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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22 17:12:02
Name 라우
Subject 여러분에게도 '쥬도'와 '그리피스'가 있나요?
만화 베르세르크에서 '매단'의 몰락은 가츠의 탓일 수 있다.

가츠, 본인의 의지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사건의 순서와 영향을 생각한다면 가츠의 떠남이 이유일 수 밖에 없다.

가츠가 떠나지 않았으면 그리피스가 그런 짓을 할 일도 없고 매단의 몰락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츠를 욕하지 않는다.

왜냐면, 모든 것은 그리피스의 탓이기 때문이다.

가츠를 잃는 것에 그리피스가 흔들리지 않고 은연히 서 있을 수 있었다면 매단의 몰락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피스는 그렇게 전장에서 가장 똑똑하게 살면서도 가츠라는 약점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리피스의 죄는 '친구'를 너무 좋아한 것 밖에 없다.

소유욕이라는 나쁜 형태로 발현되었을 뿐, 그는 가츠를 곁에 두고 싶었다.

자신이 흔들릴만큼 친구를 생각하는 사람을 어떻게 욕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그런 친구를 하나라도 가진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베르세르크를 읽으며 그 부분의 반전은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승승장구해왔고 주인공들에게 정이란 정은 다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이 쯤에서 그런 반전이 있을 거라는 예감은 틀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시작 부분에서 보여준 그런 것들 싸그리 무시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런 말도 안되는 바램은 곁눈질로도 보지 않고 이야기는 제 갈길을 간다.

그런데 그 몰락의 이유가 고작 '친구가 떠나서'였다니......

지금까지의 그 웅대한 스케일과 마치 퍼즐 맞추는 듯 짜맞춰져 온 진행과정을 생각한다면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안 들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그 보잘 것 없는 이유에 수궁할 수 밖에 없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내 삶을 뒤흔들 수 있는 친구가 내게는 있을까?

아마도 예전에 그럴 수 있는 친구를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내 주의엔 날 흔들 수 있는 친구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친구는 아마도 이야기 속에서는 존재할 것이다.



베르세르크를 읽으면, 주의를 끄는 인물 중에 쥬도라는 녀석이 있다.

그는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캐릭터이다.

아마도 그리피스, 가츠, 캐스커를 제외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일 것이다.

그는 '뒤돌아 보면 언제나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인물이다.

그만큼 그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다.

또한 누구하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성질 더러운 코르커스도 쥬도와는 문제가 없다.

말주변 없는 가츠하고도 제법 오래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어찌 보면 상당히 완벽한 사람이다.

혹 그런 친구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그리피스, 가츠, 캐스커가 서로의 얽힘에 묻혀 언성을 높이고, 칼질을 해대고, 애증의 파도에 휩싸여 있을 때, 쥬도는 언제나 바위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츠의 떠남을 가장 먼저 인정한 것도 그다.

그만큼 쥬도는 끈적거림 없이 쿨 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쥬도가 3사람의 관계의 옵저버로 머물러 있게 한다.



언제부턴가 나를 기쁘게 하는 친구도, 슬프게 하는 친구도, 행복하게 하는 친구도, 괴롭게 하는 친구도 없다.

나 역시 친구를 기쁘게 하지도, 슬프게 하지도, 행복하게 하지도, 괴롭게 하지도 않는다.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적당히 문제 없을 만큼 말하고, 문제 없을 만큼만 관심을 갖는다.

내가 흔들린 다면 그런 친구는 오히려 멀리 하고 싶어 진다.

그저 적당히 얼굴보고 가볍게 사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적당히 서로 격려하고 그리고 아무런 아쉬움 없이 뒤 돌아 설 수 있는 관계가 좋다.

편한 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피스처럼 엄청나게 쌓아 온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내가 살아 온 삶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은 만들면 안 된다.

가겠다고 하면 그저 '언젠가 다시 보자'라는 말 한마디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쥬도처럼 쉽게 이해해 주고, 적당히 문제 없을 조언만 하면 된다.

그런 친구는 오래가고 편하다.

만나는 것도 헤어짐도 부담없다.

쥬도는 그렇게 인생의 진화단계 가장 끝에 있는 친구가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어느날 아침 사람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 등이 허함을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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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글이 아니고, 제 선배님의 읊조림입니다.

덕분에 ‘친구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 베르세르크도 다시 읽어보았죠. ^ ^ )



그 선배를 94년에 처음 만났으니, 올해로 11년을 알고 지낸 셈이군요.

지금도 우린 한 달에 한번정도 만나서 스타와 바둑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돌리곤 하죠.

