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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03 21:55:02
Name blue wave
Subject 최고보다 더 중요한, 최선을 다하는 당신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
#. 1
“3시 플토, 5시 저그, 7시 테란!!”

내가 즐겨 가는 pc방에는 예비역으로 보이는 3명의 형들이 가끔 보인다. 이들의 특징은 일단 소리가 무척 크다는 것, 그리고 경기 시작 전에 맵핵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위치를 알려주지만, 그래도 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들이 ‘너 때문에 밀렸다. 헬프를 왜 안하냐’며 서로에게 화를 내면서 티격태격 싸우는 날이면, 나는 슬며시 웃음을 띄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스타를 가르쳐 줘서 최소한 팀플에서 초보를 면하게 해주었던 한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

민욱이. 내가 우리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서 만났던 친구였다. 말은 좀 어눌했지만, 누구보다도 더 마음이 따뜻했고 겸손했던 친구, 그리고 마음 속에는 열정이 있는 친구였다.
나는 그와 함께 베틀렛에서 팀플을 하면서 조금씩 스타를 배워나갔다. 내가 못했지만 그와 함께라면 팀플에선 언제나 무적이었고, 그에게서 스타의 재미를 알았다.

#. 2
그 후 나는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박서가 마냥 좋았다. 놀라울 정도로 천재적인 전략과 전술로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니던 선수, 항상 아슬아슬하게 질 듯하면서도 수많은 명경기를 만들어 내던 선수, 저그 전에서는 불리한 듯하다가 역전을 하는 그의 모습은 엄청난 감동이었다.

다음으로 좋아했던 것은 나다였다. 언제나 순진한 모습과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열정에 나는 매료되었다. ‘천재’라는 닉네임처럼 뛰어난 센스와 숨돌릴 틈없이 몰아치는 토네이도-대 프로토스 전에서의 탱크 웨이브는 빛이 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저그란 종족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박서와 나다 같이 뛰어난 바이오닉 컨트롤을 가진 프로게이머를 저그로 잡아내는 저그 프로게이머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항상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눈물을 흘리던 yellow와 저그 프로게이머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 3

언제부터인가 나는 삼성 칸(현 헥사트론)의 안석열 선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해설자 김도형 씨와 닮았다고 해서 도형 주니어로 유명하던 선수, 그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대 테란 전에서의 강력한 모습과 디파일러의 활용이 인상적이었던 선수였다.

2004년 5월 26일, ktf와 삼성 칸의 프로리그 경기. 연패에 늪에 빠져있던 삼성 칸으로서는 꼭 이겨야 할 상황이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변길섭 선수와의 프로리그 경기에서 안석열 선수는 무척이나 고전했다. 나는 16-17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저그가 무척이나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그가 초반에 많은 타격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강력한 테란의 한 방 병력이 저그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또 저그가 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랐기 때문에 꼭 이겨야 한다며 입술을 깨물면서 최선을 다하는 석열 선수가 너무나 안타깝게 보였다.

하지만, 이것을 안석열 선수는 디파일러의 활용과 러커의 멋진 컨트롤로 테란의 병력을 계속해서 잡아냈고, 엄청난 난전이 있었지만 승리를 거두었다. 나는 그날 그에게서 저그의 희망을 보았다.

얼마전에는 안석열 선수가 챌린지 리그 예선과 마이너리그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그를 응원했던 팬으로서는 무척이나 최악의 나날을 보냈다. 그의 경기는 yellow의 화려한 공격과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히 찌르는 플레이나, 조용호 선수의 인내와 강력함, 박경락 선수의 멋진 드랍 작전과 같이 임팩트가 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안석열 선수가 좋다. 언제나 겸손하고 팀을 위한 경기에는 더 최선을 다하던 선수, mbc게임 투싼 배 팀 리그 예선전에서는 7승 2패라는 성적을 내고도 팀이 탈락하여 더 안타까웠던 선수, 화려하거나 멋진 수상 경력이 있진 않지만 그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던 그의 모습이 더 호감이 간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석열 선수가 그의 꿈을 이루고 당당히 저그의 역대 우승자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려놓기를 바란다. 앞으로 저그의 역사가 그와 함께 쓰여 지길, 최고는 아니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은 보여주길,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도해본다.^^

안석열 선수 화이팅!

p.s 이번에 챌린지 예선과 마이너리그 예선에서 떨어진 선수의 팬들 모두 힘내시길. 그리고 오늘 박서도 승리도 축하드립니다. 점점 스타의 실력이 높아 가는데도, 최선을 다하고 마침내는 승리하는 그 모습이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박서의 팬들도 저와 같은 심정이시겠죠.^^)

p.s 2 혹시 김도형 해설자님 연락처 아시는 분 계십니까? 혹시 연락 되시는 분 안석열 선수 카페에 가입하라고 좀 전해주세요^^; 석열 선수가 연락이 안되서 울고 있어요.
http://cafe.daum.net/ZergJJang 많이들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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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03 22:14
수정 아이콘
7승2패....
흠 ㅠㅠ
20th century baby
04/09/04 04:06
수정 아이콘
이대니어 감독님 프로리그 개인전에 안석열 선수좀 많이 내보내주세요~
안석열 화이팅!
Milky_way[K]
04/09/04 09:38
수정 아이콘
안석열선수 화이팅!

박서 화이팅!
blue wave
04/09/04 10:02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두 개인전에 안석열 선수가 많이 출전해 줬으면 좋겠네요~~ 후훗.

다른 분들도 석열 선수 응원 많이 해주시고, 특히 pgr사이트 분들이 석열 선수가 삼성 칸에 나와서 무적 선수가 되었을 때 보여준 따뜻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blue wave
04/09/04 10:04
수정 아이콘
그런데, 물론 한 선수만 응원하는 분도 계시지만 여러 선수를 좋아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저 같은 경우는 나다와 박서 모두 2-3년 이상 응원해 오던 선수들이라 모두 나오게 되면 응원하게 됩니다.
물론 좋아하는 차이는 조~금 있지만~^^ 그런 모습도 너그러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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