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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7 22:13:27
Name 해원
Subject 불은 꺼지지 않는다.
임요환vs이윤열
이윤열vs임요환

이 대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임팬은 없으리라.

프로게임계에 큰 획을 그은 두 사내의 대결이자
시대를 갈라버린 두 영웅의 재회.
황제와 천재...
이름부터 무엇하나 화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임진록이 당대 최고의 게임으로 꼽혔지만
조금 뒤 찾아온 임요환vs이윤열, 이 대전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했다.
임진록이 그 시대의 최고봉을 가리는 게임이었다면
박서와 나다의 대결은  그 둘의 대결은 바로 게임 그 자체를 떠나서 시대의 패자를 가리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최연성이라는 또다른 패자가 등장했다.
임요환vs이윤열 카드가 4대천황전과 프리미어리그이 꽃이었듯이
이윤열vs최연성 카드가 센게임 엠비씨 게임의 꽃이었고
승자의 최연성은 시대의 흐름을 자기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쉽게 과거의 패자에 대해 잊었고 열광과 환호만큼의 상처도 선수들은 감수해야만 했다.
옛날의 영광만큼이나 슬럼프에 너무 많이 구설수에 올라야했던 임요환과 엠비씨 게임 방장의 실수 덕분에 먹튀 1위가 되어야했던 이윤열.
이 둘의 게임은 조금은 때지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이미 9월이 접어들어 가을 한 녁에
유난히도 늦여름의 그것을 불태우듯이 뜨거웠던 날씨처럼
임요환과 이윤열은 그렇게 오늘 타올랐다.

돌아온 그들은 그렇게 맞붙었다.
최강과 최고의 자리
살떨리는 타이틀전이 아닌 그들은 본선 16강 언저리에서 자웅을 겨루었다

화려하고 큰 무대만이 그들의 승부 자리일줄만 알았던 때도 있었는데
아담한 메가스튜디오의 그 자리가 무척이나 잘어울렸고
그들 뒤로 들려오는 팬들의 함성소리가 그들을 호위하는 가운데 승부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아직도 그렇게 들판 한 가운데서 서로를 노려보는 무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 펼쳐진 운집한 수많은 관객들...
언제나 그들이 게임이 멋지고 훌륭할 수만은 없지만
언제까지고 그들의 눈빛과 승부에 임하는 자세만은 오늘만 같기를...

박서의 승리
나다의 패배
그보다 의미있는 것은 그들의 승부 그 자체였다.
승부 이후에 따르는 팬들의 진절머리나는 싸움에
나중엔 뒷전에 몰려지던 그들의 게임이 이토록 멋지고 중후한 내공의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깨우쳐준 그들.
승부의 끝, 울음과 웃음 대신
긴 호흡을 고르는 것으로 그들은 전장을 떠났다.

임빠와 윤빠라는 절대 화합될 수 없을 듯한 두 집단에 양다리를 걸친 나같은 박쥐로는
누가 이겨도 누가 져도 우울할 수 밖에 없었던 내 마음을
멋진 승부로 날려버린 두 선수에게 마음 속 깊은 찬사를 담아 박수를 보낸다.

게임 하나에 울고 웃는 것이 프로게이머들이고
또 그렇게 울고 웃는 것이 팬이라고 할진데
이런 경기를 두고 굳이 패자의 실수를 책할 수 있을까.
물론 탱크가 잡히기도 메딕 없이 진출하던 이윤열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오늘만은 수고했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이윤열선수 팬들 힘내세요 (_ _) 임요환선수 팬들 축하드립니다 ^^)



돌아온 황제vs천재
오늘의 뒤늦은 더위란 말은 취소할 수 밖에 없다.
뒤늦었다는 말은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그들이 언제 어디에 있던
그들이 수년간을 갈고 닦아온 검을 마주할 것이며
검기로 상대뿐 아니라 관객들까지도 압도를 하며
그들만의 그 게임을 할 것이다.

11분의 짧은 게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몰입할 수 있었고
중후한 내공의 부딪힘에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간은 다시 나에게 그들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활활 타오르던 그 때가 지나고
바람에 휘청거리는 불빛으로도 계속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 불이 꺼진다면 다시 심지를 세우고 기름을 부어서라도
그들이 발걸음이 영원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제까지고 타오르는 눈빛으로
아무도 밟지 않은 게임벌판에 또다른 족적을 남길 선수들로
박서 나다
앞으로도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기를 바랍니다.