그 선배는 가끔 생각나면 만나고, 만나도 가볍고 편안하고 부담 없는 존재입니다.

선배역시 저를 그렇게 바라보겠지요.

아마도, 그 선배가 말한 ‘쥬도’는 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피스’같은 친구는 정말 부담스러울 것 같네요. ^ ^



여러분들에게도 ‘쥬도’와 ‘그리피스’가 있나요?







맺음말1 :
어제 P : Z 와 밸런싱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리플 달아주셨더군요.
좋은 충고와 지적에 감사 드립니다. ( 특히 tiger 님, 강은희 님 ^ ^ )


맺음말2 :
‘까꿍러커’님의 의견을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정형화되어가고 있는 스타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밸런스 조정까지도요.
조만간 ‘까꿍러커’님의 대안을 고찰해서 글로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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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04/09/22 18:17
수정 아이콘
이야기와는 상관없지만 전 처음 쥬도 여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가츠와 재회한 캐스커의 대사 중에서 그리피스에게 가츠의 의미를 알려주는 대사도 있었죠. 또 유일하고 그리피스가 '널 원해'라고 했던 사람이 가츠였으니...
올드보이
04/09/22 18:17
수정 아이콘
고->게
bloOdmOon
04/09/22 18:40
수정 아이콘
식 장면에서, 그리피스가 가츠를 두고말하길 '오직 너만이 내게 꿈을 잊게 해주었다'라고 말하고, 결국 자기의 꿈을 택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Sulla-Felix
04/09/22 18:41
수정 아이콘
"내가 너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에 일일이 이유가 필요한 것일까?" 베르세르크 최고의 명대사 중에 하나죠.
04/09/22 19:31
수정 아이콘
그리피스같은 친구는 부담스럽죠.
그리피스처럼 잘 생겼다면 또.. 다시 고려를 해볼지도.. -_-;;
제 곁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친구들은 그리피스보다는 쥬도에 가까운 것 같네요.
박용열
04/09/22 20:17
수정 아이콘
2사 6방의 7인...
베르세르크 매의단 편 좋아하시거나
군계 교도소 편 좋아하시는 분들은 절대 실망하지 않을 책..
04/09/22 20:59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글이군요~ 그치만 선배님이 저랑은 조금 생각이 다르군요..
가츠는 그리피스에게 있어서 정말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료로 인정하는 한 남자입니다..
친구에게 배신받았다는 당혹감과.. 가츠 없이도 잘해왔지만.. 매의단이 과연 전력의 1/4은 넘는 돌격대장이 없이..
지금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속에서..
아마도 빨리 왕위를 얻고자 했던 다급함에서 실수를 한 것이겠죠..
역시 인과율에서 벗어난 운명을 타고난 그리피스라도 고드핸드가 되기 이전 사람일때는..
부족한 점이 드러날 수 있군요..^^ 그게 현실화 된 것이.. 바로 가츠에게 진 것이구요..
그만큼 가츠가 그리피스에게 큰 인물이었다는 사실.. 참 그런 친구가 있을지..

저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고등학교때 보면.. 친구와 친구 사이가 거의 주종관계처럼 보이는 ;; 그런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명이 다른 한명을 아주 존경하는 특이한 케이스죠.. 게다가 종;;의 위치에 있는 아이는..
대개 의리가 강하고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그런 친구 관계가 쭈욱 성립되는 거구요^^
제가 볼땐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음.. 그 친구가 적은 글을.. 퍼오죠~ 한번 보세요^^ 이름은 지웠습니다;;



친구라..

베르세르크, 은하영웅전설..

이 두 애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스케일이 큰점도 있지만..

라인하르트 - 키르히아이스, 그리피스- 가츠라는..
절친한 친구가 등장한다.

이 인물들의 관계는.. 여타 다른만화에서 등장하는 단순한 친구 관계랑은 다르다..

그리고.. 이 두 쌍의 친구 관계도 서로 다르다..

일단 라인하르트와 그리피스의 공통점을 살펴보다..

라인하르트는.. 무명 귀족가문의 장남으로.. 그리피스는 뒷골목에서 자란다..

하지만 둘다.. 미력한 가문과 환경, 그리고 거대한 야망 때문에..

끊임없이 위를 추구한다.(라인하르트는 별들을.. 그리피스는 자신의 성을 얻기 위한다..)

그리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인하르트는 베스탈렌에서의 민중학살.. 그리피스는 율리시즈의 암살과 영주와의 뒷거래 등..)

이렇게 야망이 큰 그 둘에게 빠져선 안되는것이..
바로 자신을 믿고 따라줄 조력자..즉 친구이다..

