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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6 14:15:49
Name 시퐁
Subject delete버튼의 무게!!
안녕하세요, 변함없이 게시판 분위기와 상관없는 글 쓰기 좋아하는 -_- 시퐁입니다.
스타 관련 이야기가 아니고 제법 무거운 이야기들을 주로 해서 그런지 제 글에 리플이 적더군요. 몹시도 슬퍼요 ㅜ_ㅜ(벌써 두번의 이모티콘 러쉬!!). 하지만 굴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제 글에도 고정 리플러(?)들이 생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본 내용으로 들어가서,
우선 이 글은 제가 예전부터 '한 번 써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주제임을 밝혀드립니다. 결과적으로는 아래 [폭풍저그 홍진호]님의 이야기를 비판하는 형태가 되어버렸지만 우연히 시기가 맞물렸을뿐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운영진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요구하는 'write'버튼의 무게'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과 타인과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절제가 그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pgr은 '배려'라는 단어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이 pgr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DC스갤이 나쁘고 pgr은 좋다'식의 흑백사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pgr과 dc의 비교는 중국 음식과 한국 음식을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취향 차이라는 거죠 ^^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제가 후에 비교글을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올리겠습니다'하고 밀린 글이 벌써 세편이나 되네요;;)

하지만 이러한 write 버튼의 무게에 전혀 뒤지지 않는 중요도를 가진 버튼이 있습니다. 바로 delete 버튼입니다. 사실 이 두 버튼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지우지 않는다' 정도의 관계가 아니라 '쓸 때의 무게에 타인의 공감과 생각들이 더한 무게마저 가져간다' 수준의 관계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내적인 즐거움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쓰여진 글을 보는 것은 '타인'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보는 순간부터 타인과 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코멘트가 붙기 시작하면 더욱 걷잡을 수 없어집니다. 그 글에 대한 공감대이든 혹은 비판이든, 생각의 다름이든 글로써 '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어떤 글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어떤 글엔 감정의 동화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글 자체는 자신의 것이지만 코멘트로 '대화'가 이루어진 후의 글은 자신'만'의 것은 아니게 되는 거죠.

그러한 글이 어느날 주인공(필자)의 개인적인 고민으로 지워져 버린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자신의 글에 달린 리플이 맘에 들지 않아서, 혹은 자신의 글이 올라간 게시판이 맘에 들지 않아서 지워버린다면..이미 글을 보고 코멘트를 달아준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마저도 '삭제'해버리는 것이 됩니다. 이 사태는 감정적인 분노와 더불어 이성적인 분노마저 일으키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래서 write버튼의 무게를 이야기합니다. 쓴 후에 벌어지는 수많은 '대화'들, 그 공감의 순간들, 그 동화의 순간들, 혹은 생각의 차이를 느끼는 순간들, 그 순간들에 대한 예의마저도 버리는 일이 delete버튼을 누르는 일입니다. 행하는 건 쉽지만 정말 무서운 일이죠. 그래서 글을 쓸때 '신중히, 신중히, 충분히 생각해보고'를 요구하는 겁니다.

실수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실수를 줄이도록 노력하십시오. 저는 그럴 경우 코멘트를 달아주신 분들께 사과의 쪽지나 메일을 보냅니다. 물론 그건 몹시도 귀찮은 일이라 모든 분들께 강요할 일은 아니지요. 그러니 실수로 글을 쓰는 것을 줄이시기 바랍니다. 또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기 바란다면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법부터 배우십시오. 글을 쓴 이후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고 하여 지워버리고 싶다면 너무 자신만을 바라보지 않았는가를 우선 생각하셔야 합니다.

누군가의 글과 생각이 같은 것에 기뻐하는 것만큼 멋진 것이 생각이 다른 것에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분들도 그렇기를 소망합니다.

p.s 01 리플을 달아주시는 건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02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몸이 아프면 기쁜일도 반밖에 기쁘지 않고 슬픈일은 몇 배나 더 슬프죠, 하지만 건강하다면 기쁜 일은 더욱 기쁘고 슬픈 일에 대해선 조금 덜 슬퍼하게 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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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forbid
04/09/16 14:17
수정 아이콘
아~~ 좋은 글이네요. 박용욱 화이팅!!(이런^^)
04/09/16 14:1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기분상하지 말고 하루 즐겁게 보내십시오... (리플 처음으로 달려고, 속독했습니다. 다시 정독해야 겠네요)
04/09/16 14: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Write 버튼의 무게에만 집중하던 저에게 Delete 버튼의 무게의 중요성을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퐁님도 건강하시길~!!
Movingshot
04/09/16 14:2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저도 글 적었다가 많이 지우곤 했었죠. 지금 올린 이 글이 과연 읽힐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뭐랄까, 사람마다 다 특성이 있긴 하지만,
딜릿 버튼의 무게라...생각지 못한 부분을 쏙 꼬집어서 참...좋네요 +_+
방랑자크로우
04/09/16 14:44
수정 아이콘
글을 써주시는 건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04/09/16 15:23
수정 아이콘
글쓰기 버튼도 삭제버튼도 심지어 탈퇴버튼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똑같이 무거운 것이라면 중요도를 굳이 가릴 필요는 없지요.
GunSeal[cn]
04/09/16 16:26
수정 아이콘
음...새겨 들어야 할 좋은 글인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비오는수요일
04/09/16 17:00
수정 아이콘
모든것은 시작이 중요하듯이 글을 쓰는 처음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역시 모든것이 만족하거나 완벽할 수는 없는일.
자신의 글이나 댓글들이 불만족하다해서 지우거나 싸우는것은 또하나의
실수를 저지르는 것일겁니다.
앞으로 그러지 않는일, 그런 일을 줄이는 일이 더 중요하겠죠.
위에 왕성준님이(아, hero600) 언급했듯이 탈퇴란 쉽게 순간의 감정으로
결정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의 애정과 열정을 생각해서도, 또 지금이 아닌 향후의 기쁨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죠....
그런의미에서 hero600님의 pgr잔류 및 리플활동은 정말 잘하시고 계시는 일입니다.
그리고, 시퐁님...(음...아이디를 음미해버리고 말았다는...)의 좋은글,
감사합니다.
GunSeal[cn]
04/09/16 17:19
수정 아이콘
밑에 홍진호님의 글에 달았는데 그새 또 삭제하셨네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_-

왕성준님(hero600)님 수고하십니다 ^0^
04/09/16 19:43
수정 아이콘
미련이 남아서 함부로 탈퇴하는 일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많은 격려를 해주신다면 저는 이곳의 질서에
적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Milky_way[K]
04/09/16 21:22
수정 아이콘
hero600님 말이 정답이네요.
아케미
04/09/16 23:06
수정 아이콘
양심 한 구석이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곳에 올렸다가 지운 글이 두 개나 되는군요. 그때 읽으셨던 분들 댓글 다셨던 분들, 기억은 못하시겠지만 죄송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무거운 만큼, 소중히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피 말리는 두 달의 유예기간을 거쳐 얻은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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