+ 리치 ㅜ_ㅜ
+ 그들이 다시 타이틀전에서 붙을 날이 올까요?
힘들다는 세간의 평가와 전력에도 무정한 그날이 다시 오기를 한번 더 그려봅니다.
+ 혹시 이 게임에 관한 너무 많은 글이 올라오면 어쩌죠... (제가 글쓰기 시작할 때는 몇 없어서 올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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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롱투유
04/09/17 22:15
수정 아이콘
경기의 임팩트가 크면 그만큼 글이 많이 올라오기 마련이자나요 ^^..
아무렴 어때요~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안전제일
04/09/17 22:22
수정 아이콘
임테란도..이테란도..아닌 사람이라..쫌- 편안한 마음으로 본경기입니다.
명승부를 기다리는 마음이야 같았습니다만..^^
(그래요..ㅠ.ㅠ 용욱선수때문에 좀 울고있었습니다.흑_)
멋진경기를 보았습니다.
선수들의 네임벨류가 그 경기의 가치를 더 높이는 상승효과를 냈고..그 기대에 걸맞은...치열한 모습을 보았으니까요.
한명의 팬으로서.. 나다 vs 박서의 대진은 언제나 기대되고 두근거리는 대진입니다.
단 한합..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노력까지..짧은 경기시간이었습니다만
두선수 모두 멋있었습니다!^_^
꾹참고한방
04/09/17 22:30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그간 이윤열선수를 썩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그만큼 머리와 가슴속 깊은 뇌리에 이미 박서가 자리를 잡았었죠. 근데... 오늘 경기를 보고난 후, 나다에게서 박서의 향을 느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보루를위해 애쓰는 모습... 경기 후, 박수를 쳐 본거도 참 오랜만인거 같습니다. 이윤열선수 마지막 한경기 이기고 8강 진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응원할게요 화이팅입니다.
그나저나 해원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앞으로 자주 뵜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는수요일
04/09/17 22:3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들이 있기에, 아니 프로게이머들이 있기에 우리는 스타의 가치를 느끼고 사랑할 줄 알게 되는것 같습니다.
04/09/17 22:42
수정 아이콘
꾹참고한방님// 축하드려요.. ^^ (그리고 나다 너무 미워하지마세요~ ^^;; )

원래 임요환선수와 이윤열선수 gg잘 안치기로 유명하죠.(임요환 패러독스 vs도진광 이윤열 개마고원 vs한승엽)

솔직히 오늘 이윤열선수 처음 모습을 보고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에서 조금 기대를 했었습니다.(사실은 기대 많이 했음 -_-;) 아카데미 올라가고 게임 상황을 보면서 아 괜찮네~라고 생각을 했는데 탱크 한 기 그렇게 잃어버리고 메딕 없이 진출하는 걸 보면서 땅도 많이 쳤습니다. (예전에 홍진호선수와 기요틴에서는 -_- 정말 마린 메딕 따로놀기를 보여주더니.. 오늘은 그나마 괜찮았죠;; -_-;;)그래도 뭐랄까.. 진짜 중후한 내공의 기운이 막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만약 메가웹에 있었다면 기립박수라도 쳤을 것 같습니다. 박서에겐 축하의 박수 나다에겐 격려의 박수
04/09/18 04:26
수정 아이콘
오늘 3번이나 계속 봤는데 메딕을 갖추고 진출했으면
언덕 장악 당했을 거 같습니다. 아무리 다시봐도 말이죠.
이윤열 선수의 진출 타이밍은 아주 좋았는데 임요환 선수의 타이밍 역시 좋았다고 볼 수 없네요.. 진짜 한 합의 호흡이 승부를 가른 멋진 경기였죠.
어린왕자。
04/09/18 10:04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해원님의 글을 보는데요.^^
해원님의 글을 읽으며..극악 윤빠로 달리던 제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임요환선수..수고하셨구요,축하합니다..
이윤열선수..그래도 항상 당신의 승리를 믿어의심치않으며 응원하겠습니다.아자아자,화이팅!!!
아케미
04/09/18 14:37
수정 아이콘
마음 속으로 존경해 왔던 해원님 글을 보고 반가움에 로그인했습니다. ^^
"임빠와 윤빠라는 절대 화합될 수 없을 듯한 두 집단에 양다리를 걸친 나같은 박쥐로는 누가 이겨도 누가 져도 우울할 수밖에 없었던" 꼭 제 이야기 같아서 움찔했습니다. 어제 GG나온 뒤 이윤열 선수의 표정을 보고, 임요환 선수의 승리에 기쁘면서도 슬프더군요.
좌우지간 어제 저녁은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임요환 이윤열 파이팅!
그녀는~★
04/09/19 02:48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해원님 글을 이렇게 늦게 보게되네요.
예전에 해원님 글 읽고 펑펑 울던때가 생각나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전 누구도 응원하지 않았지만 해원님 맘아프셨겠네요.
리치가 져서 저도 맘 아프긴하네요. 다음주가 있으니 기다려봐요~
꽃단장메딕
04/09/20 11:36
수정 아이콘
언제부터인가...제가 응원하는 선수의 경기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상처받을 만한 글이 올라올 여지가 있는 사이트들에는 발길을 끊게 되더군요.
왜 이제서야 이 글을 보게 되었을까...곰곰히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반사적으로 외면하게 되는 저 같은 팬들 때문에
해원님의 멋진 글이 제대로 빛을 받지 못한 것 같아서 괜히 죄송스럽네요.
해원님의 글..pgr에서 다시 보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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