라인하르트는.. 가문이 몰락하구 이사오게 된다. 그 옆집에 살던 아이가 바로 키르히아이스..

라인하르트는 처음 키르히아이스를 보고.. 이름을 묻곤..
지크프리트라는 흔한 이름에 비해.. 키르히아이스라는 멋진 이름을 극찬하며.. 그를 친구로 맞이한다.

그리고 키르히아이스가 죽는 그 순간까지.. 키르히아이스는 라인하르트의 충실한 부관이자.. 오른팔이자.. 마음을 알아주는 거의 유일한 친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관계는.. 어찌보면.. 주종관계랑 비슷하다.. 키르히아이스의 꿈은.. 라인하르트와 함꼐 우주를 누비는것과 안네로제(라인하르트의 누이)의 부탁을 받아 라인하르트를 보살피는것.. 이 두가지이다..

즉.. 키르히아이스 자신만의 꿈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이번엔 그리피스와 가츠의 관곌 살펴보자..
시체밑에서 발견됐다구 해서.. 저주받은 아이로 용병단을 연연하던 가츠는.. 결국 의아버지를 거의 죽이다시피 하구 용병단을 빠져나오고 혈혈단신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매의 단을 만나고..
그리피스와의 승부에 져서.. 그의 부하로 들어가게 된다.

강한 승부근성과 살고자 하는 의지.. 그리피스는 가츠의 이런점을 높이 평가하고 그를 자신의 수하로 만들며 수많은 전장을 누벼 온다.
가츠 역시 단순한 용병단의 수장에 지나지 않고 지와 용을 겸비한 그리피스를 존경하면서.. 그를 따른다.

그러던 어느날.. 가츠는 그리피스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그리피스는 자신이 생각한 친구는.. 자신과 대등한 지위에서..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바를 당당히 말하는.. 그런 사람이 자신의 친구라고 말한다.

이를 들은 가츠는.. 현재의 자신을 뒤돌아보고..
언젠가 그리피스에게 당당하게 다가서기 위해.. 그리피스를 떠난다.
그리피스는.. 그런 가츠를 말리고.. 언제까지 자기 곁에 있어 달라고 하지만.. 결국 가츠는 그리피스를 떠난다..

자! 이 둘의 친구 관계..
어떠한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친구 관계는.. 이 두 쌍의 관계는 아니다..
너무 친구만을 생각해 자신만의 꿈을 펼치지 못한 키르히아이스..
너무 자신만을 생각해 친구를 떠난 가츠..

이 둘의 절충관계가 제일 좋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런 친구 관계는 힘들겠지만.. 쩝..

잡소리가 길어졌다..

덧..

고1때.. A, 나, B,..
종종 이런 생각을 했었다..

A가 라인하르트라면 난 키르히아이스..

이런 관계가 되고 싶다고..

그리고 B은 내 노예로 -_-;
강은희
04/09/22 21:57
수정 아이콘
헉 라우님..; 그 많은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 중에 하필 내 이름이 ㅠ.ㅠ..
역시 상처받으셨군요. 상처받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제 친구의 추측인데-_- 그리피스는 절대로 가츠를 친구로만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분명히 그건 친구 이상의 감정입니다! 매단 일원들이 제물로 바쳐지던 날 생각나시나요?
그리피스가 캐스커를 범하면서 그의 눈빛은 가츠를 쫓고 있었습니다.
그 노골적인 눈빛은 친구를 보는게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그 이상이에요.
...'ㅁ'탕탕;(소설써라;)
04/09/23 00:18
수정 아이콘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상처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 ^

그렇군요.
그리피스는 가츠를 사랑하고 있었군요...
베르세르크는 '야오이' 만화 ???
강은희
04/09/23 08:27
수정 아이콘
헉 즐겁다니..혹시...메저(..;)
야오이라고 하면 베르세르크 팬들에게 돌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물밑에서 -_-훗
버로우드론
04/09/23 12:26
수정 아이콘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바람의 검심에서 히무라 발도제와 사가라 사노스케도 상당히 독특한 관계죠. 나중에 항구에서 '잘가라' '그래' 라고말하면서 짧게 헤어지는 것도 멋졌구요.
석지남
04/09/23 13:42
수정 아이콘
가츠는 그리피스의 아랫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와 대등한 친구가 되고 싶어서 떠났죠...
하지만 가츠의 눈에 자신보다 위에서 있는 사람으로 보였던 그리피스의 속마음은 이미 가츠를 대등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라고 생각합니다 -ㅁ-;;; 그냥 잡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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