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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21 17:08:23
Name 번뇌선생
Subject 본격 e-sports 로망 활극 - 제 7 화 한 치앞, 두 치앞 (1)
제 7 화   한 치앞, 두 치앞

  “맵을 바꿨으면 하는데요.”
  “갑자기 맵을 바꾸시다뇨?”
  “자꾸 같은 맵 하니까 재미도 없고 그냥 바꾸면 좋겠는데요?”

  허튼수작을 부리는 듯한 길드장의 말에 조규남은 또 한번 속을 앓아야 했다. 뜬금없는 맵 타령은 또 무언가.
  그러나 이번엔 쉬이 넘어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조감독이 보고 싶었던 것은 저 길드장이란 녀석의 실력이다. 고작해야 스물을 갓 넘은 얼굴에 30줄인 자신도 속아 넘기는 능구렁이 같은 계략. 그 녀석의 게임 실력이 궁금했다. 일부러 강민을 내보내기 까지 했다. 사회자의 눈짓에 조감독은 망설일 것 없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강민이야 말로 맵빨 안타기로 유명하니까. 게다가 새로운 맵에서 즉흥적으로 펼쳐지는 그의 전략이야말로 최대 장기이니까 어떻게 되든 좋았다. 게다가......프로가 아마츄어를 상대로 맵을 가린다는 게 우습지 않나?

  “네. 조감독님께서 오케이 하시네요, 그럼 어떤 맵으로 하시겠습니까?”
  “기요틴이요.”
  “네, 그럼 기요틴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저 자식, 끝까지 객기를 부리는 군.’

  강민은 속으로 곱씹었다. 강민틴이라 불리는 기요틴은 자신이 경이적인 승률을 보였던 맵이다. 저녀석의 종족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프로토스한테 역시 가장 유리한 맵으로 평가 받았었다. 이 시점에서 구지 기요틴을 끄집어 내는 것은 한번 해보자는 것이겠지.

  “자, 행사 시간이 많이 지체된 관계로 경기 바로 진행 하겠습니다. 두 선수 준비 됐습니까?”
  
  끄덕거리는 두 선수.

  “자, 종족 선택 하시고.”

  모두 길드장의 선택에 눈길을 모았다. 기요틴에 강민, 상대의 종족은 무엇일까?

  답은 저그였다.

  “어, 행님 저그로 하는데?”
  “왠일이고? 저그로 잘 안하잖아?”
  “강민이라서 저그로 하는 거 아이가?”
  “그런갑다. 강민이 잘하긴 잘하는 갑다.”
  “그래 말이야, 행님이 저그로 할 정도면... 인정해 주는 거겠지.”

  5, 4, 3, 2, 1

  경기시작. 맵은 기요틴. 두 선수는 대각선.

  두 선수 모두 빠른 타이밍에 정찰은 없었다. 놀랍게도 강민은 입구에 파일론은 소환하며 철지난 더블넥을 시도 했다. 상대의 드론은 정찰을 위해 입구로 가다 더블넥의 기미가 보이자 바로 뒤를 돌아 본진으로 돌아갔다.

  “니가 찾는 그것은 멀리 있는 게...어...아인데...음음음..”

  길드장은 알아들을 수 없이 조용한 목소리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연신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는 지 띄엄띄엄 부르고 있었다. 무슨 노래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살찐 돼지와 다를 것이 뭐가 있어..어. 그 속..어어..음음..아닌데..”

  그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지만 그가 혼자서 웅얼 거리고 있다는 것은 몇몇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버릇이겠지 하면서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강민은 입구를 포지와 게이트로 막더니 쉬지 않고 프로브를 생산했다. 그의 더블넥이 터진 다면 저그로서도 역시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입구를 막은 것은 강민의 계략이었다.

  상대는 빠른 타이밍에 앞마당을 먹더니 정찰 후 요상한 곳에 몰래 해처리를 지었다. 그곳은 자원을 캘 수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프로브의 경로에서는 벗어난 곳이었다. 일부러 클릭 하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없는 위치 였다.

