따분하고 지루함에 이렇게 소설을 올리게 된 라엘군입니다. 2편은 언제 올라올지 모르겠지만 추석이 지나거나 한 2주쯤 뒤가 될 지 모르겠군요. 또한, 이 글은 추석이 끝난 뒤에 다시 올라오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재미 없다는 댓글이 올라올 경우 안 쓸 수도 있겠죠. (물론 그런 리플이 천 명 이상이 올렸다든지 할 경우에 말이죠, 훗.)

  여하튼 간에 여기까지 드래그해준 수고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즐감하시길.

덧. 저그 사부 구합니다. 아시아에서 C.Rael을 찾아주세요.
덧2. 출연하고 싶으신 분은 이름과 배틀넷 ID를 댓글로 달아주시길.(가명을 써도 무관, 단지 역활의 공평한 분배는 미지수겠죠? 훗.)
마지막 덧. 메모장에서 썼으니 맞춤법은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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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치우
04/09/26 21:31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네요~~빨리 다음편이
보고 싶어요~^^
건방진천사
04/09/27 03:08
수정 아이콘
제밌습니다 이스포츠소설을 너무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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