  “행님, 저 해처리는 뭔데?”
  “몰라, 저거 뭐지?”
  “전진 해처리도 아니 잖아.... 자원도 못캐는 데 어어..뭐할라고..”
  “아씨..강민 봐라 강민! 저거 입구 막고 더블넥 안한다!”

  그랬다. 강민의 입구 막음은 속임수 였고 당연히 더블넥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대는 캐논에 혹 오버로드가 죽을까 아니면 긴장한 나머지 그것을 잊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더블넥이 확실하다고 생각 했는지 오버로드 정찰을 하지 않고 있었다. 강민은 게이트를 더 늘리며 빠르게 병력을 모으고 있었다. 공일업에 맞추어 다수의 러커 전에 적을 밀어 낼 계획이었다.

  “강민, 대단하데이... 저거 무슨 빌드지?”
  “몰라, 행님이 저런거 안 가르쳐 줬잖아...”
  “방금 생각했는 갑다.”
  “어?”
  “왜?”

  이해하기 힘든 것은 강민의 플레이 뿐만이 아니었다. 길드장은 기묘한 곳에 지은 해처리를 레어로 변태 시키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오버로드만 생산하고 있었고 나머지 본진과 앞마당 두개의 해처리에서 저글링과 히드라를 생산하고 있었다. 옵저버가 번갈아가며 그의 본진과 몰래 해처리를 클릭 했지만 왜 그러고 있는지 한방에 깨닫는 사람이 없었다.

  “더블레어?”

  차곡차곡 모으는 히드라는 입구를 뚫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몰래 해처리를 박아 놓았으니 본진 빌드만 봐서는 히드라 러커임을 감지할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더블레어의 폭탄 드랍.

  “지금 이 세상은 환기가 필요해..닫힌 문을..음..음..맞네.”

  업그레이드가 끝났을까. 순간적으로 오버로드를 대동한 전 병력이 강민의 본진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것은 강민이 옵저버를 통해 또 하나의 레어를 확인 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것은 클릭의 실수 였다. 미니맵을 잘못 찍었기에 흘러간 옵저버가 우연찮게 몰래 레어를 발견 한 것이다.  

  강민은 2초 정도 갈등하나 서둘러 입구를 막고 있던 게이트 하나를 깨부수었다. 그리고 발업된 질럿 대 여섯기를 곧장 몰래 레어로 보내었다. 드랍 개발이 끝나지 않았다는 계산이었다. 간발의 차였다. 간발의 차로 상대의 병력과 엇갈린 강민의 질럿은 그대로 몰래 레어로 달렸다.

  상대는 한 부대 가량의 히드라로 남은 캐논을 두드리며 저글링을 깊숙히 밀어 넣었은나 강민의 병력에 앞이 막혔다. 결국 강민 역시 질럿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경험상 더블레어에서의 드랍 업그레이드는 끝났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드래군과 질럿이 본진 작은 입구에서 병력을 기다리지 않고 큰 입구 까지 나아갔다. 이제 어디론가 폭탄 드랍이 올거라는 예감을 하며 옵저버를 돌렸다. 적의 입구 병력은 생각보다 다수 였다. 어설프게 병력을 나누었다가는 쌈싸먹히기 딱 좋기에 일단 강민은 입구 병력을 먼저 잡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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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수요일
04/09/21 17:24
수정 아이콘
굿.....
pgr눈팅경력20년
04/09/21 19:33
수정 아이콘
전 '굳이'인걸로 알고있는데..
04/09/21 20:16
수정 아이콘
번뇌선생님... 정말로 오래 기다렸습니다..ㅡ.ㅡ;; 감사합니다.
04/09/21 21:26
수정 아이콘
아...굳이죠 =.=; 착각을
영웅의물량
04/09/21 21:37
수정 아이콘
허허.....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선생님!! 더 빨리, 더 많이... 화이팅!!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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